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스페인·포르투갈

하이 이베리아8-2(그라나다)

코렐리 2011. 4. 1. 22:15

2011.3.23(일) 계속

아라야네스 중정을 떠나

 

계속 이동을 하면 궁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히는 사자의 중정(Patio de los Leones)으로 통한다. 사자의 중정을 둘러싼 아치와 기둥 역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아라야네스 중정을 떠나 사진으로만 보아 오던 사자의 중정에 도착하니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부터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아치와 벽을 장식하는 문양도 아름답지만 한 두 개 또는 세 개를 한꺼번에 배열하는 기둥의 배열 방식도 무척이나 특이하고 재미가 있다. 이 곳에 배열된 기둥의 갯수가 124개라 하는데 이 숫자에는 무슨 의미라도 담겨 있는 것일까...

 

많은 기대를 하고 갔던 사자의 중정에서 아름다운 벽과 아치의 문양 그리고 기둥에 매료됨도 잠시였고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중정 한가운데에는 이미 사자의 샘도 치웠고 공사중이어서 흉물스러운 통제막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어디에서 어디를 찍어도 이 흉물스러운 가림막은 계속 카메라에 담아야 했고 그 놈의 가림막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 그나마 여기까지 와서 이 정도를 볼 수 있다는 것만도 행운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곳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아쉬움은 이 곳에 머무는 내내 느껴졌다. 사자의 샘을 구성하는 12마리의 사자와 둘러세워진 사자상의 등을 타고 자리잡은 분수도 이 중정의 한 방으로 옮겨졌다. 보수공사를 하기 위함이었는데 더욱 고약한 것은 그 방에선 사진 조차도 찍을 수 없었다.

 

이 곳은 하렘구역으로 금남의 집이다. 왕은 빼고. 왕을 위한 환락의 공간이다. 셰헤라자데의 천일 야화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그런 공간 정도 되겠다.

 

아치와 벽장식이 유난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문제는 이 궁전을 찍자면 어디에서 찍어도 칸막이가 가려 사진이 흉물스럽다. 시기를 잘 못 가려 방문했는다는 생각이 이 곳을 머무는 내내 든다.

 

 

 

이슬람 건축양식에서는 흔히 보여지는 양식이므로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에 있는 방들 모두 모사라베 양식의 천장으로 장식되어 있어 이 곳에 들인 장인들의 공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혀가 다 내둘려진다. 이 곳에는 아벤 세라헤스의 방(Sala de Abennerrajes), 두 자매의 방(Sala de las Dos Hermanas) 등이 있다고 하는데 어느 것이 어느 방인지 알게 뭐냐.

 

아래의 사진은 사자의 중정에서 사자 사진을 찍지 못함이 아쉬워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얻어 왔다.

 

 

아래 사진의 정원은 자객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지 않은 중국 자금성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정에 심은 나무들과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분수가 운치를 낸다.

 

 

 

이게 어디였더라...

 

이건 아라야네스중정으로 다시 돌아가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사자의 중정이 배신을 때리니 온전하게 볼 수 있는 이 곳이 더 끌렸던 탓일게다.

 

 

 

 

 

이 곳 나스르 궁전을 나오면 파르탈 정원으로 통한다. 사진에 보이는 높은 부분이 귀부인의 탑이다.

 

귀부인의 탑과 파르탈 정원을 지나 동쪽으로 걸어가면 헤네랄리페가 나온다. 역시 나무를 다듬어 만들어 놓은 환상적인 정원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헤네랄리페에서 셀카 한 컷.

 

조금 더 올라가면 길게 수로를 파고 좌우로 쫄쫄이 분수를 배열해 놓아 뿜어내는 물줄기는 보기에도 시원하다.

 

 

 

물이 풍부하지 않고는 조성하기 어려운 정원이다. 헤네랄리페는 14세기 초에 정비된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다고 한다. 이 곳은 아세키아중정(Patio de la Acequia)인데 전체 길이 50미터의 수로가 볼만하다.

 

이 곳을 올라가면 물을 테마로 한 또 하나의 자그마한 중정이 나온다.

 

올라가 위에서 중정을 내려다 본 모습

 

수로를 겸한 계단의 난간은 더위를 식히면서 미적 감각도 겸비한 재치가 돋보인다.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그라나다 궁전을 나선 시간은 14:00. 나스르궁을 입장을 하네 못하네 실갱이를 한 40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어지간히도 오랜 시간을 이 곳에 머물렀다.

 

궁전에서 나가 묵었던 호텔을 지나 내려 오면 큰 광장이 있고 그 곳에는 식당이 밀집해 있는데 그 분위기가 그만이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14:10).

 

맥주, 가스파초 그리고 튀김(20.91유로). 가스파초는 차갑게 먹는 스프로 토마토를 주원료로 하는 음식으로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잘게 썰은 파프리카와 피망을 함께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다음으로 나온 튀김. 오밀조밀 자그마한 튀김이 먹음직하게 나왔다. 새우, 오징어, 안초비 등이 소박한 샐러드와 함께 나온다.

 

약간은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식당이 한국에도 많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한국 식당은 벽 안에 들어가 있어 이러한 운치는 느껴보기 어렵다. 지붕을 이고 밥먹는건 양반사회의 전통이 내려온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이들의 이러한 식당문화가 한없이 부럽다.

 

식사를 마친 뒤(15:10) 다시 알바이신 지구의 경사진 골목을 올라 보았다. 밤에도 돌아다녀 봤고 알함브라 궁전에서도 내려다 보았으니 낮에 다니는 골목은 어떤지 궁금했다. 또하나의 목적은 알함브라 궁전을 비슷한 높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러대의 차량이 주차된 아래의 광장이 바로 간밤에 헤매며 찾은 곳이다.

 

골목은 계속 경사져 있고 꼭데기에 이르면 알함브라 궁전이 건너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