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5(목) 계속
이 곳 유적을 모두 보고 나서 나는 곳바로 호텔로 돌아가 가장 빠른 홈즈행 버스를 수배해 달라고 사장에게 부탁했다. 두 커플도 이미 그렇게 떠나는 것을 보고 나도 사장에게 부탁했다. 조금 지나 11시 30분이 되어 호텔 앞으로 버스가 왔다. 이거 돈 더 들어갈 일도 없고 사장이 전화만 해주면 호텔 앞으로까지 와서 태워주니 얼마나 편하고 좋던지. 버스가 호텔 앞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이걸 타고 홈즈로 가서 크락 데 슈발리에로 가는 버스를 갈아 타고 문제의 성을 보고 난 뒤 홈즈로 되돌아와 알레포로 갈 참이다. 오늘 오후부터 저녁까지 계속 이동만 하게 될 것 같다. 세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니 터미널에 도착하면 오후 두시가 넘을 테고 크락 데 슈발리에를 못보고 알레포로 넘어가야 되는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적당한 식당을 찾는다는 것도 시간여유는 없을 터다. 게다가 어딜 가나 버스터미널 주변엔 쓸만한 식당이 없다는건 상식이니 걍 버스 안에서 먹을 것들을 좀 사기로 했다. 호텔 뒤쪽에 가게방이 몇 군데 있었다. 음료수와 빵 그리고 과자 부스러기 등 적당한 먹을거리를 조금 사기로 했다. 한가롭게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한 장 찍었더니 나보고 와서 차나 같이 한 잔 하자고 한다. 이들의 호의도 고맙고 함께 즐기고 싶었지만 버스 올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시리아에는 이런 빵들이 가는 곳마다 널렸다. 제과점엔 물론 가게방에도, 버스터미널에도... 호기심에 한쪽 사서 버스를 기다던 중에 맛을 보고 놀랐다. 시리아의 빵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다. 그 뒤로도 기회만 되면 빵을 사먹으려고 했지만 그 뒤 두 번 정도 먹을 기회가 더 있었다. 지금도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서의 빵은 맛이 없어서 못먹겠다. 시리아의 제빵 기술에 대하여 말하자면 단언하건대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는 빵은 바로 이 곳 시리아의 빵을 두고 말하면 정확할 것 같다.
호텔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던중 버스가 오고 있으니 나가 보라는 사장의 말에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와 보니 이미 버스가 도착하고 있었다. 중형버스였다. 혼자 올라탄 외국인이 신기했던지 수십개 눈의 촛점이 나를 향했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한 뒤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내 옆자리에 앉은 젊은 친구가 기생오라비같은 차림새를 하고 계속 말을 걸어온다. 자신은 현재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며 나의직업과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는데 낮잠을 자고싶은 내겐 영 피곤한 존재였다. 결국 홈즈의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낮잠도 못자고 기생오라비같은 의대생에게 시달렸다. 어... 조낸 피곤. 아래의 사진은 버스에 올라탔을때 승객들에게 인사한 뒤 찍은 사진. 중앙의 노인 바로 앞에 놓인 의자는 장거리 버스인만큼 자리가 모두 차면 뒤늦게 탄 승객들이 이용할 의자.
홈즈에는 두 개의 버스터미널이 있다. 팔미라에서 온 버스가 막 도착한 터미널(두시간 반정도 소요)에는 슈발리에 성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 이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크락 데 슈발리에로 가는 미니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로 택시(100sp)를 타고 갔다. 어지간해서 택시를 타지 않는 나지만 오늘 알레포로 이동하기 전에 크락 데 슈발리에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때문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번엔 선택을 좀 달리 했다. 크락 데 슈발리에라고 하면 못알아 듣는 사람이 많고 꽐랏 알 호슨이라고 현지어로 말하면 모두가 알아 듣는다던가. 써먹어봤다. 역시 금방 알아 듣는다. 미니버스형 세르비스를 알아보았다. 버스에 사람이 모두 차면 그제서야 떠난다. 세르비스는 만일 혼자라도 빨리 떠나고 싶으면 합승객 14명이 낼 돈의 전액을 내야 하고 합승객이 있어도 14명이 차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하려면 승객들과 합의를 봐서 700SP를 내야 한다. 그걸 악용하는지 어떤 인간 하나가 크락 데 슈발리에로 가는 사람이 지금은 없으니 단독으로라도 가려면 500SP를 내란다. 사기의 포스가 강하게 느껴져 거절하고 다른 기사들과 협상을 했다. 사람이 모두 찰 때까지 기다리라며 아래의 버스에 타고 있으란다. 그냥 500SP 를 내고 단독으로 갈까 이님 좀 더 기다려 볼까 고민이 되었다.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크락 데 슈발리에를 보자면 적어도 세시에는 도착해야 했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하나 둘 올라타기 시작한다. 단독출발을 고민하던 시간으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14명이 모두 찼다. 이 곳에 오는 기회가 있다면 절대 단독이동 하지 말고 합승객 모두 찰 때까지 기다리셈. 이 때의 시간이 오후 14:20분경이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참 달려 도착한 종착지점 크락 데 슈발리에(Crac des Chevaliers)의 입구. 이 때 시간이 정확히 15:00였다. 매표소에서 막차 시간을 알아보니 16:00란다. 한 시간 동안 보고 나오면 버스가 있을테니 딱이다. 성채의 왼쪽
성채의 오른쪽
표(얼마였더라? 150SP였던 것 같다)를 사서 들어갔다. 아래 사진은 표를 사서 들어가는 성채 초입.
이 성도 내벽과 외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벽은 홈즈의 수장이 1031년 건설했고 십자군 지휘관이었던 크락이 12세기 중반경 외벽을 건설해 오늘날의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사진은 외벽의 통로
외벽의 성채에서 내려다 본 마을.
마침 비가 부슬거리며 흩날리고 있어 안개도 끼고 시계는 약간 흐리다.
2,000명의 군사가 이 곳을 건설하고 주둔하였으나 이슬람 군대에 포위되어 결국 200명만 남아 스스로 성을 포기했다고 한다.
흐린 날씨에 구름이 끼고 안개가 낀 이 성의 주변과 내부는 무척 운치가 느껴진다.
성의 외벽과 내벽 사이에는 해자가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었다.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볼 것은 다 보았다.
늦지 않게 성을 나와 막차인 4시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문제는 나 외엔 아무도 이 차를 타려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여기서 머무는 방법도 있지만 난 오늘 당장 꼭 알레포로 가고 싶었다. 20분정도 기다렸지만 홈즈로 가려는 마을 주민도, 성을 보고 나서 홈즈로 돌아 가려는 여행자도 없었다. 하긴 올 때도 나 외엔 모두가 현지인들이었고 여행자는 없었다. 운전기사가 내게 말한다. '더 이상 올 사람도 없고 하니 나는 이 곳에서 집이 멀지도 않은 관계로 홈즈까지 갈 이유도 없다. 당신이 원한다면 500SP만 받고 홈즈에 데려다 주겠다'나. 다른 방법을 취할 망정 이런데 넘어갈 내 고집이 아니질 않던가. 나는 거절하고 차에서 내렸다. 운전기사는 차를 끌고 따라 다니며 어떻게 가려느냐고 묻는다. '당신 알바 아니니 당신 길이나 가라'고 했더니 '여기서 고속도로로 걸어 나가는 것만 해도 엄청 시간이 걸릴 것이고 택시도 없다. 설사 택시가 있어도 돈은 엄청 깨진다. 500sp만 받을테니 올라타라' 고 계속 꼬신다. 나는 내키지 않는 거래에서 상대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히치하이크라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내 계획에서 벗어나긴 하겠지만 정 안되면 남들이 묵지 않는 이 시골 촌구석에 민박같은걸 해보는 것도 굉장한 체험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짐 당장 최고의 방법은 홈즈로 가서 알레포행 버스를 타는 것이다. 희안하게도 여행중 수시로 겪는 거래에서 내가 고집을 피워 실패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이 번에도 왠지 내 고집이 통할 것 같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차를 끌고 그냥 빈 차로 가자니 넘 억울한 생각이 들었는지 뒤에서 시동건채 길길거리던 세르비스 운전자는 '내가 가는 코스까지만 데려다 줄테니 300sp만 내라며 타란다. 일단 탔다. 나를 내려 주겠다는 그 곳에서 홈즈가 가까운지를 물었다. 그 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20분정도는 가야 한단다. 내가 미쳤냐 반정도 가서 300파운드나 내라고 이 이 잡놈아. 내릴테니 세워달라고 했다. 그는 내려줄 생각은 안하고 계속 나를 꼬셨다. 바로 그 때 누군가 현지인 한명이 이 버스를 세우더니 당장 홈즈로 가야겠단다.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250씩 내고 홈즈 가라즈까지 가기로 했다. 이게 왠 쾌냐. 내 이럴줄 알았다니깐. 키득키득.
막상 급해서 250파운드를 내고 타겠다며 올라탄 이 아찌 막상 돈내려니 억울했던가 보다. 영어도 못하는 놈이 내게 아라빅으로 뭐라고 뭐라고 떠든다. 뭔소리냐고 기사에게 물었더니 내가 300파운드를 내고 제가 200파운드만 내면 안되겠냔다. 그야말로 팔일동안 삶은 호박에 이빨도 들어가지 않을 조낸 쉰소리다. 나는 못들은척 했다. 담배 절은 냄새를 풍기며 자꾸 치근덕거리는걸 모른척했다. 보아하니 넌 돈도 좀 있는 사람이니 조금 더내는게 좋지 않겠느냔 소리만 계속 하는 것 같다. 못들은 척 계속 왜면했더니 그냥 포기한다. 처음부터 250파운드를 낼생각은 없었고 일단 올라탄 뒤 수작을 걸을 참이었던 것 자체가 괘씸하고 밉살맞았다. 나중에 내릴 때쯤 되니 운전기사에게 200파운드만 내겠다고 떼를 쓰는 모양이다. 운전기사하고 싸움이 붙었다. 모른척했다. 둘 다 조낸 끈질기다. 흠좀무. 나중엔 내가 지겨워서 "걍 200만 받으시죠. 나머진 내가 내리다." 했더니 이건 경우가 아니라며 그럴 필요 없다며 기사는 계속 그 승객과 싸웠다. 결국 인심은 인심대로 잃은 얌체승객 KO패. 잘가라 이 멍충아. 기사는 약속대로 나를 가라즈(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갔다. 가라즈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알레포로 가는 버스표부터 샀다. 저녁도 걍 버스 안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터미널 안에서 빵 두 개와 물을 샀다. 빵 하나는 팔미라에서 샀던 것 과 같은 빵이고 나머지 하난 국수처럼 얇은 가락으로 뭔가를 감싸서 튀긴 빵이었다. 이 맛 또한 예술이다. 빵 두개와 물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버스 내 옆자리 동승자에게 알레포로 간다고 이야기하고 알레포에서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역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알레포 어쩌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없이 잤다. 알레포까지 두 시간 반정도 걸렸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며 함께 내리던 사람에게 올드시티의 시계탑에 가려면 어떤 교통편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역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올드시티란 말을 듣고난 자기를 따라 오란다. 택시를 함께 탔다. 한 10분이나 갔을까. 나보고 내리란다. 혹시나 해서 두 손을 모아 탑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입으로는 시계 소리를 냈다. 그랬더니 가는 길의 방향을 찔러준다. 택시비를 내가 내려고 했더니 그는 웃으며 그냥 가라고 한다. 그는 그저 어차피 가는 길에 나를 태워준 것이다. 액수를 떠나 어찌나 고맙던지. 지금도 그 친절한 그의 웃던 모습이 역력하게 기억난다. 시계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내가 찾던 호텔 카스르 알 안달로스(Kasr Al Andaloss)는 시계탑 바로 옆에 있어 찾기가 쉬웠다.
값싼 호텔인만큼 그리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는 호텔이었지만 여행자들에게는 비교적 인기있는 곳(300SP)이다.
인터넷상에서 누군가 쿠션이 푹들어간 침대에서 자고 나니 허리가 아프더라는 넋두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침대가 푹들어갔다.
창 밖으로 내다 보니 가로등도 없고 오직 그시간까지 열려 있는 가게의 불빛에 의존해 거리를 볼 수 있었다.
짐을 대충 풀어놓은 다음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통닭집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무슨 욕심인지 통닭 한마리를 통째로 시켰다. 딸려 나오는 걸레빵(한국인 여행자들은 둥글 넙적하고 속이 빈 이 빵을 걸레빵이라고 불렀다. 이유인 즉슨 생긴게 걸레같다고. ㅡ,.ㅡ;)과 샐러드 그리고 추가로 주문한 콜라. 나는 이걸 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이걸 어떻게 다먹냐.
맥주를 달라고 했더니 없다며 사다 준다. 알콜도수가 무려 10.8도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맛은 괜찮은 편이고 독일 맥주란다. 특이한 맥주 오늘 또하나 섭렵했다. ㅋㅋ 독하긴 했지만 맥주에 굶주린 나는 무척 맛있게 먹었다. 한 캔 먹고 나니 얼떨떨하게 맛이 가더라는...
콧구멍만한 이 식당에 종업원은 왜 그리도 많은지. 물론 늦은 시간이었지만 누가 사장인지 몰라도 어쨋든 유니폼을 입은 사람만 다섯명이라 손님의 두배에 가까운 인원이다.
이렇게 생긴 콜라가 다있다. 이거 시리아에서 만든거라는데 그래도 맛은 코카콜라나 펩시콜라하구 얼추 비스므리하다. 먹고 나오니 460파운드란다. 이거 머이래 비싸? 맥주값때문인가? 바가지의 포스가 느껴지는...
시샤를 하고 싶어졌다. 바로 근처에 아라빅 카페가 보이길래 혼자 쓱허니 들어가
레몬향 시샤허구
터키시 커피를 주문했다(100SP)
달근해진 나는 이 곳에서 한시간정도 즐기다 호텔로 돌아갔다. 그 곳에 여행업을 하는 젊은 친구하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곳에서 손님들이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투숙객은 누구나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밤도 이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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