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0 모로코

모로코 여행14(카사블랑카→카타르[경유]→인천)

코렐리 2010. 3. 12. 14:07

2010.1.30(토)~31(일)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날 새벽이다. 비행 시간이 이른 탓에 긴장한 채로 잠이 들었던 나는 05:40에 일어났다. 06:00 호텔을 나서 06:45차를 타기 위해 나갔다. 어제 직원에게서 안내받은 대로 04:45차가 첫차이고 한시간 단위로 차가 있다면 06:45에 세 번째 차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역에 도착해 창구로 가서 공항 가는 표를 달라고 했더니 지금 당장 기차에 올라타라며 표를 황급히 내준다. 서둘러 나가 서 있는 기차가 공항ㄹ으로 가는 차임을 확인한 뒤 06:07차에 골인했다. 기다리지 않으니 좋기는 한데 어제 정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 갸웃 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06:41이 되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제 2 터미널로 가 티켓을 받았다.공항 안에 들어오자 그동안 굶주렸던 맥주생각부터 났다. 아침도 먹지 않았으니 배도 고팠다. 나는 하이네켄 맥주 한 병과 페스추리 빵 하나를 사서 앉았다(45디람). 이 때 먹었던 맥주 맛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었지만 병이 너무 작아 아쉬움이 더했다. 이 때부터 기내에서 제공할 맥주를 눈빠지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ㅡ,ㅡ; 남들이 보면 술꾼인줄 알겠군.

 

청소년 축구팀인지 운동선수 복장을 한 일단의 청소년들이 출국준비를 하고 있었다.

 

탑승게이트로 가 보니 내가 탈 항공기가 대기중이었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약간의 쇼핑을 했다. 큰 눙을 한 낙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 귀여운 얼굴을 가졌다. 테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조카 준상이부터 떠올랐다. 하나 샀다(22.5유로). 발렌렌타도 한 병 사고 전통복장의 인형으로 만든 냉장고 자석도 샀다. 09:34부터 탑승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10:00가 되어 항공기가 탑승구를 떠나 미끄러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사블랑카를 떠나는 항공기는 안이 텅텅 비었다. 트리폴리에서 승객들이 더 올라타기 전까지는 여유 있게 갔다.

 

원하는 음료수를 묻기에 얼씨구나 맥주부터 한 잔 했다. 행복지수 엄청 올라간다.

 

곧이어 식사가 나왔다. 양고기다. ^^

 

그 다음끼에도 맥주.

 

7시간의 비행 끝에 20:05에 카타르 도하공항에서 환승하기 위해 내렸다. 현지시각 20:05이었다. 각국의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청사 내에는 발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도 역시 신발만 벗으면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가지 않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면세점을 돌아다녔지만 물건은 두바이 공항만큼 다양하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아 시간 때울 일이 막연했다.

 

오죽 할 일이 없으면 각국의 항공기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벽을 촬영하고 있었을까.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던가. 직업은 못속이는지 이 광고판을 보고 드는 생각은 이랬다. 이 광고판을 카타르공항측으로부터 입찰에 성공해 확보한 광고대행사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회사일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로고가 없는 이유는 아랍지역에 관심이 적은 이들 한국의 항공사가 아랍 물류와 항공교통의 허브인 이 곳에 광고매리트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내가 생각해도 별 매리트가 없군). 아님 광고 대행사가 한국의 항공사에 관심을 두지 않아 컨택 조차 없었거나. 어쨋건 광고주를 기다리는 7개의 빈 자리가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좀 더 뛰셔야겠군. 

 

하지만 다양한 항공사의 로고를 보는 재미도 있고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이스람권 항공기들의 로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는 하다.

 

 

4시간 45분의 대기시간을 보낸 뒤 다시 항공기에 오른 시각은 1월 31일 00:50.

 

또다시 시작되는 지루한 비행이 이어져 11시간 30분만에 인천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카타르항공의 기내식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일본에 가까워지면 반드시 일본식이 나온다.

 

일본을 경유해 한국으로 향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장어덮밥. 지금 다시 봐도 군침이 도는게...

 

인천에는 19:00가 넘어 도착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6박 17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종료했다.

 

이 번 모로코 여행에서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함 정리해 보자.

모로코는 가는 도시마다 옛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이러한 느낌은 메디나(구시가지)에서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메디나는 성벽으로 둘러쳐져 있으며 그 성벽 안에 고스란히 남은 가옥들과 미로처럼 얽힌 골목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의해 훌륭하게 보존되어왔다. 이를 보존하는 그들의 지혜에 경의를 표할만하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카스바가 고스란히 남은 것을 보면 모로코는 고대 도시들이 즐비한 신비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페스(Fes)의 메디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만한 곳이다. 특히 그 곳에서 본 1000년된 가죽 염색공장의 악취는 내 기억 속에 두고 두고 향기로 남을듯하다.

 

중동에서 현지인들로부터 이방인으로서 받은 개방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이 곳에서 정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이들은 이방인의 방문을 그다지 기꺼워하지 않으며 그들의 종교적 중심이 되는 모스크에 대하여는 이교도의 접근을 철저히 배제했다.

미로와도 같은 골목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스크는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지만 그나마 골목 안에 있어 전체적인 사원의 외곽을 볼 수도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방인의 카메라에 자신이 담기는 것 조차도 꺼릴 정도로 폐쇄적인 그들은 내가 시장이나 도시 안에서 카메라를 들어 찍으려 할 때조차 그 곳에서 서둘러 벗어나거나 얼굴을 가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에 찍히면 그만큼 영혼이 닳아 없어진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그들도 그랬을까. 유일신을 믿는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모스크 외벽과 메드라사의 내부에 새겨진 문양은 그들의 섬세함과 뛰어난 공간감, 그리고 수학적 감각을 지닌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건물마다 남겨 놓은 문양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하고 신비스럽다. 이 역시 모로코인들에게 경의를 표할만한 일이다.

거대한 건축물은 그리 많지 않으나 그들이 남겨 놓은 작품들은 실로 위대하다 할만하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개방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네 같으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다른 곳에서 사 온 음식물을 취식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모로코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보면 서로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닌가 싶다. 또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하다. 다만 말이 영어로는 잘 통하지를 않으니 불편하기는 유독 이 곳이심하다.

 

음식문화로 기억에 남는 것은 타진과 꾸스꾸스 그리고 민트티다.

닭고기나 쇠고기 그리고 감자와 완두콩, 소금에 절인 올리브 등을 넣고 두터운 뚝배기같은 접시에 샤프란을 넣고 누런 황금빛으로 국물을 자작자작하게 익힌 타진과 하께 먹는 바게뜨 맛은 이 곳을 그립게 할 것 같다.

고기와 야채를 넣고 밥과함께 푹 익힌 꾸스꾸스 역시 맛있는 음식이다. 이 것도 그리울테지만

무엇보다도 생민트잎을 유리컵 안에 푸짐하게 쑤셔 넣고 꿀과함께 뜨거운 물을 부어 넣은 민트티는 지금도 너무나 그립다.

밤마다 사다 먹던 달디단 오렌지와 길거리를 쏘다니며 입에 물고 다니던 바게뜨도 추억의 일부다.

 

마라케쉬로부터 메르주가 사막에 이르는 투어여행에서 보았던 많은 곳들 아틀라스 산, 디진시까, 아이트 벤하두, 와르자자트의 카스바, 고르쉬투드라 등 그리고 그 곳을을 하께 한 친구들 파믈린, 데미안, 닐, 항민 그리고 우리를 인솔해 준 이브라힘 등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도 즐거운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저 아쉬움이라면 이 곳에는 호텔에 도미토리라는 개념이 없어 여행자들끼리 한 방에 모여 여행정보를 주고 받으며 친구가되는 환경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번 여행만큼 만난 사람들이 적은 경우도 전에는 없었던 듯하다.

영어로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보니 길안내는 물론 호텔 내에서의 주인장으로부터의 정보를 얻는다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동안 기술한 이 나라 고유의 옛향기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에는 전시물이 다양하지 못하고 전시물의 역사적 의미등에 관한 기술이 전혀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그저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모로코의 옛 향기를 머금은 도시의 분위기와 수준높은 문화 수준 그리고 이국적인 도시풍경은  이 나라 방문의 충분한 가치를 대변한다.

 

모로코여 나에게 그대의 향기를 체험하고 느끼기를 허락함에 감사한다.

 

 

부록: 모로코의 물가

여행계획과 함께 예산을 짜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터이니 모로코를 방문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기 위해 그 곳의 물가정보를 남기고자 한다.

물 큰병(1.5리터) 6디람, 작은병(0.5리터) 3디람

콜라 작은 페트병 5디람, 폼스 5.5디람

바게뜨 한 개 1디람

제과점 빵 개당 1~2디람

호텔 독실 150~200디람(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200디람인 경우 대개 욕실과 조식이 포함되어 있음)

사막체험여행 마라케쉬에서 수배할 경우 2박3일 950디람

오렌지 1KG에 5디람

시내 버스 대개 3.5디람

타진 40~50디람

꾸스꾸스 40~60디람

생선튀김 20~40디람

쁘띠탁시 단거리 25디람 내외

그랑탁시 3시간 안팎 전세 200디람 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