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4 이란

좌충우돌 낭만의 이란 5(쉬라즈/페르세폴리스)

코렐리 2014. 10. 2. 15:13

2014.9.7(일)

전날 투숙했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더워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호텔을 옮기면서 마실 물을 사는 것도 잊어 자다 말고 물을 사러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와 보니 비어있던 사무실에 주인이 앉아 있었다.

"에어컨이 고장난건지 내가 작동법을 모르는건지 에어컨은 놀고있고 더워서 잘 수가 없어요."

그가 시원찮은 영어로 무언가 설명하려 했다. 나는 그를 방으로 데리고 가 에어컨 컨트롤박스(말이 컨트롤 박스지 무식하게 대충 마무리된 금속박스에 덕지덕지 칠한 페인트는 죄 벗겨지고 여기에 눈금도 없는 다이얼 하나 달랑 달려 있었다)의 다이얼을 돌려도 반응이 없다는 시늉을 했다. 그가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더니 작동하지 않는 팬을 보여주며 그게 고장나서 그렇다는 시늉을 했다. 아, 이런 젠장. 주인은 이미 알고 있었단 얘기. 나는 화를 냈다. 그랬으면 진작에 이야기를 하고 양해를 구하든가 다른 호텔을 알아보게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새벽 두시나 되었는데 그때까지 더워서 잠못이루던 상황에 화가 치밀었다. 그가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은 에어컨은 썰렁할 정도로 잘 나왔지만 바람을 내보내는 쇳덩이 안에서는 뭔가 부속품이 제자릴 이탈했는지 덜그덕덕그덕하는 소리를 자장가 치곤 지나치게 크고 지속적으로 냈다. 다른 방을 요구했다. 없단다. 나가겠다고 했다. 30토만을 돌려줬다.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새벽 두시에. 이 곳 쉬라즈는 게스트하우스에 객실이 다 차면 문을 잠그고 주인도 잔다.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문을 잠갔다. 일부 잠그지 않은 곳도 방이 없거나 에어컨이 없거나 지나치게 우중충했다. 어떤 집은 복도에 에어컨 팬이 달려있어 전반적으로 실내 잡음을 냈다. 결국 다른 곳에 호텔을 잡았을 때 그 곳은 에어컨이 없었다. 직원이 영어를 하지 못해 에어컨이 있느냐 없느냐에 적잖은 실갱이를 했다. 그는 계속 "호나키" "호나키" 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나키는 천장에 매달린 팬을 말하는 것이었다. 시간은 새벽 세시를 넘기고 있었다. 빈 방을 찾아 다니기 시작한지 한시간이 넘었단 얘기다. ㅠㅠ 그냥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좀 시끄럽더라도 걍 잘걸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결국 에어컨 없는 방이지만 덥지 않은 1층의 방이어서 걍 자기로 했다. 새벽 세시에 체크인하고 다시 여섯시 반에 체크아웃할걸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간신히 다음과 같은 의사소통을 했다.

"예스 노만 이이기 하시오. 에어컨도 없고 세시간 자고 나갈건데 전액 지불은 어렵겠고 15토만에 체크인 가능하면 잘것이고 안되면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볼거요."

결국 이 곳에서 세시간 반 자고 아침에 씻은 뒤 나즈메군과 약속이 잡힌 성채 앞으로 나갔다. 나즈메가 도착하기 전 이도 거의 반 이상 빠진 허름한 차림의 한 노인이 가이드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외모를 보고 나서 그가 하는 유창한 영어에 뒤집어지는줄 알았다. 물론 나즈메군을 만나기로 했으니 가이드는 당연히 필요없었다.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놀라

"당신같이 영어를 이렇게 잘하는 이란인은 처음입니다." 하자 그는 5개국어를 한다고 말해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정시가 되었지만 나즈메군은 보이지 않았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간데다 음식을 만들어 이곳에 7시까지 오려면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했을테니 시간 맞추기는 쉽지 않았을게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그녀가 그제서 미안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녀는 정시에 도착했지만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를 햇갈려 엉뚱한데서 기다렸던 모양이었다.(전날 처음 만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녀는 어깨에 메고 온 쌕을 내리고 그 안에서 이것저것 꺼내 펼친 뒤 걸레빵(그녀가 가져온 음식을 절대 폄하할 생각은 없고 중동을 여행하는 한국 청년들이 이 빵을 걸레같이 생겨 그렇게 부른다)에 치즈를 바르고 슬라이스 오이와 토마토를 넣은 뒤 말아 내게 건넸다.

 

이게 이란식 전통 샌드위치란다. 그녀 덕에 신선한 야채와 함께 푸짐한 아침식사를 공원에서 즐길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버스 터미널이라고 해야 아주 작고 초라한데다 버스도 웃기게 생겼다. 아래 사진의 로컬 버스가 페르세폴리스로 가는 버스. 나는 이런 로컬 버스가 마음에 든다. 현지인들과 섞이기에 로컬버스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한 시간쯤 갔을까. 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탔다. 페르세폴리스 입구에서 내려 걸어들어가 입장권을 샀다. 짐은 입구에서 맡기도록 되어 있으니 짐을 몰짱 챙겨 나온 나로선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현지인과 외국인 표값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외국인은 15토만 현지인은 2토만. 나와 나즈메군의 티켓이다. 

 

이 곳엔 여고생들이 단체로 방문했다.

 

페르세폴리스 입구전경.

 

 

입구에는 페르세폴리스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미니어쳐가 전시되어 있다.

 

유적의 첫 관문이 말 형상의 거대 돌로 되어 있어 웅장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 곳이 크세르크세스의 정문이다(Xerxes's Gateway)

 

 

 

건물이 있던 자리들은 터와 기둥만이 남아있어 당시의 모습은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의 유적이 이 정도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면서도 다행스럽다. 이 곳의 기둥들은 도리아식도, 이오니아식도, 코린트식도 아닌 전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이 세가지 양식의 기둥들 보다 훨씬 독특하고 아름답다.

 

말의 몸과 사람의 얼굴 형상의 조형물에서도 대단한 위엄이 서려 있다.

 

오우, 날개까지 달렸군. 아마도 신화에 근거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크세르크세스 게이트웨이에서 이 곳으로 통하는 길이 군사로(Army Street)라고 한다.

 

형태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조각도 있는데 의미와 용도가 궁금하다.

 

돌을 쌓아놓고 대충의 윤곽만 갖춘채 중단된 미완성 게이트(Unfinished Gate). 그나마 앞에서 보면 어느정도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뒤에서 보면 그냥 돌만 쌓아놓은 것 같아 형체를 알 수 없다. 

 

100 기둥의 궁전 입구(Palace of 100 Columns)

 

어마어마한 조형물.

 

페르시아 병사들을 세워 놓은 부조.

 

사람이 없어 황량하게 느껴졌을 이 곳에 여고생들의 단체 관람으로 약간은 떠들썩한 분위기가 되었다.

 

칼하나 들고 사자와 싸우는 이 용맹한 인간은 누구일까. 다리우스나 크세르크세스일 것으로 지레 짐작만 해본다. 용비어천가나 김일성전기보다는 과장이 덜해보인다.

 

왕을 알현하던 장소인 아판드나 궁전(Apandna Palace)의 벽면에 새겨진 부조. 나즈메군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곳에 새겨진 부조의 내용은 이웃나라의 사신들이 선물을 바치기 위해 줄을 늘어선 모습이라고 한다. 양도 바치고

 

그릇에 담긴 무언가도 바치는 모습이 보인다.

 

외국의 사신 모자와 얼굴은 하도 만져 빤질빤질하다. 만지면 행운이라도 오나?

 

사자가 황소를 사냥하는 모습은 겨울을 몰아내는 봄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나도 부조들의 병사들과 함께 유치한 포즈 함 취해 봤다. 나즈메군이 찍은 사진.

 

크세르크세스의 궁전과 다리우스의 궁전은 터만 남아 있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32개 기둥의 홀(Hall of 32 Columns). 역시 터만 남았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페르세폴리스의 중심부

 

우리는 크세르크세스의 정문 반대편 끝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를 주문해 그늘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여고생들이 어느새 열댓명이 되었고 우리를 반원형으로 둘러싼 채 나즈메군에게 이것 저것 물어봤다. 나즈메군이 그들에게 이것저것 대답하는 동안 한 여학생은 남편이냐고 내게 물어왔다. 나는 그냥 친구이고 이곳에서 만났다고만 했다. 그들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들이 얼굴을 피하려 하고 나즈메도 찍지 말라고 한다. 내가 무언가 알지 못하는 실례를 한 모양이다. 나는 한 여학생에게 카메라를 내주고 우리나 찍어 달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나즈메군이 난감해했다.

이유를 물으니

아니라고 극구 설명하는데도 이 번엔 다른 여학생이 오고 새로 다른 여학생이 와서는 비슷한 질문을 계속 하더란다.

"언제 결혼했어요?"

"어디서 결혼했어요? 한국에서 했어요 이란에서 했어요?"

"아기는 왜 안데리고 왔어요?"

"어떻게 만났어요?"

"남편은 국적이 어디예요?"

"선글라스 한 번 벗어보세요. 눈이 남편처럼 쭉찢어졌는지 궁금해요."

"ㅡ,.ㅡ;"

나즈메군이 그 얘기를 하고 난감해하는 찰라에 셔터가 당겨졌다. 대략난감.  

 

그들이 가고 우리는 페르세폴리스를 한 눈에 내려다 보기 위해 언덕을 올랐다.

 

뻔히 보이는 바로 앞 언덕을 오르면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세와 3세의 무덤이 좌 우로 하나씩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바위에 형상을 새기고 그 아래를 파서 만들었다. 파여진 곳에 관을 넣은 것 같다. 이 곳에도 그늘이 있어 한동안 쉬고는

 

유적지 바깥쪽 휴게소에서 나즈메군이 준비해 온 음식을 펼쳤다. 아침에 먹은 것보다 훨씬 푸짐했다. 감자를 잘게 다져 코마토와 함께 졸이거나 볶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 주요리에 야채 등과 함께 얇은 빵에 싸서 먹는다. 이란의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정성이 가득한 음식에 감사한 뒤 배가 터지도록 먹어도 준비한 음식은 엄청 남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버스정거장으로 이동한 뒤 쉬라즈로 돌아가는 버스로 갈아타면서 나즈메군이 이후 원하는 일정을 내게 물었다. 나즈메군의 훤한 지리에 힘입어 쉬라즈에서는 헤매느라 낭비한 시간도 없이 가 볼 곳은 다 가봤다. 나는 야즈드로 넘어가는 야간 장거리 버스표부터 구한 뒤 승차 전 남는 시간에 페르시아식 전통 카페에서 갤리운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터미널에서 야즈드(Yazd)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았다. 나즈메군이 야즈드로 가는 버스표 창구에서 알아본 결과 버스표가 동났다고 했다. ㅡ,.ㅡ; 휴가를 많이 낼 수 없는 나같은 월급쟁이가 땅덩어리 넓은 나라에서 이용하는 야간버스는 시간을 절약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 수단이 없으니 나는 잠시 망연자실해졌다. 그래도 계속 무언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나즈메군이 나를 돌아보며 걱정 말라는 듯 눈을 찡끗해 보였다. 아니 세상에 이런 예쁘기 짝이 없는 여자를 봤나. 그녀는 곧 야즈드로 가는 11시 밤차 표를 내밀었다. 어떻게 구했냐고 물으니 다 방법이 있다면서 이 표를 내주는 대신 아라비아숫자 표기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의외로 아라비아 숫자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이 나라가 그 정도로 폐쇄된 나라인지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페르시아식 문자와 숫자를 모르는 탓에 버스표를 확보하더라도 행선지가 맞는지, 승차위치는 어디인지, 몇시 차인지 영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했다. 표를 구한 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쉬라즈 시 외각의 한공원으로 갔다. 돌로 벽을 세운 이 곳이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그 돌벽 끝에 샴살레마레라는 카페를 찾았다.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은 곳이어서 나즈메군을 만나지 못했다면 결코 올 수 없었을 곳이지만 정말 멋진 곳이었다.

 

나는 이 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 곳이 전형적인 페르시아식 갤리운 카페라 한다. 나는 이 곳에서 커피와 갤리운을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생각이 굴뚝같아 이 곳에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있단다. 아이스로 주문했다. 나온 커피는 내가 생각한 그런 스타일의 커피가 아니었다. 커피크림도 잔뜩 들어가고 엄청나게 달기까지 했다. 얼음은 알량하게 한 두개가 동동 떠 있었는지 거의 녹고 없다. 양은 어찌나 많던지. 내 표정에 못마땅함이 묻어 있었는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며 원하는 스타일을 물었다. 그냥 마시겠다고 했지만 그는 원하는데로 해주고 싶단다.

설탕도, 크림도, 밀크도 넣지 말고 얼음만 많이 띄워 달라고 했다. 그가 커피를 다시 내오더니 내 표정을 살폈다. 가져온 것은 바로 전에 다져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전보다 설탕과 밀크의 양만 줄였을 뿐이었다. 이들에겐 크림이나 밀크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모양이었다.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냥 배려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마시려 했더니 다시 묻는다. 도대체 원하는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나. 다시 설명했다. 밀크와 설탕은 안들어갔지만 원하는 것보다 많이 진하고 얼음은 없었다. 나는 미안한 생각에 꼭 원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 뒤 짐짓 맛있는체 마셨다. 이제까지 적지 앟은 나라에서 카페와 그리고 레스토랑을 다녀봤지만 고객의 만족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은 처음 봤다. 미안할 정도였다. 

 

이 곳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 저녁식사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리를 뜨기 전 나는 화장실 가서 씻고 약간 뜸을 들이고 난 뒤 돌아왔다. 밤차로 떠나자면 그 전에 씻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새 나즈메군이 낮에 남은 음식을 꺼내 토마토에 졸인 감자와 상추를 넣고 널찍하고 얇은 빵에 얹어 돌돌 말아 쌓아 놓았다. 가다 새벽에라도 배가 고프면 먹으라는 거였다. 마음 씀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동안의 배려가 너무나 고마워서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었만 도대체 마땅한게 없었다. 우리가 나갈 때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독일인 부부가 나즈메에게 말했다.

"이렇게 완벽한 여성은 처음 봤어요. 나는 평생을 남편과 살았지만 떠나는 남편에게 정성을 담아 음식을 싸주는 일은 해 본 적이 없어요."

함께 다니면 부부로 아는건 이란 사람들만 그런줄 알았다.  이젠 독일인 관광객들까지 오해 패거리에 가담했다.

 

이 곳에서 즐긴 갤리운. 이 날은 왠지 몇 번 흡입하고 나니 어지러워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아깝지만 몇모금 빨고 끝. 그런데 갤리운 자체가 예술품 못지 않다.

 

집이 만만치 않게 먼 나즈메군에게 더 늦기 전에 먼저 돌아갈 것을 권했지만 동생이 11시쯤 차를 끌고 데리러 오기로 했단다.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서점을 찾았다. 잘됐다 싶어 시를 좋아한다는 그녀를 위해 릴케, 하이네, 바이런를  차례로 물었지만 이 곳은 종교서적만 취급하는 곳이었다. ㅡ,.ㅡ; 그녀는 큼직한 코란을 하나 샀다. 나는 화장품 가게로 가 한사코 사양하는 그녀에게 세가지 화장품을 사서 건넸다. 적지 않은 돈이 깨졌지만 이방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에 대한 보답으로는 너무 작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오히려 들었다. 남은 시간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자리를 잡자 나즈메군이 구입한 코란을 꺼내 무언가 페르시아어로 적더니 종교문화에 관심이 많은 내게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내밀었다. 그녀는 페르시아 숫자를 모르는 나를 위해 버스 승차까지 돕고 돌아갔다. 섬세한 그녀의 배려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