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파리의 고흐전 관람 후기

코렐리 2012. 12. 17. 22:10

2012.12.16(일)

2008년 1월. 암스테르담 고흐박물관에 들러 고흐의 진품을 모두 보고 오는 사치를 누렸던 적이 있다. 돌아오자마자 국내에서도 고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또 보러 갔었다. 국내 전시회에는 씨뿌리는 사람, 까마귀가 나는 들판, 노란집 등 작가의 빛의 감성과 독창적 기법이 정점에 있던 작품들로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암스테르담의 박물관에서 본 작품들이 여기서도 동시에 전시되고 있다면 의아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대작들은 거의 대부분 모작임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런 대작들이 원정전시를 한다면 그 작품을 보기 위해 실제 현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질만 하지 않은가. 어쨌든 진품을 보고 돌아왔으면서도 나는 모작들을 또 보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돌아오는 즉시 시립미술관을 찾았었다. 2012년 12월 현재 또다시 테마를 달리한 고흐 작품을 전시한다. 이 번엔 작가가 파리에 체류했던 짧은 기간의 작품들을 테마로 한 전시였다. 1886년 파리로 가 빛의 세계를 자신의 작품세계로 독특하게 끌어들이기 시작한, 시기적으로 아주 중요한 때의 작품들이었지만, 그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품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되는데다 고흐박물관 보수작업으로 인해 이번 전시엔 진품들이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래 저래 안갈 이유 없었다. 일요일로 날을 잡아 점심 먹고 바로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마을 버스에 올라타 예술의 전당에 입성했다.

 

매표소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전시장 안에 들어가면 가까이서 작품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길게 줄을 늘어선 채 느리게 이동하는 줄에 합류해야 했다. 한 작품에 눈을 대는 시간은 당연히 길고도 길었지만 그 덕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작품을 뜯어보지 않고 조금 떨어져 쉬익 보고 나가는 사람들이야 그럴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표값은 15,000원.

 

전시장 내부의 열기를 찍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욕먹을테니 포키. 이 날 전시된 작품들 중 일부를 여기저기서 퍼왔다.

 

자화상. 고흐에게 자화상이 유독 많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물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가난한 화가였던 그는 모델을 고용할 돈이 없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점과 빛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함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레오니 로즈의 초상. 이 때만 해도 붓터지가 대부분 굵지 않았다.

 

연인들이 있는 공원. 이 그림 역시 마찬가지.

 

쟁기로 간 밭. 이 그림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붓터치가 무척 굵고 투박하다. 나름 지레짐작으로는 파리 후기의 작품이 아닌지 모르겠다.

 

탕귀 영감. 일본 판회에 영감을 많이 받은 고흐가 일본의 그림앞에 앉은 탕귀영감을 그렸다. 배경도 인물 못지 않게 인상적인 그림.

 

해바라기 농장. 무식한 내가 보기엔 어린애 습작같다. ㅡ,.ㅡ;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은 후기작들로 아를르의 방, 오후의 휴식,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씨뿌리는 사람 등이다. 그 중 하나 샀다. 아래 사진은 만만치 않은 값을 주고 구입한 아를르의 방. 캔버스에 프린트한 그림이다. 황금빛 액자에 담긴 놈으로 사려 했더니 값이 두 배가 넘는다. 고민끝에 액자 없는 캔버스로 사왔더니 이거 또 후회되넹? 어쨌든 내 집 한켠에 자리 잡았다.

 

고흐의 그림이 들어간 잔세트, 아이리시, 해바라기, 나머지 하난 머였더라? 아몬드 나무

 

고흐에 환장한 내가 그동안 사 모은 고흐 기념품들 중 일부. 고흐의 초상화가 들어간 위스키잔은 암스테르담에서, 해바라기가 그려진 맥주잔은 동네 마트에서 샀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시는 울 노인네를 위해 구입한 에스프레소 잔세트 총 4개. 1세트에 같은 그림의 것이 2개 들어 있다. 이 것이 4종이 있는데 하나씩 뽑아 4개를 전부 사고 싶었지만 2개들이 세트로만 팔았다. 할 수 없이 2개 세트 2종으로 4개를 샀다. 아이리시와 해바라기 두가지.

 

도록도 하나 샀다. 대형도록은 3만원 소형 도록은 1만원 지출이 넘 커서 작은 놈으로 샀다. ㅡ,.ㅡ; 표지에는 탕귀영감이 그려져 있다.

 

책에 펼쳐진 그림은 자고새가 나는 밀밭.

 

이 번 전시회는 10년에 걸친 시리즈 전시회의 그 두 번째라고 한다. 2008년에 시립미술관에서 봤던 그 전시회가 첫 번째였던 셈이다. 그럼 5년 뒤인 2017년이나 되어야 나머지를 볼 수 있겠군.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