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6(화)
사막의 냉기는 이집트에서 겪었을 때보다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긴 그 때는 지붕 없는 천막에서 별을 보며 잤지만 여기선 천막으로 바람과 외부 공기를 차단했고 오리털 침낭까지 썼으니 온기마저 느껴졌다. 새벽이 되어 일어나 짐만 챙겼다. 사막투어를 출발하던 전전날 봉지에 담아 두었던 덜마른 빨래를 밤새 찬막 안에 널었다가 아침에 다시 걷어 보니 완전하지는 않아도 많이 말랐다. 두터운 등산양말 말리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짐을 싸고 06:40에 천막을 떠났다. 저 멀리여 여명이 밝아오는 시각이지만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지평선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낙타 위에서 찍은 사진은 날이 아직 밝기 전이라 조명도 부족한데다 심하게 건들거리는 낙타 위에서 짝은지라 대부분 선명치가 않다.
일출을 보기 위해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일출 직전이었다. 나를 태우고 온 낙타의 되새김질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 봤다. 맛있냐?
일출 모습을 여러 차례 나누어 카메라에 담아 봤다.
해가 뜨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태양광을 이제 받기 시작한 사막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좋은 위치에서 좋은 카메라로 솜씨 좋은 사람이 찍으면 멋질 것 같지만 그 어느것도 갖추어지지 않아 아쉽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세면을 하고 식당에 모여 앉았다. 아침식사는 빵, 베르베르식 팬케익, 잼과 버터, 그리고 홍차와 커피가 메뉴로 나왔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뒤 08:40에 호텔을 출발했다.
이 날 여정은 마라케쉬로 돌아가는데 꼬박 하루를 잡아 먹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들렀던 한 식당.
옥상 테이블로 가 햇볕을 받으며 앉아 마을을 내다 보며 식사를 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역시 타진. 음식맛이 나쁘지 않았다. 역시 뜨겁게 익은 올리브 열매가 일품이다.
출발 전 셀카 한 컷.
다시 길을 떠났다. 파블린과 데미안이 고심끝에 다음 행선지인 Fes로 가기 위해 내렸다. 그들은 어느 도시가 어떤 특색을 가졌는지 어느 도시가 지도상 어디에 붙어 있는지 등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어 나와 다른 동료에게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물었었다. 나는 Fes를 추천했다. 처음엔 아무런 정보나 계획도 없이 발길 닿는대로 다니는 그들의 여행 스타일을 보고 어쩌면 이들이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에 좀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정보를 얻고 머릴 굴리는 나보다는 훨씬 편하고 쉽게 여행을 다니기 때문이었다. 그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들에 차에서 내리자 차 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파블린과 데미안은 차 안에서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고, 어쩌다 차 안이 조용해져 조수석에 앉은 내가 뒤돌아 보면 그들은 자고 있을 때가 많았다. 닐이 웃으며 조용해서 좋다고 했다. 하긴 닐이나 항민처럼 말없고 조용한 성격이라면 지금의 이 상황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가다 그냥 지나친 영화 스튜디오. 갈 때도 올 때도 관심 갖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 곳에 대해 익히 들어본 바는 있지만 모로코의 문화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디진시까 산을 넘어 마라케쉬로 돌아온 시간은 저녁 여덟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우리의 가이드 겸 운전수 노릇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이브라힘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동안의 수고비로 100디람을 건넸다. 다른 이들과 함께 팁을 걷어 줄까 하다가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 생각을 접고 그냥 나 혼자 성의 표시를 했다. 3일간 여정에 대한 팁으로는 너무 적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는 생각지 않은 팁이었는지 무척 고마워했다. 이 곳 모로코는 팁문화가 거의 없는 듯 하다. 어디에서도 팀을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 않았다.
닐도 우리와 작별인사를 한 뒤 자기 길을 갔다. 오후에 오기 시작한 비는 마라케쉬에 도착해서도 추적추적 적지 않은 양을 뿌려댔다. 항민의 제안으로 방을 함께 쓰기로 했다. 항민이 묵은적이 있다는 호텔로 갔다. 광장에 면해 있는 호텔로 200디람에 욕실과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최고였다. 함께 쓰게 된 방값이 300디람이었던 것 같다.
트리플 룸이었다. 이 곳 모로코에서는 대부분의 여행자 호텔들이 침대를 여럿 넣어 놓고 머릿수에 따라 추가로 요금을 받았다. 침대를 하나씩 쓰고 가운데 침대는 짐을 풀어 물건을 늘어 놓는데 썼다.
저녁을 먹기 위해 샤워 후 방을 나와 지나치던 호텔 응접실에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거느리고 앉아 있었다. 새끼 고양이들이 도대체 무슨 험한 꼴을 겪었기에 눈이 외눈인 애가 네마리 중 둘이나 되었다. 주인이 키우는고양이라면 눈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길고양이로 보기에는 영양상태가 그리 나쁘지도 않은 것 같다. 그저 들어와 사는 것을 방치해두며 가끔 먹이나 주는 그런 경우가 아니가도 싶고.. 어쨌든 안쓰럽다.
광장으로 나가 저녁거리를 찾아 다녔다. 사막여행 떠나기 전날 양의 혀를 먹었던 집을 다시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 가서 붙은건지 아님 오늘 영업을 안나온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고민끝에 각종 튀김과 구이를 파는 집으로 갔다. 생선과 전통 소시지를 주문해 먹었다. 배가 고팠는지 맛은 아주 좋았다. 하루종일 마라케쉬로 돌아 오느라 찝차 안에 있었던 우리는 몸시 지쳐 있었던가보다. 일찌감치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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