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 구입해 둔 항공권의 이륙날짜가 얼마남지 않았다.
사실 차마고도를 꿈도 꾸기 어려운 이 상황에서는 그나마 티벳본토로 바로 들어가기라도 해보고 싶었다. 중국 연경으로 날아가 칭짱철도를 타고 티벳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남으면 다시 연경으로 다시 나와 일부나마 중국 동남부 지방을 다니다 오려고 했다. 그런데 전부터 그랬는지 아님 얼마전 티벳사태 이후로 새로 유난을 떠는건지 개별여행자는 입국이 불가능하고(입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티벳이 티벳인들의 땅이지 결코 중국인들의 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솔자를 대동한 단체여행에 한해서 가능한데다 목적지도 신고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외국인과 티벳인들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중국정부의 조치다. 어쨋든 내가 가장 싫어하는 형태의 여행이다. 결국 티벳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그래서 티벳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인도에서 받았던 감흥이 혼재하는 네팔이 차선책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중 많은 항공편이 물망에 올라왔다. 중국 남방항공, 케세이 페이시픽, 싱가폴항공, 카타르항공, 타이항공, 대한항공 등이 나온다. 가격이 가장 좋은 남방항공은 중국의 어디였더라?(격안남) 하는 곳을 경유한다. 케세이 페이시픽도 좋은 가격과 좋은 노선이 나를 유혹했지만 항공권이 이미 바닥나고 없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 중 하나인 싱가폴 항공도 좋기는 한데 항공일정 자체는 휴가를 맥시멈으로 활용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유일한 직항인 대한항공은 가격이 그리 크게 비싸지는 않으면서도 직항이어서 7시간이 면 카투만두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매리트가 있었다. 그러나 운항일정이 많지 않아 휴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 제시되는 관계로 불가능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정은 금요일에 퇴근해 그날로 떠나고 출근하기 직전에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야만 1주일 휴가에도 10일을 활용할 수 있고 2주 휴가를 내면 16박 17일까지도 나온다. 내가 항공권을 구입하는 최고의 가치는 휴가 최대 활용이고 둘째가 가격이다. 그러다 보니 이 번엔 말도 되지 않는 구입을 했다. 21시 35분에 인천을 출발하여 일본 오사카를 경유.카타르 도하에서 갈아타고 카투만두로 들어가는데 비행시간만 대한항공의 두배나 된다. 담날 오후 다섯시 카트만두 도착이다. "ㄷ" 자형태의 노선(오사카-->도하-->카트만두)을 그리는 항공노선이 절대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노선이라고 볼 수 있는 이걸 그래도 좋다고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였다. 금요일 밤에 떠날 수 있고 출근직전인 일요일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 항공권을 선택하면 2주 휴가로 이 번에 얻는 일정은 16박 17일이다. 므흣~~! 더 중요한 것은 뜀도령과 찬바람이 휴일을 포함해 맥시멈 9~10일의 시간을 낼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가 먼저 들어가 있다가 합류한다고 할 경우 항공편이 자주 있어야 이들도 휴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터였다. 이걸 모두 만족시켜 주었다. 택스 포함해 86만원이 조금 넘는다. 나쁘지 않은 장사다.
네팔로 가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항공권을 끊어 놓은 뒤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네팔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의 목적이 나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어딜 가든 배낭여행이 목적이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네팔에 가는 이유는 트래킹이다. 트래킹이나 등산에는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는 나는 네팔이라는 나라 자체의 문화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뜀도령과 찬바람이 합류하기 전에 이 나라의 외곽을 둘러보다가 이 악당들이 도착하면 그 때부터 중요한 도시들을 다닐 참이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아래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다. 이제까지 내가 본 책 중 가장 이상스럽게 적은 제목이 시선을 끈다. 네팔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래의 책은 이미 오래전에 폐간되어 서점에선 구할 수 도 없는 책이었다. 역시 옛날책은 옛날책이다. 구버전의 정보들만 가득하지만 나름 쓸만한 구석은 있다.
네팔은 도시간 도로사정이 극히 나빠 200킬로미터 정도라면 한국같으면 고속버스로 두 시간이면 뒤집어 쓴다. 여기선 7~8시간이다. 이거 보통 고단한게 아니다. 게다가 버스 대부분이 많은 승객을 한 번에 많이 태우기 위해 내부를 개조해 좌석이 무척 비좁은 모양이다. 게다가 짐이 크면 지붕에 묶어야 하고 짐이 걱정되면 지붕에 타야 한다. 두 세시간이라면 재밌다고 그러고 다닐텐데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장거리 버스여행이 어떤건지를 아는 나는 망설여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때는 우기다. 이러한 열악한 도시간 연결도로의 상황이 보름동안 많은 도시를 다녀 보겠다는 나의 의지를 상당부분 무력화시켰다. 게다가 관광으로 적합한 도시는 포카라와 카투만두, 그리고 카트만두 주변 소도시들이니 이는 일당이 모이면 다닐 곳이다.
일당 합류전 일정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이웃나라 부탄이다. 외부 세계에 그닥 알려지지 않은 네팔의 이웃나라 부탄. 체류 외국인이 많지 않아 외부세계로부터의 영향이 극히 적고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 때묻지 않은 자연과 고스란히 전통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나라 부탄. 이거 완전 내 스탈이다. 잘하면 본 여행인 네팔보다 나을 것 같았다. 여기서 일주일정도의 여행을 즐긴 뒤 찬바람과 뜀도령이 합류하면 조낸 자랑할려고 했다. 도서관에서 론니 플래닛에서 나온 부탄여행 가이드(론니 플래닛)를 빌려다 보았다. 그런데 허! 이 나라도 장난이 아닐쎄. 자연과 문화에 대한 보존의 욕구때문일까 아니면 아무런 산업인프라도 없는 이나라에서 관광만이 돈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파탄정부가 1일 체류비로 요구하는 금액이 엄청나다. 5일만 해도 100만원이 넘게 깨질 상황이고 뱅기값까지 추가되면... 게다가 정해진 루트 이외에는 다니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이것도 담에... ㅡ,.ㅡ;
그 외 다른 방법 중 하나는 티벳 방문인데 전술했듯이 입국 자체가 불가능하고, 인도 국경을 넘어보자니 너무 먼데다 가장 가까운 곳이 이미 방문해 본 바 있는 바라나시였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않던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업무관계로 만난 업자의 충고 때문이었다. 그는 직업상의 문제로 네팔을 다녀온 사람인데 배낭여행을 즐길줄만 알았지 등산이나 트래킹에 관심없던 내게 트래킹 중 경험할 수 있는 일들과 만날 수 있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에 대하여 구구절절 늘어놓는 통에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결국 일당 합류 전까지 6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기로 작심했다. 트래킹 준비때문에 추가로 들어간 돈만도 30만원이나 되넹! 좌우당간 이 작심을 하고 나서 네팔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다. 힌두교도들의 추악한 카스트 제도는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다만 인도의 힌두교와 티베트의 불교가 서로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화합하며 공존한다는 면에서는 깊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만도 서로 이단이라며 모욕하고 뎅뎅거리는데... 그래서인지 이 곳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발동한다. 책을 읽고 나니 또 이런 생각이 든다. 힌두교와 회교의 여인네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여인네들은 이미 충분한 평등 그 이상을 누리고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을 원하는건지(돌팍 쑝~ 휘-익 퍽 캥! ㅡ,.ㅋ;)
최근 구입한 세계를 간다 시리즈 네팔편. 이 책을 보고 최종 계획을 잡았다.
7월 3일(금) 21:35 출발 --> 7월 4일(토) 17:00시 카투만두 도착. 카투만두 하루 숙박 후 7월5일(일) 08시 비행기 탑승 --> 7월 5일(일) 오전 8시 30분 포카라 도착. 그날로 트래킹 허가 취득 및 포터 1명 대동하고 안나푸르나 트래킹 시작. 일정은 포카라를 출발해 -->티르케둥가[7월 5일(일) 5시간 30분)-->고레빠니[7월 6일(화) 6시간30분)-->타다빠니[7월 7일(수) 6시간]-->톨카[7월 8일(목)목, 7시간]-->담푸스[7월 9일(금) 6시간]-->포카라[7월 10일(토) 2시간]. 체력이라면 아직까진 자신있다.
마지막날 두 시간의 짧은 일정이 끝나고 나면 포카라에서 일당과 합류하여 2~3일 푹 쉰다. 포카라는 볼거리 자체로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세계 4대 블랙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여행객을 한 번 빨아들이고 나면 뱉어낼 줄 모르는 매력적인 곳.--->주워들음.
담엔 버스로 8시간 소요될 룸비니를 들러 각국의 사찰들을 슬슬 둘러보며 1~2일 푹 쉰다. 예루살렘도 안가본 내가 부처님의 탄생지 룸비니부터 가게 되다니 ㅡ,.ㅡ;
역시 8시간 소요되는 버스 이동으로 카투만두에 도착하면 스와얌부나트와 보우더나트를 포함한 카투만두, 그 주면 소도시 및 마을인 나가르코트, 박타푸르, 파탄 등을 4~5일동안 둘러볼 참이다.
이 번 여행도 무척 기대된다. 오랫동안 별르던 일당들과의 여행이라 더욱 기대된다. 네팔아 쬐매 지둘여라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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