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4(토)
동천석실을 포기한 나는 택시(11:00 10,000)를 타고 노화도의 항구로 북진해 12:00 땅끝행 배(12:00 5,700)를 탔다. 30분 소요되어 느려터진 배는 멀지도 않은 땅끝에 도착했다. 배가 고팠다. 아침에 07:30에 죽으로 식사를 한데다 죙일 걸었으니 밥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사람 많은 식당부터 찾아 보았다. 아무리 연휴이고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아도 식당들이 워낙 많아 사람이 많아도 줄을 서거나 하는 집은 없었다. 그 중 고른 집이다.
과거 전주와 광주에서 먹었던 식당 밥과 달리 반찬 가짓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나오는 반찬마다 깔끔하고 맛이 좋기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주문한 음식은 전복물회(15,000). 이 곳 해남과 보길도는 전복으로 유명하다.
더위에 지친데다 배가 고픈 때라 갓나온 물회를 쳐다만 봐도 임안 한가득 침이 고였다. 우적거리며 씹히는 생야채, 꼬들거리며 바다내음 한가득 머금은 전복, 맛이 아주 좋지만 국물이 너무 달아 마실 수가 없었다. 주재료가 전복인 줄 알았더니 이건 완전 설탕이 주재료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달지만 않았다면 내 입에 딱 맞았을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함께 나온 밑반찬 중 나의 미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반찬이 있었다. 바로 멍게젓. 멍게젓은 이 곳에서 처음 봤다. 그 이후 강화 젖갈 시장에 갔다가 멍게 젓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해 사다 먹고 있지만 멍게야 말로 바다향기를 강하게 머금은 식품인데 이걸로 담근 젓은 둘이 먹다 죄 다 죽어도 모를 판이었다. 나는 이 젓갈 한접시 더 달라고 부탁한 뒤 이걸로 밥 한공기를 더 해치웠다. --->밥 두공기 기냥 해결하시고...
땅끝 마을이 쓸데없이 개발됐다는 불만을 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모노레일 타고 전망대까지는 함 올라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모노레일을 타기 위한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알아보니 1시간 30분 뒤에나 탈 수 있단다. 그럼 그거 기다리는 동안 뭐하지? 수영? 일광욕? 안보고 말지. 시간이 아깝다.
과감히 포기한 채 택시(14:10 17,000)를 잡아 타고 미황사로 갔다.
한국문화중 가장 큰 매력을 가진 단청이 그려진 문(14:30).
문 안쪽으로 그려진 화려한 단청에는 연꽃과 황용이 조각되어 있어 더욱 멋을 낸다.
문을 지나 이어지는 계단길은 금직한 바위와 우거진 나무숲이 어우러져 고즈넉하다.
사찰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각종 불구와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어 함 들어가 봤다. 아래 사진 왼쪽 건물이다.
전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계단을 더 오르면 단청이 선명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달마대사의 석상이 있는데
항상 그렇듯이 험상궂은듯하면서도 무척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다.
건물 아래로 난 통로를 들어서면
안에는 이런 모습의 건물이다. 단청은 최근 새단장한 것 같다.
종각
이 곳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묵는 곳인 모양이다. 이 곳에서 참가신청을 하려다 어차피 대흥사도 오늘중 둘러 볼 참이니 대흥사에서 참가하기로 했다.
대웅전은 오래된 건물 그대로에 벗겨진 단청을 다시 입히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화엄사의 대웅전도 오래된 건물 그대로 벗겨진 단청을 방치해 두었지만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이고 있는 이런 건물들의 모습은 고색창연하고 아름답다. 계속 그대로 두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나만의 생각이 아니길...
이러한 곳을 명당이라 하는 모양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곳은 주변을 둘러 보아도 안정된 느낌이 든다. 둘러싼 산에는 병풍바위가 눈길을 잡아 끈다.
대웅전 내부는 풍파를 피한 덕인지 아직도 단청이 희미하게 남아 고풍스러운 붕위기가 더해지고 모셔진 불상은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누군가 보고 말릴세라 얼른 찍었다.
담쟁이 덩쿨이 오랜 세월 담벼락과 축대를 싸고 싼 덕에 새파랗다. 예쁘긴 하지만 여름에 모기 장난 아닐텐데... 끔찍.
워낙 규모가 작은 절이라 전체를 다 둘러 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아담해서 분위기는 그만이지만 볼거리가 좀 짧다. ㅡ,.ㅡ;
단청에 용이 돌출되면 정말 멋지다. 건물 외벽에 돌출된 용의 형상은 진관사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
미황사에서 대흥사로 가기 위한 교통편은 무척이나 애매했다.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은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면 그 곳엔 대흥사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단다. 문제는 이 곳 미황사로부터 나가는 것이 문젠데 오후 다섯시엔가 마지막 버스가 있다고 했던 것 같다. 택시를 타려 해도 택시는 쉬이 나타나 주지 않았다. 사찰 입구에 하릴 없이 앉아 있다 보니 한 젊은 가장의 가족이 사진을 찍어 달라길래 찍어 주고는 기회다싶어 나가는 그들에게 동승을 부탁했다. 그들은 고맙게도 흔쾌히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그 덕에 20분만인 15:50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16:00에 출발하는 대흥사행 버스를 얻어탔다. 대흥사가 큰 절이란 말은 진작부터 들었지만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했다. 대흥사 입구 문이 나오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입구로부터 본전까지 가는 길은 차량이 다니는 길과
숲속 오솔길로 나뉜다.
사찰로 올라가면서 물소리를 귀에 담으며 산림욕을 공짜로 하니 이 것 역시 좋다.
도로로 다시 나와 한동안 계속 걸었다.
나무로 숲을 이룬 이 길과 주변 경치는 기가 막히지만 걸어 들어 가자면 정말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표를 사서 들어온 지 무척 오래 되었다. 사찰 본전이 나오기도 전에 오래된 듯한 가옥이 나온다. 알고 보니 이게 여관이라네? 사찰 경내에 어떻게 여관이 들어서게 되었을지 참으로 의아하다.
여관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들면 사창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17:00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템플스테이부터 신청하기 위해 사무실부터 찾았지만 사무실은 잠겨 있고 남겨진 전화번호는 받지 않았다.
늦어서 신청 못할까 약간의 조바심을 갖고 서둘러 왔는데 사무실 문도 잠기고 남겨진 번호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젠장, 왠지 쬐금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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