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스페인·포르투갈

하이 이베리아11-2(톨레도)

코렐리 2011. 5. 2. 17:29

2011.1.26(수) 계속

 

역시 배부르고 등따시니 카테드랄 안의 냉기에 덜덜 떨던 통에 위축되었던 활동의욕이 되살아났다. 게다가 맥주를 두어잔 마시니 알딸딸하기까지 하다. 음식값을 카드로 지불하는동안 여직원은 음식이 좋았느냐고 강조하며 묻는걸 보면 슬몃 팁을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곳 스페인은 팁문화가 그리 활성화 된 곳도 아니고 그녀의 서비스는 평범 이상은 아닌데다 서비스는 다른 사람의 것을 함께 받아 굳이 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 탓에 좋았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했다. 이 번 스페인 여행에서는 한국인 여행자가 흔치 않은 탓에 한국인 아니 동양인만 봐도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이 식당에서도 혼자 와인을 즐기던 한 한국인처자가 있었다. 식당에 들어오기 전 식당을 찾아 다니다 얼핏 봤던 사람인데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여행자 치고는 감각적인 패션이 돋보였기 때문. 여행을 떠나면 가장 편안한 옷차림에 치중하고 갈아입을 옷은 상의 한벌이 고작인 내게 있어서는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상찬을 섞어 그녀의 패션감각을 참견하니 무표정한듯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식당을 나온 나는 엘 그레코의 집으로 가 봤다.

 

엘 그레코의 집은 문이 굳게 잠겨 있고 안에서는 바닥을 뜯는 큰 공하를 하는지 뜰뜰거리며 장비 돌아가는 소리가 새나왔다. 이 안에는 엘 그레코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톨레도 풍경과 지도가 있어 꼭 들어가 봐야 했지만 문이 닫혀 있으니 별 도리가 없었다. 으쩜 안내문 하나 안걸어 놓았을까 싶다. 엘 그레코의 집이라는 표기 조차도 거의 지워지고 희미하게 간신히 알아볼 정도로 자국만 남았다.

 

엘 그레코의 집을 포기한 나는 산토 토메 성당(Iglesia de Santo Tome)으로 가 보았다. 자그마한 성당이지만 아름다운탑을 갖고 있는 무하데르 양식의 성당이다.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내부 사진은 가진 것이 없어 그 안에 소장되어 있는 엘 그레코의 걸작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퍼왔다. 이 작품을 보는 일본인 단체관광객은 숨을 죽인채 이 그림에 만 눈길을 두고 있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다. 나도 이 그림이 엘 그레코 최대 걸작인만큼 한참을 들여다 보고서야 이 성당을 나왔다. 그림 아래쪽에는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에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스테파노가 지상으로 내려온 모습을 형상화하였고 위쪽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가 오르가스를 맞아 들이는 내용이다.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과장되게 작은 머리와 긴 팔과 다리가 눈에 띤다.

 

산토 토메 성당을 나온 나는 버스터미널로무터 가장 먼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으로 거슬러 올라 오기 위해 시나고그와 산 후안 수도원부터 가기로 했다.

 

이 곳이 시나고그(Sinagogue: 유태인 교회당 15:15, 3유로)다. 외관을 보면 아라베스크식 창문이 보이긴 하지만  주변의 다른 오래된 건물들에 비해 그다지 건축양식이 특별하게 독특한 개성을 갖거나 하진 않던 것 같다. 정식 명칭은 트란시토 시나고그(Sinagoga del Transito)다  14세기에 건립되었으며 1492년 그리스도교 교회로 바뀌었다.

 

안에는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의 무대에서 본 적 있는 촛대다. 빈약한 지식에 아는게 나오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래의 사진은 이 시나고그의 실내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전시물이다. 벽을 장식하는 이들의 아치가 기본적으로는 아라베스크 양식이지만 그 주변 이질적 양식이 가미된 것 같다.

 

벽면 장식이 그동안 봐온 양식과 다른데 이는 무하데르 양식이라고 한다.

 

과거의 유대인 복식을 보여주는 마네킹 인형.

 

두루말이 토라와 유대를 상징하는 다윗의 별로 장식된 상의의 장식과 색상이 눈에 띤다.

 

밖으로 나오면 멋진 절벽과 자그마한 호수(물웅덩이가 맞겠다)가 볼만한 경치를 만들어낸다.

 

시나고그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산 후안 데 로스 레예스 수도원(Monasterio San Juan de Los Reyes: 16:00, 2.3유로)이 보인다.

 

1476년 포르투갈과의 토로 전투에서승리를 거둔 기념으로 건립을 시작하여 17세기 초에 완성된 건축물이다. 내부는 이사벨여왕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마누엘 1세의 이름을 따 마누엘 양식으로 명명된 포르투갈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왠지 연상된다. 굵직굵직한 장식의 분위기가 왠지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듯도 하다. 이 성당은 고딕 양식을 기본으로 했다. 건물 바깥에 쌓은 탑과 그 장식, 그리고 성인들을 외벽에 세워 놓은 모습 하며

 

끝이 뾰족한 아치 천장이 그렇다.

 

르네상스식 화려한 장식과 무하데르 양식이 혼합된 실내장식이 묵직하면서도 화려함이 볼만하다.

 

규칙과 반복을 통한 장식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과 이들이 들인 엄청난 정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세밀하게 뜯어 보던 어느 한 순간 가시관을 쓰고 묶인채 매를 맞은 후의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흠칫 놀라 그 자리에 순간 멈춰섰다. 실제 사람의 크기 보다는 약간 작았지만 가시관의 뛰어난 질감 표현, 실제 사용한 로프와 완벽하게 색을 입힌 피부에는 채찍이 지난 자리에 피멍과 흐르는 핏줄기가 처참한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왠지 눈이 마주쳤다고 착각한 순간 그리스도의 눈은 왠지 모르게 무언가 호소하는듯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종교적인 느낌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중정을 두고 놓여진 회랑에는 왠지 마누엘 양식을 연상시키는 아치 속 장식이 눈에 띤다. 회랑의 중심인 중정에는 정원이 가꾸어져 있었다.

 

천장은 뻣치는 듯한 힘을 느끼도록 방사형으로 장식했다.

 

복잡하고도 섬세한 2층 회랑의 장식이 무척이나 눈을 사로잡는다.

 

2층 회랑에서 내려다 본 중정의 정원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내려다 보기에 편안하다.

 

증명사진 한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