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07 캄보디아

(씨엠립1) 도착 첫날

코렐리 2007. 7. 26. 12:01

이집트여행을 가고자 했던 계획을 바꿔 캄보디아로 가게 된 데는 사연 아닌 사연이 있다. 계절적으로 이집트는 겨울에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뜀도령한테서 나온 의견이 이 번 여름엔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를 둘러 보자는 것이었다. 후보국 중 하나가 캄보디아였는데 자신은 이미 다녀온 적 있지만 다시 간다면 역시 OK라는거였다. 그러잖아도 앙코르와트의 붕괴가 심각해서 향후 급속도로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얘기를 언론에서 주워 듣고 읽은 터라 더 망가지기 전에 혹은 보수를 위해 여기저기 마구 출입을 통제하는(2005년 베이징에 들렀을 때 올림픽 준비를 위해 여기저기 공사하느라 거의 만행에 가까울 정도로 마구 가려 놓고 출입을 통제하던 중국 명승고적을 생각해보면 끔찍--->고궁은 반정도 밖에 못본거 같구 도대체 천단공원에선 뭘 보고 나왔는지??? 그래도 입장료 인하는 없데? 이런 $@#$%&$%$&*%#$@ !) 상황이 오기 전에 가보는 것이 나중에 있을 후회를 막는 일이라 판단했다.

하나투어 3박 5일 일정의 자유여행 패키지를 예약했다. 어? 사고가 나네? 내가 탈 비행기가 사고 기종과 같은 기종이라네? 바람개비 달린 비행기 타고 가자니 안전이고 뭐고 일단 무진장 시끄럽다나? 게다가 무릎이 닿는 좁아터진 좌석, 심한 경우 에어컨 가동도 안된다는 야그를 들으니 대략난감! 항공사를 바꿔 달라니까 노력은 하는데 쉽지 않다네? 여행사를 바꿔 아시아나로 갈아 치웠다. 으하하. 예약이 완료되고 나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캄보디아여행계획.hwp

 

2007. 7. 11(수)

당일 저녁 7시 비행기였다. 이 날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성실한 코렐리는 아침일찍 일어나 학원 가서 �국어 공부하고 다시 출근해서 열심히 일했다. 방학이라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학교쟁이의 매리트를 발휘해서 이 날의 휴가를 내지 않은채로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5시에 공항 L코너에서 인간성 별로 좋다고만도 할 수 없는 뜀도령과의 약속이 있었다. 도착하고 보니 4시 20분이었다. 쇼핑코너를 하릴없이 싸돌아 다니며 잊고 온게 있으면 사려고 구경다녔다. 모자도, 티셔츠도 일부러가 아니구선 불가능할정도로 후진 것만 골라서 갖다 놓는 저 센스! 역시나 볼거 디게 없다. 5시가 다 되어 전화벨이 까칠하게 울렸다. 같은 동호회 회원한테서 전화가 오면 울리는 전화기 음악소리는 재즈. 같은 전화기에서 나는 같은 재즈음악 소리가 이상하게 오늘따라 까칠하게 들리는 이유가 뭐여? 어딨냐고 날 찾는 까칠한 목소리. 매끈한 공항청사 바닥 위를 걷는 까칠한 마찰 소리가 들리는거 봉게 오긴 왔군. 그렇게 까칠하면 마찰력땜시 달릴때 속도가 어디 나겄나? 오자마자 모자를 안갖고 왔다길래 그나마 후진 쇼핑센터에서 내가 하나 골라 줬다. 후진 디자인 속에선 그래도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뛰도령도 알고 있지 않을까. 크크...! 한국 피겨스티이팅의 호프 김연아가 여고생들한테 둘러사여 사진 찍고 사인 받고 난리가 났다. TV에서 보던 것 보다 얼굴도 훨씬 작고 예쁘게 생겼다. 뜀도령도 김연아의 사진을 찍고는 싶은데 쪽팔렸던지 '형이 찍어오면 안되겠냔'다. '나는 관심없스! 관심있는 사람이 찍어 오셔'. 했더니 나보구 '까칠하다'나? 대략 어이없슴. 발권을 마친 우리는 탑승구 쪽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뒤 쪽에 엑스트라로 나온 셀카사진 속의 뜀도령. 미소는 짓지만 까칠한 인상 어디 가겠나. ㅡㅡ; 그 앞사람은 대략 착하게 생겼구만.

 

 

뱅기를 타기 전부터 느끼기 시작한 시장기. 탑승하고 나니 항속고도에 올라 밥줄 순간만 기다렸다. 눈빠지게 기다리다 받은 기내식. 해물요리를 빙자한 해물떡밥과 새우샐러드. 이 세상 최고의 반찬은 역시 '시장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험으로 증명해내는 순간. 대따 맛있었슴.

 

현지시간 밤 12시가 넘어 도착해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비행기에서 내려 씨엠립공항 청사로 걸어가며 찍은 사진. 처음 보고 졸린 눈에 구내매점인줄 알았다.

 

대부분 패키지 여행인 관계로 버스를 대절해 놓고 가이드가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린 자유여행자라 이 곳의 택시로 통하는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해 뒤쪽에 마차 비스므리한 좌석을 마련한 탈것)을 이용해야 했다. 몇 몇 툭툭이 운전자가 와서 찝쩍거린다. 적정가를 알고 있는 우리한테 사기를 치면 되건냐고. 대부분 10달러를 부른다. 관심 없는척하고 걍 대로변으로 나갈 참이었다. 내가 항상 써먹던 방법. 손님을 기다리는 곳은 항상 비싸고 그곳을 벗어나 지나가는 애들을 잡으면 싸다는 것. 터키에서도 통했으니 여기서도 시도해 볼려구 했다. 나가면 암것두 없는 생시골 도로에 이 야밤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하려느냐고 말리는 뜀도령과 함께 다시 돌아와 5달러로 합의를 보고 예약이 되어 있는 살리나호텔(Salina)호텔로 갔다. 적잖은 거리다. 허! 밤바람을 맞으며 시골 도로와 소도시의 야경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게 아닐쎄. 하단에 보이는 내 발과 삐끔이 두 개가 보이는 뜀도령의 발가락.

 

호텔에 도착하니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었다. 1급 호텔이라고 했는데 그 정돈 되는것 같다. 특히 지난 겨울에 가서 다녔던 인도의 호텔들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대궐이다. 다 좋은데 새벽 한시도 채 안된 시간에 프론트는 불이 꺼져 있었다. "ex가 cuse me인데요! everybody가 nobody인가요?" 했더니 쫌 뒤에 어디선가 부시시한 얼굴로 나타난 직원. 지금도 난 그가 뒤쪽에서 문열고 나온건지 바닥에 뭔가 깔고 자다가 부시시 일어난건지 모르겠다. 나타나는 장면은 못보고 주변에 사람 없나 둘러 보던 중에 갑자기 봤으니 알 길이 없다. 수마에 들린 졸린 얼굴에 개기름 번질거리는 얼굴을 보니 적잖은 시간을 주무신 것만은 틀림 없는것 같다. 열쇠를 내 준 직원은 빨리 잠이나 자게 목적달성을 했으니 없어져 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대충 여장을 푼 우리는 도착 기념으로 한 잔 거시기하기 위해 일단 다시 내려 왔다. 아닌게 아니라 프론트 직원이 다시 안보였다. 대략 어이없슴. 공항에서 툭툭이를 타고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는 그다지 즐길만한 곳이 안보였는데 호텔에서 나와 보니 바로 건너편에 원주민마을풍의 카페가 있는데 손님도 별로 없어 조용히 즐기기에 그만일 것 같았다. 우리 외엔 현지인 5-6명 정도의 손님 한 팀만이 있을 뿐이었다.

 

석에 일단 좌하고 나니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와 주문을 받는다. 들어 올 때 본 카페 입구에 구워 내놓기 위한 해물들이 얼음에 재워져 전시되어 있었다. 일단 맥주를 시키고 안주는 생선으로 골랐다. 이 곳에서 주문한 맥주 앙코르는 김빠진 조선맥주와 다름 아니었다. 그래도 이국적인 분위기에 즐길만했다. 숫불에 구워 사진에서처럼 보온조치(하단에 숯이 담겨있다)가 되어 나온 생선 맛은 그리 싱싱하지는 않았어도 무난했다. 중국요리의 영향력은 여기서도 대단했다. 오자마자 한 접시 나온 짜차이, 생선 조리에 사용한 샹차이가 그것이다.

 

요리를 시식하는 뜀도령의 해밝은(?) 웃음과 행복감이 보인다. 뜀도령에게도 이렇게 천진난잡함이 있다는 사실. 뜀도령이 쓰고 있는 모자는 후지다사 제품만 깔려있는 쇼핑센터에서 코렐리가 감각적으로 골라낸 괜찮은 모자. 아주그리! 인물이 사는데 그래!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뜀도령은 내게 수영복을 꼭 준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날 아침 일부러 6시30분에 일어나 뜀도령을 깨웠다. 아침잠이 많은지 못일어난다. 수영장은 방에서도 내다 보였다. 여행중 이국적인 곳에서 아침의 고요함을 즐기는 나로선 잠이나 자고 있을 수 없었다. 혼자서 수영장을 전세(?)내고 즐겼다. 물은 낮에 받은 열기때문에 미적지근했다. 운동삼아 20회정도 왕복한 뒤 올라와 샤워 후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가 식사를 했다.

 

아침은 부페식인데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끓인 죽맛이 깔끔해서 좋다.

 

아침을 먹고 나온 우리에게 접근해 오는 툭툭이 운전수가 있었다. 하루 대절에 얼마냐고 물으니 계획부터 보잔다. 갖고 있는 자료가 전부 방금 빳빳한 지질임을 보고 이제 막 온 첫 날이란걸 간파하더니 30달러나 달라고 한다. 하루 적정가가 10달러인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사기를 치길래 적정가 10달러임을 알고 있다고 했더니 할 수 없다는 듯 타라고 한다. 나중에 이유를 밝힐테지만 이 아저씨는 첫날만 쓰고 잘랐어야 했는데 계속 쓴 것이 문제였다. 등에 적힌 번호는 택시의 번호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곳이 유적 종합 매표소다. 대부분의 유적지는 이 곳을 통과해야 갈 수 있었다. 40불을 내고 3일간의 유적관람 티켓을 발급받았다.

 

이 곳이 티켓 발급 부스 중 하나. 부스마다 입장권을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어딜 가나 한국사람들이 바글거리는데 희안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하나도 안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때는 내가 도대체 어디에 와 있는지 햇갈릴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을 보았는데 씨엠립을 먹여 살리는 외국인들 중 한국인들이 80%를 차지한다는 설이 무색할 정도였다. 덕분에 가는 곳마다 예상보단 사람들이 덜 북적거렸다. 이 부스 앞에 서면 웹캠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이 들어간 입장권을 출력해서 코팅까지 해서 내준다. 3일권에 40불씩 80불을 썼다. 유니폼을 입고 입장객 안내를 하는 여직원도 보인다.

 

일단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도착하는 유적마다 입장권 검색을 한다. 툭툭을 타고 조금 들어가니 앙코르와트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가 보이는데 아주 장관이다. 해자의 너비는 100미터. 느닷없이 뜀도령이 '해자'의 어원을 묻는데 생각없이 알고 있던 용어의 어원까지 물으니 나도 궁금해졌다. 한자어였다.

 

원래 이 날의 계획은 앙코르와트 → 앙코르톰 → 톰마논 → 따깨오 →  차우사이떼보다 → 스라스랑 → 반티끄데이 → 쁘라삿 끄라반 이었다. 툭툭이맨은 그걸 역순으로 다니자고 했다. 사실 앙코르톰과 앙코르와트 등 가장 중요한 유적지는 좀 나중에 보는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중요한 유적을 먼저 보고 나면 나머진 시시해서 눈에 안들어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 유적지를 나중에 보게 되면 더위와 장거리 이동에 지쳐 상대적으로 나중에 간 곳의 감흥이 적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혹시 일이라도 생겨 시간에 쫓기거나 풍토병 등으로 쉬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낭패다. 뜀도령의 의견은 소박한 유적지를 먼저 돌자는거였고 결국 툭툭이맨의 건의를 받아들여 역순으로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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