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6.(일)
시간을 절약해 한 곳이라도 더 방문하기 위해 문 열자마자 입장하겠다는 생각은 매일 저녁 한다. 실천한 기억은 없다. 전날의 음주는 아침이면 더 많은 잠을 요구하고 조금만 더 잔다고는 하지만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 번엔 좀 다르다. 평소 생각을 실천했단 얘기는 아니다. 디깅에 목숨걸지 않을 작심이었던 만큼 입장시간에도 목숨걸지 않기로.
디스크유니온 오차노미츠점 11:40에 도착했다.
이 곳에 오면 눈 돌아가는 고가반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갖고싶은 음반도 많이 나온다. 특히 고전록 분야에서... 가격은 사악하다. 이런거 만지작거리다 떨어뜨려 긁어먹거나 어디 한 군데 찍히면 마음에도 스크래치가 생겨 오랜세월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이게 팔릴까... 하긴 450만원이 돈 축에도 못끼는 애호가가 없을까.
이건 70년대 후반 영국반으로 만족할란다.
이건 라이선스로 족하고
이 것도 라이선스로 족할란다.
레이블 오타 하나에 나오는 값은.... ㅎㄷㄷ
몇년 전 NM급 99만엔에 나온게 가끔씩 생각이 난다. 아직도 샀어야 했나 미련을 갖게되곤 하는데 이걸 보니 새삼 그러하다. 깨끗한게 두 번 나올까...
이정도 가격이면 상태는 완전 개판이라고 봐야 한다.
구입한 음반들. 커버를 만진 전 쥔넘의 손때가 탄 덕에 싸게 샀다. 반질은 그런대로 만족할 수준이다.
이 날 건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음반. 이미 일본반, 성음반, 예음반, 계몽사반, 오아시스 짬뽕뒤죽박죽반이 있지만 핑크 아일랜드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안샀으면 아직도 숨이 막혔을게 틀림없다. 커버상태 아주 양호하고 반질도 까탈스러운 내게도 용서가 될만한 수준.
이 음반 역시 가져오지 않았다면 다시 가질러 갔을지 모른다. 영국에서도 이 음반은 플럼 초반이 딱 한 번 나왔지만 커버나 반질이나 전혀 탐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해 못할 가게주인이 내놓은 가격은 어이없는 수준. 오히려 일본에서 상태 좋은 놈을 만나 바로 업어왔다. 위 킹크림슨 두 장과 함께 가장 만족스러운 득템.
이 음반 역시 영국 초반이지만 흰색의 오비가 없는게 흠. 하긴 그게 있었으면 값은 훅 올라갔을게다. 여기서 만족.
딥퍼플의 앨범 중 갠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반인 만큼 영국 초반으로 구할 생각이었다. 이 음반은 영국 재반이지만 커버와 반질이 워낙 좋아 망설임 없이 집었다.
저렴하게 구입한 유투.
블루노트도 몇 장 건졌다. 헹크 모블리
아트 블레이키.
지미 스미스.
이 곳을 나오면 멀지 않은 곳에 메틀관이 있지만 건너뛴다. 건영군과 판준군에겐 관심분야지만 나는 이들이 관심갖지 않는 재즈관부터 갔다. 먼저 완료하는 쪽이 서로를 찾기로 했으니 나는 재즈관으로. 디스크유니온 재즈도쿄점에 도착하자마자 500엔 코너에서 두 장 주웠다.
이제부터 진지하게 재즈음반 디깅 시작한다. 구입한 음반들. 블루노트의 음반들 중 없는 것부터 집었다. 커버디자인, 음악, 음질. 모두가 최고이기 때문. Three Sounds.
Art Blakey 일본에서만 발매한 미공개 녹음반.
젊은날의 모습이 신선한 도날드 버드.
듀크 피어슨.
소니 레드. 여기까지가 블루노트.
맥스 로치와 클리포드 브라운.
제리 멀리건과 쇼티 로저스.
윈튼 켈리.
판준군이 살게 있어 들러 본 악기점. 그 덕에 악기점은 처음 가봄. 듣는데야 관심 많지만 생산엔 관심없음.
늦은 점심으로 먹은 커리. 한국식 커리는 모양새로 보자면 일본 커리 스타일을 따라 갔지만 일본 스타일과도 많이 다르다. 맛과 향에 있어서 인도 본토의 커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뭐뚜기 카레 보다는 맛있다. 먹는데 중시하는 내가 이걸 왜 먹었지? 진보초점으로 가는 중에 먹을게 없었다기 보다는 디깅이 중요하니 아무데서나 먹은게 고만고만한 선택을 하게 된 듯하다. 진보초점 가면 으례 들르곤 하던 소바집도 없어졌고.
디스크유니온 진보초점
비틀스 초기 프레싱 중 유일하게 챙기지 플플미. 런던에서 구입한 건 잡음이 심해 누군가에게 넘겨버렸고, 일본에서 쓸만한 놈이 나왔다.
캐멀 라이브.
롤링 스톤스, 온 에어. 국내에서 절판된 최근 발매반을 진보초점에서 주워 옴.
또 블루노트. 지미 스미스.
돈 윌커슨.
또 Three Sounds.
마일스 데이비스 일본반.
지인의 지인이 애타게 찾는다 해서 가져온 음반. 쇼스타코비치 7번, 므라빈스키반.
쇼스타코비치 15번, 콘드라신반. 집으로 돌아와 보니 깨진 음반이 들어있음. ㅠㅠ
이 날으 디깅을 마치고 가려던 이자카야가 없어져 몹시 당황했다. 값싸고 맛있는 안주 아무리 먹어도 주머니 걱정 없고 분위기까지 고급스러웠던... ㅠㅠ 갈 곳을 새로 알아봐야 했다. 인터넷 맛집에는 알바들이 끼는 통에 진실을 알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설마 일본에서까지 원정알바를 할까싶어 검색해 봤다. 아 이 집이 좋게쎄... 검색지에서 가깝진 않다. 그렇다고 멀지도 않다. 어쨌든 신주쿠 중심가에서 역을 지나 굴다리 지나 빌딩숲으로 돌아돌아 갔는데 다시 찾으라면... 가능할거 같다. 설명하라면 못한다. 그래서 관광 다니던 두 처자는 우리와 합류하려다 못찾은건지 안찾은건지 못찾겠다며 포기하고 둘이서 알아서 저녁을 해결하겠단다.
범석군이 친구라며 후미코라는 이름의 일본인 처자를 데리고 왔다. 밝은 성격에 미모꺼정. 시커멓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어 남정네들은 헤빌렐레~~~ 나도 헤빌렐레~~~
후미코상은 한 시간인가 앉아 있다가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알고 보니 친구가 친구들과 함께 왔다니 얼굴 보러 잠깐 들렀고 언니들이 곧 온다는데 합석이 실례가 될 것 같아 오기 전에 일어난거란다. 못찾겠다 꾀꼬리 놀이 덕에 합류하려던 두 처자 못온단 전화가 오고 나서야 남정네들 갑자기 왜 보냈냐며 범석군을 죽일놈 취급까지 하며 타박하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 척 입다물고 있었다. 어차피 둘이서 충분히 타박하는데 나까지 끼면 뭐해? ㅋㅋ
다시 시커매진 분위기의 남정네들끼리의 술자리가 계속된다.
역시 산토리 생맥주는 맛있다.
고등어 화상입힌 회. 이걸 뭐라 부르더라? 디게 맛있는데 이름은 생각이 날동말동...
단면으로 분해해 놓은 토막의 살을 썰어 다시 조립한 참치회. 비주얼도 좋지만 값이 감동적이다. 2500엔이었나?
뭔지도 모르고 시켰지만 맛이 좋은 이건 뭔지... 이 것도 맛있고
이건 두통구이였던듯.
이건 아마 참치 자투리 살 중 좋은 살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역시 맛있다.
잔당 1000엔이나 하는 고급사케. 어쩌자고 맥주먹다 말고 이걸로 바꿨는데 맛있다고 계속 시켰지만 술값 엄청나게 내도록 만든 웬수였다. ㅡ,.ㅡ;
그래도 이 집은 도쿄에 다시 갈 일 없지만 다시 가면 반드시 들를 집이다. 상호명 모른다. 묻지 마라. ㅋ
다음날은 킹 크림슨 공연이 있는 날. 기대감에 설레는 공연이야기와 건진 음반 이야기는 이 곳에서 최고의 안주였다.
'배낭여행 > 18 일본 the 11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 크림슨 공연과 디깅 3 (0) | 2019.01.08 |
---|---|
킹 크림슨 공연과 디깅 1 (0) | 2019.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