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0 모로코

모로코 여행11(마라케쉬→에싸웨라)

코렐리 2010. 3. 8. 11:24

2010.1.27(수)

아침 07:00에 일어나 바깥을 내다 보니 비가 주륵주륵 오고 있었다. 비가 와도 살짝 흩뿌리고 마는 중동지역의 우기와 달리 이 곳 모로코의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는 일이 잦다고 한다. 점퍼를 입고 후드까지 뒤집어 쓴채 전화를 쓰기 위해 밖으로 나가 봤다. 전화방으로 가서 전화기를 들고 사무실로 전화해 봤다. 별 일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사무실에는 내 위로 상사가 바뀌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적잖은 충격이라 한참동안 머릿속이 멍했다. ㅡ,.ㅡ; 호텔로 돌아온 나는 항민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팬케익과 빵, 버터 그리고 오렌지 주스가 나오는 소박한 아침식사였다. 호텔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무척 저렴한 셈이다.

 

 

사무실의 일은 뒤로 하고 여행 일정은 계속 되었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밥 아그누드 문(Bab Agnaoud)을 찾아 보았다.

  

문에는 채색이 없는 대신 외벽이 돌로 장식되어 있어 그동안 보아 온 문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채색이 없으니 얼핏 단순해 보일수도 있지만 문양은 섬세하고 육중함이 느지는 독특한 모양새다.

 

사아딘의 묘는 이 곳에서 멀지 않았다. 사원 바로 옆으로

 

 

 

 

 

사아딘의 묘(Saadin Tombs)가 있다. 사아딘 왕조 시기의 묘지이며 주위가 흙벽으로 덮여 있어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다가 1916년에 발굴되었다고 한다. 아부 압달라, 알 카안 왕, 물레이 알 아바 왕, 그리고 그 일족이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입장료 10디람을 내고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공간의 천정에는 어김없이 여백없는 문양이 수놓여져 있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인기있는 공간이 나온다. 아래의 사진에는 가이드와 두 사람의 관광 밖에 없는것 같지만 이 곳은 들어갈 수도 없고 해서 사진 한 두 장 찍으면 이미 뒤쪽으로 몇 사람이 이 안을 들여다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어 오래 버틸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만큼 안을 들여다 보면 혀가 내둘려 질 정도로 아름답다.

  

천천히 뜯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아쉽다. 일단 다른 부분을 먼저 보고 다시 와서 줄을 서서 다시 보려 했지만 그 때는 길게 줄을 늘어서 있어 그 역시도 용이하진 않았다.

 

 

  

나머지 부분도 아름답고 섬세하지만 이미 눈이 높아진 뒤였으니 다른 부분은 확실히 눈에 덜 들어왔다.

 

 

이 곳을 나와 쿠투비아 모스크로 다시 가 보았다. 사막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았던 사원의 모습은 밤에 조명이 켜진 뒤라 낮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기도 했고 어차피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지나는 곳이기도 했다. 아래의 사진은 사원 바로 뒤로 연결된 공원  

 

 

 

 

 모스크의 후면에 설치된 문

 

후면

 

측면.... 어디를 봐도 아름다운 건축물임에는 틀림 없다.

 

 

다음으로 들른 엘 바디(Palais el-Badii)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보면 궁전은 터와 벽만이 남아 있어 옛모습은 그나지 많이 남아있지 않고 구조만을 알아볼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 가면

 

 

이 자그마한 궁전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담벼락 위에 둥지를 튼 두루미(맞나?)들이 모여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명 두루미 아파트.

 

이 곳은 도시를 내려다 보기에도 전망이 좋다.

 

 

서울에서 재회하고 양꼬치에 칭다오 맥주 한 잔 함께 기울이길 기약하며 항민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났다. 에싸웨라(Essauira)로 가기 위해 택시를(30디람) 타고 세티엄 터미널로 가서 표를 산 뒤(70디람) 버스에 올라 탔다. 13:00에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 고속도로를 달리다 들른 휴게소에서 약간의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양고기를 사서 구워 달라고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20분밖에 시간이 없으니 조급증이 나건만 주문 들어간 양고기는 함흥차사였다. 결국 테이블에 앉아 양파와 함께 맛있게 구워진 양고기와 빵을 눈 앞에 두자 마자 출발신호를 알리는 세티엄 버스의 크락션 소리가 났다. 혹시 몰라 준비한 비닐 봉지에 할 수 없이 구운 양고기를 담고 음료수를 들고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많으면 눈치보여 못할 짓인데 뒷자리는 텅텅 비어 있어 냄새까지 풍겨가며 뻔뻔한 짓 좀 해봤다.

 

세시간여 밖에 되지 않는 길을 가는 동안 바깥으로 내다 보이는 의외로 다채롭기 짝이 없었다. 황량한 가운데 작은 그랜드캐년같은 풍경이 나오는가 하면

 

녹지와 경작된 농토의 푸른색 자극이 계속된다.

 

에싸웨라에 다다른 시점에 저멀리 도시를 품은 바다의 모습이 보인다. 탁 트인 바다의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지며 왠지 모르게 설레이는 가슴에 여행자의 들뜬 기분이 고조되었다. 에싸웨라(Essauira)의 옛 이름은 모가도르(Mogador)였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귀하게 여겼던 보라색 염료의 주요 생산지였으며 모가도르란 보라색 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로코 남서부 대서양 연안의 도시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각축전을 벌이던 곳이기도 하다.

 

에싸웨라의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6:20. 알고 있던 것보다는 많은 시간(3시간 20분)이 걸렸다. 차에서 내려 터미널 바닥에 발을 대는 순간 많은 호텔 삐끼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내가 스스로 방을 찾을 참이었다. 터미널을 나와 주변을 둘러 보자 여러명이 호텔로 안내하겠다고 몰려들었다. 그들을 외면하고 큰 길로 나가 봤다. 길가던 어르신 한 분께 메디나(구시가지)로 가는 길을 물었다. 내가 나왔던 큰 길가와는 반대쪽인 바닷가 쪽으로 나가야 했다. 다시 길을 반대편으로 잡고 터미널을 지나자 아까 내게 찝쩍거렸던 젊은 친구가 내게 다시 접근해 왔다. 계속 외면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150 디람에 욕실 딸린 독방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정 그러면 한 번 안내를 해봐라. 다만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알아 볼거다"고 했다. 그는 물론이라며 앞장섰다.

 

가ㅏ 보니 교도소가 눈에 들어온다. 오히려 교도소 건물을 방불케 하는 터미널 건물과 달리 오히려 교도소 입구가 예쁘게 치장되어 있으니 아이러니 하다. ㅎㅎ

 

곧 시장이 나왔다. 보기에도 싱싱하고 싶으면 청량감이 느껴질 야채가 즐비하게 깔렸다. 안내하던 친구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말을 걸었다. 나는 그가 안내하는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말로 경계심이 풀리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머쓱해진 그가 계속 앞장섰다.

 

이 곳부터가 메디나 골목의 시작이다. 이 곳 에싸웨라의 메디나는 트위야 나무, 가죽으로 만든 샌들, 목공예품과 악기 등이 유명한 곳이다.

 

이리꼬불 저리꼬불 돌아 으슥한 곳으로 들어서

 

간판조차도 없는 호텔 안으로 나를 인도했다.

 

2층의 방을 구경하고 만족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방도 깨끗하고 작으나마 응접실도 딸렸고 샤워실도 딸린 방이 150디람이었다. 4층으로 다시 안내하더니 보여주는 방은 2층에서 본 방과 같았지만 바로 앞에 면한 메디나 성벽 너머로 바다가 보였고 방문 앞으로는 공용 테라스가 있었다. 값은 250디람. 호텔 내에서 릴렉스한 시간을 보내자면 4층방을 선택할 일이지만 나는 당장 나가 메디나와 바다 구경을 할 참이고 내가 돌아 올 시간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해가 진 뒤가 될 터였다. 아침에도 짐을 싸고 체크 아웃을 하고 도시구경을 마친 뒤 카사블랑카로  돌아갈 참이니 창밖으로, 또는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즐길 일은 없었다.

 

  

짐을 대충 풀고 해가 지기 전에 바깥으로 나가 봤다.

 

 

오래된 시가지인 메디나를 다니다 보면 기념품 가게들이 많은데 가게마다 투박하고 소박하면서도 예쁜 물건들이 많이 눈에 띤다. 외등에 사용되는 샹들리에를  전시한 가게의 한 샹들리에는 철퇴를 연상시키는 물건도 있어 재미가 있다. 떨어져 머리에 맞으면 골로 가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내가 비정상인건가?

 

그냥 돌아다니다 보니 그러잖아도 찾아가려던 포르투갈 성채가 나온다.

 

이 곳은 여행자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공원으로 생각하고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이따금은 연인들도 눈에 띤다.

 

포르투갈 성채는 포르투갈의 향기가 물씬 배어 있고 킹덤 오브 헤븐, 오델로의 촬영지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바다를 향해 수평선을 바라다 보며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일 중하나는 바로 눈 앞 가까운 곳에서 기러기들이 날아 다는다는 사실이었다. 흔하게 모는 풍경은 아니었다.

  

성채의 홈에는 대포들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메디나 최외곽으로 오른쪽 성벽 바깥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부두 쪽으로 가자 어시장이 있는 그 곳에는 갈메기떼가 새까맣게 하늘과 땅을 뒤덮고 있었다.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어시장은 파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팔기 위해 널린 생선들을 보며 저녁 식사로 저걸 사서 구워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도 했다.

  

부투의 턱에 앉아 해가 지는 바다풍경을 바라 보았다. 오래간만에 보는 바닷가의 석양이다. 비릿한 어시장의 냄새와 바다내음이 향긋하기만 하다. 눈 앞에 날아 다니는 갈메기는 지금 이순간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나의 마음 상태와 같아 괜한 흥분과 친근감이 교차한다.

  

 

  

  

 

  

  

 

  

해가 졌으니 곧 어둠이 깔림을 예고한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갈매들은 내게 근접촬영을 허용하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어이! 여길 보고 함 웃어 보는게 어때?

  

어시장은 상인들의 떨이장사로 막판을 정리하고 있었다.

 

 

메디나의 골목을 구경삼아 돌아다니며 싱싱한 생선을 통째로 구운 메뉴로 하는 집들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바닷가인 이 곳에 의외로 그런 음식을 먹을만한 식당은 눈에 띠지 않았다. 식당들의 메뉴는 서양식 아니면 이 곳 전통음식들이었는데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은 싱싱한 해물에 가미 없이 즐기는 것이었다.

 

돌아다니다 다시 간 곳은 부두 근처의 야외 간이식당이었다. 전시해 좋은 생선과 게가 눈을 사로잡았다. 한쪽에는 숫불이 피워져 있었다. 여기다 싶은게 식당 형태로 보아 비싸지도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모로코의 경우 음식값이 그리 싼 편도 아니어서 해물을 실컷 먹자면 고려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곳이었다. 나는 큼직한 게를 골랐다.

 

한국에서는 게를 보통 찌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붉은 양념을 하거나 아니면 장에 담가 먹는다. 게에서 나오는 육즙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남김없이 먹기위한 조상때부터의 지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이 곳은 숫불에 굽는 것 외에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큼직한 게를 원없이 먹어보고싶은 생각이었다. 게가 큼직했고 살아서 꼼지락거렸지만 다리는 이미 세 개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그래서 저렴했는지 120디람에 구입했고 구워 주는 수고비로 10디람을 더 주었다. 오란C 값으로 5디람을 더 내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옆테이블에는 유럽인 가족이 구워진 새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곧이어 현지인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반대편 옆에 자릴를 잡고 앉아 생선을 주문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골라 놓은 게는 조리대 위에 올려 놓고 주방에선 다른 일에만 바빴다. 바빠서 그러려니 하면 아무말 않고 기다렸다. 어라? 잊은거 아냐? 아니나 다를까 이 곳의 가족으로 보이는 세 사람 의 남자 중 가장 나이 많은 이가 가장 나이 어려보이는 친구를 질책하며 내가 고른 게를 가리켰다. ㅡ,.ㅡ; 그들은 나의 주문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배는 고프지만 그렇다고 어딘가 쫓기듯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한참만에 다리부터 뜯어내 구워 접시에 담아 나왔다. 다리에서 나오는 게살은 의외로 푸짐했다. 게다리가 이러니 몸통은 어느정도일까 기대가 되었다. 게다리를 먹고 나서 몸통을 기다리는데 몸동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엥? 이게 모야? 등딱지도 없고, 넷으로 쪼갠 몸통에는 물이 죄 빠져 나가고 알량한 살이 속뼈 사리로 인색하게 붙어 있었다. ㅡ,.ㅡ; 꽃게 같으면 씹는대로 속살이 삐져나와 혀와 입을 즐겁게 해주지만 이건 속 뼈가 워낙 단단하고 거칠어 포크와 나이프로 감질나게 쪽쪽 빨며 훑듯 먹어야 했다.

 

알량한 살을 모아 모아 먹자니 조금 궁상인 것도 같넹. ㅡ,.ㅡ; 바게뜨 위에 살을 후벼파 얹어 만족할 양이 되면 먹는 방식을 취해 봤다. 맛? 굿! 양? ㅡ,.ㅡ;

 

한 참을 앉아 천천히 게와 바게뜨, 그리고 음료를 즐긴 나는 메디나 입구쪽 시장에 가 오렌지를 1킬로 샀다. 무게가 좀 더 나가 6디람 줬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개운해진 채로 이 곳 에싸웨라 지역의 볼거리를 다시 한 번 점검하며 먹던 시원하고 달콤한 오렌지의 맛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에선 그 맛 안나던데... ㅡ,.ㅡ; 아래의 사진은 침실

 

나름 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간에는 소파가 놓여져 있고 화장실도 예쁘게 꾸며져 있다.

 

허구헌날 샹들리에 가게에서 눈으로만 보던 스탠드가 침실에 놓여져 있으니 은근 기분도 난다. 기분 내봐야 혼자지만 ㅡ,.ㅡ; 누워 천정을 올려다 보니 한국의 재래식 집처럼 나무로 천정 틀을 만들어 놓은 모양새가 운치있다. 기분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