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5(토) 작성중
일출을 보기 위해 일부러 05:00에 일어나 나가봤다. 주변엔 꽃을 심어 사람들을 유혹하는 민박집이 많다.
안개가 끼어 일출같은 거 없었다. 새벽 해가 없는 중리해수욕장의 해변은 그 대신에 운치가 있다.
파도소리는 잔잔하고 시원한 바닷바람과 아침공기는 무척이나 쾌적하다.
뒤늦게 해가 얼굴을 내밀었지만 안개속에서 산넘어 희미하게 떠올라 감동같은 것은 없었다. 사실 일출 보려면 이 곳과는 섬 반대방향이어야 했다. 아래의 사진은 06:10쯤 민박집을 나서 중리해수욕장을 떠나면서 찍은 사진.
송시열의 글쓰인 바위로 가자면 어제 왕복했던 길을 다시 가야 했기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
섬의 돌출부로부터 나와 남단으로 가는 길목 야적장에 정리된 양식장비 지저분한 찌꺼기같은 것 하나 없이 정갈하게 야적했다.
남단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사길이었지만 굴곡있는 주변 경치를 만들어 내고 그 길을 따라 얼핏 얼핏 너머다 보이는 바다와 희미한 섬들은 기막힌 경치를 만들어 냈다.
산딸기인줄 알고 지천에 널린 이걸 따먹으며 돌아 다니다 보니 어떤 아주머니 왈. 이게 뱀딸기라던가 뭐라던가. 생긴건 예쁘지만 기분 잡친다. 뱀딸기... 내가 뱀야? ㅡ,.ㅡ;
1시간 정도 걸으니 예송리가 나온다.
마을 입구 내리막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수욕장과 마을이 희미한 안개와 어우러져 기가막힌 풍광을 만들어낸다.
날씨만 좋으면 멀리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기냥 보인다는데 이 날은 안개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기막힌 경치는 내려가 보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내리막길. 걷기에 기분좋게 나무로 바닥을 놓았다.
해변은 100%자갈이 깔려있고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에 연인들의 거닐음이 한가롭고 여유롭다.
가진 카메라의 3D 기능을 이용해 연속으로 촬영.합성한 사진. 지긴다, 이거.
미역 양식장에서 걷어 온 다시마의 표면을 바닷물로 닦는 양식어민
닦고 나면 자갈밭 위에 널어 말려 상품화한다. 보기만 해도 신선감이 느껴진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 곳의 몇 안 돼는 식당 중 하나.
아침 식사로 전복죽이 제격일 것 같아 주문해 봤다.
하필이면 플라스틱 그릇에 준다며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맛은 그만이다.
해수욕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록수림. 걷기 좋게 그 사이로 길도 놓여져 있다.
상록수림에서 난간에 걸쳐 놓은 카메라를 이용해 셀카 한 컷.
멀고 가까운 섬이 그림 같이 펼쳐진 바다에 큼직하게 배경으로 자리 잡고 살짝 안개까지 머금고 있으니 고산 윤선도가 바로 이 풍광에 매료되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신비스러운 분위기까지 머금은 이 곳의 해변은 아프리카에서 봤던 원시의 열대바다 보다도 더욱 아름답다.
마냥 머물고만 싶은 이 곳도 다른 볼거리들이 있는 만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순간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공룡알 해변. 이 곳을 가려면 등산으로 산을 넘든지 아님 반대로 돌아야 했다. 그냥 함 걸어볼까 생각에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걷다 보니 마침 하루에 몇 번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운좋게 만났다. 운행시간은 나도 모른다. 어쨌든 예송리로 들어와 보길도의 최북단인 보길대교로 가는 차편이니 무조건 타고 볼 일이었다. 이걸 타고 나가는 승객은 나 한 사람 뿐이었다. 그나마 정부의 보조가 없이는 운행 자체가 불가능한 노선임에 틀림 없다. 이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올라 가는데 한참 걸었던 이 길을 다시 되훑어 올라 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도 걸음은 어지간히 빠른 편인데 전 날부터 걸었던 거리가 이 것밖에 안된다니 ...ㅡ,.ㅡ;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 글쓰인 바위 1.8킬로미터 지점의 마을까지 정확하게 내가 걸었던 길만 되짚었다. 글쓰인바위 전 마지막 마을에서 내리던 여고생의 티셔츠 등에 쓰인 글귀에 잠이 다 깬다. 흰 티셔츠 등짝에 쓰여진 문구는
"울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어이도 없고 우스워 뒤집어지는 줄 알았지만 그 새 늘어난 몇 안되는 동승자들로부터 미친 놈 취급할 것 같아 웃음은 참았다. 가면 갈수록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 이외에도 서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재미있는 것들이 자꾸 눈에 띤다.
말씨와 행색으로 보아 내가 외지인임을 알아본 운전기사 양반은 어디를 둘러 보았는지를 묻고는 반드시 들러볼 곳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곳과 윤선도에 얽힌 역사에 대하여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운전 도중 휴대전화가 울리는 통에 잠깐 전화통화를 한 뒤 그가 내게 말했다.
"손님은 운도 참 좋으요 잉."
"뭐가요."
"제가 이 곳 보길도 관광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디요. 방금 단체여행 가이드를 맡아달라고 주문이 들어 왔네요, 잉. 보길대교 도착해서 조금만 기다리면 그 단체 여행 차량에 동승시켜 줄테니 그리 하쇼 잉."
사실 교통이 막연한 이 곳 보길도에서 볼거리는 아직 남았고 걸어서 다니기엔 아무래도 무리는 좀 있고 고민되던 차였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눈치밥을 먹기 싫어하는 나의 고집이 있어 호의에 대하여 사양을 하게 되었다. 참가비를 내고 단체로 다니는 것도 싫기는 매한가지. 난 나 혼자가 좋을 뿐이다.
보길대교에서 내려 이 번엔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고산 윤선도의 숨결이 남아있는 낙서재와 곡수당을 향한 길이었다. 가다 말고 길이 아름다워 한 컷.
개발이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은 보길도의 길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곳 주민들 한테는 맞아 죽을 소린지 몰라도 더 이상 개발이 안되고 이 아름다운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퍽!
드문드문 농가만 있을 뿐이어서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지만 갈래길이 거의 없는데다 친절하게 이정표까지 나와 주시니 걷는 길 마음 편하다.
한참만에 도착한 세연정 매표소
표를 사서 들어가 둘러 보니 당시의 정원은 그대로인지 모르나 세연정의 누각은
세월의 때를 입혔지만 이는 억지로 입힌 때에 불과하고 사용된 재목도 소나무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왠지 가벼워 보이는 싸구려 재질. ㅡ,.ㅡ; 소실된 것을 복원했다고 하는데 예산을 아낄 일이 따로 있지 이런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돈을 아끼는 문화재청과 도청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얼핏 떨어져서 보면 멋지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쉽다 못해 어이가 좀 없다.
한 쪽 구석에서는 이 곳 세연정에 대한 브리핑을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누군가 전라도 악센트가 강한 어투로 하고 있었다. 가만 들어보니 중고등학교 역사책에서 배웠던 내용이 심심찮게 나온다.
일본의 정원은 인공미인 반면 한국의 정원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끌어들여 여기에 맞게 건축물을 가미하기에 자연미가 넘치는 아름다움을 갖는다는 이야기와 흐르는 물의 물길을 그대로 모아 못을 형성하는 조상들의 지혜에 대하여 열심히 설파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다름 아닌 바로 그 버스기사 양반이었다. 은근히 반가운 생각이 들었지만 바쁜 사람 방해하는 것 같아 곧 나대로의 일정에 충실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단체 관광객들. 40~50대의 중년의 사람들이었다.
흐르는 물을 모야 물길을 보존하며 형성한 못.
여름이면 사면팔방을 열어 더위를 식히는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장지문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아무리 새로 재현해 놓은 곳이라지만 이 안에 들어가 뭔가 열어보고 들여다 보는 것은 해선 안될 짓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버젓이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말이 쓰여져 있지만 궂이 들어가 열어보고 들여다 보는 아저씨가 눈에 거슬렸다. 오지랖 넓은 내가 그냥 보고 넘길리 만무했다.
"여기 들어가지 말라고 써있어요."
이 아저씨 들은 척도 안했다. 그냥 넘어갈 나도 아니었다.
"들어가지 말라고 써있다고요. 글쎄!"
이 아저씨 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나왔다. 꼬운들 어쩌리 할 말도 없으면서...
이 곳을 나와 역시 고산 윤선도의 유적인 곡수당으로 가 보았다. 어디 말대로 솔찬허니 먼 길이었다.
이 곳도 재현해 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고 사용된 목재와 억지로 입혀 놓은 세월의 때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학자의 품격이 읽혀지는 구조와 분위기가 있다.
하절기 햇볕의 각도와 겨울의 각도를 감안해 기와의 각도를 설계함으로써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자연의 순응하는 조상들의 지혜도 함께 읽혀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에 식상한 나는 이러한 집을 짓고 살고 싶지만 그런 날이 올지는...
이 곳을 떠나 윗쪽으로 올라가면 몇 채의 누각이 더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낙서재다.
동천석실로 가자면 길 건너편 산 중턱까지 빙 돌아 걸어 올라야 한다. 이 곳까지 걷는데만도 지친 몸을 끌고 뙤약볕 아래를 걸어 빙 돌아 걸어 오를 것을 생각하니 아득한게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
1
'국내여행 > 11 해남·보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훌쩍 해남 기냥 보길도4 (0) | 2011.07.08 |
---|---|
훌쩍 해남 기냥 보길도3 (0) | 2011.07.05 |
훌쩍 해남 기냥 보길도1 (0) | 2011.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