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블루스와 재즈 and

Jimy Page, Sonnyboy Williamson and Brian Auger

코렐리 2008. 11. 3. 16:48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스 앨범.

Jimmy Page, Sonnyboy Williamson, Brian Auger의 동명 타이틀 세션 앨범이다.

 

하모니커 하나로 블루스 음악 역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이름 Sonnyboy Williamson.

이 이름에는 익히 알려진바와 같이 동명이인의 두 사람이 존재한다. 이 두사람을 굳이 구분하기 위하여는  I, II 의 방식으로 표기하곤 한다.

다시 말해서

Sonnyboy Williamson I

Sonnyboy Williamson II

 

"I" 는 John Lee Williamson 이 본명이고, "II" 는 Alex Rice Miller 가 본명이다.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이는 "I" 가 먼저이고 "I"을 존경했던 "II"는 "I"이 세상을 뜨자 그의 이름을 따서 활동했고 하모니커 하나로 일세를 풍미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I"은 단명했고 남긴 녹음도 적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Sonnyboy Williamson 을 이야기할때 보통 "II"를 말한다.

내 경우 "I"의 음반은 두 장의 CD세트로 갖고 있어 두 거장의 음악을 비교해 볼 기회를 가져 보았지만 음악적 깊이로 보더라도 내 갠적으론 "II"가 더 낫다고 생각된다.

"II"는 비비 킹을 발굴해서 키운 장본인으로 미국 블루스음악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거장중의 거장이다.

 

지미 페이지는 레드 제플린의 창단자이자 기타리스트였지만 이 녹음은 그 훨씬 전으로 야드버즈 초창기 시절이고 브라이언 오거는 Brian Auger and Trinity 의 명반을 내기 전이었는데 이 세션은 영국을 방문했던 소니보이 윌리엄슨을 보고 야드버즈의 매니저였던 조르지오 고멜스키의 주선으로 1965년에 이루어졌다.

이 앨범의 주연이라면 단연 소니보이 윌리엄슨. 물론 이 앨범에서의 두 젊은이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그의 걸출한 음악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여타 흑인들의 보컬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목소리지만 기침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메마르고 건조한 목소리가 흔치 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끈적한 하모니카 연주도 역시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브라이언 오거의 키보드 연주는 잡다한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정통블루스 그 자체라 할만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꼬집어 말하긴 어려워도 소니보이는 다분히 미국적이고 브라이언의 연주는 지극히 영국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미국적인 블루스와 영국적인 블루스의 오묘한 조화 하면 맞는 말이 될지 모르겠다. 소니보이 윌리엄슨은 이 음반을 녹음하고 그해 사망했으니만큼 마지막 녹음이다.

 

학창시절 이 음반을 구입할 당시 블루스에는 아직 빠져들기 전이었고 레드 제플린에 환장했던 나로서는 지미 페이지의 이름만 보고 음반을 구입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본 나는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첫 째는 블루스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고, 소니보이 윌리엄슨은 물론 브라이언 오거라는 이름 조차도 내겐 생소했던 때였던데다가 레드제플린의 선장으로서 보여 주었던 기교를 선보일줄 알았던 지미 페이지의 기타는 어찌된 영문인지 (내 귀가 눈치채지 못한 연주가 없다면) 두 곡만 빼고는 기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고 게다가 그나마 두 곡 모두 기타가 중심이 되지는 않고 하모니커는 물론 키보드... 심지어 베이스 기타 보다도 중심에서 더 밀려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에이 씨, 속았다"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미 페이지가 참여한 음반이었던 관계로 소중히 간직했다.

 

이 음반을 좋아하는 지금 그 이유는 그 때와 는 차원이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가진 유일한 소니보이 윌리엄슨 II의 음반이라는 점이다. 그 뒤 그의 독집이 2만원에 나왔을 때 왜 안샀는지 모르겠다. 그 뒤로도 소니보이 윌리엄슨의 음반은 인터넷을 뒤질 때마다 보지만 그리 쉽게 나와주는 물건은 아니고 발견이 된다 하더라도 이미 팔리고 없기 일쑤다.

하모니커 하나만으로도 음악 속에서 이만큼 큰 비중을 가질 수 있다라는 것은 이 음반을 듣고 처음 알았다.

한 편, 지미 페이지가 야드버즈 시절 제프벡에게 리드기타의 포지션을 양보하고 베이스를 연주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 음반에서 리드기타 소리는 아주 드물고 베이스 기타 소리만 강하게 들렸던 이유를 알 수 있을 터였지만 눈치 없는 나로선 그걸 깨닫는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앨범의 매력은 그곡이 그곡처럼 비스므리하게 느끼기 쉬운 블루스 음악이 수록된 곡마다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며 그렇기에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수록된 곡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앞면

1. Don't Send Me No Flowers

늘어지는 듯한 하모니커, 나른한 키보드사운드, 저음의 소니보이의 목소리... 게다가 아무리 블루스 음악이라지만 이보다 템포가 더 느린 곡이 또 있을까 싶은... 그야말로 아주 졸리다 못해 지겨운 음악이라는 느낌이 이 곡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나는 곡.

 

2. I See a Man Downstairs

블루스풍으로서는 상당히 빠른 템포의 곡. 여기서 나오는 지미 페이지의 기타연주는 레드 제플린의 그것은 물론 야드버즈에서의 그것과도 확실히 대별되는 그런 연주이다. 소위 "힘으로 밀어붙이는 연주"란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인지 요란한 기교보다는 정확한 터치와 강한 비트가 느껴지는 연주. 카멜레온의 변신인가싶은... 어느 연주에서보다도 지미 페이지의 위대함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연주.

 

3. She Was So Dumb

전형적인 블루스의 연주. 끈적한 하모니커, 우는듯한 느낌으로 깔리는 키보드, 흐느끼는 듯한 섹소폰의 연주를 듣자면 기분 묘하다. 베이스 기타가 상당히 강조된 듯한 느낌이다. 자코 파스트리우스가 이 곡을 듣고 깊이 연구하지 않았을까 혼자 학설을 만들어 본다

 

4. Walking

비트가 상당히 강하게 다가오는 곡

 

뒷변

1. Walking

역시 강한 비트의 곡

 

2. How Old Are You

늘어지는 블루스. 느림의 미학이 여기에 있더라.

 

3. It's A Bloody Life

지미 페이지의 비트 강한 기타 연주 여기에도 있다. 레드제플린과는 다른 블루스적인 너무나도 블루스적인 그러나 다른 누구와 비슷한 연주가 없는. 심지어 자기 자신의 어느 연주와도 비슷하지 않은 연주인 것 같다. 지미에게 찬사를!

 

4. Chetting Out Of Town

누가 마지막 곡 아니랄까봐 매우 흥에 겨운 곡이다. 블루스 베이스로서는 드물게 흥을 돋우고 브라이언 오거의 신들린듯한 키보드는 사람을 흥분시킬정도다. 보통은 윤기 넘치는 흑인블루스 뮤지션의 목소리와는 다른 건조한 목소리지만 풍부하다. 거장의 풍모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1면 첫곡부터 여기까지 듣 왔다면 이 곡이 끝나는 순간 진한 감동이 커피의 향처럼 강하게 남아 있는 멋진 앨범이다.

역시 일청을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