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일본 the 3rd

간사이 또왔냐 1(서울→교토)

코렐리 2011. 7. 21. 15:22

2011.7.15(금)

장마 중이라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떠난다는데 기분은 항상 그렇듯이 마음 설랜다. 찬바람도 함께 가면 좋지만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니 뜀도령과 두 사람만 떠나게 되니 약간은 뭔가를 흘리고 가는듯한 찝찝함은 또 뭐지? 병원에 들러 염장인지 위로인지 분간 안가는 방문을 한 뒤 내심 섭섭해하는 찬바람을 병원에 떨궈 두고 김포공항으로 가 티케팅을 완료했지만 시간이 남아 돌았다. 안에 들어가면 면세점이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뜀도령의 말에 들어가길 포기하고 차라리 공항 아울렛으로 싸돌아 다녔다. 시간 때우기지만 볼거리 어지간히도 없다.  점심을 먹긴 했지만 왠지 슬슬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L 카페테리아에 들러봤다. 신제품을 비싸게 출시했다. 뜀도령 따라 세트메뉴로 신제품을 주문해 봤다. 뜀도령 말에 따르면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더라'나? '근데 왜 시켰어? 죽을래?' 괜스리 따라 주문해서리 입맛만 거시기해졌다. 대충 한 시간정도 남겨 놓고 면세점으로 가봤다. 역시 면세점은 인천공항이나 두바이공항으로 가야 제대로 구경한다. 볼게 없다. 막걸리초컬렛이라는 이상한 제품이 있어 뜀도령이 재밌다며 사진을 찍으려다 여직원한테 제지당했다. 푸하핫! 아마도 마이 쪽팔렸을거여. 암. 18:10 출발의 비행기는 거의 정시에 탑승구를 밀어내고 빗속을 미끄러져 일본을 향해 내달렸다.

 

음료수로 기린맥주를 달랄까 하다가 견물생심에 와인 하나 받아 마셔봤다. 이런 젠장. 태어나서 마셔본 와인중에 이렇게 맛없는 건 또 첨 먹어볼쎄. 기린맥주를 마시던 뜀도령과 바꿔치기 하고 싶은 맘은 굴뚝이지만 까칠한 인간이 넘어갈 리 없으니 포기. 적은 양이었지만 이미 햄버거로 배를 반 이상 채워 놓은 뒤라 왠지 많더라는... 그래도 기내식은 역시 먹어본 중 일본식이 가장 낫다.

 

8시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기념 사진 한 장 찍어 주시고

 

 

JR철도 티켓(1,160엔)을 구입해

 

탑승한 뒤

 

오사카에서 다시 교토행(540엔)으로 갈아탔다.

 

교토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1시 정도.

 

206번 타고 겐군진자 앞에서 내려 가고자 했던 숙소인 타니하우스를 찾았다. 솔찬허니 멀다. 도착 시간은 대략 밤 12시.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 집은 낡은 느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아주 기가 막히다. 대나무를 잔뜩 심어 분위기를 냈고 작은 마당에는 금붕어를 품은 작은 연못도 있다. 가이드 책자에 나온 숙소 중 숙박료(도미토리 2,000엔)가 가장 싸다.

 

할머니가 혼자 운영하시는 이 곳 타니하우스는 청소상태나 뭐 이런 것들은 약간 취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있어 묵어보고 싶은 곳이었다. 할머니는 연세가 많아 말씀도 느리시고 움직임도 조금은 둔한 편이시지만 할 일은 다 하시는 모양이다. 영어도 대부분은 알아 들으시고 표현도 대충은 하시는데, 아마도 어른 세대로는 대단한 지식인이 아니었을까. 말씀을 들으니 토욜과 일욜은 방이 없고 오늘만 있단 말씀을 듣고 이 때만 해도 여기 말도 다른 곳이 없으랴 생각했다. 예약 안하고 다녀도 공급(숙박업소)이 수요(숙박객)를  넘는 경우는 이제껏 보지 못했으니 앞 뒤 분간없이 여유를 부렸지만 이 것이 틀린 판단이었음은 다음날 이시간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고 그 전까진 들뜬 기분으로 다녔다.

 

 

도착 첫 날인데 일 잔 안할 수 없지. 길 건너편 눈여겨 두었던 술집으로 가보았다. 처음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찾다 그 앞을 지나며 발견한 곳이다.

"남창? 뭔놈의 술집 이름이 그러냐? 풋!"

일본의 글쓰기는 위에서 아래로, 우에서 좌로 하니 난 당연히 이게 남창이라 쓰인 줄 알았다.

"남창이 아니고 창남이오."

뜀도령의 까칠한 목소리가 시비를 걸었다.

"아, 글쎄 남창이라니깐. 일본에선 글이 위에서 아래로, 우에서 좌로 쓴단 말이지."

"암만 봐도 창남이구만."

잠깐의 옥신각신 후 세로로 세워진 입간판을 보고서야 결론이 났다. 이집의 이름은 창남. ㅡ,.ㅡ; 그래 내가 졌다.

 

이 집은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었다. 안쪽 테이블로 안내하려는걸 굳이 우겨 카운터에 앉았다.

 

안쪽 자리를 권한 이유는 카운터 남은 자리가 조리용 철판에 면한 곳이라 좀 덥기 때문이었다. 기린 생맥주와 오코노미야키를 주문했다.

이 곳 역시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맥주를 마시며 오코노미야키를 기다렸지만 조리할 생각을 안했다. 설마 주문을 못알아 들은 것은 아니겠지 했지만 주인 아저씨가 다른 손님 드시는 오코노미야키를 가리키며 깨는 소릴 했다.

"이거 안 드실라우?"

"오잉? 아까 맥주 주문하면서 이미 주문했잖아요."

못알아 들으시는 눈치였다. 주인장은 바로 옆에 있던 젊은 직원의 등을 떠밀어 나와 대면시켰지만 이 청년도 간단한 단어 한 두개만 구사했다. 나는 식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강조하며 말했다.

"오코노미야키 달라고요. 1개!"

싹싹하고 귀여운 이 친구 그제서야 식지를 따라 흔들며 확인했다.

"아, 오코노미야키 1개?"

그제서야 우리의 주문이 접수되어 조리가 시작되었다. 약한 불로 가열된 철판에 기름을 부어 수건으로 살짝 닦아 얇게 코팅한 정도로 기름을 남긴 뒤 밀전병을 얇게 부친 다음 그 위에 양배추, 국수, 고기와 여러가지 양념을 얹은 후 뒤집는다. 바로 옆에 계란을 하나 깨서 부치다가 반숙 상태가 되면 그 계란 위에 뒤집은 덩어리를 얹는다. 그 위에 가루로 된 양념, 마요네스와 데리야끼용으로 보이는 소스를 뿌려 마무리한다.  

 

맥주를 마시며 함께 먹던 오코노미야키는 지금도 잊기 쉽지 않다.  표면은 바삭하고 안에서는 야채와 고기가 씹히는데 표면에 말라붙은 소스와 어우러져 기막힌 맛을 낸다. 한국에도 이 음식이 있지만 이 곳에서 처음 먹어봤다. 어렵게 어렵게 영어 단어를 찾아가며 청년이 너스레를 떨었다.

"사장님은 한국계 일본인이예요. 한국말 진짜 잘해요." → 청년은 이 소리 했다가 주인장한테 뒤통수를 사서 맞았다. 맞고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주인장은 내 봐선 한국어도 거의 못하시는듯.

"한국 소스 드릴까요? 굉장히 매워요."

청년의 싹싹한 너스레가 계속되었다.

"한국 소스? 그게 뭔데요?"

청년은 간장종지에 검은 색의 소스를 약간 담아왔다.

"이거 엄청나게 매워요. 전 못먹어요."

오코노미야키를 잘라 여기에 찍어 맛봤다. 맵긴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데리야키 소스에 청양고추를 흔적 없이 갈아 넣은듯 했다.

"맛있네요."

청년은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

"안매워요?"

"약간 맵네요. 하지만 한국에 이런 소스는 없어요."

청년은 그때까지 이 소스가 순전히 한국 소스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주인장이 그제서야 한마디 했다.

"이거 오늘 한국에서 아침에 보내온 고추로 만든거예요."

 

"타니하우스에서 묵어요?"

한국인들이 많이 묵는 곳이라 그런지 대뜸 내게 한 주인장의 질문이었다.

"네, 그런데 오늘밖에 방이 없대요. 내일하구 모레는 방이 없다는데 혹시 이 근처에 게스트하우스가 더 있어요?"

주인장은 말문만 열어놓고 이 번에도 비좁은 주방에서 청년의 등을 떠밀었다. 등떠밀린 청년은 예의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제 귀에 들이댄채 내게 향하느라 삐딱해진 고개를 거슬러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길 기다렸다.

나는 과장된 몸짓과 손짓으로 설명하되 단어 수를 최소화했다.

"타니 하우스(그 방향 가리키며) 투나잇 슬맆 오케이(두 손 모아 포개 오른쪽 귀에 붙이고 고개 삐딱, 눈감고-->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 투머로우 and 더 데이 에프터(손가락으로 포물선 두 개를 연달아 허공에 그린 뒤) 노 룸(두 팔을 엊갈려 X 표시). 위(손가락으로 우릴 가리키고) 햅투 파인드 애니 아더 호텔 아웃(다시 두 손 포개 오른쪽 귀에 붙이고 고개 삐딱. 눈감고)"

"아~~~! 애니 아더 호테루! 프라이스?(두 손을 올렸다 내렸다)" ---> 통역 -->더 비싼데를 원하세요? 아님 더 싼데를 원하세요?

나도 벌떡 일어나 두 손을 아래로 내려뜨리며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했다.

"더 낮으면 더 좋지."

"아, 오케이 오케이!" 하며 우리 숙소와는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켰다.

뜀도령과 나는 그럼 거기서 묵으면 되겠지 하며 쓸데없는 안심을 성급하게 했다.

역시 일본 물가지만 생각했던 것 보단 싼편이었다. 생맥주 두 잔씩(아마도 350ml 정도?)에 오코노미야키 1개 값으로 2,700엔 지출. 나는 알지도 못하면서 전에 들은 적 있는 일본어를 한마디 주워 섬겼다.

"오코노미야키 혼또니 오이시데쓰요"

주인장이 고마워한다. 한 마디 더 주워 섬겼다.

"오야쓰미나사이."

아쭈, 살짝 놀라는 표정. 으하하...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간다. 쓰레기 수거가 한창이었다. 무슨놈의 쓰레기차가 이렇게 깨끗한가싶어 한 컧 찍으려 했더니 그낭 내달려 흔들렸다.

 

그냥 자기 섭섭해 맥주 1캔씩 사들고 들어와 도미토리 룸메이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마당에서 마셨다. 같은 방에 자빠져 자던 한 시끼가 배가 고팠는지 빵을 들고 나와 봉지를 뜯어 우물거렸다. 뜀도령과 눈이 맞아 눈인사를 했지만 이시낀 생깠다. 요시키 정말 나쁜 시키였다. 5인실 도미토리가 꽉찼지만 벽에 알량하게 붙은 에어컨은 콧구멍에 들어가고도 남을만큼 작고 냉기도 시원찮았다. 그 방에 선풍기는 하나 밖에 없는데 전세내었는지 혼자 쓰고 자빠졌다. 이걸 그냥 확!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릴까 하다가 괜한 시비거리가 될까 싶어 말았지만 회전시킨다 해도 별 도움 안될 것 같았다. 어쨌든 잘먹고 잘죽어라. 평생 빵만 쳐먹어라.

 

샤워를 했지만 이 날 밤은 밤잠을 설쳤다. 다른 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방과 같다면 여름엔 이 집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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