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0 중국어학연수

중국어학연수17(시안→베이징→세울)

코렐리 2010. 11. 17. 09:43

2010.7.11(일)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나서 아침식사로 먹은 것은 전날 마트에서 구입한 신라면 사발면. 짐을 들고 나와 체크아웃을 한 뒤 숙소를 나섰다. 시안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멜로디호텔로 갔다. 중국식 발음으로는 메이루언 지우디엔. 전날 갔던 종로우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공항버스가 이미 대기중이었다.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시안공항이다.

 

도시규모에 비하면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의 공항이다. 하지만 시안은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인지 한켠에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베이징행 티켓을 받아 든 뒤 남는 시간을 잠깐 때우기 위해

 

전날 사서 먹지 않은 과일을 꺼내봤다. 칼도 없고 접시도 없고... 걍 야만인모냥 껍질을 벗겨 먹어봤다. 과즙이 많아 질질 흐르는걸 궁상피우며 먹기도 좀 그렇다. 그래도 꿋꿋히 다 먹었다는...

 

신축중인 공항청사

 

보통은 티케팅을 하면서 짐도 한꺼번에 부치는데 여기선 티케팅 장소와 짐부치는 장소가 각개전투 놀이를 한다. 왜그러나 몰라.

 

뱅기타러 들어가는 사람들.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셨다. 값은 공항 안이라 만만치 않다. 안그러면 남는 시간에 뭐하랴.

 

시안 시장에서 50위엔에 주워온 전통의상 입고 개폼 한 컷.

 

인상 참 썰렁하고 까칠하도다. 내 인상도 이렇게 썰렁하거나 까칠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독보적이야. 암!

 

비행기 안은 찜통이다. 연료를 아끼느라고 그러는건지 에어컨은 떠날때가 되어서야 켰다. 부채질로 더위를 달래면서도 누구 하나 에어컨 뒀다 국끓여 먹을거냐고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늘상 다반사인가?

 

단거리지만 기내식도 준다. 먹을만하다. 근데 포장은 아주 꾸리다.

 

베이징에 도착한 울 뱅기.

 

중국의 하늘은 늘상 이렇게 뿌옇다. 공기가 오염된건지 아님 황사인건지... 어딜가나 거의 다 그런 것 같다.

 

 

이 날 원래 798 거리를 가려고 했었다. 이미 가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가려고 했던 이유는 찬바람과 뜀도령이 아직 못가봤고, 베이징에서 가장 볼만한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고 이날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다지 많은 시간이 남은 것도 아니어서 우리가 비행기를 탈 청사에서 미리 티케팅을 받은 뒤 나갔다 오면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탈 중국항공의 부스를 찾느라 한참 헤먰다.

 

찾고 나서 줄서보니 그 곳은 국내선 창구였네그래?   ㅡ,.ㅡ; 다시 국제선 창구를 찾아 줄을 섰다. 시간이 적잖이 걸려 우리 차례가 되자 직원이 썰렁한 소리를 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지금은 티케팅이 안되는디유?"

젠장. 여기서 쓸데없이 시간만 보낸겨?

"은제부터 하는디유?"

"두시간 전에 와유." ㅡ,.ㅡ;

 

공항 밖으로 나가자니 애매한 시간이었다. 안나가기로 했다. 어영부영 시간을 때우다가 밥먹기로 했다. 동팡지바이라는 곳으로 가봤다.

 

지금 다시 봐도 맛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다. 만두와 붂음밥은 뻣뻣하고, 돈가스는... 돈가스도 뻑뻑하고, 닭다리 덮밥은... 그나마 낫다. 맛도 없는게 살짝 느끼하기까지 하다. 먹고 나니 디저트가 간절히 필요해졌다. 가위바위보로 밀크티를 주문하기로 했다. 내가 졌다. ㅡ,.ㅡ; 밥도 먹었고 디저트도 먹었고... 시간 때울 일이 막연했다. 시안으로부터 돌아올때도 밤기차로 오는건데 정말 잘못했다. 돌아올 때 피곤할까봐 그랬던건데... ㅡ,.ㅡ; 시간도 안가고 방금 밀크티 내기 뒤집어 쓴 것도 억울하고 해서 이 번엔 맥주 내기를 했다. 공항 안이니 절대 저렴할 턱이 없다. 가위바위보를 또 했다. 젠장 내가 또 졌다. ㅡ,.ㅡ;

 

대충 두 시간이 남아 중국항공으로 티케팅 하기 위해 가봤다.

 

뜀도령이 받은 뱅기표.

 

이젠 진짜 세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타는 일만 남았다.

 

나는 비행기 탈 때 길게 줄서는 것이 싫다. 그래서 가장 나중에 타는 편이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실컷구경하고 비행기 문닫기 직전에 올라탔다. 뜀도령과 찬바람과는 달리 내 티켓 리딩을 하는데 에러가 났다. 직원이 좌석을 볼펜으로 지우고 다시 써줬다. 이런 경험은 터키에서 돌아올 때도 이미 한 번 있다. 직감적으로 비지니스 클래스로 업그래이드 되었음을 눈치챈 뜀도령이 말했다.

"좋겠수다."

찬바람이 영문을 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내가 실실 쪼개며 대답해 줬다.

"나는 자네들하구 급이 다르다고 중국항공측에서 업그레이드 시켜준걸쎄. ㅋㅋㅋ"

뜀도령과 찬바람이 꼬와서 쳐다도 안보려 한다. 허헣... 이사람들아 그러게 평소에 맘을 곱게 쓰고 살아야지.

 

각자 자리를 찾아 앉았다. 찬바람과 뜀도령은 함께 앉았고 나만 비지니스로 떨어져 앉았다. 그래도 좋다. 이륙도 하기 전에 샴페인부터 한 잔 준다. 좋군.

 

널찍한 시트에 앉아 셀카 한 컷. 사실 이 곳에서 이런 유치한 짓 하는 사람 나밖에 없다. 간만에 면도했더니 제초작업이 덜되었는지 코밑에 잔풀이 남았군.

 

 

식전 커피도 한 잔 주고.

 

역시 기내식도 다르다. 딤섬과 미엔바오, 그리고 과일과 푸딩이다. 감동할 맛은 아니지만 이코노미석 기내식보단 낫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당근 세 넘 모두 각자 가기의 집으로 아니 나는 이 곳 공항에서 가까운 아버지 집으로 갔고 어쨌든 각자 찢어져 흩어졌다.

 

말로만 듣던 어학연수란거 머리털 난 이후로 처음 가봤다. 젊은 친구들이 많은 돈을 들여 어학연수를 가면 수업은 안듣고 한국인 학생들끼리 모여 맥주바로 클럽으로 놀러 다니기 바쁘다가 막상 돌아오면 회화는 하나도 안늘고 어디서 주워 배운 SLANG이나 입에 담으며 자신이 멋있는 줄로 착각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간혹 보곤 한다. 나도 가보니 이해할만 하다. 보름의 짧은 기간이니 망정이지 좀 더 있었으면 수업 듣기 싫어질 뻔 했다. 나이 먹고 시작한 어학 공부라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얻는건 전같지 않다. 그래도 나는 이 번 보름간의 짧은 어학연수에서 얻은 것은 적지 않다.

 

우선 보름 기간의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업부터 반드시 챙겨 들었다. 전날 술을 많이 먹었건 적게 먹었건 강의실에서 조는 한이 있어도 수업은 반드시 들어갔다(나 학생때는 안그랬던거 같은데... ㅡ,.ㅡ;) 한국에서는 하루 한시간 수업 듣던 것이 이 곳에선 하루 네시간이니 일단 수업량으로는 보름간이지만 두달치를 공부한 셈이다. 독해, 청력, 회화 등 편중됨 없이 하는 다양한 수업이 지루함을 덜고 어학능력을 골고루 향상시키는 이 수업 시스템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미국, 영국, 터키, 인도, 이탈리아, 태국, 말레이지아, 러시아 등 각국으로부터 몰려온 학생들과의 교감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그들과 친해지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듣고 시안으로 떠나던 날 강사선생님들한테만 살짝 인사하고 나오려 했지만 회화 선생님이 공개적으로 급우들에게 말했다.

"윤학우가 이제 돌아가야 한다는군요."

그동안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해 조금은 서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성이었겠지만 여기저기서 섭섭함의 탄식이 나왔다.  길었다면 친구가 될 사람들도 몇은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은 아쉽다. 서글서글한 학우들의 얼굴들도 살짝 그립다.

 

수업이 끝나면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니며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옆으로 가서 섰다. 한국에서 같으면 가급적 그런 사람들과는 멀리 떨어져 서려고 했지만 이 곳에선 그 반대였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다. 아직까지는 자기들끼리 고급단어를 써가며 하는 대화를 이해하기란 벅차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봤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 역시 적지는 않았다. 돌아다미며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보다는 아주 간단한 표현을 구사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할 수야 있지만 그들이 숨쉬듯 자연스럽게 내뱉는 단순한 문장을 체득하는 방법은 그들과 함께 섞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니던가. 나는 특히 어린이와 엄마의 대화를 특히 귀기울여 들었다. 그 속에 오히려 가져올 것이 많았던 탓이다. 돌아다닐때는 항상 손에 전자사전을 들고 다녔다. 생소하거나 가물가물한 단어가 안내문이나 옥외간판 등에서 나오면 즉시 찾아보았다. 여기에서도 적지 않게 어휘력을 강화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 최대한 동반자 없이 혼자 돌아다기기 위해 노력했다. 장거리 여행때는 거의 누군가를 붙잡고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첫째,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둘째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생생한 현장 감각때문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곳에 오니 머릿속에 무언가 생각을 하거나 대화할 때 한국어로 생각하고 머릿속에 중작하면서 나오던 말이 이제는 머릿속에서 미리 중국어로 생각하고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더라는 것이다. 강남 극성엄마들이 틈만나면 애를 본토로 보내려는 짓거리가 꼭 짓거리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이를 또 어쩌랴.

 

저녁이 되면 밤문화를 즐기기 위해 싸돌아 다녔다. 기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야시장에서 중국인들과 섞여 맥주를 마시며 수다는 떨던 일, 그리고 경극 등 전통 문화를 즐기던 일들이다. 남의 문화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그 재미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맛의 크기가 어떤지 절대 알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지금 내가 생각해도 가장 잘한 짓에 속한다. 또하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아~~~!

 

주말에 기숙사에서 침대 위에 해골이나 굴리며 광팔고 쉬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행복일 수 있겠지만 내가 그런다면 이건 두고두고 죄의식을 느낄 죄악중 최악의 죄악이다. 서울에서도 주말이면 집에 붙어있기를 거부하는 내가 외국에 와서야 더하면 더했지 어찌 마다하랴. 첫 주에는 지난(齊南)과 타이샨(泰山), 둘째주에는 청더(承德),

세째주에는 수요일에 수업을 끝내고 일찌감치 놈놈놈이 모였다. 오리전문점에 앉아 그 비싼 요리를 껄떡지게 먹은 것도, 기차를 놓치기라도 할까 노심초사 헐떡거리며 뛰었던 기억도, 장시간에 걸친 밤기차여행과 그 안에서 한담을 즐기며 마시던 맥주의 맛도, 청컹거리는 기차바꾸의 마찰음도 기차 안에서 자던 달콤한 잠도 벌써 그립다. 셋이서 다니던 화칭츨, 빙마용과 그외 다른 유적지도 모두 좋았지만 시안성 위에서 자전거로 돌던 여유로움은 시안에서 얻은 최고의 추억이다. 검은 벽돌로 깔려진 성벽 위의 넓은 바닥과 성벽 아래로 너머다 보이는 고전적인 건물들의 지붕도 머릿속에 아름다운 영상으로 자리잡고 이따금 자동 상영된다. 놈놈놈이 함께 하니 더욱 즐거운 추억이다. 내년엔 칭짱열차를 타고 놈놈놈이 다시 떠나기로 했다. 이를 일찌감치 허락해 준 제수씨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알라뷰~~~!

'배낭여행 > 10 중국어학연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어학연수16-2(시안)  (0) 2010.11.10
중국어학연수16-1(시안)  (0) 2010.11.09
중국어학연수15-3(시안)  (0) 2010.11.09
중국어학연수15-2(시안)  (0) 2010.11.02
중국어학연수15-1(시안)  (0) 201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