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8(목)
전날 10:00에 잠자리에 들었던 나는 충분히 잠을 자고 아침 08:00에 일어났다. 10시간 잤군. ㅡ,.ㅡ; 아침에 일출을 보겠다고 다짐한 건 늦잠대문에 불가능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이미 비가 오고 있어 일출을 본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했다.
짐을 싸들고 내려가 09:00쯤 체크 아웃을 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1디람을 주고 바게뜨 하나 사서 입에 물고 돌아 다녔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바게뜨다.
메디나의 골목 중 안가본 것 같은 곳을 위주로 더 돌아 다녀 봤다. 비는 부슬부슬 내렸지만 방풍방수 점퍼에 배낭도 커버까지 덮었으니 옷이나 짐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그저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면 들고 돌아다니며 베어 물던 바게뜨가 비를 맞는다는 것 뿐이었다. 오는 비에 공기는 쾌적하고 모든 것이 정화되는 이 느낌에
비가 오는 바닷가를 나가 보았다. 바람도 불고 파도는 전날보다 조금 더 거칠어졌다. 왠지 내게 작별인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자연과의 대화인지 착각인지 몰라도 이런 것이 바로 여행자의 기쁨이 아닐까.
차안 군것질거리로 오랜지를 5kg(5디람)사서 메디나를 떠나 터미널로 가 11:30에 출발하는 카사블랑카행 로컬버스(80디람)에 올라탔다.
에싸웨라로부터 카사블랑카로 가는 길에 보이는 대지는 온통 푸른 색이어서 가는 내내 밖을 내다보는 기쁨도 역시 여간이 아니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이 내가 가진 물통을 가리키며 물을 좀 마셔도 되겠느냔다. 남이 마시던 물같으면 마시지 않는 것이 내 기준이다 보니 입대고 먹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내게 돌려주는 물통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그 물을 마시지 않았다. 이 친구 재미있는 것은 그 담부턴 자기 것이나 되는 양 생각나면 물병을 집어 들고 마시더니 양해없이 모두 싹 다 비웠다. ^ ^ ;
카사블랑카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8:00. 해가 일찍 떨어지는 이 곳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는 시간이었다.
이 곳 카사블랑카도 대서양에 연안의 도시인 관계로 하늘에는 기러기가 새카맣게 달아다녔다.
카사블랑카는 대서양 연안의 모로코 최대 항구도시이자 상업도시이다.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알 바이다"로 불리며 15세기에 도시를 건설했던 포르투갈인들이 붙인 이름이 바로 카스블랑카. 하얀 집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영화 카사블랑카로 인해 더욱 유명한 도시가 되었지만 영화의 카사블랑카 실제 배경에는 모로코가 전혀 사용된 적이 없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ㅡ,.ㅡ;
터미널에 도착한 김에 카사블랑카 보이저 역에 들러 아침 모하메드 5세 공항으로 가는 열차 시각표를 미리 확인해 두었다. 이 날 묵기로 작심한 유스 호스텔을 찾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도착 첫 날의 기억을 되살려 세티엄 터미널로 가 처음 발견했던 유스호스텔 이정표를 기준으로 찾아 보기 시작했다. 그 근처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한 어르신께 물으니 친구에게까지 전화해서 물어보는 급친절에 급감격. 어르신이 약도를 그려 주었다. 거리는 만만치 않게 멀었다. 최초 유스호스텔로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본 뒤 일러준 길을 따라가는 동안 이정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왜 근처도 아닌 그곳에 떨렁 하나만 놓았는지 모르지만 혼란을 야기하는 것만은 틀림 없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찾기 시작한 유스호스텔은 8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찾아냈다. 아래 사진의 유스호스텔 입구에는 Hostelling International 이라는 특이한 표기가 되어 있어 이 곳이 유스호스텔 맞는지 확신이 들질 않았다. 마크를 보니 맞는 것은 같은데...
이 곳이 유스호스텔임을 확인한 나는 체크인을 했다. 욕실이 딸리지 않은 방에 100디람을 내고 들어와 보니 왠지 썰렁했다. 천정이 높디높아 썰렁한 분위기를 더했다.
근처에는 그리 좋은 식당이 없어 보였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깨끗해 보이는 식당을 하나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스호스텔 방에는 전기코드마저 없어 충전조차도 불가능했다. 주인에게 부탁하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이건 좀 불편했다. 나는 식당에 들어와 앉자마자 카메라 배터리 충전을 완전히 시키고 나갈 참이었다. 그러잖아도 이 날은 사진도 얼마 찍지 않은 탓에 조금만 더 충전하면 될 터였다.
식당에 들어 왔지만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먼저 와 있던 두 명의 손님이 차를 마시며 TV를 통해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기다려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먼저 와 있던 손님에게 물으니 안채에 있으니 불러 보라나. 안채를 향해 "누구 없어요?" 했더니 갱년기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영어는 한마디도 모르는 사람이었던가 보다. 치킨 정도야 알아듣지 않을까 했는데 그는 내 말을 알아들은 척 하고 막상 내 온 메뉴는 생선 타진이었다. ㅡ,.ㅡ; 하지만 나는 생선 타진이라는 메뉴가 있는지도 몰랐으니 그가 아니면 맛보지도 못했을게 아니가 싶어 군말없이 먹었다. 생선을 좋아하는 내겐 맛있는 음식이었다. 식비로는 40인가 50디람이 나갔다. 근처 수퍼에서 물을 한통 산 뒤 호텔로 들어가 쉬었다. 내일은 다른 호텔을 찾아 봐야겠다 싶었다. 이 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데 그들은 동업자인 듯했다. 나의 체크인을 도와 주었던 다른 한 남자는 샤워하러 가는 내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두 번을 되물었더니 체크인을 해주었던 남자가 "그 사람 한국인이야." 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헬로 하며 인삿말을 바꾸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는 내가 일본인인줄 알고 "하지메 마시데" 했던 것 같은데 발음은 일어인지 알아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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