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6(화)
화요일 수업이 끝나고 이 날은 198구역에 가기로 작심했다. 숙소에 책과 필기도구를 내려놓고 가방을 다시 꾸린 뒤 숙소를 나섰다. 주머니엔 한 푼의 돈도 없었다. 숙소 옆 은행 자동화 코너에 가봤다. 중국어로 표기된 내용이 익숙치 않아 영어로 된 메뉴로 여러번 예금인출을 시도해 보았다. 도대체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번엔 현금서비스로 시도해 보았다. 역시 계속 에러가 났다. 직장동료에게 물어 보니 중국에선 카드를 이용한 외국인의 예금인출이나 현금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아쉬운대로 일단 300위엔을 빌렸다. 이 돈만 일단 빌리면 한국으로 돌아가 갚기로 했다. 나머지는 뜀도령과 찬바람이 합류하면 시안행 기차표와 북경 화항의 항공권을 내가 사 두었으니 그 돈을 받으면 충분할 터였다. 바로 옆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한 흠래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무심코 들여다 본 대학도서관. 듣기로는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달리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열심히 공부한다길래 열람실의 분위기를 한 번 들여다 봤다. 우리와 분위기는 별반차이 없어 보인다.
수업중 옆에 앉았던 진신라이와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이 날 가고자 했던 798지역이 자신이 묵고 있는 삼촌댁에서 멀지 않다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사실 내가 가는 길을 물으니 자신은 매일 택시를 타고 다녀서 대중교통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녀석은부모님이 어지간히 부자인 모양이다. 어쨌든 처음으로 식사를 함께했다. 내가 먹은 것은 위샹로우쓰덮밥과 칭다오맥주.
진신라이의 집까지 태워준 나는 다시 타고있던 택시를 돌려 798구역으로 갔다. 택시비 54위엔이 든다.
입구에 도착하자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자리잡고 앉아 고객들의 얼굴을 열심히 그리고들 있었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거리로만 보이던 곳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여기저기 설치된 예술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철도침목으로 담벼락을 세우고 여기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여러개의 못을 박아 문자룰 표기하고 못대가리에 노란칠을 한 감각적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멋진 아이디어에 멋진 결과물이다.
이 곳엔 기념품 가게도 많고 예술작품을 전시간 전시공간도 무척 많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인물상의 설치미술도 보이고
익살스러운 인물상도 눈에 띤다. 나는 한 군데도 빠뜨리지 않고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기로 작심했다.
우연히 발견한 엘피판 가게다. 나는 하도 반가와 주인과 인사를 나눈 뒤 혹시 내가 그동안 혀안이 되어 찾던 엘피들이 나와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걸고 엘피를 모두 뒤져 보았다. 여기에 전시된 음반과 비치된 음반 모두 합쳐야 천여장이 고작이었다. 내가 가진 4천장의 엘피음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고가의 음반은 단 한장도 없었다. 음반 중 태반은 한국에서 구해온 라이센스 음반들이었다. 놀라운 것은 값이었다. 한국 라이센스반은 대부분 장당 300위엔 안팎이었다. 어걱! 나같으면 안산다. 하긴 한국에서 구입하는 값고 운송비 등을 감안하자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었다. 오지랖 넓은 나는 한국에서 친구가 엘피샵을 하고 있는데 그가 값싸게 공급해 줄 수 있을거라며 명함을 건네고 나왔다. 양쪽 사람들을 연겷 주면 어떨까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음반가게를 하는 동호회 회원에게 이야기하니 서로의 요구조건이 어렵지 않게 충족되었다. 그들에게 연락하면 기뻐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쪽지에 받아온 3개의 이메일 주소중 어느 것이 누구의 것인지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멍청하긴... ㅡ,.ㅡ; 어쨌든 나오면 연락하나고 했으니까 기다려 보지뭐. 가게를 지키던 두 남녀 커플 중 여자는 한국말에 유창했다. 여기에서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 나왔다.
엘피가게를 나와 계속 다녀 보았다.
바깥에 설치된 간판들이 대부분 감각적이다.
화랑입구의 간판.
체 게바라를 이용한 포스터가 눈에 띤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로 그려진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갑각적인 간판으로 거듭난 공장굴뚝. 이 곳에서 본 가장 멋진 설치물 중 하나다.
배추모양으로 만들어진 이동식 화장실. 역시 화장실인지라 꼬질꼬질해 보인다.
노출된 파이프가 길게 드리워진 화랑가
이 지역의 화랑들을 들러보면 현대화가들의 그림이나 조각은 물론 아래와 같은 설치미술도 상당히 많이 눈에 띤다.
이 곳은 티벳미술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이 곳에는 대부분 탱화가 전시되어 있다. 한 안내인이 그림 하나하나에 표현된 내용을 설명해 주었는데 지금와서 기억에 남는것은 하나도 없었다. 작품에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는 실례를 범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부 사진 한 장 정도는 허락을 구해보고 찍어볼걸 그랬나보다. 내부 사진은 하나도 없고 외부 사진만 있으니 왠지 건조하게 느껴진다.
한 조각가의 공간 입구에 설치된 소조작품과 함께 장난스러운 포즈로 셀카 한 컷 찍어봤다.
희한하게도 이 곳 공장지대는 아직도 가동되는 공장이 일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켠에서는 전시와 관람이 활발했다. 공장지대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느껴지니 이 또한 거닐기에 즐거움이 극대화 되는 이유가 되었다.
가게에서 콜라 한 병을 사서 파라솔에 앉아 쉬다 보니 구식 전화박스 앞에서 화보를 촬영하는지 모델과 사진사 그리고 조명을 담당한 스텝들이 촬영을 했다.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 보았다. 이들의 하는양을 지켜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쇠파이프를 용접해 설치한 751은 번지수인지 뭔지 궁금해 찍어봤지만 나도 모름.
거리 곳곳에 다양한 설치물과 다양한 전시관은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전시물등이 모두 제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공장 내부 한 공간을 차지한 도예품 전시관. 5시 넘어서야 이 곳을 빠져 나왔으니 내가 이 곳에서 보낸 시간은 대략 세시간정도였다. 문제는 이 곳에서 베이징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이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편이었다. 지하철은 없고 버스는 내 눈에 익은 장소로 가는 노선은 하나도 없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 곳은 베이징 시내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우회전하여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다. 만일 택시를 타지 않고 일반 교통편으로 왔다면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 버렸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선은 그래도 많은 편이었지만 지하철이 닿는 버스 아무거나 탄다는 것도 그다지 용이하지 않았다. 간신히 찾아낸 것이 405번 버스였다.
10호선 리양마치아오역 앞에서 내려 지하철을 탄 뒤 치엔먼 역에서 내렸다. 그 이유는 전부터 가보겠다고 별렀던 중국식 자장면 전문점을 가보기 위함이었다.
이름하야 징웨이자장미엔.
여러가지 메뉴 중 6가지 곡물과 콩 그리고 자장면소스를 섞어먹는 감판메뉴 징웨이자장미엔을 주문했다.
값도 저렴해 자장면 14위엔 맥주 8위엔 도합 22위엔으로 깔끔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 곳은 한국의 냉면집처럼 면수도 따로 내준다. 냉면 면수에 비하면 깔끔한 맛은 덜하고 약간은 텁텁하지만 구수한 맛은 그만이다.
비벼놓고 나면 맛없어 보이지만 절대 아님. 한국식 자장면의 느끼한 뒷맛과 달리 깔끔하기로는 몇 수 위인데다 면발의 쫄깃한 촉감은 단연 최고다. 이거 뜀도령과 찬바람 오면 맛보여 줄려고 했는데 우찌우찌하다 보니 다른 곳만 다니고 말았다. 어쨌든 이 곳에서 식사하고 7시 25분쯤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우다오코우 역에서 내려 걸어가다 보면 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안가는 한인골목이 있다. 여기엔 한국음식과 피씨방 같은 상점들이 있어 오랜시간동안 한국음식과 문화에 굶주렸다면 한 번쯤 들러볼만도 하지만 다는 단기간 체류한 관계로 생략!
길가다 혼자 군것질하기 위해 2위엔짜리 빙과. 중국의 빙과는 한국의 70년대의 맛을 연상시킨다.
숙소로 들어오며 어김없이 구입한 칭다오 맥주 2병(6위엔)과 2리터들이 물 1병(3위엔). 기분 좋게 냉장고에 넣어놓고 샤워를 하면서 놀러 다니느라 밀린 빨래를 해서 널고 나니 왜이렇게 흐믓한지. 에어컨 틀어 놓고 타잔장에 침대에 앉아 축구를 봤다. 이 날 축구는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2:1로 깨졌다. 용호상박이 따로 없다. 다음날은 수업종료일이다. 직장 동료들은 모레 돌아갈 계획이지만 나는 찬바람과 뜀도령이 합류해 그날 저녁으로 시안행이다. 이래저래 기분좋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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