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7 캄보디아

(씨엠립7)앙코르와트2,3층→꿀렌삐레스토랑→톤레삽호수

코렐리 2007. 8. 28. 19:55

다시 앙코르와트로 왔다. 봐도봐도 볼게 많고 비슷한걸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이었다. 2층에는 건물 여기저기에 이러한 여신 부조가 끝도 없이 새겨져 있는데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얼굴, 헤어스타일 포즈 등은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다. 자그마치 1500명이라고 한다.

 

 

 

 

2층에서 3층을 향해 올려다 본 모습. 3층의 안쪽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감동이 나를 압도했다. 고고함과 장엄함이 그 곳에 있었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 곳에서는 여신도 훨씬 아름답게 보였다. 이 중에 연애상대나 한 명 골라봐?

 

탑은 풍화에 두리뭉실해져서 그 세부적인 조각의 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그것을 커버하고도 남는 장엄함이 있었다. 도대체 이 어마어마한 신전을 왜 만들었을까. 학자들은 여러가지 증거를 들어 파라오가 자신의 무덤으로 피라미드를 쌓았듯이 수르야바르만 2세가 자신의 무덤을 37년간 짓게 하였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자존심 강한 캄보디아인들의 영혼이라고까지 표현을 할까.

 

층별 구분이 독특하기로도 각별하다. 1층과 2층의 구분이 모호하고 2층과 3층 사이는 40미터의 높이로 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중간단이 있어 어느 층이 어느 층인지 햇갈리게 되어 있다. 3층에 중앙성소의 큰 탑을 중심으로 한 4개의 탑과 공간배치, 미술적 감각에 감탄하고 미처 4분의 1밖에 보지 못한 이 순간에 관람 시간이 종료 되었다고 나가라고 한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도저히 이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사람들 모두가 나가기 아쉬워 뭉기적거리는 동안 나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했지만 직원들의 제지로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마지막날인 내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해가 떨어질 판인데 앙코르와트의 꼭데기 중앙성소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었음에 못내 아쉬웠다. 나가다 뒤돌아 찍은 뜀도령의 이 사진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하늘을 배경으로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놈의 초록색 보수천막만 없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앙코르와트 신전담벼락을 통해 비추이는 이 광경만 봐도 황홀했다.

 

밥을 먹기 위해 우리가 간 곳은 꿀렌삐 레스토랑. 이 곳은 압살라무용 공연이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이 곳은 1인당 10불의 전통식 부페식당이었다.

 

지붕은 있으되 벽은 없는 희안한 식당이었다. 천정에는 수십개의 큰 천정선풍기가 돌고 있었다. 툭툭이는 자기가 아는 디너쇼 식당이 있는데 꿀렌삐보다 훨씬 좋다고 했다. 난 밉살맞은 생각에 거절하고 꿀렌비로 왔다. 여기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겠노라고 돌아가라고 하니까 어제와는 달리 미련없이 떠났다. 어제는 그렇게 가라고 해도 식후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유는 뻔하다. 어젠 제가 가잔 곳을 거의 다 가 주었고 오늘은 짤이 없으니 더 있어봐야 어딘가 데리고 가서 씌워먹기는 틀린 셈이 아니던가. 이날 이 인간을 짤랐어야 하는건데 새로 다른 툭툭기사를 만나 또다시 가격 협상하기가 귀찮아서 내일 다시 호텔로 오라고 한 것은 실수였다. 구차니즘에 경도된 지인으로부터 사상전염이라도 되었을까.

 

맥주를 좋아하는 뜀도령과 내가 이 곳에서 먹고싶은 만큼 먹자면 한 두 캔씩으로는 어림도 없는만큼 차라리 어제처럼 와인을 한 병 시켰다. 피노누아종으로 제조한 와인인데 이름은 생각이 안나고 그런대로 괜찮은 맛이었는데 끝맛에 여운과 잔향이 좀 약한 듯했다(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뜀도령도 약간의 변화시도가 나쁘지 않았는지 곧 잘 즐겼다. 

 

처음으로 갖다 먹은 요리 몇가지. 초록색 야채요리는 살짝 볶은건데 씹는 맛이 뛰어나고 향도 아주 좋았다. 생선 요리도 끓인 것인데 짙은 향신료를 쓴 것 같다. 무척 부들부들하고 맛이 좋았다. 나머지 요리도 그런대로 괜찮은 맛이었다.

 

압살라 공연이 시작되었다.

 

형형 색색의 옷을 입고 추는 압살라 춤은 나름대로 우아한 동작의 독특한 춤이었다. 아마도 이 춤은 TV에서 누구라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제대로 추는 것 같은데 뜀도령은 어설프다고 했다.

 

몇 년 전 태국에서의 전통무용 디너쇼에서 본 엉성하디 엉성한 무경력 무용수들의 무용을 보고 어이가 없었던걸 생각해 보면 훨씬 잘 춘 것 같고 이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하는데 뜀도령이 이 곳이 두 번째 방문인 만큼 더 훌륭한 무용수들의 공연을 봤는지도 모르지.

 

세 번째 가져온 요리. 맛있게 먹었던 그 야채 요리는 또 가져 왔고 생선스프는 맛은 괜찮았지만 향신료가 보통 강한게 아니었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는데 아무래도 다음날 이 것 때문에 탈이 난 것 같다.

 

솔로춤

 

공연 후 무희들과의 함께한 뜀도령. 여기서부턴 뜀도령의 사진을 빌어 올린다. 당시 내 카메라의 밧데리가 다 되어 사진이 없는 고로...

 

나도 한 컷.

 

배터지게 먹고 공연까지 관람한 우리는 산보로 소화를 시키며 저녁 시가지를 구경하며 다녔다.

 

한국인이 많이 다녀가는 관광지인만큼 한국인 가게도 무척 많이 눈에 띠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한 컷.

 

아무것도 안샀다. 살만한 물건도 없지만 붙어있는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계속 길을 가다 보니 여기 저기서 맛사지 삐끼들이 와서 꼬신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4달러랜다. 어이가 없었다. 어제 바가지 쓴 맛사지는 1인당 20불. 나는 원래 가격이 그런줄 알았다. 시설이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5배의 차이라... 어쨋든 4달러라는데 안할 이유가 없었다. 2층의 한 우중충한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뜀도령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덕분에 골체미도 함 찍고

 

얼레리 골레리 파자마 바지가 한 개 모자랐다. 그래서 나가서 지나가는 여직원을 붙잡고 바지를 하나 더 갖다 달라고 했다. 못알아 듣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바지 입는 제스쳐를 과장스럽게 보여주며 바지를 하나 더 달라고 했다. 보아하니 영어를 알아듣는건 고사하고 눈치도 없는 맹한 아가씨였다. 복장이 터져서 그 아가씨의 손목을 잡아 끌고는 우리가 있던 방문을 열어제치고 뜀도령의 하체를 가리키며 바지를 하나 더 갖다 달라고 했더니 이 아가씨는 무슨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도망을 쳤다. 이거 뭔가 잘못되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해명을 하기 위해 그 아가씨를 �아갔다. 내가 �아가자 이 아가씨는 더 기겁을 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나는 그 아가씨가 아래층에 내려가 호들갑을 떨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팔을 붙잡고는 다른 소린 해봐야 못알아 들을테니 손사래를 치며 No! 만 두 번 외쳤다. 그제서야 뭔가 자기가 오해한 것을 알아차린 것같다. 다행히 그 곳 지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다. 우린 단지 바지 하나를 더 달라고 했는데 이 아가씨가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제서야 그 아가씨는 사태를 짐작했는지 멋쩍은듯 제 갈길을 갔고 우리는 원하는대로 바지 하나를 더 받았다. 솔직히 야한 포즈를 취해도 안땡길 그런 외모의 아가씨였는데 자신의 외모를 넘 과신한 것 같다. 맛사지를 받으면서도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던지...

 

호텔 앞의 늦은 시간 바로 근처 구멍가게에 자그마한 전구를 한 개 켜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게에서 한 잔 하는 것도 운치가 있어 보였다. 아이스박스에서 아사히 맥주 한 캔씩을 들고 가게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맥주를 마셨다. 원래 비싼 맥주는 아니지만 아사히 맥주도 굉장히 값이 쌌다.

 

맥주를 들고 행복해하는 뜀도령.

 

이 날은 이렇게 갔고 매주를 몇 캔씩 들이키고 호텔로 들어가 잤다.

 

2007년 7월 14(토)

자는 동안 저녁식사때 먹은 것이 좀 머시기했는지도 모르겠다. 화장실 가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지사제는 이미 준비해 둔 걸 먹었다. 어제 술마신 것도 그렇고 아침을 먹어야겠는데 뜀도령의 꿈지럭이 여간이 아니다(난 죽었다 깨나도 음주후 담날 아침엔 무언가 꼭 먹어야 한다-->이제까지 술먹고 속이 멀쩡한 비결임). 이 웬수는 아침식사시간이 끝나는 8시가 넘어서야 볼 일을 끝냈다. 서둘러 내려가 보자니까 이미 치우고 없을텐데 뭐하러 가냔다. 아닌게 아니라 내려가서 보니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부페테이블을 치우던 직원에게 쌀죽만 한그릇 먹고 가려고 한다니까 그건 이미 동나고 토스트와 주스밖에 안남았단다. 무언가 먹긴 해야 되겠는데 지금의 상황으론 죽 외에 다른건 설사를 가중시킬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토스트로 열심히 씹어 아침을 때웠다. 아침부터 왠지 축쳐지고 잠만 자고 싶은게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툭툭이가 호텔 앞에 와 있길래 출발시간을 늦추었다. 그리고는 돌아와 잠을 자면서 속을 다스렸다. 좀 자고 나니 속도 많이 좋아졌고 기운도 났다.

우리는 다시 새벽이 아닌 오전에 툭툭을 타고 톤레삽 호수를 향해 떠났다. 톤레삽 호수까지는 20킬로미터 정도를 가야 했다. 가는 동안 서민들의 집과 시골 구경이 그런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가면서 이 곳 톤레삽 호수의에서 배를 타는데 얼마인지를 뜀도령은 알고 있었다. 1인당 10불이면 족하다는거였다. 그러나 입장료가 따로 징수되고 승선은 선택인걸로 잘못 알고 있던 나는 매표소에 도착해 1인당 20달러라는 말을 듣고 입장료와 승선료 모두해서 1인당 20불이라고 받아들이고 표를 구입했다. 매표소는 당연히 다른데 와 같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뭔가 수상했다. 표파는 곳은 부스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충 지어진 목조 건물에 유리 창구도 없고 책상 몇 개 놓여 있고 표파는 이들이 있었다. 노인네한테서 표를 샀는데 표에는 가격이 인쇄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돈을 받고 즉석에서 펜으로 인원수와 가격을 적어주었다(가장 수상한 대목). 뜀도령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이 곳 마을 주민들이 경찰과 협잡이 되어서 바가지 씌우고 나눠먹는다는 말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40불씩이나 주었느냐고 구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경찰도 한 명 바깥에 주민들과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피식 웃으며 증거가 발견되면 적당히 지랄해서 돌려 받을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우선 툭툭기사가 그들과 역시 결탁해서 나눠먹기를 한다는걸 알았으니 이 가격이 맞는지 툭툭기사에게 물어서 맞다는 허위 진술을 확보해 두었다.

여기서 다시 툭툭을 타고 10분정도 배가 있는 곳까지 갔다. 도착해서 보니 �은 갯내가 지독했고 진입로에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매점이 늘어서 있었지만 무척 비위생적이었다.

 

도착해서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툭툭이에게 물으니 아무데나 가서 해결하란다. 에이 씨. 매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역시 대충 해결하란다. 여자가 오면 어쩌라는건지 원. 매점 뒤쪽으로 가니 대충 일보는 사람이 몸을 가릴만한 곳이 있었다. 이것이 소위 화장실인가 보다. 그 곳에서 작은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도 그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만큼 비위생적이고 냄새도 지독했다. 그 앞쪽에는 썩은 흙에 �은 물과 오물이 흥건하고 질퍽했다. 이게 다 톤레삽 호수로 들어갈 게 아닌감. 배는 1시간 가량 운행한다고 한다. 우선 선착장에 도착해 표를 내고 다른 사람이 오는지 보았다.

 

이 곳이 선착장이다. 인도인처럼 보이는 젊은 여학생 두 명이 표를 내고 들어 갔다. 그들이 제시하는 표를 보고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직접 물어보았다. 1인당 10달러를 냈단다. 나는 증거를 잡았다고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툭툭기사에게 물었다. "봤지? 뭐? 20달러? 너 걔네들하고 짜고 속였지?" 했더니 처음엔 툭툭기사가 당황해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몰랐다고 발뺌하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는 사람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한 뒤 "어제 요금으로 35달러씩이나 주었으니 이제는 우리한테 성실할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는 표를 환불받는데 옆에서 거들 것을 요구했다. 매표소로 되돌아 가면서 툭툭기사는 구렁이 담넘듯이 대충넘어가려고 하는지 10달러짜리는 30분짜리 승선표일게 틀림없다는 소리를 하길래 화가나서 " 사기 그만 치라"고 소릴 질렀다. 꼴에 이 때는 지도 화가 났는지 집으로 돌아가겠단다. 나는 맘대로 하라고 하고 돈은 단 한푼도 못주겠다고 했다. 가면서 나는 뜀도령보고 헹패를 부릴테니까 말리라고 각본을 짜려 했더니 뜀도령은 자기도 흥분하면 못말리니까 형이 말리랜다. 어이 없슴 ㅡㅡ; 어쨋든 매표소에 도착한 나는 다짜고짜 내게 표를 팔았던 노인에게 가서 큰 소리로 따졌다. "요금이 왜 사람마다 다른가? 이 요금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노인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안내인 중 하나로 보이는 젊은이 하나가 내게 와서 노인은 영어를 모르니 자기하고 얘기하잔다. 선수인 이 친구하고는 얘기가 안될게 뻔하고 보는 앞에서 이 노인을 추궁해 주변 사람들까지 당황하게 만드는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도 표를 노인에게 들이 밀어대며 뒤숭숭하게 언성을 높이니까 할 수 없이 환불해 주었다. 여기선 제 값에 표를 다시 끊어줘도 타고 싶지 않았다. 태국에서 이미 이런 배를 타 보았고 수상가옥도 사진에서 보니 비슷한게 굳이 타 볼 필요도 없었다. 뜀도령도 몇 년 전 여기서 이미 타 보았다고 하고... 아래 사진은 선착장에서 실제 요금을 확인하고 나서 열받아 따지는 나. 당황해하는 툭툭이맨. 뜀도령이 찍었다. 구경 잼있었나?

 

환불을 받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6명 정도의 필리핀인들이 2대의 툭툭에 나누어 도착하고 있었다. 환불받을 때 자신과 이야기 하자고 했던 그 젊은이가 그들에게 다가가 20달러가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었다. 나는 쫓아가 가격이 중구남방이니 20달러를 내라는 사기에 넘어가지 말고 10달러 이상은 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들은 나를 고마워하고 매표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매표자들에게 여유있게 손을 흔들어주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우리를 태웠던 툭툭이를 쳐다도 안보고 길을 떠났다. 당연히 툭툭이가 여기까지 데려온 요금을 달라며 쫓아 왔다. 나는 툭툭이를 보고 "일을 안한거나 다름 없으니 그냥 가라"고 했다. 열받은 툭툭이는 "여기까지 왔는데 왜 돈을 안주냐"고 한다. "네가 데리고 다닌 레스토랑과 맛사지 센터가 모두 다른 곳보다 비쌌고 우린 그 이유까지 알고 있는데다  어제 필요 이상으로 요금을 많이 주었고 오늘 우리를 속였으니 더 받을 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10달러를 주지 않으면 경찰을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나는 "지금 당장 데리고 오라"고 소릴 쳤더니 "내가 데려오는 경찰은 캄보디아인"이라고 협박을 놓는다. 내가 쫄기라도 할 줄 알았나보다. 어이없는 협박에 "지금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면 1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물론 그를 조롱하기 위해 제시한 금액이다. 사실 툭툭이를 보내도 문제는 있었다. 이 곳은 외진 곳인데다 배를 타기 위해 툭툭을 타고 오는 관광객과 관광버스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겠는가. 오토바이를 가진 주민을 꼬시는 방법도 있다.나는 10달러를 내놓으라며 악을 쓰는 툭툭이를 외면하며 안된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가끔씩 "왜 경찰 안데리고 오냐"고 물어봐 주면서 말이다. 나 나름대로 계산이 나온게 있었다. 만일 경찰을 데리고 와서 자기들의 사기와 협박에 못이겨 설사 내가 10달러를 준다 하더라도(내가 그렇게 물렁한 인간도 아니지만) 경찰에게 5달러는 줘야 하고 나머지 5달러만 챙기면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지나치게 적게 마련이었다. 그러니 나눠먹는 노력을 하느니 독대 실갱이로 쟁취하는게 제 입장에서도 훨씬 유리한게 아닌가 말이다. 최악의 경우 나한테서는 한푼도 못건지고 경찰한테는 수고비를 줘야하는 그지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는사이 실갱이를 하다가 배타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필리핀인들의 툭툭이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 중 한 툭툭이 기사는 나 때문에 나눠 먹을 건덕지가 없어지자 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돌진해 왔다. 나는 살짝 비키며 어이없어 했더니 뒤에 타고 있던 필리핀 청년이 자기 머리 위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미친사람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툭툭이와 나의 실갱이는 다시 이어졌다. 나는 "사기 안치고 잘 하면 다시 널 고용해 주겠다." 또는 "우리를 씨엠립 시내까지 태우고 가면 5달러를 주겠다." 등 받아들여지지 않을게 뻔한 조건을 내걸었다. 툭툭맨이 약이 바싹 오른 상태에서 인심쓰는체 하며 "3달러 줄테니 가져가려면 가져가고 말려면 마라. 그 이상은 어림도 없다"고 말하고는 그담부턴 상종도 안했다.  결국 그거라도 받지 않으면 오늘 공친걸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달라고 한다. 그걸 받고는 떠나면서"너희 한국인들.."하는 소리를 하길래 아예 말을 못하게 큰소리로 "나는 당신이 무서워서 죽겠어요"라며 조롱하듯 몸을 비비틀며 춤을 추어줬다. 내가 아무데서나 춤추는 사람이 아닌데 어지간히도 인심을 썼다.

 

결국 툭툭이를 따돌리고 돌아가는 길에 엄지를 틀어 차를 얻어타려고 시도를 몇 번 했다. 관광버스는 모두 외면하고 지나치고 자그마한 승합차가 서주어서 그걸 얻어탔다. 치하를 한 뒤 물어보니 프랑스 파리에서 온 일가족이었다. 그 중 큰 딸이 영어를 할 줄 알아 약간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우리를 가고자 했던 올드마켓에 내려 주었다. 사실 난 그동안 프랑스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톤레삽 호수로 가던 도중에도 프랑스인 욕을 하고 있었는데 돌아올때는 신세를 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왠지 그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톤레삽 호수에서의 계획은 취소가 되었지만 배를 탄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정이었다.

 

우리가 올드마켓에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마침 그 곳에 있던 이 친구가 어딜 가냐며 계속 따라왔다. 우린 계속 외면하고 다니다가 필요한 물을 사고 나서 22:00 공항까지의 일정을 말해주었다. 15불을 부른다. 10불을 얘기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사실 남아도는 툭툭이들은 손님이 타주기만 하면 감지덕지다. 이 친구는 우리가 가자고 하면 1100번 툭툭이와 달리 자기 의견을 섞거나 제가 원하는대로 끌고 가려는 싸가지 없는 수작을 하지 않았다. 왜 진작 안꿨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다시 앙코르와트 3층으로 갔다. 어제 보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3층 주변부터 둘러 보았다.

 

이 탑으로도 올라가 볼 참이다. 3층에서 올려다 보기에도 만만한 높이가 아니다.

 

 

 

 

2층의 사각테두리에 얹혀진 4개의 탑 중 한 쪽 귀퉁이의 탑

 

2층의 갤러리 둘러보기는 좀 밋밋한 편이었다. 1층갤러리와 달리 사실 아무것도 없다.

 

부처상도 목이 없고 그 뒤의 나가상도 머리가 없다.

 

 

3층 중앙성소탑 하단의 조각

 

 

드디어 꼭데기에 위치한 성소로 올라왔다. 3층으로 내려다 본 사진 실제로 보면 까마득하고 아찔하다. 계단 개개의 높이는 높게 잡은데 비해 너비는 매우 비좁게 잡아 중간쯤만 올라와서 내려다 보아도 까마득하게 보인다. 올라갈 때는 그래도 좀 덜한데 내려 올 때는 막말로 수족이 떨릴 정도다. 이제까지 이런 급경사의 계단은 처음보았다. 중간쯤에서만 굴러도 심각한 중상을 입을(아마도 사망할걸?) 위험 천만한 계단이었다.

 

막상 올라와서 안을 들여다 보면 크게 감동할만한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여기서 내려다 볼 때 보이는 전경은 역시 대단한 감동이다. 

 

3층에서 올려다 본 4각 테두레에 설치된 탑을 올려다 보지 않고 내려다 보니 새로운 감동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시내로 이동하는데 속이 편치가 않으니 무엇을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다른 때 같으면 안먹어 본 전통식이 뭔지 찾아다닐 판인디...

 

결국 고민 끝에 주유소 옆에 있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낯익은 음식인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었다. 아주 꼭꼭 씹어서.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