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일본 the 3rd

간사이 또왔냐 2-2(교토)

코렐리 2011. 7. 22. 15:32

2011.7.16(토) 계속

가고자 했던 난젠지(南禪寺)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걸어서 갔다. 이 곳은 울타리가 쳐진 곳이 아니어서 묘하게도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삼문을 통해 들어간 것이 아니고 옆구리로 들어가(14:45)게 되었다. 처음 도착해 만난 건물이다. 불당으로 보이는 이 건물은 들어갈 수도 없고 들여다 봐도 어둠침침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목례와 간구를 하고 다음코스로 넘어가곤 한다. 기온마쓰리 축제를 맞아 기모노와 유타카를 입고 나선 젊은 커플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축제가 되어도 전통의상을 입는 일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 한복을 입을 일이라면 설명절, 추석명절, 본인의 결혼식 등이 고작이지만, 이들의 축제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인파로 넘쳐난다. TV에서 보면 이들의 성인식도 기모노를 입고 참여한다. 반면, 우리는 전통 지키기를 무척 중요하게 인식하면서도 한복을 입는 분위기는 왜 그리도 없는지 의아하다. 솔직히 이들의 이런 분위기는 부럽다.

 

이 곳에는 뜬금없이 벽돌로 쌓아 올린 스이로카쿠(水路閣)가 있다. 고전건축이 밀집된 이 곳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양새인데, 이 위로는 고대 로마의 수도교를 참고해 1888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위로 올라가 보면 비와호의 지류가 흐르고 있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는 있지만 주변 경관과는 따로 논다. 

 

처음엔 이 곳이 방장건물인가 했다. 이 곳에 먼저 도착해 뜀도령이 오길 기다리던 도중 매표창구에서 표를 파는 두 여인 중 한 아줌마가 계속 썪소를 보내며 인사한다. 표 사란 소리였다. 이러면 ...까 말까 하던 고민중이던 사람이면 대부분 넘어간다. 300엔을 내고 표를 받아 들어가 봤다.

 

큼직한 누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누각 내부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고 장지문에는 산수화가 그려져 있어 고풍스러운 맛이 있다.

 

우리네 툇마루는 좁다랗게 만들어지는 반면 이들의 툇바루는 꽤 넓은 편이다. 하긴 이들의 건물에 우리 한국의 안방 통로로 연결되는 큰 마루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이 건물을 제외하면 연못 하나 딸린 정원이 하나 있고

 

크지 않은 아담한 정원 하나를 빙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 하나 달랑 있는 일본정원이다. 이걸 보자고 300엔 낸겨? ㅡ,.ㅡ;

 

이 번엔 진짜 방장 건물을 찾아 갔다. 방장이란 주지의 거처를 말한다. 이 곳은 주지를 찾아온 손님을 맞는 응접실인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방이다. 말이 웃기는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일본적이다. 정원이 내다 보이는 창틀과 창살도 네모, 탁자도 네모, 의자도 네모, 미닫이 창문도 네모, 문살도 네모, 다다미도 네모, 네모네모네모다. 아마 손님을 접대하게 되면 재털이도 네모 쟁반도 네모가 아닐까.

 

안 쪽으로 들어가면 호조정원이라는 모래정원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 곳은 교토고쇼의 청량전을 이축해 온 것이라 한다. 국왕이 승하하면 청량전은 대대로 새로 지었다고 하는데 새로 짓기 위해 뜯어낸 청량전은 유력한 사원에 하사되었고 이 방장건물도 그 때 하사된 것이라 한다. 낮에 받은 태양열이 밤에 복사하면 무척 더울 것 같은데...

 

 

가이드 책자에 따르면 이 곳 난젠지(南禪寺)는 1264년 가메야마왕(龜山王)이 건립한 별궁이었으나 그가 법황이 되면서 사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후 이 곳이 교토오산(京都五山) 중 제 1로 지정되면서 사원은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 차례의 전란을 겪으면서 대부분 소실되었고 현재의 건물들은 에도시대에 재건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뒤 쪽으로도 마루가 길게 이어져 있어 당시 주지들이 느껴보았음직한 운치를 만끽해 봤다.

 

 

이곳을 나와 산몬(三門)으로 가봤다(15:00). 말 그대로 문짝 하나 달랑 있다. 입장료가 놀랄 노자다. 500엔. 그래도 왔으니 함 올라가 본다고 표를 샀다.

뜀도령: "아줌마, 200원이죠?"

아줌마: "아니, 이 싸람이...! 500엔예요. 500엔!"

그런 적은 없지만 왠지 사진이 그런 것 같은...

 

엥? 뭐야 고작 올라온게 요기까지야? 하지만 내 앞의 바로 이 아가씨는 500엔 내고 들어온 것에 적이 만족스러운지 올라오자마자 탄성부터 읊조렸다. "오, 쓰고이!" 같은걸 보고 느끼는 것은 각기 틀리는군.

 

에도시대 나미키 고헤이(並木五甁)가 쓴 가부키 산몬고산노키리(樓門五三桐)에서 도적이었던 이시카와 고에몬(石川五衛門)이 바로 이 삼문에 올라 절경이라 극찬해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시카와 고에몬은 1594년에 처형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이야기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홍길동이나 임거정 정도 되었던가 보군.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긴 한데 절경인가?

 

난젠지를 나와 뒤돌아 본 산몬.

 

다시 헤이안진구로 가기 위해 버스정거장으로 나갔다. 햇살은 어지간히도 따갑고 습도가 높아 걷기 어지간히 좋아하는 나도 그리 가는 길이 쉽진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며 나무그늘 아래서 찰칵. 이 곳에서 5번 버스를 타고 교토미술회관 앞에서 내리면

 

어마어마한 헤이안진구(平安神宮)의 신사입구가 눈에 들어 온다.

 

794년 간무왕은 수도를 이 곳으로 옮기면서 그 이름을 헤이안쿄(平安京)라 이름하였는데, 걸핏하면 전란이 일던 일본 땅에 평화로운 세상이 계속되길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헤이안진구(平安神宮)는 1895년 바로 이 간무왕의 헤이안 천도 1,100주년을 맞이해 간무왕을 제신으로 모시기 위해 지어진 신궁인데, 후에 헤이안 시대 마지막 왕인 고메이왕(孝明王)도 이 곳에 함께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의 사진은 2층 구조로 된 진몬(神門)

 

진몬의 오른쪽으로는 두 신에게 바치고 남은 술통인지 장식인지 이따만한 술통을 잔뜩 쌓아 놓았다. 쩝 마이꼬따.

 

진몬을 들어서면서 보이는 헤이안진구의 전경. 왼쪽부터 오우덴몬(応天門), 핫코루(白虎樓), 대극전(大極殿), 소우로(倉龍樓) - 16:50

 

 대극전은 왕이 정무를 살피던 곳으로 즉위식도 이 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소우로를 배경으로 보이는 패찰무더기. 많은 염원들이 이 곳에 매달려 있다. 사업 번창, 결혼, 득남, 합격, 건강, 진급, 꿔준돈 돌려받기 등 많은 염원을 담아 진지하게 걸어놓았다. 부질없는 짓인지 몰라도 희망을 갖고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던가. 음, 좋다 좋아.

 

소우로. 호랑이를 의미하는 핫코로와 용을 의미하는 소우로가 좌우로 벌려 마주보고 있으니 이걸 좌백호 우청룡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용호상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평화를 염원해 지은 것이니 전자로 봐야겠지? 

 

헤이안진구를 나와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기온으로 갔다. 이 곳에는 야사카진자(八坂神社)가 있다.

 

기온마쓰리가 이 곳 야사카진자(八坂神社)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들의 축제인 기온마쓰리(祈園祭)의 기온이 바로 이곳이다.

 

시조도리 상가의 끝이기도 한 이 곳에서 더위와 걷기에 지친 다리를 쉬며 기린맥주 한잔. 크~~~! 이 맛도 벌써 그립군.

 

잠깐 쉰 뒤 길을 건너 신사로 가봤다.

 

축제기간이라 많은 사람들을 전통의상을 입고 이 곳을 찾았다.

 

신사 여기저기 음식장터가 되어 굽고, 지지고, 볶고, 난리가 났다.

 

신사에 설치된 세 개의 거대 방울을 울리며 저마다 합장하고 기원을 하는데 이거 하자구 줄을 셋으로 늘어섰다. 사뭇 진지하다.

 

이 곳에서 가마 행렬이 나가는 모양이다.

 

곧이어 신사 한쪽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 소년은 뭔가 이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이들이 신사 본당에 들어가 무언가 예식을 하는동안 바깥을 지키는 무사들이 즐비하다.

 

갖가지 색깔의 기모노를 입은 처자들.

 

무사로 보이는 이와 신사의 직원 또는 사제로 보이는 젊은이.

 

예식이 끝나자 우르르 다시 몰려 나온다.

 

가장 나중에 따라 들어 갔다가 가장 나중에 따라 나온 이 분들은 왠지 기품도 있어 보이고 입은 기모노도 비싸 보인다. 아마도 이곳 유력 인사들의 부인네들이 아니신지. 아님 말구. 이 곳에서 무언가 축제의 중효한 행사가 있을 것 같지만 갈길이 바빠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방향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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