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김두수 딱정벌레 공연

코렐리 2013. 6. 2. 13:33

2013.05.24(금) 20:00

누군가는 그의 창법을 두고 귀곡성 창법이라 했다. 대부분 목에 힘을 주는 일반적인 창법을 떠나 목에서 힘을 완전히 뺀듯한 그의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까지 가미되었기 때문일터다. 재미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귀곡스럽진 않다. 7~8년전, 김두수의 음반을 우연히 입수한 뒤로도 그의 음악과 친숙해지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고 아직도 나는 그의 음악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고 이제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의 연주와 노래에는 특별함이 있다. 기타를 치며 함께 연주하는 하모니카에도 애수와 향수가 담겨 짙은 호소력을 내포하고 있지만, 웬만한 포크 애호가들도 김두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태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포크에서 그가 찍어가는 족적은 자못 크다. 80년대 무명시절을 보낸 그가 낸 음반들은 애호가들 사이에 전해지는 입소문을 인해 포크음악 매니아라면 필수 소장반으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다. 물건이 없는데 반해 찾는 사람들이 애를 태우니 고가반들이 되었고, 이젠 CD만으로는 모자라는지 최근 3집인 보헤미안을 엘피로 찍기에 이르러 나오자마자 절판되었다. 이 참에 1집인 시오리 길과 2집인 약속의 땅을 LP로 찍고 있다는 소식이 애호가들의 속을 태우고 입안의 침까지 마르게 만든다. 지인으로부터 잠실역 근처의 자그마한 엘피음악 카페에서 김두수의 작은 콘서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그와 함께 서둘러 예약했다. 선착순 50명이다. 아티스트가 무대 위에서 일방적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대형공연이 아닌 그의 노래와 연주를 코앞에서 보고 상호작용까지도 가능한 그러한 형태의 공연인만큼 내게 있어 흥분되고 눈이 튀어 나오도록 기다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두수라는 이름이 포크매니아들에게는 이미 신비의 고유명사가 되었고 내게도 이 삼음절의 이름과 독특한 음악이 가슴에 자리잡고 있음에랴. 5월 24일 만사 제치고 칼퇴근을 한 나는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싣고 단숨에 내달았다. 1시간 가까이를 일찍 도착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나중 이야기지만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은 맨 뒷자리에서 고개를 상하좌우로 기웃거리며 봐야 했다. 뒤늦게 온 지인과 함께 편의점 김밥과 음료로 저녁을 대충 때운 이유는 모처럼 잡은 좋은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때문이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은 나와 일행만 빼곤 죄 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도닦는 이의 풍모를 지닌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뒤에서 출입문을 통해 나타날 줄 알았던 아티스트는 카페 한 켠 칸막이를 쳐 놓았던 그곳에 숨을 죽인채 쉬고 있기라도 했었는지 그 곳에서 기타를 들고 등장했다. 정각 8시였다. 

 

 

50명의 예약자들은 모두 다 온 모양이었다. 자그마한 카페는 공연장으로 탈바꿈했고 빈자리나 공간은 없이 참관자들로 빼곡해졌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벙거지와 안경, 그리고 기타. 범상치 않은 기타솜씨와 함께 선사되는 노래 그리고 우수를 내뿜는 하모니카. 모두가 숨을 죽이며 자그마한 무대로 100개의 눈을 모았다. 하모니카도 여러개를 곡마다 바꿔가며 사용하고 기타도 두 대를 번갈아 썼다. 그가 만드는 음악을 코앞에서 생생하게 듣고 봤다. 아티스트와 호흡을 주고 받는 공연. 더군다나 신비에 싸인듯한 아티스트의 공연이니 이거 그리 흔히 접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휴게시간을 포함해 공연 시간은 거의 두시간까지 이어졌다.

 

숨을 죽인 가운데 작은 공간에 울려퍼진 그의 공연은 공연장이 작은만큼 감동의 크기는 그와 반비례했다. 이 곳에 앉아 그의 음악을 즐기는 것 자체가 굉장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같은 느낑이 들 정도로 나는 이순간이 무척 행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줄지어 선 사람들을 위해 일일이 사인을 해준 그였다. 가장 먼저 사인을 받은 나는 염치도 없이 보헤미안(LP), 열흘나비(LP), 약속의 땅(CD), 저녁강(CD)까지 모두 내밀었지만 그는 자신의 음반을 소중하게 내미는 나에게 오히려 감사해 하는듯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데 아티스트는 적지 않은 시간을 냈다. 이 날 공연에는 세노야를 작곡하고 노래해 우리에게 친숙한 김광희씨도 지인으로서 공연에 참석해 김두수씨의 자리를 함께 했다. 공연후 무대 가까이 놓여져 있던 테이블에 앉아 지인과 함께 마시기 위해 맥주를 주문한 나는 한 병을 더 주문해 팬서비스에 여념없던 아티스트에게 전했다. 그는 듣던대로 소탈하고 수줍음 많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엔 김광희씨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함께 동석했다. 팬서비스를 마친 그도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합류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찬사와 감사를 전하자 그는 한없는 겸손함으로 화답했다. 먼저 말을 걸기 전엔 먼저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러워 하고 수줍어 하는 사람인 만큼 그의 음악도 자신의 성격만큼이나 절제된 음악임을 현장에서 목도하고 나니 그에 대한 존경심도 생겨났다. 좋은 음악을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하며 누린 이날. 주말마다 느끼는 행복지수는 이로 인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정도의 고공비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