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1(수)
이 날은 이 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레코드샵으로 날아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가진 돈은 식비와 이동경비 등 비상금만 남겨놓고 다 쓴 상황이고 구입한 음반 중 상당수는 총알이 다 떨어져 예비탄창(신용카드)까지 끌어 쓴 상황이었다. 이젠 더 사고 싶어도 총알이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담을 공간도 없었다. 난 이미 이날까지 이미 87장의 음반을 산 상태였다. 남은 방법은 레코드샵 방문을 포기하는 것. 독한맘 먹고 가보자는 의견도 내 입에서 나왔지만 방앗간에서 주둥이 내밀지 않는 참새가 어딨어? 우린 안돼. 안뒈! 안뒈! 안뒈! ㅡ,.ㅡ; 이 날 저녁 8시 비행기니까 오후 5시까진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이 날은 관광을 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로 먹은 부타동. 맛이 아주 좋았음. 두야지 고기를 두 배로 얹는 옵션 선택. 이따금은 돈부리에 얹혀진 것들이 20% 부족할 때가 있는데 이 옵션 아주 좋다.
평소에 맥주에 관심이 많은 나는 바람소리군에게 에비스와 지유가오카를 가자고 제안했다. 내가 아는 한 지유가오카와 에비스에는 레코드샵이 없다. 있어도 어딨는지 모른다. 그러니 이상한 짓 안하고 싸돌아다니기에 최적의 장소다. 짐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북 지참을 망설이다 결국 가져오길 잘했다. 물론 가이드북 없다고 숙소에서 광팔고 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있으면 선택의 폭은 넓어지는 법. 천황이 산다는 고쿄는 이미 가 봤고... 책을 뒤져보니 이 두 곳이 최선일 것 같았다. 에비스역에서 내려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가면 에비스 플레이스가 나온다.
주변 도로도
광장도 예쁘게 꾸며졌다.
참으로 묘하다. 내 입에 삿뽀로 맥주는 별로다. 에비스는 맛있다. 근데 같은 회사란다. 삿뽀로맥주역? 쪼미따 여기서 잠시 정차해야겠군.
바로 옆으로는 또하나의 광장으로 향하는 내리막이 있다.
기념으로 한 컷.
낮은 지대 광장 중앙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샹들리에가 놓여져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열 맞춰 유치원 교실같은 분위기를 내는 벤치들이 놓여져 있고 이 곳에 에비스 박물관 입구가 있다. 입구까지 가봤지만 연말연시 며칠간 문을 열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곳의 최대 목적이 맥주박물관이었는뎅... ㅡ,.ㅡ; 몇년 전 칭다오에 갔을 때 칭다오맥주 박물관 견학이 인상적이었었다. 그 보다 더 몇 년 전엔 암스테르담에서 하이네캔 맥주 견학코스 참관을 위해 방문했더니 코스 정비를 위해 몇 개월간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 멘붕이 된 적도 있었다. 맥주에 대한 나의 짝사랑은 이따금 좌절(?)을 안겨준다. 고이헌...
우리는 맥주역으로 갔다. 게서 에비수 맥주 하나씩 주문했다. 안주는 주문 안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안주 주문하면 틀림없이 더 마시게 된다는 논리에서 취기 방지를 위해 맥주만 한잔씩 시키기로 했다. 맥주맛 음미해 가며 시간 보내긴 이게 최고였다. 이 곳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나 보다.
우리는 에비스 전철역을 지나 한개 정거장인 시부야로 걸어서 갔다. 에비스 역 앞 동네의 상징인 할배.
도쿄땅이 비싸다는게 실감나는 것은 좁아터진 짜투리 땅에 건물을 올리고 영업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때다. 일본에 이런 건물 많아 재미있다.
시부야역에 가까와지면서 악기점이 눈에 띤다. 이런게 있으면 근처 레코드 가게가 눈에 띨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순간 엄습한다. 다행이 그런거 없었지만.
난간 조차도 간판으로 활용하는 이 센스. 직인다 직여.
열차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지유가오카에 도착했다. 이 곳엔 유독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빵집이 수시로 눈에 띤다. 빵도신가? 조금 걷다 보면 서양식 건물이 일본땅임을 의심케 하는 지역이 나온다.
이 곳에는 일본의 유명한 재래식 하우스 찻집인 고소앙도 있다.
이 곳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모방한 구역. 물은 발목에나 올라올까... 이런건 모하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와보긴 했다만 실소만 나온다. "라비타"라는 곳으로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이다. 걍 함 와봤다. 이 곳보다는 그냥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가 한적한 맛이 있어 좋다.
라비타 물건너(?)편.
고즈넉한 고소앙에서 여유롭게 차한잔 마셔보고 싶었는데 연말이라 안열었다.
이 마을엔 재래식 집이 많이 눈에 띤다. 겨울임에도 바깥에 햇볕을 쬐도록 화초를 밖으로 내놓아도 얼지 않을 정도로 일본의 겨울은 따뜻하다. 부럽다. 겨울날씨만.
마을의 신사.
신사마다 꼭 있는 세수터.
오후 네시가 되기 전 숙소를 바라고 발길을 돌렸다. 짐이 부담스러운 관계로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해 티케팅을 하기 위해서였다. 엘피가 가득 담긴 캐리어 위에 역시 엘피가 가득 담긴 백팩을 얹고 숙소를 나선다. 끌고 가기만 하는데도 캐리어 손잡이를 잡은 손에 엄청난 중압감이 몰려온다. 캐리어 바퀴가 중압감을 견디며 구르는 소리가 묵직하다. 오쿠보역에 도착하니 턱이 있다. 아~ 젠장. 턱을 넘었다. 기둥에 백팩을 얹은 캐리어를 기둥에 대충 기대 세워놓고 동전 넣고 표를 산다. 다시 이걸 들고 진입한다. 진입하자마자 계단이 나온다. 양손에 하나씩 잡고 낑낑대며 오른다. 나일론 손잡이에 무겁게 마찰하는 손바닥에는 통증이, 팔뚝에는 엄청난 중압감이 몰려 온다. 공항까지 도착하는 동안 에스컬레이터 없는 계단을 만날 때마다 요모양 요꼴이 된다. 엄청난 87장(더블판 감안하면 88장)의 레코드가 그래도 밉지 않다. 내 새끼들인데 어이 미우랴. 천신만고 끝에 출국수속 마치고 탑승구에 도착했다. 아직도 갈길이 부담스럽다. 승객 탑승을 위해 대기중인 항공기가 내다 보인다.
레코드를 담은 캐리어와 그 위에 얹은 백팩이 항공기 탑승 후 자릴 찾아가는 동안 수시로 통로 좌석에 걸린다. 일부 구간은 그 엄청난 무게의 두 가방을 직접 들고 들어가야 했다. 자리를 찾고 나면 엘피가 담긴 두 개의 가방을 짐칸에 올려야 한다. 이게 웬수다. 그런데 짐칸에 공간이 안남았다. 어찌하랴. 내 뒤의 사람들 지나가게 비켜줘야 한다. 백팩은 내 좌석 시트에, 나머지 하나 캐리어는 발치에 낑낑대며 쑤셔 넣고 사람들이 다 지나 갈때까지 비상구 쪽으로 쫓겨가 모두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짐은 어디에 실어야 하나... 승객들 대부분이 자릴 찾아 갔다. 내 자리로 돌아와 이미 다 닫힌 짐칸을 보며 망연자실해 한다. 승무원이 다가온다. 저 앞쪽 비지니스칸 후면에 공간이 있으니 거기에 올리란다. 낑낑대고 다시 캐리어를 통로로 내놓고 좌석시트로부터 백팩을 꺼낸다. 누가 또 지나간다. 낑낑대며 백 팩을 꺼내다 말고 다시 내려 놓고 좌석쪽으로 몸을 바싹 붙여 승객을 지나가게 한다. 방금 지나간 웬수같은 승객 아무 죄도 없는데 쫓아가서 뒤통수라도 엎어질 정도로 세차게 갈겨주고 싶다. 간신히 찡찡거리며 비즈니스 칸 후면에 도착해 공간을 확인한다. 이걸 올리는게 또 문제다. 으랏차차차... 주변 사람들이 중장비라도 실었나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저러나 의아하게 쳐다본다. 졸라 쪽팔린다. 간신히 올리고 손에 먼지 함 털며 자리로 가 벨트를 맨다. 아~ 젠장. 이게 뭐하는 짓여? 나만의 이야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항공기가 이륙하고 항속고도에 오르니 기내식이 나온다. 8시 30이 넘은 뒤의 저녁식사. 중로동 뒤여서 그랬다. 이보다 맛있을 수없다.
집으로 가는길이 끔찍하다. 공항철도 타고 홍대 가서 택시를 탔다. 이제 택시에서 내리며 남은 관문이라곤 아파트 첫 계단 뿐이다. 그 담부턴 엘리베이터가 나를 반겨주고 내집 층에 오르면 문열고 들어가면 끝이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이다. 흐유~!
이 번에 들른 레드샵은 20군데. 그 중 전년도에 이어 새로 방문한 곳은 15군데. 전년도와 합치면 33군데를 방문해 본 셈이다. 내 취향상 안가도 될뻔한 집 여러군데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참 많이도 싸다녔다. 이 번 여행은 판떼게가 목적이고 소기의 목적을 100퍼센트 달성한 건 아니지만 무척 만족스럽다. 그러면 됐지. 더 뭐가 필요하랴. 당분간 손가락 세차게 빨아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구입한 것들 중 몇 장 더 올려 봤다.
핑크 플로이드, A Saucerful of Secrets, 일본 오데온 블랙반.
도통 나와 주지 않아 오래 전부터 갖고 싶던 핑크 플로이드 2집 음반이다. 집에는 1집과 2집 합본 염가반 일본반과 미국반만 갖고 있었다. 레드왁스라면 엄청나게 비쌌을테지만 두 번째 프레스인 관계로 비교적 저렴하다. 그래도 값이 싸진 않다. 이번 득템 음반 중 가장 만족스러운 음반 중 하나.
에릭 버든과 War, Blackman's Burdon, 일본 리버티반(2LPs)
의외로 들을게 별로 없어 실망.
비틀스 비비씨 라이브 영국 초반.
전 세계를 통틀어 영국과 한국에서만 찍었다. 한국 계몽사반은 이미 구했다. 이번엔 영국반을 구했다. 숙제 끝.
3 Sounds, Moods, 일본 도시바 EMI반.
순전히 재킷 때문에 샀다. 60년대 초에 이 음반이 나왔을걸 가정하면 이 대단한 미모의 표지 모델은 최소 칠순은 넘었겠다. 내용물은 기대 안했는데 오홋? 이거봐라? 음악 쥑인다.
아트 블레이키와 메신저스, 일본 도시바 EMI반.
프레디 허바드, 일본 도시바 EMI반.
베니 그린, 일본 킹레코드반.
베니 그린, 일본 도시바 EMI반.
그랜트 그린, 일본 도시바 EMI반.
그랜트 그린, 일본 도시바 EMI반.
재키 맥클린, 일본 도시바 EMI반.
주타 힢, 일본 도시바 EMI반.
이걸로 주타 힢 블루노트반 완전정복.
리 모건, 일본 도시바 EMI반.
리오 파커, 일본 도시바 EMI반.
클리프 조던, 일본 도시바 EMI반.
디지 리스, 일본 도시바 EMI반.
헹크 모블리, 일본 킹레코드반.
Us Three, 일본 도시바 EMI반.
조지 월링턴, OJC반. 이건 잘못 고름 완전 똥밟음.
블루노트의 음반의 최대 백미는 풍부하고 따스한 음색과 최고의 뮤지션들. 또 하나의 재미라면 시리즈 음반 짝맞추기. 이 번에 짝이 풀로 맞춰진 음반들도 있다.
호레이스 실버.
지미 스미스.
케니 돌햄.
'배낭여행 > 14 일본 the 6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4(나카노,이케부쿠로,신주쿠) (0) | 2015.01.04 |
---|---|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3(시부야) (0) | 2015.01.04 |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2(진보초,오차노미츠,다카다노바바) (0) | 2015.01.04 |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1(신주쿠) (0) | 2015.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