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4 이란

좌충우돌 낭만의 이란 10(카샨→테헤란)

코렐리 2014. 10. 31. 17:19

2014.9.12(금)

모기한테 시달리며 밤을 보내던 중 이놈의 극성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태양의 기지개로 더 이상 밖에서는 잠을 자기 어려울 때가 다 되어서였다. 나를 잠 못자게 찔러대던 새벽의 태양의 볕을 뒤로하고 배개와 담요를 싸짊어진 채 시커먼 두 남자가 자고 있던 토굴방으로 다시 들어가 내 자리를 비집고 누웠다. 충분히 잤다고 판단한 시간이 일곱시 쯤 되었을까. 부산한 선풍기 바람과 더위가 더이상 자기 싫게 만든 탓이었다. 수건과 비누 하나 들고 나가 샤워장 입구에서 만난 홍콩의 처자들도 푸석푸석한 얼굴에 산발이 된 머리와 부시시한 옷차림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냄새나는 입을 벌려 인사하기도 머쓱해 외면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처자들도 민망한지 고개를 돌렸다. 이거 코메디냐?

씻고 나자 배가 고파왔다. 나는 식사 개시시간이 되어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해 브앙슈군과 팽후군을 깨웠다. 알았다는 대답은 건성이었고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들은 나올 생각을 안했다. 이게 그들을 괴롭히는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혼자 아침식사를 하기로 작심했다. 이 곳의 아침식사도 훌륭했다. 아침식사로 부페 테이블에서 빵, 계란, 잼, 버터, 치즈와 커피, 그리고 멜론을 챙겨다 외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만 빵 씹히는 느낌이 고무타이어를 연상시키는 흠이 있었지만 먹을만은 하다. 묵직하게 잘라 놓은 멜론도 무척 맛이 좋다. 아침을 이제 막 먹으려는데 처자들이 내 테이블 옆을 지나 정원에 면한 식당으로 향했다. 비앙카군이 내게 아침인사를 집어 던졌다. "하이 오빠."

잠깐이지만 감동했다. 여동생 빼곤 얼마만에 듣는 호칭인지 젊은날 연애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들이 음식 접시를 들고 내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조금 지나니 우리가 앉은 자리에 해가 들기 시작해 제법 피부를 따갑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원에 면한 식당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옮긴 자리에서 한 컷.

 

아침 식사 시간도 지나고 처자들도 떠날 채비를 마치자 그제서 브앙슈군과 팽후군이 아지트에서 나와 얼굴을 내밀었다. 셀카봉을 이용한 단체사진. 비앙카군이 홍콩으로 돌아간 뒤 보내온 사진 중 하나다.

 

처자들은 마을 곳곳에 있는 볼거리를 둘러본 뒤 이스파한으로 간다고 했다. 나와 팽후군은 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카샨의 볼거리를 찾아 떠났다. 이 곳에도 흙벽으로 지어진 집이 많고 대문 역시 감각적인 집이 많았다.

 

바로 근처에 모스크가 있어 이 곳부터 들렀다. 가이드북에는 없는 곳이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아서 아담한 분위기를 냈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그 아래층의 정원이 내려다 보이고 그 한가운데는 물이 담긴 풀이 있는 특이하고도 아름다운 모스크였다.

 

이 곳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온 개구쟁이 소년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실컷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문간에 자전거를 걸친 개구쟁이가 다시 사진을 찍으란다. 그녀석 인물이 좋아 사진은 잘나온다만 어차피 받지도 못할 사진 뭐하러 찍으라는지...

 

아무래도 우리는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가이드북을 펼쳐들고 자신있게 앞장선 팽후군은 도대체 그 자신감을 어디다 팽개쳤는지 기색이 당황한 채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길을 묻는 팽후군. ㅡ,.ㅡ;

 

길가다 브앙슈군을 만났다. 그도 헤매는 중. 어젠 그래도 알아듣겠던데 브앙슈군의 발음은 그다지 알아듣기에 용이하지 않았다. 나보다 영어실력이 나은 팽후군은 그래도 브앙슈군과 잘 통했다.

 

우리가 방문하고자 했던 저택을 찾아가는데는 거의 마을 한바퀴를 돌다시피 했다. ㅡ,.ㅡ; 한바퀴 돈 뒤에야 간신히 찾아낸 곳은 보르제르디의 집(Borujerdi House). 시간 11:00

 

입장료 100,000리얄

 

이 곳은 돈많은 수공품 상인의 집이었다고 한다.

 

사각으로 지어진 건물 가운데 정원을 두고 저택의 중앙에는 어김없이 돔이 설치되어 있다. 돔을 장식하는 문양은 모스크에서 본 것과 달리 단순하지만 그래도 화려하기 짝이 없다.

 

문양은 비교적 단순해진 대신 채색이 화려하다. 이 집의 소유주로 보이는 이의 초상화도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정원에는 어김없이 풀이 설치되어 있어 건물을 비추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곳을 나와 들른 곳은 역시 오래된 저택인 타바타바이의 집(Tabatabai House).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1:40 정도. 입장료 100,000리얄.

 

이 집도 4각으로 지어지고 가운데 정원을 둔 것은 같지만 본관의 윤곽과 실내 장식은 방금들렀던 보르제르디의 집과 비교하면 흡사한 면이 많다.

 

규모가 비슷하고 윤곽은 대략 유사한 형태지만 정원은 적잖이 다르게 배치했다. 정원에는 나무가 비교적 키가 작고 부분적으로 심어 달리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설치된 방 안으로 들어가니 창이 아름답기 짝이 없다.

 

이 방은 스테인드글라스와 출입문을 제외하면 외부의 빛이 들어올 곳이 없다.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내 기준엔 채광량이 불충분해서 우중충하다. 음흉한 짓을 하기 위한 용도라면 딱이다. 이 곳은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2층에서 내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이 정원을 향해 내려다 보고 마당쇠를 불러 심부름을 시키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이 곳을 나오자 근처에 오래된 하맘이 있어 이 또한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들어가봐야 뻔하다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여행경비를 절약하려고 그런건지 팽후군은 들어가지 않겠단다. 망설이는 내게 팽후군이 기다릴테니 둘러보고 나오라며 내 등을 밀어 넣었다. 

 

나는 터키에서 하맘에 들어가 때밀이 목욕을 하고 맛사지를 받아 본 기억이 있다. 하맘의 때밀이와 맛사지는 특별한 개운함의 경험이었다.

 

이 곳은 실제 목욕과 맛사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오래전 사용되었던 곳으로 유적지라 할 수있는 곳이다.

 

실내장식과가 문양이 무척 아름다워 공중목욕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벽에 돋을 새김과 벽감으로 장색한 채 채색을 한 벽도 무척 아름답고

 

타일을 이용한 아치형 천장 문양도 아름답기 짝이없다.

 

가운데 이러한 중앙 공중 욕탕 외에도 여러갈래의 방이 존재해 휴식용 방도 보이고

 

그 외 다른 방도 보인다.

 

계단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 보았다. 야즈드에서 이게뭔가 하던 그 시설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유리알을 끼고 울룩불룩 튀어 올라온 것은 돔이고 유리는 채광을 위해 끼워 넣는 등 이 곳은 하맘의 지붕이었던 것이다.

 

물을 길어 오르고 내리던 장치가 지붕에 설치되어 있다.

 

 

 

하맘에서 나오니 외벽 벽감에 팽후군이 편안하게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소짓는 팽후군.

 

나는 이 곳에서 하루를 더 묵을까 하던 계획을 변경해 바로 테헤란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팽후군은 이 곳에서 하루 더 머울 작정이었다. 짐을 싸든 나는 팽후군에게 점심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주변엔 좋은 식당이 없었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적잖이 걸었음에도 눈에 띠는거라곤 패스트푸드점 하나 뿐이었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도 한 번쯤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들어가 봤다.

 

레스토랑 내에 붙인 메뉴사진에는 접시에 소담스럽게 담긴 쇠고기도 있어 얼씨구나 쇠고기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 집엔 바게뜨를 이용한 샌드위치 뿐이었고 주문한 쇠소기는 거기에 들어가는 내용물에 불과했다. 푸짐하게 상추를 넣고 쇠고기를 다져넣은 이 샌드위치도 맛은 좋은 편이었다. 내가 계산하려 했더니 팽후군이 서둘러 계산해 버렸다.

 

팽후군과 작별인사를 한 나는 테헤란으로 갈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택시는 터미널이 아닌 버스 승차장에 내려 주었다. 마침 테헤란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중이었고 나는 표도 없이 올라탔다. 한동안 시동을 켠채 불불거리던 버스가 출발했다. 바로 앞에는 드라마라도 찍는지 자동차 두 대가 느려터진 속도로 나란히 가는데 한 대에선 아무런 장비도 없이 카메라를 든 사람이 상반신을 내민채 다른 차량 안을 들여다 찍고 있었다. 왠지 촬영방식이 무식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러면 경찰이 잔소리 하지 않나?

 

어쨌든 내 알바 아니고... 이 버스 안에서도 역시 먹거리와 마실거릴 내준다. 버스는 14:00에 출발했다.

 

테헤란의 거대 터미널(Terminal-e Jonoob)에 도착한 것은 대략 세시간 후인 17:00였다. 그동안 6~8시간의 장거리 이동을 하다 보니 가벼운 기분이다.

 

묵기로 작심한 곳이 피루제(Pirouzeh)호텔. 인터넷 상에서 예약을 하고 이틀 뒤 답변 확보 없이 입국하니 신청했던 픽업서비스맨도 없고 전화도 안돼었던 바로 그 호텔이다. 이 곳의 주인인 모사비씨가 친절하고 요금 대비 시설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꼭 묵어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 날 저녁은 이란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터였다. 터미널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지하철역을 찾았지만 같은 자리만 뺑뺑 돌게 만들었다. 간신히 찾아낸 지하철역은 평범한 건물을 역사로 둔 통에 역인지 알지도 못했고 지하철역임을 알리는 표시는 이게 지하철 역 안내 표시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희한한 모양새였다. 무슨 케이블카 표시 같기도 하고... ㅡ,.ㅡ;

 

이 곳에서 구입한 단구간 티켓.

 

테헤란 바자르와 이맘 모스크가 있는 있는 판드자 에 호닷드(Pandzah-e Khodad)역은 이 곳에서 몇 정거장 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나오자 신기하게 생긴 동양인이 재미있는지 말을 걸어 오는 사람들이 많고 자신들을 모델로 사진 찍기를 허락(?)하는 과잉친절의 사람들이 많았다. 귀찮을 정도였다. 아래 사진은 그들 중 극히 일부인 사람들인데 포즈와 표정이 재미있어 올려봤다.

 

이 곳에는 엄청나게 큰 바자르가 자리잡고 있어 슬슬 지나가며 복잡한 가운데 사람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하지만 거리에 면한 가게들을 제외하곤 이 날 바자르 안에 가게문을 연 상인은 없었다. 맥이 빠졌다. 나는 피루제 호텔로 가기 위해 다시 역으로 가 열차를 차고 피루제 호텔이 있는 멜라트(Mellat)역에서 내렸다.

 

드디어 찾아간 피루제 호텔. 골목 구석에 있는 호텔이지만 역근방 사람들이 대부분 이 호텔을 알고 있어 찾아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안에 들어가니 그 친절하기로 유명한 모사비씨가 친근하고 신사다운 목소리로 맞아 주었다. 나는 이란으로 오기 위해 한국을 떠나기 전 숙박과 픽업서비스 예약을 시도했고 답변 확보 없이 한국을 떠난 일과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픽업을 기다렸던 일 등을 이야기하며 피곤하고 힘들었던 입국 첫날에 대한 하소연을 나도 모르게 늘어놨다. 그는 일이 바쁠 때는 미처 확인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약간 어이없는 답변만 받았다. 그는 남아 있는 방이 없음을 미안해 하며 다른 호텔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그는 호텔방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소개하는 곳이라며 Asia Hotel로 가는 길을 알려 주려고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마자 본 호텔이라 설명을 사양하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나왔다. 아래 사진은 나의 카메라를 위해 일부러 포즈를 취해 준 모사비씨의 모습. 그는 목소리도 편안했고 말투는 신사다웠다.

 

그의 소개대로 찾아간 아시아 호텔.

 

주인은 무뚝뚝하고 그다지 싹싹한 맛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체크인 후 배정받은 방.

 

쓸만한 호텔에 체크인을 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적당한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고 나서 약간의 산책 후 갤리운 한대 피우기가 이 날 남은 최선의 즐기기. 한참을 걸었지만 적당한 식당은 고사하고 안적당한 식당도 보이질 않았다. 아 젠장 이 근방에 식당 하나 차리면 거지밥을 내와도 장사가 될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차들만 다니는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인사동 비스므리한 분위기의 거리가 나온다. 여기엔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아 젠장, 여기에서도 식당은 보이지 않고 간식거리만 보인다. 노점의 간식거리가 처음엔 아이스크림인가 싶어 하나 주문해 봤다. 주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니만 셋이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찍으란 소리다.

 

하나 받아든 나는 실망했다.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옥수수와 버섯 등을 섞은 간식거리로 맛은 그냥 껄쩍지근한게 밥먹기도 전에 배부터 불릴것 같은 불길한(?) 음식이었다. 그래도 기왕 산거 음식을 버리지 않는 나이니 다 먹었다. 

 

아무리 봐도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이 거리 초입으로 돌아왔다. 초입에는 한 제과점이 있고 바깥에 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아까부터 눈에 띠었다. 간식거리라 눈여겨 보지 않았었지만 식당이 없으니 이걸로 저녁을 때워볼까 싶었다. 늘어선 줄은 자동으로 튀겨내는 제조기(?)에서 나오는 도넛을 사기 위한 줄인데 제법 길었다. 나도 줄 꽁무니에 가서 붙었다. 가만 보니 차례가 온 사람들은 돈을 내는게 아니고 무슨 꼬리표 같은 종이 쪼가릴 내밀고 도넛을 받아갔다. 아 젠장,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지. 나중에 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니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고 종이를 받아 내 뒤 꽁무니에 붙는 것이었다. 내 차례를 포기하고 가서 계산부터 하고 종이 쪼가릴 받았다. 써있는 내용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안보이고 내가 알아볼 수있는 숫자도 물론 없었다.  

 

도넛은 반죽만 기계에 쑤셔 넣으면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둥글게 반죽을 싸고 적당한 시간에 뒤집는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시스템에 밀려 저쪽에서 다 튀겨져 나와 준비된 통에 툭툭 떨어진다.

 

직원은 그걸 비닐 그릇에 담고 소스만 뿌리면 그만이었다. 도넛이 부드럽고 맛있긴 한데 소스는 독약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달다. 어지간한 나도 다 먹지 못하고 먹다 먹다 네개는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 같다. 먹고 나니 배부르고 느끼하고 밥먹은 느낌은 없고, 근처에서 구입한 음료수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냉장되기도 전에 사가는지 미적지근하다.

 

어쨌든 민생고는 대충 해결했는데 왠지 밥도 안먹고 먹었다는 사기만 당한것같은 느낌이 못내 섭섭하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갤리운 카페가 있었다. 왠일인지 바깥에서 안을 볼 수없도록 밀폐되어 있어 구린데가 아닌지 살짝 의심도 들었다. 하긴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구릴 일도 없겠지만 구려봐야  애교수준일께 뻔했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 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구리 하우스의 수십개나 되는 입과 코에서 쉬지 않고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그 와중에 그 두배나 되는 숫자의 눈이 나를 향해 쏠렸다. 외국인은 출입하지 않는 이곳에 들어온 웬 노란놈이 신기한 모양이다.

 

가는 곳마다 말을 걸어 오는 사람들과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 뿐이다. 그렇다고 뻘주미네이션에 밀려 밖으로 나갈 내가 아니잖냐. 뻔뻐니네이션이 내 장기다.

 

나도 구석진 곳에 남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주문한 갤리운과 홍차.

 

담배도 안피우는 내가 갤리운은 중동지역만 가면 열시히 피워댄다. 항상 그렇듯이 사과향으로 주문했다. 향기가 무척 좋다. 하지만 갤리운은 담배 오십개비를 한꺼번에 피우는 것만큼이나 해롭다고 한다. 모로코 페스에서 만난 파블린의 설명이었다. 그러면 어떠냐. 즐기는건 이때 뿐인데 뭔 상관이 있나. 이곳의 직원(왼쪽)과 손님 중 한명과 기념촬영을 했다.

 

맥주가 못내 아쉬워 몰트비버리지 한 병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아직 잘시간이 되지 않으니 심심했다. 쉬라즈에서 만난 나즈메군이 이따금 문자를 보낸다더니 문자 한 번 없다. 문자를 보내보니 회신도 없다. 나중에 알았지만 통신사의 문제인지 그녀가 내게 보낸 문자에는 나의 회신이 한 번도 없었고, 나도 그녀에게서 문자를 받아보지 못했다. 어쨌든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니 왠지 허전한 생각이 든다. 이곳 테헤란의 호텔에서는 만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괜스리 사람을 허전하게 만든다. 봐도 이해하지 못할 TV 드라마를 하릴없이 보다 잠이 들었으니 그게 몇 시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도시 한복판 호텔 치고는 조용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