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블루스와 재즈 and

마이클 잭슨 다시 보기(This Is It)

코렐리 2009. 11. 4. 17:25

마이클 잭슨이 Thriller Album 으로 대성공을 거두던 80년대 초반 당시 나는 그의 음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록음악과 블루스음악에 빠져 있던 당시의 나로서는 팝음악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던 탓에 누구나 좋아하는 흔한 음악에 식상해 있었던 모양이다. 음반도 Thriller Album 하나 구입해 놓고 아주 이따금 들으면서도 노래 하나는 잘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 뒤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진행자나 시청자 모두에게 있어 모든 관심의 촛점은 단연 마이클 잭슨이었고 전례 없는 마이클 잭슨의 모노드라마에 나도 상당히 관심이 쏠렸다. 심지어 마이클의 지명으로 무대에 나오게 된 베리 매닐로우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감격해 마지않으며 마이클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기억도 새롭다. 결국 Thriller Album 으로 그래미상 8개 부문을 석권했고 앨범판매는 4천만장 이상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렸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나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그의 작고 소식에 매스컴에서는 그에 대한 추모 열기로 가득했고 TV나 잡지등 언론 매체들은 그의 살아생전 음악세계와 사생활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나도 역시 뒷북을 때리느라 사후에야 새삼 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뒤 전에 거저 얻었던 Bad Album을 들어 보고서야 이걸 왜 그동안 간과했는지 의아해졌다. 뒤이어 Dangerous Album을 LP로 찾기 시작했지만 그 흔해 터지던 이 앨범은 도통 손아귀에 넣을 수가 없었다. 오리지널반은 뒤늦게 알았지만 상당히 값이 올라 있는 상태였다. 결국 그 음반을 손아귀에 넣기는 했다. 2009년 재기를 위한 투어 리허설 내용이 필름으로 남아 영화가 제작되었고 2주 한정 상영이라는 멘트와 함께 다큐먼터리 형태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하여 나 나름대로 되짚어 보았다.

 

영화의 첫 시작은 백댄서들의 인터뷰로부터 시작된다.

공연을 앞 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그들은 마이클 잭슨(이하 MJ)의 공연에 함께 할 수 있음에 목소리가 한 껏 상기되어 있었고 심지어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본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공연을 위한 준비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철두철미한 모습이었다. 그의 노래와 춤실력이 아니더라도 그가 초일류 가수였음이 결코 우연이나 요행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순간에 무엇을 어떻게 연출해야 관객의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는지를 알고 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무슨 효과를 이용 할지를 일일이 결정하고 기획했다. 여기에는 연주자들의 연주방식과 백댄서들의 춤은 물론 의상, 음향, 조명, 영상, 무대장치 등 공연 전반을 아우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MJ가 많은 재산을 탕진한 이유 중에 스캔들에 휘말려 소요된 변호사 경비 등 외에도 공연경비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는 점도 한 몫 했다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준비가 철저했다는 것은 공연에 사용될 각종 관련 영상을 새롭게 제작하는 장면에서도 확인이 된다. thriller에 사용될 영상만 해도 과거에 만들어진 영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영상을 만들어 냈고 여기에 직접 관여해 일일이 제작과정을 점검하는 철저함을 보여준다. 거창한 무대 장치와 음향도 그렇지만 그가 하는 공연 연출은 재탕해 먹는 법이 절대 없었다고 하는데서도 그가 고객(?)을 위해 바치는 정열과 천재성은 가히 전무후무하다 할만하다. 게다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공연에 참여한 제작진과 연주자 그리고 백댄서들은 MJ에 한없는 사랑과 존경심을 갖고 있었고 그가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증언하고 있었다. MJ와 함께한 그들은 그와 함께한 작업들은 생애 최고의 예술이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으니...

 

그의 스테이지 매너를 보자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매우 독보적이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공중파를 탄 바 있는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스테이지 매너는(곡명이 기억 안남) 그저 입고 있던 가디건 한 쪽 어깨를 살짝 제껴 그 어깨를 노출시키고 짝다리를 짚은채 나머지 한 쪽 다리를 흔들며 노래를 했을 뿐인데도 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오죽하면 팝에 관심없던 한 지인도 이것을 보고 '젊은 친구들이 왜 MJ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간다'는 말을 할정도였다. 그가 무대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든 어떤 자세를 취하든 보는 이를 압도하고 매료시키는 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거울을 보고 엄청나게 많은 연습과 연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무대에서 좌우로 종횡무진 걷기만 해도 멋지고 심지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어딘가를 응시하며 서있기만 해도 멋지다. 헤어스타일과 복장은 말할 것도 없다. 외짝 장갑과 완장 조차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따라했다. 그는 내가 보는 한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춤솜씨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

뒤로 미끄러지듯 걷는 소위 back go 춤은 전세계적인 열풍까지 불어 이걸 흉내내지 않는 청소년이 없을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야기했다. 매끄러운 로봇 춤도, 회전도, 몸전체로 추는 격렬한 춤도 매력이 넘친다.

 

창법으로 보아도 다양하기 짝이 없다.

Beat It 에서 보여주는 샤우트 창법, Human Nature에서 보여주듯이 속삭이는 듯한 창법, Billy Jean에서 보여주는 흐느끼는 듯한 창법, Earth Song 에서 보여 주듯 절규하는 듯한 창법, 간간히 보여주는 고음의 괴성 등은 그가 누구보다도 다양한 창법을 구사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데 그 창법들이 노래마다 완벽하게 조화된다는 점이 역시 높이 살만하다.

 

가사 소재도 무척 다양하다.

괴기, 폭력, 자연, 어린이, 사랑, 평화 등 MJ의 곡들은 소재가 치우침 없이 다양하지만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 곡마다 나타나는 각기 다른 풍과 스타일도 팬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의 미발표곡 This is it이 흘러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막이 올라갈 때 영화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료된 것으로 간주하고 상영장을 떠나 버리지만 영화 This is it 을 본다면 마지막 자막 한 줄까지 모두 올라가 사라질 때까지 차분히 앉아 확인하기를 권한다. 자막이 완전히 사라진 뒤 생각지도 않은 서비스가 있으니 궁금하면 기다릴지어다.

나이 50에 요절한 MJ를 보면 천재는 요절한다는 속설로부터 그 역시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의 떠남이 이제 와서 뒤늦게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관객 없이 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마지막 공연에 다름아니었다. 물론 리허설 장면들 뿐이어서 공연을 앞두고 목소리를 아끼고느라 적극적인 창법 구사를 자제하고 체력 유지를 위해 춤도 다이나믹함은 기대에 못미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들이었기에, 또 공연 현장보다 더욱 잭슨다운 모습이었기에 이 영화의 의의는 크게 받아들여진다. 개인적인 사생활의 호불호를 떠나 전세계인들에게 좋은 음악을 통해 행복을 선사했음에도 스스로는 불행한 삶을 마감했으니 이제는 천국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