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7(토)
항공권 하나 달랑 구해 놓고 올라탈 날 기다리느라 눈알이 빠지는 줄 알았다. 2013년 말 음반 수집을 위해 일본을 방문해 18군데의 레코드샵을 순례한 이후 이놈의 욕심은 게서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나를 등떠밀어 떠나게 만든게다. 한국엔 귀한 음반들이 일본엔 지천에 널렸으니 질투도 나고 그에 따른 유혹도 참아내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았다. 시간이 나면 클래식, 고전락, 포크 등을 구입하러 영국에, 재즈음반을 구하러 미국에 각각 가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그렇게 휴가를 내는 것 역시 그리 용이하지 않으니 멀찍이서 침만 겔겔 흘리곤 할 뿐이다. 만만한게 마포새우젓이냐. 그래서 다시 일본을 찾는다. 괜스리 실실 쪼개며 들던 잠자리를 털고 아침 7시 5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족한 잠을 포기한 채 집을 나선 시간은 오전 5:00. 티케팅을 하고 나니 시간이 남는다.
새벽 네시에 일어났으니 곱창에 썰렁한 느낌이 드는건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인지 기내식이 꿀보다 더 맛있다. 기내식으로는 일본식이 가장 맛있다.
나를 실은 항공기가 일본 본토에 들어서서 얼마를 가니 후지산이 내려다 보인다.
하네다 공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도쿄 시내로 이동했다.
하네다 공항은 나리타 공항에 비해 도쿄 시내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내다 보는 경치도 훨씬 좋다.
도쿄시내 신주쿠로 이동하던 중 결혼 20주년을 기념해 부부동반한 바람소리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코하마에 온 김에 디스크유니온 요코하마점에 들렀다고 한다.(에이 배신자 같으니. 나도 가보고 싶었는데 또 가잔소리 못하잖아) 사보이 브라운 looking in 앨범 상태 좋은 미국반이 있으니 사다 주랴 묻는다. 이 때만 해도 내가 왜그리 용감했을까. 배짱 좋게 기냥 거절했다. 작년에 디스크유니온 시부야점에 사보이 브라운 영국반을 골라 놓았다가 매장 안 진열대 어디엔가 흘린 통에 다시 찾고 찾고 또 찾다 포기한 아픈기억이 있는데다 그 때 봤으니 또 나올거란 몽상(?)때문이었다. 어쨌든 그 음반은 이 번 여행에서 20군데의 레코드샵을 들렀지만 미국반도 일본반도 물론 영국반도 나오지 않았다. ㅠㅠ
모노레일을 타고 가며 밖으로 내다보는 바다 품은 경치는 심심치 않은 눈요기를 제공한다. 숙소가 있는 오쿠보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생각보다 좁고 침대가 없어 불편했던 곳이지만 저렴하기로는 최강이다. 다음에 혹시 다시 오게 되면 돈 조금 더주고 작년에 갔던 그 곳으로 갈란다. 숙박예정자인 나의 이름을 주인장이 기억했다.
오후 세시부터 체크인이라 짐만 맡기고 나왔다. 판사러 왔으니 판보러 나가야지. 여기서 시간낭비하면 잡혀갈 범죄다. 바람소리군이 요코하마에서 전화했을 때 영국반 매장이 있다며 추천했다. 숙소에서 가까우니 이 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1st visiting: Vinyl Part 2(신주쿠)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 내용은 본인의 선호도에 입각한 사견임을 밝혀 둠. 연말 세일에 따른 음반 소진과 샵마스터의 레퍼토리 보충에 따른 시기별 차이로도 달라질 수 있으며, 따라서 평가내용은 이미 전년도에 다녀온 샵에 대하여도 달라질수 있음.
이 곳은 바깥에 Vinyl Part 2라는 간판을 가진 샵이었다. 어디엔가 Part 1도 가진 모양. 이층으로 올라 안으로 들어가니 문은 아직 안열었다. 12:00부터 연다고 했던가.
근데 입간판엔 Part 1라고 표기되어 있다. 엥? 이건 뭐임. 12:00가 조금 넘어서 돌아오니 그제야 문이 열려 있었다. 한 서양인이 나보다 먼저 와 판을 고르다 여주인이 선 카운터 뒤쪽에 둔 음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안엔 초고가의 음반들만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여기서 깨끗한 상태의 핑크 플로이드 2집을 끄집어냈다. 세금을 포함하니 장난 아닌 금액이 제시된다. 나도 급호기심에 안을 보고 싶다고 하니 오후 세시 이후 남편이 온 뒤에나 볼 수 있다고 했다. 매장은 매우 커서 비틀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스, 도노반 등 나의 최대 관심 품목만을 찾아 보았다. 대충 둘러봤지만 그닥 땡기는 판은 없어 나도 오후 세시에 돌아올 생각으로 일단 나왔다. 약간은 초조한 생각이 든다. 첫날 한꺼번에 한 집에 돈을 홀라당 쏟아부으면 안되는데... 어쨌든 이 집을 다시 방문하는 것은 마지막 날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남으면 그 때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럴리도 만무하지만...
다음에 들른 곳은 바이닐 파트2 바로 옆건물에 위치한 신주쿠레코드. 이집은 이미 문을 열은 관계로 바이닐 파트2가 여는 시간까지 때울겸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들렀다.
2nd visiting: 신주쿠레코드(신주쿠)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 내용은 본인의 선호도에 입각한 사견임을 밝혀 둠. 연말 세일에 따른 음반 소진과 샵마스터의 레퍼토리 보충에 따른 시기별 차이로도 달라질 수 있으며, 따라서 평가내용은 이미 전년도에 다녀온 샵에 대하여도 달라질수 있음.
평가는 나의 선호도를 벗어난 품목이 주종이었고 매겨진 가격은 나의 선호도를 반영한 채 판단했으므로 역시 지극히 주관적임을 밝혀둔다.
내게 관심있는 품목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 곳은 CD 위주여서 엘피 코너는 아주 작게 설치되어 있었다. 취향의 문제로 고른 물건은 없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또다시 곱창에 찬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근처 식당 겸 주점에 들렀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사시미동? 사케동? 어쨌든 회덮밥인지 뭔지 하나 주문했다. 맛은 좋은 편이었다.연어알, 참치살, 연어살 등이 생와사비와 함께 얹혀져 나와 살찍 비릿한 내음과 함께 와사비와 간장의 향이 밥과 어우러져 돈부리의 제맛을 선사한다. 생맥주로 희미하게 비린내를 죽여주시고...
샵에 관한 정보는 내가 다 갖고 있고 혼자서 새로운 샵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의리의 화신인 나. 바람소리군과 합류하기 전이라 디스크유니온 신주쿠 클래식관부터 들렀다. 작년에 잠깐 들렀다가 클래식에 관심없는 바람소리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제대로 뒤져보지도 못했으니 지금이 기회였다.
3rd visiting: 디스크유니온 신주쿠 클래식관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 내용은 본인의 선호도에 입각한 사견임을 밝혀 둠. 연말 세일에 따른 음반 소진과 샵마스터의 레퍼토리 보충에 따른 시기별 차이로도 달라질 수 있으며, 따라서 평가내용은 이미 전년도에 다녀온 샵에 대하여도 달라질수 있음. 특히 클래식 전문샵은 이 곳 외에는 방문해 본 바 없으므로 단지 본인의 느낌으로 평가함.
클래식 매장의 음반이란 음반은 다 보았다. 물론 엘피만. 상태 깨끗한 희귀 명반들이 즐비하다.
집었다 내려놓기를 수차례. 고른 음반 중 사진 몇 장 올려보았다.
쇼송 시곡/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라벨 치간느, 지네뜨 느뵈(vn), 영국HMV Red-Gold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아타울포 아르헨타(co), 영국 데카 BBB반.
브람스 호른트리오/바이올린소나타, 요제프 시게티(vn), 미국 머큐리 초기 마룬 스테레오반.
하이든/보케리니 첼로협주곡, 야니그로(cl), 미국 웨스트민스터 WL반.
타르티니 바이올린협주곡/소나타, 피터 라이바, 미국 웨스트민스터 WL반.
베토벤 현악사중주, 바릴리 사중주단, 미국 웨스트민스터 WL반.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5번,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사중주단, 미국 웨스트민스터 WL반.
이 날 이 곳에서 구입한 클래식 음반이 사실 이보다 더 있다. 첫 날부터 이 곳에서 엄청 써댄 통에 주머니가 상당히 헐렁해져 찬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젠장. 낼부턴 속도조절. 클래식은 여기서 끝. 재즈에 집중.
다음으로 들른 곳은 바로 근처 재즈관.
4th visiting: 디스크유니온 신주쿠 재즈관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 내용은 본인의 선호도에 입각한 사견임을 밝혀 둠. 연말 세일에 따른 음반 소진과 샵마스터의 레퍼토리 보충에 따른 시기별 차이로도 달라질 수 있으며, 따라서 평가내용은 이미 전년도에 다녀온 샵에 대하여도 달라질수 있음. 실제로 이 샵은 이 날 단 한 장도 고르지 못했지만 4일째 되는 날 다시 들러 적지 않은 수량의 음반을 구입했으며 그 날의 평가는 후술함.
오자마자 실망을 안겨 준 곳이다. 작년엔 이 곳에서 재즈음반을 엄청나게 집어왔다. 그런데 이 날 이 곳엔 내 눈을 뒤집는 음반은 거의 없었다. 결국 한 장도 못건졌다. 기대했던 곳인 탓에 실망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다음으로 들르고자 했던 곳은 바로 근처 디스크유니온 신주쿠 본관. 엘피매장으로 올라가던 중 바람소리군한테서 전화가 왔다. 보리주스 일잔 하러 합류하자는 제안. 엘피매장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전 발길 돌림.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건만 작년에 와서 이미 익숙한 줄 알았던 이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아~ 젠장. 함류하기 위해 가고 싶었던 이자카야가 바로 근처였다. 나의 제의로 바람소리군이 프린스호텔로 오기로 했다.
드디어 만난 바람소리군 부부. 결혼 20주년을 알차게 즐기는 실속부부. 문제는 작년에 찾아갔던 그 이자카야집이 어딘지 기억이 나질 않아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결국 작년에 나를 그 이자카야로 안내했던 기배군에게 전화함. 놀라운건 그도 역시 도쿄에 와있더라는 것. 이번엔 사업차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즐기기 위해 왔단다. 그에게서 화민이라는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코앞에 있던 문제의 이자카야에 자리를 잡았다. 안주와 산토리 생보리주스 실컷 먹고 마셔도 크게 부담이 없으면서도 안주는 무척 맛있는 집이다.
첫날부터 약간 과음. 숙소로 들어가 담날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듬.
'배낭여행 > 14 일본 the 6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5(에비스,지유가오카) (0) | 2015.01.04 |
---|---|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4(나카노,이케부쿠로,신주쿠) (0) | 2015.01.04 |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3(시부야) (0) | 2015.01.04 |
도쿄 레코드샵 두 번째 순례기 2(진보초,오차노미츠,다카다노바바) (0) | 2015.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