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4 스리랑카·태국 the 2nd

쓰리랑 카~~~!(5: 콜롬보→인천)

코렐리 2014. 9. 25. 17:50

2014. 6.6(금)

갈길이 멀다. 이 날이 서울로 돌아오느 날이다. 회항기를 타자면 이 곳에서 콜롬보로 가야 하고 코롬보에서 다시 공항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일찍 일어났다. 아침 07:20에 조식을 마쳤다. 전날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 모기장을 펼치다 잘못 건드려 천장 이음새로부터 내려온 연력 부위가 떨저져 나가버렸다. 천장에 끊어진 부이를 대충 묶어 다시 사용했다. 꿰매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나가기 전 주인 아줌마에게 사실을 말했다. 그녀는 욕심많은 사람이었다.

"이 모기장은 내가 고칠 수도 없고 수선하는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여기서 멀고 수리비도 비싸요."

"얼마나 드리면 돼요?"

"이걸 포장해서 수선하는 집에 보내고 다시 받는 경비까지 다 하면 300 루피는 들어요."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내가 협상해서 깎은 숙박비에서 보상을 받으려는 심산이었다. 실갱이 하기도 싫어 요구하는대로 내주었다.

짐을 모두 싼 뒤 떠나기 전 인사나 하려고 내실 문을 두드렸다. 남편이 나왔다. 인사하려고 노크했다고 하니 그가 아줌마를 불렀다. 모기장에 바느질을 하던 그녀가 은근슬쩍 안보이는데로 던지며 시치미를 떼고 나왔다.

"고마웠습니다. 지금 떠나려고요."

"그녀는 대충 인사를 받았다. 바느질하는걸 들켰으니 300루피의 부당이득에 뒷절이 결렸던 모양이다."

어쨌든 숙소를 나왔다.

 

천천히 바닷가를 한 번 더 둘러 보았다. 잘있거라 파라다이스여.

 

 

 

요새 입구를 나오자 왼쪽 넓은 공터에서 필드하키 연습을 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들어온다.

 

올 때는 기차를 탔으니 이 번엔 시외버스를 타기로 했다. 골 중앙 버스터미널.

 

콜롬보로 가는 버스다. 콜롬보로 가는 표를 산 뒤 탑승했다. 

 

경치를 보기에 가장 좋은 앞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 앉은 처자 나디(Nadee)군. 그녀는 친정인 Galle에 들렀다가 콜롬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결혼한지 2년 되었지만 남편은 영국에서 일하고 있어 결혼 초임에도 많은 시간을 남편과 떨어져 지낸다 하니 조금 안쓰럽다. 장시간의 이동이었지만 그녀와의 대화가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녀는 콜롬보에 도착하기 직전 버스에서 내렸고 나는 콜롬보 중앙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바로 근처 Fose Market부터 찾았다. 이 곳이 Self Employees Market이라 불리는데 그렇다면 노동시장 아닌가? 이름때문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곳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안에는 맥주안주로도 좋을 건어물과(꿀꺽~)

 

각종 신선한 야채가 많이 보이는데

 

우리가 먹는 야채와는 생김새가 다른 것들이 많고

 

전혀 보지 못한 것들도 눈에 많이 띤다. 이게 바로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다.

 

헐. 고등어를 통째로 말린 건어물은 여기서 처음본다. 건어물 치곤 왠지 깔끔해 보이는게 맛있을 것 같다.

 

이건 뭐냐. 고추는 아닌것 같은데 생긴건 비스므리 하고...

 

과일들도 무척 먹음직해 보인다.

 

시장 사람들.

 

이건 또 뭘까.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설마 옥수수는 아닐테지.

 

시장구경 실컷 하고 나서 길을 가다 보니 카톨릭 교회가 보이고 미사가 집전중이었다. 나도 현지인들 틈바구니에 들어가 마사에 함께 참례했다. 미사참례는 교인으로서의 도리이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참례하는 미사는 특별한 경험을 갖게 한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와 레바논의 비블로스에서의 경험 이후 세번째다. 물론 무슨 소린지는 감이 하나도 잡히지 않고 감으로 따라한다.

 

미사 후... 와~ 완전 대박. Bar가 다 있냐. 대낮인데 영업한다. 대박.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에어컨을 켜지는 않았지만 천장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팬 덕에 어위는 씻어낼 수있었고 시원한 맥주가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이 곳 현지의 스트우트맥주는 제법 맛이 좋다.

 

안주로 주문한 쇠고기. 잘게 썰은 고기를 볶은 뒤 야채와 버무려 내놓았다. 매콤한게 맛이 아주 좋다. 습도 높고 더위가 혹독한 대낮부터 얼굴이 불콰해지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밤비행기이니 만큼 내게는 남은 시간도 많았다. 맥주 한 병 쪼잘머리 없이 아껴 먹기도 쉽지 않다. 아누와 맥주 570루피

 

주변에는 볼거리가 적지 않았다. 근처에서 배회하다 공항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돌아다니다 깔끔한 부페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값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편이다. (13:20)음료 포함 680 루피.

 

점심 먹고 난 뒤 해변을 거닐었다.

 

 

해변을 전망으로 둔 서양식 관공서 건물

 

파도를 벗삼아 노는 청소년들.

 

다니다 보니 역시 더위에 다시 지치게 된다. 쇼핑센터로 들어가니 비교적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다. 전기가 풍족하지 않은건지 에어컨을 한국에서 처럼 강하게 작동하는 곳은 없는데 이곳은 한 번 들어오고 나니 나갈 생각이 들질 않았다. 이 곳에서 한참 머무는 동안 마신 딸기 주스(400루피). 딸기를 그대로 갈은거라 무척 걸쭉하고 맛도 좋은게 배까지 든든해진다.

 

골의 숙소에서 개미에 물린건지 진드기에 물린건지 자국이 처참하다. 보통 가려운게 아니었다. 이거 돌아온 뒤로도 며칠은 갔다.

 

쇼핑센터에서 시간을 보낸 뒤 19:20에 공항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120루피.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20:30. 저녁 먹을 시간이다. 이곳에는 구내 식당이 아주 좋다. 구내식당은 공항 직원들과 승무원들이 주로 이용했다. 음식이 먹을만은 하지만 스리랑카 물가 대비 비싼 편이다. 이 곳에서 식사한 뒤 기념품 몇 개 사 남은 루피화 남김없이 썼다.

 

2014.6.7(토)

항공기는 토요일로 넘어가 오전 1시20발이었다. 공항에서 적지 않은 시간 용케 보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후 여섯시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그 시간을 넘어 밤늦은 시간이나 지금처럼 익일 새벽에 떠나게 되면 그러잖아도 하루종일 돌아다닌데다 늦은시간에 장거리 떠나려면 심적으로 부담이 있다. 캄보디아 이후 최악이 비행시간이다. 어쨌든 스라랑카 음식은 커리가 주종이면서도 인도와는 달리 음식맛에 풍부함이 부족하다. 오히려 기내식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아침 6시15분쯤 방콕 공항에 도착했다. 4시간 넘게 넘는다. 이 항공기가 인천으로 바로 가는것도 아니다. 홍콩에 들러 승객 더 태우고 떠난다. 홍콩에서의 환승대기 시간은 1시간. 만일 태국에서 1시간, 홍콩에서 4시간여가 남는다면 금상첨화다. 홍콩으로 입국해 공항 전에 가보지 못했던 공항 근처 거대 불상이 있는 공원에 들러볼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렇게 뭐가 잘 맞아 떨어지는게 흔하게 있을라구.

 

오전 10시 45에 태국을 떠난 항공기가 홍콩을 거쳐 인천에 도착한 시간은 토요일 오후 8시.갈아타면서 기내식이 활씬 더 좋아졌다. 이것으로 8일간의 스리랑카 여행을 종료했다. 

 

스리랑카 여행으로 8일이면 아주 적당한 시간인듯하다. 더위에 지쳐 더 다니라고 시간을 줘도 못다닐 정도로 스리랑카의 더위와 습도는 살인적이다. 나디군의 말에 의하면 1년 내내 이렇게 덥다고 한다.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인다.

 

스리랑카는 불교도가 거의 대부분의 국민을 차지한다.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지만 한국과 다른 불교건축과 문화를 실컷 볼 수 있어 좋았다.

아마도 이곳에서 본 원숭이는 평생을 봐도 그만큼은 보지 못할 정도로 원숭이가 흔하다는 사실이 놀랍니다. 개보다 흔하다고 표현한다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곳에서 본 불상들은 그다지 흔하다고 할 수없는 독특한 형태가 많다. 우리가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좌상은 물론 입상과 와상을 이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있다. 네팔에서도 콘크리트로 세워진 불상에 흉물스러운 색을 감추기 위해 채색을 하는 경우는 봤지만 이 곳처럼 돌로 만들어진 부처상에 채색을 하는 경우는 이 곳에서만 본 것 같다. 담불라에서 본 석굴 사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종종 종교의 힘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유적을 남기곤 한다. 거대한 바위를 파서 부처상을 깎아내는 놀라운 이 사원은 불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작품들이라 해서 크게 허물이 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음식문화에 대해서는 네팔과 비교해 크게 낫지 않다. 자녀본 중 네팔과 스리랑카의 음식들이 가장 빈약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인만큼 아쉬움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