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공연전시후기

제 3회 레코드 페어

코렐리 2012. 11. 15. 18:31

2012.11.10(토) ~ 11.11(일)

금년에 이미 레코드페어를 했으니 다시 열리면 내년이나 될 줄 알았다. 금면에 한 번 더 연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가봤다. 레코드점을 경영하는 지인의 정보로 알게 된 이 행사는 홍보도 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는 인터넷에 들어가 봐도 거의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첫 날 문열기도 전에 가봤다. 지인의 빽으로 일찍 들어갔다. 상수동에 있는 무대륙이란 후미진 전시공간이었다.

 

딜러들이 한참 문 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오후 1시가 되자 관람객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양일간 관람객 수는 얼마되지 않아 공연을 위한 아티스트들 초청료와 대관료만 해도 적자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최측에선 이미 적자를 예상하고 있었다. 저변확대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일부러 한 번 더 열었단다. 그래서인지 소규모로 열렸다.

 

첫 날 마지막 초청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으로 내려가 봤다. 공연 하나만 해도 올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얼마전에 조직한 신중현 트리뷰트 밴드라고 하는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던 최고의 베이시스트 송홍섭씨, 신중현씨의 아들인 기타리스트 신윤철과 신석철(원래는 드러머였으나 이 날은 기타를 쳤음), 그리고 잘생긴 드러머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보컬리스트는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두 명의 쟁쟁한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 파워 넘치는 드럼... 다 좋은데

 

보컬리스트의 파워와 카리스마가 아쉽다. 꽃잎, 거짓말이야, 늦기 전에, 후회, 님은 먼곳에 같은 그런 신중현의 귀에 익은 레퍼토리들이다.

 

연주 모습을 영상에 담아 보았다(후회)

 

하나 더(꽃잎)

 

이 번에 대박 건진 음반들이다. 물론 값도 엄청 저렴하게 대박을 올렸다. 이 날 75만원은 질렀나 보다. 그 중 몇 장만 올려봤다. 시가보다 한참을 싸게 샀다.

 

1. 말러 교항곡 2번, 레너드 번스타인, 뉴욕필, DG(성음)

디지털 녹음 중 연주와 음질 모두에 있어 호평을 받고 있는 레너드 번스타인 말년의 녹음이다. 느림의 미학으로 천착했던 번스타인의 특징이 잘 녹아 있는 음반이며, 젊은 날의 기백있던 컬럼비아 녹음의 연주 보다는 내면 깊숙히 들여다 보기 위한 그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말년에 녹음한 말러 사이클은 재킷 디자인도 워낙 아름다워 전부터 콜렉터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 다 좋은데 이 음반이 그토록 고가로 거래도히는걸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발매량이 많지 않고 쥐고 있는 사람들이 내놓지 않는 탓에 값이 오르는 문제지만 갠적으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래의 음반은 독일반이 아닌 한국 라이센스반이다. 독일에서 한차례 찍고 난 스템퍼를 가져다 찍은 음반으로 음골이 무뎌졌다는 사실을 무시한다면 같은 음반으로 봐도 좋다. 하지만 이 음반도 상당히 값이 올랐다. 시세보다 상당히 싸게 건져 흐믓하다. 이 음반 사이클 중 이것 외에 교향곡 9번,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까지 구했다. 나머지도 손아귀에 넣을 기회가 올른지...

 

2.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1번(계몽사)

라이센스 음반 중 가장 안보이는 음반 중 하나다. 비교적 희귀곡인 쇼스타코비치의 트리오가 들어 있어 즐겁고, 저렴한 가격이어서 또한 즐겁다. 전부터 손아귀에 쥐고싶던 음반인데 값까지 착하니 감동 두 배다. 역시 독일에서 스템퍼를 가져다 찍은 경우다.

 

3. 핑크 플로이드, The Wall 영국 초반.

이 음반은 원래 오리지널이 미국 컬럼비아다. 하지만 영국의 음반은 만듦새나 음질이나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어 미국 오리지널보다 오히려 영국 라이센스가 각광받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핑크 플로이드는 워낙 좋아하는지라 컬랙션을 하는 중이지만, 이 음반은 현재까진 라이센스만 쥐고 있었다. 레코드 페어에서 영국 초반이 눈에 띠었지만 반질이 완벽하지 않아 생각을 접었지만 제시하는 가격이 워낙 좋아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주 만족하고 있다. 전에 미국반을 갖고 있다가 음질이 마음에 차지 않아 누군가 줘버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은 음이 선명하고 푸근해 이 것만 듣게 될 것 같다.

 

4. 도노반, Slow Down World. 미국 초반

포크 음악으로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영국에는 도노반이 있다고 할 정도로 포크에 있어서는 상징적인 인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후기 명반으로 알려진 이 음반은 음악이 사이키하다고 하는데 아직 들어보지 못했음. 빨리 들어봐야 하는데 구입한 음반이 많아 늦은 퇴근 후에 조금씩 들어 보려니 아직 턴테이블에 얹어보지 못했다. 반질은 거의 완벽에 가깝고 이 역시 저렴하게 집어왔다.

 

5. 이 지간띠, Terra In Bocca, Poesia di un Delitto, 시완레코드.

이탈리아 프로그래시브 락그룹 이 지간띠의 음반. 이탈리아에는 훌륭한 프로그래시브 락그룹이 유독 많지만 널리 보급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시완레코드가 이탈리아의 록그룹을 많이 소개했는데 이 음반도 그 중 하나다. 사실 재킷디자인부터가 인상적이고 그래서 전부터 더욱 갖고 싶었던 음반이다.

 

6. 클리포드 브라운과 맥스 로치 at Basin Street, 머큐리 일본반.

일본만큼 다양하게 음반을 찍은 나라도 드물 것 같다. 클래식과 재즈만 하더라도 출반하지 않은 음반이 없다. 일본인들의 매니아산업은 수많은 오타쿠를 만들어 낼정도로 깊숙하고 다양하다. 심지어 미국 본토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음반들도 수두룩하다. 롤라 보베스코의 필립스 박스세트, 수크의 헨델 소나타, 로이 부케넌의 일본 라이브 음반, 소니 클라크의 Sturning 2(블루노트) 등은 일본 레코드산업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미국에서 출반된 재즈 음반이 비싸고 희귀해서 대안으로 많이 선호되는 것이 일본의 음반들이다. 손아귀에 쥐기 좋은만큼 값도 저렴한 편이다. 혹자는 일본반이 소리가 좋지 않다며 기피하지만 내가 가진 일본계 오디오에는 일본반이 오히려 잘맞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뮤지션 클리포드 브라운과 맥스 로치의 여러 세션앨범 중 하나. 드러머 맥스 로치의 얼굴이 삐끔이 보이는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호감부터 간다.

 

7. 버디 가이, First Time I Met the Blues, 체스레코드 일본반(2LPs)

블루스 음반 중에서도 유독 버디 가이의 음반은 흔치 않다. 블루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그의 음악은 이상하리만치 처음 듣는 순간부터 강한 흡입력이 있다. 이 음반 역시 일본반이다. 도대체 일본에서 찍지 않은 음반은 뭔지 궁금하다. 있기나 할까.

 

8. 서유석, 선녀, 나는 너를.

오랫동안 갖고 싶어 하던 음반이다. 서유석의 비음 섞인 음색도 좋지만 곡도 전반적으로 버릴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좋다. 신중현이 작곡과 편곡을 한 음반으로 신중현의 팬이라면 필청반이기도 하다. 서유석의 선녀라는 곡을 처음 듣고 그 잔잔함과 애잔함에 이 음반을 꼭 손아귀에 넣겠다고 작심했지만 음반 값은 신옹과 서옹의 인지도에 힘입어 장난 아니게 높다. 생각지도 않은 이 번 레코도 페어에서 이 물건이 나왔는데 반질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나는 그저 튀어 제자리를 도는 곳만 없으면 된다고 판단하고 물었다. 이 물건을 내게 준 사람의 안넘어 가는 곳 없다는 말에 믿고 집어왔다.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지만 부르는 값에 귀를 의심할 정도로 저렴하게 줬다. 고맙게 집어올 밖에. 집에 가져와 단숨에 다 들어 봤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반질과 달리 잡음이 거의 없음에 놀랐다. 이거 준 사람한테 술이라도 한잔 사야 되는거 아닌가 몰라. ㅎㅎㅎ

 

9. 양희은, 고운노래모음 제 2집, 서울로 가는길.

순수하기로 말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양희은의 목소리가 담긴 2집. 반질은 기가 막히지만 재킷은 계속 부스러지는 상태다. 게다가 재킷 앞면과 뒷면이 따로 떨여졌다. 밀봉용 비닐에 재킷만 담아 두고 그 위에 다시 비닐 재킷을 씌웠다. 양희은 초창기의 음악인 만큼 전체적으로 구수한 포크가 가득 담겨 있어 행복한 음반이다. 역시 싸게 샀다.

 

동물원의 멤버였던 이성우의 두 장짜리 프로그래시브 락 음반이다. 재킷부터가 멋진 이 음반은 재킷만큼이나 안에 담겨진 음악도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락을 구사한다. 이성우의 전혀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음반. 이 음반은 워낙 희귀해 좀처럼 손아귀에 넣기가 쉽니 않다. 혹시라도 오다가다 이 음반이 눈에 띠면 그냥 지나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재킷은 물론 음반도 민트급으로 최고의 상태지만 오비아이가 없는게 흠이다.

 

이 외에도 건진 음반 많지만 일일이 다 올리기도 뭐해서 그 중 장르별로 한장씩만 올려봤다. 당분간 이 음반 들어보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 같다. 행복하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