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7.(월)
전 날의 과음이 국물을 찾게 만드는 통에 일단 라멘집부터 찾을 참이었다. 신주쿠 방향으로 걷다보니 한 집이 눈에 들어온다. 어? 줄섰어? 그렇다면 일단 따라서 서고 볼 일이다. 문 밖으로 줄 선 사람 몇 안되어 보이지만 보행로 길을 뚫느라고 일정 간격을 둔 뒤 이어서 줄을 섰기 때문에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대기자는 훨씬 많았다.
줄 꽁무니에 붙어 있다가 자리가 나자 일단 앉았다. 30분은 기다린 것 같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판준군과 범석군. 건영군은 사진에 안보임.
사진만 보고 주문했는데 접시에 면만 나와 무척 당황했다. 이건 뭥미??? 뒤이어 나오는 국물을 보고서야 우리가 주문한 것이 츠케멘이었음을 알수 있었다. 내가 고른 메뉴여서 난 가슴까지 쓸어내려야 했다. ㅋㅋ. 표면에 기름 흥건한 국물이 해장하기에 딱좋아 보인다. 그럼 그렇지. ㅡ,.ㅡ;
두야지고기 옵션을 푸짐하게 했더니 좀 과한 느낌이다. 그래 먹자. 먹고 죽은 귀신 땟갈도 좋단다.
아 젠장 맛은 괜찮은데 너무 국물이 짜. ㅠㅠ 먹고 나니 양이 많아 배가 터질려고 한다.
특별히 부탁 받은 음반이 있어 굳이 찾아간 타워레코드에는 한참을 찾아도 그 물건이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검색해 보더니만 답변이 실망스럽다. 이미 그 음반들이 품절된 상태.
디스크유니온 신주쿠 재즈관부터 가 봤다. 판준군과 건영군은 록관으로 갔다.
오랫동안 찾던 음반 나왔다. 미국에는 없는 아트 블레이키의 카페 보헤미아 volume 3. 본토에서 사장된 음원을 발굴해 일본에서만 찍은 음반이다. 드디어 석장 깔맞춤 완성. 블루노트 미공개 일본 프레싱 전질 모음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어지간히도 눈에 안띠어 주는 커티스 풀러의 The Opner. 1500시리즈 전질 모음에 역시 성큼 다가간다.
재키 매클린의 이 음반 역시 오랫동안 찾던 음반이다. OBI가 없는 게 좀 아쉽긴 해도 나와 준 것만도 어디냐.
요것도.
지미 스미스, 역시 1500 시리즈.
스탠리 터렌틴의 음반 두 장.
모르는 뮤지션이지만 샀다. 블루놑의 이름반 믿고... ㅋ
끝을 알 수 없이 계속 나오는 마일스 데이비스. 안가진거 두 장 나왔다. 어느 음반이나 실망시키지 않기에 다 살 때까지 계속 간다. 지금 당장만도 50장은 얼추 되는 것 같은디. ㅋㅋ
디스크유니온 신주쿠 재즈관을 나와 록관과 일반관으로 가봤다. 건영군과 판준군의 디깅이 한창이다. 이 음반 영국 초반이라 좋아했는데. ㅠㅠ 미세한 찍힘 자국에서 제자리 돈다. 아, 이젠 일본에서도 이런게 매물로 나오는구나. 쉴몽이야... ㅠㅠ
신주쿠에서 디깅을 대충 마친 일행은 시부야로 갔다. 은행부터 찾아 킹 크림슨 공연 입장권 구입에 마사유키군이 쓴 경비를 송금해 주기 위해서였다. 부친상을 이제 막 치루었으니 만날 수 없었던 탓이다. 오후 세시 반인가에 시부야의 한 은행에 도착했는데 이미 문을 닫았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여긴 왜 일케 영업종료 시간이 빠르냐... ㅠㅠ 까짓. 서울에서 부치면 되지. ---> 해외송금료가 현지 수령인 경비까지 포함해 5만원이나 깨진다는 사실은 서울의 주거래 은행에 가서야 알게되고 망연 자실. 아까운 내돈 내놔... ㅠㅠ
어쨌든 오늘 있을 King Crimson의 공연이 있을 Orchard Hall 위치부터 확인했다. 백화점 뒤편에 있는 공연홀을 백화점으로 들어가 찾느라 쓸데없이 헤맨 시간이 아깝다. 그 시간이면 디스크유니온에서 더 보낼 아까운 시간인데... ㅡ,.ㅡ; 위치를 확인한 뒤 남은시간 활용을 위해 디스크유니온 시부야점으로 바로 내달았다.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디스크유니온 시부야점. 건영군과 판준군은 락관으로. 나는 재즈관으로...
디스크유니온 시부야 재즈점
이 곳에서 뜻밖의 물건들을 건졌다. 재키 매클린 미공개 녹음 일본 프레싱반. 사실 이 번외 음반은 존재 조차 몰랐다가 이 날 이 곳에서 이 음반을 발견하고야 알게 됐다. 블루노트 번외반은 도시바반보다는 킹레코드반이 훨씬 귀하다. 이것은 킹레코드반. 값이 만만친 않지만 대.박. ㅋ.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지만 이상하게도 음반이 많지 않은 리 모건의 음반도 한 장 건지고. 이거 두 장이면 오늘은 마지막 디깅으로 족할란다.
이 곳에서 한시간여의 디깅을 마치고 식당부터 찾은 이유는 공연시간 임박. 아, 이 집 전엔 맛있었는데 주인장이 바뀌었나보다. 맛 우라지게 별로임. ㅠㅠ
약간의 여유를 두고 공연장인 Orchard Hall로 돌아왔다. 공연 시작 전. 나와 판준군은 사진 찍지 말란 안내 받고 안찍음. 건영군은 그새 화장실 다녀 오느라고 몰라서 사진 찍음. ㅋㅋ 아래 사진은 건영군이 찍은 공연 전 무대 사진. 기대한 대로 드럼이 3 세트나 설치되어 있고...
무대로 멤버들이 하나 둘 나오면서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덩치 작은 로버트 프립 영감이 나오자 박수 소리는 더욱 커지고 환성이 올랐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실감나지 않았다. 작은 영감이 결코 작게 보이지 않는다. 카리스마 여전하다. 머리에는 헤드폰을 쓰고 의자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공연이 시작되며 멜로트론이 배경으로 깔리자 소름이 돈는다. 이 공연 본 지가 오래되어 첫곡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곡 순서도 기억나지 않는다. 연주가 시작되고 몇 곡이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졸음이 쏟아졌다. 수수께끼다. 어떻게 킹크림슨의 공연을 앞에 펼쳐놓고 졸 수가 있었는지. 게다가 눈빠지게 기다린 공연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함께 본 건영군도, 판준군도, 효임처자도 모두 졸았다. 인터미션에 나가 바람을 쐬니 잠이 달아났다. 공연의 수준이 낮음도 아니고 관람자인 우리의 이해도가 낮아서도 아니었다. 아마도 지나치게 탁한 공기가 산소결핍을 느끼고 뇌의 휴식이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밖으로 나가 찬공기를 실컷 들이 마시고 나니 진지한 관람은 그 다음부터였다. 다시 한 번 열광의 도가니가 된 공연장은 열기가 공연 종료될 때까지 유지되었다. 연주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의 곡들이 연주되었다.
Moonchild, Court Of The Crimson King, Circus, Bolero, Dawn Song, Last Skirmish, Prince Rupert's Lament, Easy Money, Red, Fallen Angel, one More Red Nightmare, Discipline, IndiscNeurotica, The CoutruKction Of Light, Level Fire, Radical Action, Meltdown, Radical Action II
머리카락 한 올 없는 토니 레빈의 카리스마와 악기를 바꿔가며 연주하는 현란한 베이스 연주도 기막히고, 록뮤직계 섹소폰의 최고 거장인 멜 콜린스의 연주를 직접 듣고 본다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고 흥분되기 까지 하는 경험이었다. 나머지는 잘 모르는 뮤지션들. 그 많은 거물들 다 쫓아낸(존 웨튼은 짐 어디서 뭐하고 있으며, 빌 브루포드는 낮잠 자냐. ㅠㅠ) 독불장군 프립영감은 의자에서 미동도 않은채 넥에서 운지하고 현을 뚱기는 미니멀 동작만 있을 뿐 (건영군 말에 의하면) 멤버들 하나하나 눈짓 하며 시집살이 시킨다. 보컬 겸 기타리스트 Jakko Jakszyk은 프립 영감의 조카사위라 하는데 존 웨튼 만큼의 카리스마는 아니지만 보컬이 킹 크림슨에 잘 맞는 훌륭한 성대를 가져 다행이었다. 하긴 조카사위로 괜히 삼았을까. 퍼커션 운영에 특히 공을 들인 프립 영감의 드럼 석 대를 전면에 배치한 새로운 시도는 보는 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정된 연주를 모두(?)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가 버티던 프립 영감이 다시 멤버들을 이끌고 못이기는 척 예정된 앵콜곡 연주를 위해 무대 위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앵콜곡 전주로 멜로트론이 전반에 깔리며 다시금 객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가장 기대되었던 Starless가 가장 나중에 나왔으니 흥분이 되고도 남았다. 기다렸다는 듯 관객들은 공연내 최고의 흥분을 하며 자세를 바로하고 앉았다. 소름이 온 몸을 엄습했다.
공연이 모두 끝나자 모두가 기립해 장내가 떠나갈듯 갈채를 보냈다. 이 때는 사진 촬영이 허용되어 모두가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프립 영감도 객석을 향해 미니 디카로 객석의 열기를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앞으로 나가 무대 바로 앞에서 이 번 디유에서 구입한 킹 크림슨의 데뷔앨범 핑크 아일랜드 레이블의 앨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영감탱이 나하하고는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의식적으로 딴데만 봤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공연이 끝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객은 손바닥이 닳아 없어져라 지속적인 갈채를 보냈지만 대기실에선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한 관객은 무대 아래서 대기실을 향해 메가폰 모양으로 손을 모은채 입에 대고 Schizoid! Schizoid...! 하고 외쳐댔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뿐이었다. 당신 말고도 모두가 그 곡을 듣고싶었을게다. ㅠㅠ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의 모습. 이 날의 공연은 내게 있어 인생공연이었다. 로저 워터스의 영감의 공연도, 매카트니 영감의 공연도 이만큼의 카리스마를 내뿜지는 못했다.
공연이 종료되고 숙소 근처 이자카야로 공연 관람팀 네 명이 이동했다. 공연의 감동을 좀 더 나누기 위해 적당한 이자까야를 찾았지만 선듯 내켜지는 집이 없었다. 하나 골라 들어간 지하의 한 이자카야는 밀폐된 공간이라 공기도 답답한데다 중년의 남녀 단체손님의 대화와 웃음이 약간은 소란해서 부담감에 망설여졌지만 들어온 김에 그냥 앉았다. 들어오길 잘했다. 첫 번째로 주문한 안주인 사시미 맛이 수준급이었다. 혀끝에 숙성회 특유의 단맛이 느껴지며 씹는대로 이가 살속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수준급의 회였다. 단체손님이 나가자 주인장이 와서 소란스러워 죄송했다고 했지만 그닥 크게 시끄러운 것도 아니었고 그들은 금새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신경쓸 일도 아니었다. 가장 좋은 안주거리는 공연의 감회였다. 이 집의 생맥주 뽑는 기술은 80점 정도. 거품의 양과 섬세함에 조금은 아쉬움이 있지만 기린 맥주는 기본적으로 맛있는 맥주여서 용서 가능했다. 공연에서 느낀 저마다의 감흥 한마디씩. 행복하기만 한 저녁이었다. 그 어느 때의 도쿄 방문때 보다도...
다음날 아침. 덕질의 결과물인 판떼기들 정성스럽게 돌돌이에 담고, 이고, 메고, 진 채로 관광팀 포함 6명 모두 숙소를 나섰다. 지하철과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에 도착해 남는 시간은 먹지 못한 아침식사 해결. 신선한 양상추와 감자를 곁들인 와규 덥밥. 비교적 훌륭한 아침 겸 점심식사였다.
우리를 귀가시켜 줄 항공기. 이 날 느꼈지만 저가항공의 가성비 정말 좀 아니다. 이 번이 마지막이 될듯. 불편한데다 하네다가 아닌 나리타공항으로의 왕복 교퉁비 따지면 그게 그거다. 시내 진입과 공항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더 뺏기고.
어쨌든 최대의 목적인 킹크림슨의 공연을 봤고 1층의 맨 뒷자리였지만 공연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아쉽지 않게 즐길 수 있었으니 이 번 도쿄행의 최대 수확이었다. 핑크 플로이드가 오지 않는 한 이 번이 마지막 도쿄 방문이 될 것 같다. 둘 데도 없으니 더 이상의 도쿄 덕질은 안할란다.
공연장에서 구입한 기념 티셔츠. 겨울이라 입어봐야 표도 안날 테고 여름을 기다린다. 이거 입고 티내고 다닐란다. ㅋㅋ
이 번 도쿄 디깅 중 실패작 석 점이다. 몇 년 전 처음 도쿄에 왔을 때만 해도 음반의 반질 표기가 많이 허술해졌다는 이야기는 카이트군에게서도 이미 들은바 있었지만 내게 있어서는 당시에 느낀 바로는 기막힐 정도로 엄격하게 평가한 반질표기었다. 하지만 그 당시와 비교해 보면 갈수록 허술해진다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음반값도 상당히 오른데다 이번에 처음으로 실패작까지 나오는걸 보니 훨씬 더 심해진 것 같다.
정경화는 전같으면 일본에선, 특히 디스크유니온에서는 팔지도 않을 정도로 심하게 형편없는 반질에 끊임없이 찌개끓는 소리가 듣는 내내 짜증을 유발할 정도.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거저 준다면 모를까 5천원에도 안샀을게다.
헐~ 현장에서 반질 확인해 보고 오케이한 음반이었는데 집에와서 보니 깨진 음반이었다. 테두리는 안깨지고 안ㅉㄱ으로만 깨져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ㅠㅠ
이 음반은 값을 제법 많이 준 영국 초반. 반질이 육안으로는 아주 훌륭했는데 돌아와서 플레이 해보니 앞면 마지막 부분에서 제자리를 뱅뱅 돈다. 확인해 보니 눈에 보일듯말든 작은 스크래치가 매우 깊게 패였다. 이젠 갠적으론 일본판도 믿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일정부분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번 도쿄 방문은 어느때 보다도 만족스러웠다. 인생공연이라 해도 좋을 만족스러운 공연관람, 다른때와 비교해 유독 많은 맛집을 찾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 동행이 그랬다. 마지막 도쿄행이라 아쉽지만 그게 깨질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다. 핑크 플로이드나 롤링 스톤스가 서울로 올 리는 만무하고 도쿄로 온다면 나 자신에 대한 배신도 가능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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