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8(목)
계획 자체가 배낭여행하고는 거리가 먼 관계로 짐을 줄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막상 트렁크에 필요한 거 다 갖고 가려는 생각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신발도 가죽캐주얼화를 신고, 운동화도, 샌들도 넣었다. 등산도 계획에 넣었던 관계로 등산화까지 챙기려고 보니 탱크같은 신발이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생략. 대신 등산복은 챙겼다. 등산복에 운동화라... 웃기는 조합이지만 내가 언젠 모델이었나...? 입고있던 남방, 여름 콤비, 청바지 외에도 면바지, 객실에서 입고 뒹굴 반바지와 헐렁한 티셔츠, 외출용으로 갈아 입을 티셔츠 두 벌을 더 챙겼다. 쓰고 있던 중절모 외에도 등산모자와 야구모자까지 챙겼다. 상황에 따라 바꿔 쓰고, 신고, 입자는 수작이었다. 이렇게 챙기고 그 것도 모자라 책까지 두 권 넣었다. 사실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기본 생존에 필요한 것들만 20리터 들이 배낭에 있는대로 구겨넣고 수납해 다니던 나의 습관에 비추자면 이율배반적이다. 하지만 이 번엔 배낭여행이 아니고 그냥 칭다오에서 푹 꼬꾸라졌다가 게으른 눈 뜨고 나면 돌아올 여행이다. 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1,2권.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관계로 5번째 읽던 중이었다. 중국항공 12:00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에서 조금 일찍 나섰다. 여행이랍시고 짐을 막상 이렇게 거창하게 꾸리고 나서니 이거 왜이리 쪽팔리냐. 아스팔트에서 끌고다니니 탱크 지나가는 소리에 사람들이 다 쳐다 본다. 몰보니. ㅡ,.ㅡ;
지하철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다. 아침에 짐싸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니 아침도 못먹고 출발했다. 티케팅부터 한 뒤 민생고를 해결했다. 젠장. 공항이라구 싸구려 음식인 햄버거 가격이 럭셔리 푸드로군. 중얼중얼... ㅡ,.ㅡ;
셔틀트레인 타고 112번 탑승구로 갔다. 이젠 112 탑승구도 낮익다.
대기중인 중국항공의 항공기. 줄서서 기다리는걸 전부터 드럽게 싫어했던 탓에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탑승자 중 거의 꼴지로 탑승했다. 오바차징 해놓고 중복되는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글해 주지 않을까 은근 기대도 해 봤다. 두 번이나 그런 경험이 있고 나니 이젠 염치도 없어졌다. 유태인들 하는 말이 그렇던가. 화는 함부로 닥치지 않고 복은 공연히 오지 않는다는...
역시 복이 공연히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비행시간 1시간 40분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먹을건 준다. 좋아좋아. 샌드위치 포장 두께를 보고 두 개의 샌드위치를 겹쳐 놓은 줄 알았더니 빵만도 4장을 쌓고 속은 3겹인 7층 샌드위치였다. 입이 작은 사람은 먹다가 입이 찢어질 판이다. 맛?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샌드위치라는게 원래 맛있게 만드는건 개나 쥐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관대함만 가지면 먹을만은 하다. 음료로는 맥주를 선택했다. 칭다오 맥주는 없고 옌징맥주 준다. 중국에선 고급음식점으로 갈수록 칭다오 맥주는 없고 옌징 맥주를 준다. 의외로 맥주에 대한 중국 국내외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오우, 따끈한 맥주. 중국에선 "찬맥주 드릴까요, 상온 맥주를 드릴까요" 물어본다. 그런걸 보면 중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상온의 맥주를 즐겨 마시는 모양인데 무언가 그 안에 내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전혀 다른 맛의 세계가 있는 모양이다. 물어보지도 않고 상온의 맥주를 주나 했더니 옆사람도 맥주가 따끈하단다. 주면 그냥 곱게 먹고 고마워할 일이지 따지는 나는 못됐어.
먹으라고 나눠준 뒤 남은 찌꺼기를 아줌마들이 걷어가고 나니 곧 착륙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웬만한 곳은 미리 비자를 받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무비자 협정이 없는 나라라 하더라도 그저 현지 공항에서 입국비자를 받는 식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유독 그게 안된다. 중국행이 이 번으로 세 번째 방문이었음에도 나는 가서 비자 받으면 돼지 하는 착각을 했다. 출발 1주일 전이 되어서야 아차 싶어 서둘러 여행사를 통해 출발 이틀 전 간신히 비자를 받았다. 여권을 펼쳐본 입국심사자가 잔소리 없이 스템프를 찍어 준다. 공항 밖으로 나가 어슬렁거리다 보니 공항버스표 판매부스가 나온다.
"어디 가셈?"
"역"
"1인?"
"넵."
알고있던 요금의 두 배인 20위엔. 내가 가진 자료가 어지간히도 구닥 자료인갑다.
버스는 금방 왔다. 공항을 벗어나며 밖으로 한 장 찍어봤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다 보니 칭다오 맥주 공장이 보인다. 내가 견학할 공장이 이 곳인가 했지만 내가 본 사진과 다르게 생겼다. 다행이다. 공하에서 가까우면 숙소에선 멀텐데... 칭다오 시내를 돌아다니다 내 눈으로만 확인한 칭다오 맥주 공장이 세 군데나 되었다. 더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것은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공항고속도로 중앙에 놓인 경계석 위에 "ㅅ"자 모양으로 얹어 놓은 녹색 철판 쪼가리는 도대체 기능이 뭔지 모르겠다. 목숨걸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막기 위한 울타리라고 생각하기엔 틈이 너무 많아 허술하고, 설치할 때 기중기 고리에 걸 용도로 보자면 너무 약해 제기능을 못하고 전부 깨먹을 것 같고, 그렇다고 뜬금없는 장식으로 보기엔 너무 우낀다. 뭔가 깊은 뜻이 있겠지 뭐. 난 이런거 참견하는게 취미고.
염두에 두고 있던 유스호스텔로 가자면 종샨루(中山路: 중산로)에서 내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 버스가 그리로 가는지 어쩐지를 모르니 일단 그로부터 멀지 않은 기차역으로 가서 지도를 보고 찾을 참이었다. 설마 기차역으로 안가랴 싶었다. 소 뒷걸음질에 개구리 잡듯이 칭다오 시내 중심부에 들어서지 않았나 생각했을 때 버스 안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카이위에(凯越) 칭니엔뤼관(靑年旅館: 유스호스텔) 방향안내 표지판이었다. 가려던 바로 그 유스호스텔이다.
나는 앞 뒤 안가리고 그로부터 첫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 곳이 바로 종샨루(中山路)였다. 아래 사진은 나를 중산로에 내려준 공항쾌속버스.
감각적인 설치물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이 곳에 짐을 잠시 놓아 두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도 저게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금방 치워질 것 같지 않아 그냥 찰칵.
트렁크를 끌고 들들들 탱크소리 까지 내가며 그 방향표시를 보았던 곳으로 되돌아 가는데만도 역시 짐이 거창하니 불편했다. 게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 우회전하면 길이 경사까지 졌다. 가을이라고 주워입은 콤비도 덥고, 큼직한 짐도 후회되고... 지름길 놓아두고 돌아 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대로를 따라 표지판 앞까지 간 이유는 헤매기 싫어서였다. 방향 지시가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니 그 곳이 지닝루였고 그 지닝루 중간쯤에
카이위에 칭니엔뤼관(카이위에 유스호스텔)이 나와준다. 헤매지 않고 담박에 찾으니 일단 짐에 따른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체크인을 도와준 청년은 쿨한 인상에 무척 친절하고 싹싹한 청년이었다. 그가 처음엔 독방을 권했다. 독방은 재미 없는데다 비용이 더 들기에 평소 여행때 하던대로 도미토리를 요구했다. 도미토리방 목록과 숙박자 리스트을 뒤지던 그가 3층의 7인실을 배정해 줬다. 5박X25위엔=125위엔이 숙박료 지불금액. 저렴하다. 열쇄반납의 인질(좋게 말하면 보증금)로 100위엔 추가지불.
위층으로 오르며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밟기가 너무나 기분좋다. 콘크리트 계단만 밟아오던 일상 생활을 벗어나 얼마만에 밟아보는 나무계단이던가.
유스호스텔의 규모는 작지 않으면서도 무척 깔끔한 편이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라 방에 들어 갔을땐 아무도 없었지만 내가 쓸 자리 하나만 빼고는 시트가 단정치 않거나 덮던 담요가 팽개쳐져 있는 등 모두 사용흔적이 있어, 내가 들어 옴으로써 꽉찼음을 알 수 있었다. 침대의 2층이 아닌 1층을 배정 받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유독 내가 쓸 침대만 단층 침대였다. 게다가 사물함은 모두 한 곳에 몰려 있어 침대와 떨어져 있었지만 유독 내 사물함만 침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투숙객들이 가진 짐들은 좁은 침대 위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침대 바로 옆은 통로이니 더더욱 둘 수 없어 모두들 출입구 안쪽 공간에 놓아 두었지만 내가 배정받은 침대의 발치에는 트렇크를 놓아 두어도 남을 공간이 있었다. 더 대박인 것은 머리 둘 곳이 창가라는 점. 대낮에 뒹굴며 책보기에도 그만이고 잠잘때 공기의 신선도도 최도다. 줄서는 것만으로도 운이 갈리는 것은 군대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른 자리에 비해 두 배가 비싸다 하더라도 확보해야할 이런 자리가 운으로 돌아왔으니 이런게 바로 대박 아니겠나. ㅋㅋㅋ
짐을 대충 풀고 반바지와 헐렁한 티셔츠(이 복장은 호텔 내 침대위 해골 굴릴때 쓰려고 챙겨온 가장 편한 복장)에 샌들 하나 신고 카메라를 든 채 주변 지형정찰 겸 구경삼아 나와 봤다. 길 건너편 골목을 들어서니 작지 않은 규모의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근처에 시장이 있으니 대박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시장을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시장만 가면 괜스리 맘까지 설렌다.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정집을 제외하면 지역 사람들의 생활 가장 깊숙한 곳이고, 볼거리가 많고(사실 먹거리와 잡화들이 대부분이라 그게 그거라 하더라도 지역마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특산물이 있게 마련이라 그걸 보는 재미도 크다), 지역의 농경제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삶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하릴없이 게으르게 거닐며 여기 저기에 눈을 대고 상인과 행인의 실갱이를 보는 것만큼 행복감 넘치는 일도 없다. 매일 다니는 나의 퇴근길에는 시장을 하나 낀다. 지름길이 아닌 우회하는 길을 껴야만 들를 수 있는 시장이지만 기꺼이 그리로 돌아간다. 보는 것은 매일 똑같지만 삶의 에너지와 활기가 내게 전달되어져 옴을 느끼기 때문이다. 숙소 코앞에 이런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가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래 사진을 함 보면 사람들 모두가 이 에너지를 뿜는 동시에 받고 있다. 바나나를 들고 내리막 길을 걷는 이 청년의 모습은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눈으로만 봐도 즐겁다.
상거래에 있어 가격흥정이 기본인 중국의 시장에서 밀고 당기는 상인과 행인의 실갱이에서도 그들은 서로 이 활기찬 삶의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이런 곳을 거니는 행복을 모르는 사람은 삶의 재미를 상당 부분 잊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팔리는 과일과 채소들은 신선도가 넘쳐 보인다.
연결된 골목에서 오른 쪽 방향으로 꺽어들면서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끝을 통해 뇌를 자극하며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지도에서 보고 꼭 찾아가 보리라던 바로 그 해산물 시장이다. 산채로 억울하게 잡혀와 운명을 알지 못한채 갇힌 바다 생물들에게는 살육의 현장이며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공포의 현장인 이 곳은 인간의 이기심을 빌어 다시 표현자자면 해산물 찌꺼기가 오랜세월 바닥에 떨어지고 행인에게 밟히고 다져져 검게 썪어 냄새를 은근히 풍기지만 이는 죽음의 냄새가 아닌 생생한 삶의 냄새다.
이 곳에는 게, 대하, 바지락, 각종 생선이 팔리고 있는데 표시된 가격들을 보자면 결코 만만치 않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가면 이보다 더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곳 칭다오의 가을 게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 맛보리라 다짐했다. 먹어볼 기회는 단 한 번 있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룬다.
해산물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산물만 늘어 놓은 곳도 아니었다. 북경식 오리구이를 파는 집도 있고, 반찬 가게도 있고,
고깃간도 있어 볼거리는 다양하다. 냉장고에 전시하는 게 아니고 무협영화에서 보던 그 방식 그대로 걸어놓고 늘어 놓은 채로 썰어 파니 이 이상 재미 있을 수도 없다.
월병 전문점도 눈에 띤다. 해산물을 사면 즉석에서 조리해 준다는 말도 가이드북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저마다의 상인들에게 그럴만한 공간은 없어 보여 물어 보지도 않았다. 마지막날 알게 되었지만 사서 들고 가면 조리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다시 가본다면 해보고 싶은 짓이다.
시장에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날도 저물고 배도 고파졌다. 저녁 식사로 마땅한 곳이 없을까 둘러보던 중 오른쪽으로 다시 골목을 돌아들자 야외로 테이블이 나오고 손님들이 바글거리는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다 싶었다.
메뉴판을 보면 대충 어떤 재료를 썼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조리된 것인지 알 수가 있나. 남들이 먹는 것 중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함 주문해 봤다. 여기에 칭다오 생맥주부터 주문해서 마셔 주시고.
시장통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식 기다리는 즐거움은 왠지 이곳 사람들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뿌듯함때문이 아닐까.
길가는 나를 꼬신 이 곳 식당 주인 아줌니. 공을 엄청 들인듯한 헤어스타일이 유니크하다.
드디어 나온 요리. 알고 보니 삼치요리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들어가는 대신 삼치를 쓴 것 같은데 제법 맛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자화자찬으로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는 먹어보란다. 여기에 쌀밥 추가 주문해 먹었다. 쌀은 찰기가 별로 없어 우리 입엔 별로다.
달근해 진 뒤 숙소로 돌아오니 마실 나갔던 룸메이트 중 창가 바로 옆침대 투숙객인 "다이 보어"란 친구가 돌아와 있었다. 난징(南京)에서 일하던 중인데 휴가를 얻어 이 곳에서 쉬고 있단다. 나머지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통성명을 한 뒤 옥상으로 올라가 바깥을 내다 보았다.
도시의 야경은 낮에 본 모습보다 훨씬 멋있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알콜량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1층 프론트 바로 옆 카페로 가봤다.
포켓볼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지만 혼자서 치기도 그렇고 바에 앉았다.
가장 먼저 주문한 칭다오 맥주. 한국에서 먹자면 7,000원이던가...? 여기선 10위엔(1700원)이다. 므흣한 가격.
이 곳에서는 진토닉을 진탕리(金湯力)라 부른다. 중국인들 중에는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들도 많고 발음도 한국인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외국어를 중국어로 표기할 때는 표기법상 동일한 발음의 글자가 그리 많지 않아 묘한 표기법이 나온다. 그 중 극히 일부분이지만 진탕리(金湯力)도 가장 근접한 발음의 글자를 모은 예이다. 우리가 중학교 국어에서 배웠던 양주동 박사의 "몇어찌(幾何)"라는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에서 기하학을 받아 들이면서 지오메트리(geometry)를 지허(幾何)로 표기했고 이것이 다시 우리식 발음으로 기하(학)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했다. 때문에 중국어를 공부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흐어물리트어(햄릿), 마이당라오(맥도널드), 루올란(로널드) 등 외국어 표기법을 일일이 알아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같이 말하면 뭐라고 하는지 우리도 못알아 듣지만 그들도 햄릿, 맥도널드, 로널드... 식의 발음은 영어를 잘하고 그 방면의 전문지식까지 있는 사람이 어니고선 알아듣지 못한다. 명동에서 LP음반샵을 경영하는 나의 지인은 일본인 손님은 발음이 비슷해 맞기가 편한데 반해 중국인 손님은 맞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통역자를 대동해도 대화가 어려운 것은 그 통역자가 프랑코 코렐리, 요한나 마르치, 레드 제플린 같은 아티스트의 중국식 표기법을 일일이 알아야만 되기 때문에 결국 그 중국인 손님은 구입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그리도 많단다. 필기구를 내주면 중국식으로 표기한다니 더 이상 무슨 방법이 있겠나... 어쨌든 진토닉 표기법도 이 곳 바 위의 아크릴 판에 쓰여진 金湯力 15元(Jin and Tonic 15 yuan)란 표기를 보고서 알게 되었다. 기왕 배운 김에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재미가 있어서 함 주문해 봤다.
바 위에는 3권의 게스트북이 놓여져 있어 이걸 들여다 보면 각국의 여행자들이 이 곳 유스호스텔에 대한 찬양과, 칭다오에서의 인상, 여자친구에게 쓰는 편지, 그냥 술마시는 느낌, 쓸데 없는 낙서들로 빼곡하다. 그 중 특히 재미있는 것들 몇 개 사진으로 찍어봤다.
말리부(Malibu)까지 한 잔 더 마시고 일어난 시간이 몇 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곤해서 일찍 자기로 했다. 사실 떠나기 전날 직장 동료들과 거나하게 한 잔 했던 탓이다. 아마도 9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은데 뒤에 들어온 룸메이트들의 대화소리에 이따금 깨곤 했다. 서양 젊은 친구 두 명이 웃으며 이야기 하는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따금 커지는 웃음 소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었다. 내가 넘 일찍 잤으니 내가 정상적인건 아니지. 정말 고단한 것은 모두가 잠자리에 들고 난 다음이었다. 모기들의 공습을 받으며 나는 이 날 밤새 벅벅 긁으면서 잤다. 잠결에 모기소릴 들으며 ' 이것 저것 다 챙기고 전자모기향을 빼먹었으니 난 도대체 뭘 챙긴겨?' ㅡ,.ㅡ; 그 중 한 중국인 처자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가는 신음소릴 수시로 잠꼬대처럼 내뱉으면서 잤다. 요상한 느낌이 드는 소리는 아니고 기절한 사람의 신음 같기도 하고 이 앓는 소리 같기도 한 가는 신음 소리였는데 잠결 내내 들려왔다.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이 때문에 더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고 특히, 그녀의 신음소리는 밤마다 들어야 했다. "흐흥~ 으흐흐흐흠 냠(그녀의 신음소리) 드르렁 쿨...(누군가 코고는 소리 -- 나일지도 모름) 벅벅(모기에 물려 긁는 소리)" 이 날 밤 내내 들렸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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