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8(일)
이 곳 시리아 하마를 떠나 레바논으로 넘어가는 날 아침이다. 7 시가 조금 넘어 일어난 나는 일찌감치 떠날 준비를 대충 끝내고 호텔이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마친 뒤 호텔 프론트에서 전날 압둘이 수배해 준 세르비스를 기다렸다. 9시가 되어 우리를 태울 세르비스가 도착했다. 김경애 선생님 부부와 나 세사람이 탔고 호텔을 떠나 조금 이동하다가 두 사람이 더 합승했다. 나중에 합승한 두 사람은 앞좌석에 함께 찡겨탔다. 여기선 이런 것도 허용이 되는 모양이다. 한참 가다 콧구멍만한 방 하나에 지붕을 얹은 건물 앞에 세웠다. 난 화장실같이 생긴 이 곳이 출국세를 받는 관공서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안에는 조그만 책상 하나를 놓고 차도르를 쓴 아줌마가 출국세를 받고 있었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세르비스 기사가 우리더러 자기가 낼 출국세까지 같이 내라는거다. 총알 맞고 헤롱거리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열쳤다고 기사의 출국세까지 내게 생겼나? 그랬더니 책상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우리보고 택시기사의 출국세를 내야 한단다. 어이가 없어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출국업무를 보신다는 아줌마가 영어도 제대로 못해서 이유 설명도 못했다. 이유가 뭐냐고 다그쳤더니 억지로 몇 단어 주워 섬긴다는게 "저사람은 가난하지만 당신들은 돈이 많지 않냐"는 거였다. 당근 내 입에서 까칠한 답변이 나갔다. "남의 일에 간섭말고 댁의 일이나 잘 보셈." 아래 사진에서 얼굴이 보이는 이가 세르비스 기사.
조금 더 가니 국경이 나온다.
시리아 출국 수속을 마치고 환전을 했다. 100유로를 주니 187,000 LL(레바논파운드)를 준다.
레바논으로 들어섰다. 레바논 비자는 48시간짜리 트랜짓 비자를 얻어 그 시간 내에만 레바논을 떠나면 비자비가 무료다. 물론 더 머물고 싶다면 출국할 때 돈을 내면 그만이다. 나는 트랜짓 비자를 얻었다. 이틀 또는 삼일이 내가 머무르고자 하는 기간이었다. 오른쪽에 바다를 두고 녹지와 바위 그리고 듬듬이 보이는 집들의 풍경은 이 곳이 중동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다. 사실 레바논 남부는 안가봤지만 다녀본 곳들은 완전 시골 구석도 집이 깨끗하고 녹지가 많아 차를 타고 나니는데 적잖은 행복감을 안겨준다. 이 곳을 차타고 다니면서 풍경사진을 몇 장 찍었지만 맘에 안들어 지워버렸다. 그래도 한 두장 쯤 남겨둘걸 그랬나 보다.
우리가 탄 세르비스. 길건너에 휴게소가 있어 펠라페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또 달렸다.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12시에 도착하는게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김선생님 부부와는 여기서 작별인사를 했다. 트리폴리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영화포스터를 발견하고 한참을 들여다 봤다. 어디서 마니 보던 장면같은데. 어디서 봤지?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군. 넴스본드라.......... ㅡ,.ㅡ;
나는 론니를 뒤져 트리폴리 지도를 찾아냈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박물관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나들이를 나선 것으로 보이는 일가족의 가장에게 박물관이 어딘지를 물었다. 부인이 영어를 잘해서인지 답변은 부인이 했다. 자신들도 이 곳 사람이 아니지만 이 곳에 박물관 있다는 말은 듣느니 첨이란다. 이상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이 곳 트리폴리사람 인데 박물관은 없단다. 이상해서 다시 보니 레바논편 바로 다음장인 리비아편을 펼쳐들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리비아에도 트리폴리가 있었던 것이다. 에이 씨 쪼발려. 이거 무쉰 개망쉰 @,.@;
레바논의 트리폴리 시내 지도를 다시 펼쳐들고 내가 있는 곳을 파악해 봤다. 젠장. 세르비스에서 내려 눈앞에 보였던 바로 그 시계탑 뒤편부터가 올드시티의 시작이었다. 그 덕에 최소한 30분은 헤매고 다닌 것 같다. 오늘의 목표는 트리폴리의 올드시티를 보고 비블로스로 넘어가 성채와 유적을 본 뒤 베이루트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금쪽같은 시간을 여기서 허비했다. 아래 사진의 장소를 지나다 보니 1개 소대 정도의 병력이 두 세대의 트럭에서 내리더니 어딘가로 기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트럭에 있던 지휘관이 안보는 틈을 타서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이댔다. 찍기도 전에 졸라 뎅뎅거려 결국 못찍었다. 디르브서 걍 갈려고 했더니만 날 부르더니 카메라를 좀 봐야겠단다. 예상했던 까칠거림이었다. 사진이 없음을 확인 시켜 주니 그제서야 놔준다. 이거 사진 찍으면 디게 재밌을텐데 아깝다.
결국 시계탑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지도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그랜드 모스크인데 시계탑에서 몇 십 미터 거리에 불과했다.
말이 그랜드 모스크지 아주 작다.
혹시나 문패를 보니 그랜드 모스크 맞네 그래
이 곳은 십자군이 세운 성당 위에 지은 것이라 한다. 열려 있어야 들어가 볼게 아닌가. 공사중인 것 같고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모스크 바로 옆에 뭐라고 안내 문구가 써있는데 뭔지도 모르고 아랍 문자가 재미 있어서 담아 봤다.
이어지는 금시장
회교국에서의 일요일은 월요일이나 마찬가진데 왜이리 문닫은 가게가 많은지 모르겠다. 재미도 없게스리...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폭발한 곳은 아닌지.
식료품 시장
생선가게.
괄가게
빵굽는 곳을 지나다가 하나 사서 맛을 보았다. 깨를 뭍힌 공갈빵이다.
열심히 반죽하시는 아저씨.
화덕에 빵을 열심히 넣고 꺼내는 아저씨. 아저씨! 반죽 만지는 손이 그렇게 시커매도 되는거여요? ㅡ,.ㅡ; 그래도 빵맛은 좋더구만.
외국인이 빵을 사서 입에 물고 빵집 안을 샅샅이 들여다 보고 사진찍고 하니 신기한지 연신 쳐다들 보며 웃는다.
트리폴리의 시타델에 도착했다.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걍 경사진길만 따라 고지대에 도착하면 이 곳이다.
이 곳에 경비할 일이 뭐가 있는지 몰라도 장갑차가 한대 서있고 군바리 아저씨들 몇 명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근데 이 아찌는 복장이 왜이래 이거. 미친척하구 장갑차를 슬쩍 찍을까 하다가 또 뎅뎅거릴까봐 말았다.
이 곳 트리폴리의 성채도 상당히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이 성채의 이름은 레이몽 드 생 질레(Citadel of Raymond de Saint-Gilles)이고 AD1103 ~ AD1104의 기간중 건설되었으며 AD 1297년 화재로 부분 소실되었다가 맘루크 에미르(Mamluk emir)에 의해 재건되었다고 한다. 출입구는 세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오토만이, 또 하나는 맘루크가 나머지 하나는 십자군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돌로 된 관이 입구 한 켠에 방치되어 있고
깊숙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놀라운 보존상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시리아나 요르단의 도시들처럼 흉물스러운 시멘트 블록 벽을 한 집들이 녹지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곳 트리폴리는 칠이라도 되어 있어 나름대로 도시전경에 운치가 있다.
이 곳에서 내려다 보는 구시가지 전경이 화려하거나 단정한 맛은 없지만 인상적이다.
이 곳의 보존상태는 지금 당장 영화를 찍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성채를 나와 이 곳 저곳을 돌아 보았지만 트리폴리는 그리 특색있는 도시로 보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다.
모스크 같은 건축물도 규모면이나 건축 양식의 독창성같은은 면들은 없어 보인다.
돔이 있는 아래 사진의 모스크가 그나마 좀 개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이 곳엔 가까운 거리를 놓아 두고 교회가 적잖이 눈에 띤다.
트리폴리라는 도시에 대하여 론니에 설명된 내용을 함 보자. 지중해 동쪽을 따라 발달된 페니키아의 다른 도시들처럼 이 곳 트리폴리도 무역을 통해 발달하였다. 원래 그리스어로 Tripolis(세 개의 도시)라는 뜻으로 8세기부터 시돈(Sidon), 티레(Tyre), 시리아의 Arwad로 무역인들이 오면서 그렇게 불리기 ㅣ작했다고 한다. 셀레우시드(Celeucid), 로마(Roma), Umayyads(우마야드), Byzantineㄴ(비잔틴), Fatimid에 의해 차례로 지배를 받았고 1102년 십자군이 침략하여 180년간 지배하였다. 1289년에는 맘루크 술탄 칼라움(Mamluk Sultan Qalaum)이 집권하였으며 모스크, 수크, 마드라사, 한(Khan) 등이 십자군과 술탄시대에 세워졌다. 이후 터키 오토만이 1516~1920 년 프랑스령이 될 때까지 통치하였다고 한다.
트리폴리를 떠나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던 중 기념물로 세운 로봇위에 올라앉은 청년들과
그런 그들을 올려다 보며 뭔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헤즈볼라의 단원들이 아닌가도 싶고. 암튼 TV로만 볼수 있는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재미는 있다. 나는 비블로스로 가기 위해 베이루트행 버스에 올라탔다. 2008년 12월 28일(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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