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22(금)
작년 12월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재즈음반을 사냥하러 도쿄에 바람소리군과 들렀을때 잠깐 얼굴이나 보려고 했던 마사유키군이 준비해 온 도쿄 내 엘피샵 정보를 보고 나는 엄청 놀랐다. 자료의 풍부함과 정보의 델리키트함, 그리고 연말 세일정보까지. 일본인의 섬세함을 마사유키군을 통해 보곤 한다. 게다가 그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우릴 데리고 다녔다. 그는 풍부한 재즈엘피에 눈이 돌아 우리가 허겁지겁 집어대는 시간동안 무료한 시간을 기꺼이 소비해야 했다. 고맙고 또 고마운 나머지 전부터 제주도로 안내할테니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했고 그가 드디어 시간을 냈다. 마사유키군에게는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올 것을 주문했다. 만나기로 했던 서울역 1번출구.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렸다. 나중에야 든 의구심은 1번 출구가 여기 뿐인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지하철 1번출구, 마사유키군은 기차역 1번출구에서 기다렸다. ㅡ,.ㅡ; 기다림과 허기짐에 서로를 지치게 만들었으니 우리도 참 우습다. 선물을 잔뜩 지고 온 마사유키군은 몸이 더욱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한국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종각에 있는 시골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종로 뒷골목으로 들어서는 마사유키군.
나도 오래간만에 이 집에 왔다.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에 즐거워 하는 마사유키군.
나만큼이나 음식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마사유키군을 위해 주문한 육회.
석쇠불고기.
모듬전.
문어숙회. 내게 있어 이러한 음식은 한 두 번 접한게 아닌터라 새로울게 없지만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마사유키군에겐 전혀 새로울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늦을 줄 알았던 뜀도령도 우리가 늦는 통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맛코리(먹걸리)에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맛보고 있는 마사유키군. 끝으로 선지해장국에 밥으로 마무리. 지난번 한국에 왔을 때는 보신탕을 먹자고 조르더니 이 번엔 무엇에 또 꽂힐까. 예상대로 그는 선지해장국이 뭔지 알고도 잘 먹었다.
2014.8.23(토)
다음날 적당한 늦잠 후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이동했다. 내가 가진 신용카드의 혜택을 이용해 마사유키군의 항공권은 내걸 사면서 거저 얻고(물론 택스는 내야 하지만도) 자동차 리스에 하루 경비를 대납해 주는 혜택으로 전체 경비를 크게 줄였다.
아쉬운 것은 뜀도령군이 항공권을 예약해 놓고도 함께 하지 못했다는 사실. 섭섭하지만 집안일이니 벌금 물리려다가도 봐줄 수 밖에.
제주도에 도착해 리스한 자동차.
차를 리스하자마자 간 곳은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산지물 식당. 제주도는 나로서도 여러번 가 본 곳이지만 이 좋은 식당을 왜 이제서야 방문하게 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제주 음식을 즐기며 행복해 하는 마사유키군.
주문한 고등어회. 아주 맛깔스럽고 널찍하게 회를 저몄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회 커팅 방식은 두텁되 좁게 저미는 방식이다. 와사비를 발라 살짝 말아서 간장을 찍으려면 필수적으로 회는 두께 못지 않게 너비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내 취향을 그대로 맞춰 준 이 고등어회는 이제까지 먹어본 중 최고다. 싱싱하게 빛나는 속살과 선홍색 지방살 그리고 푸르른 표피. 마사유키군이 가져온 생와사비를 살에 바른 채 살짝 말아 간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었을 때의 그 풍미는 잊을수가 없을 정도로 사르르 혀끝에 녹는다. 설탕과는 전혀 다른 회 살의 달콤함. 싱싱한 바다냄새, 풍부하게 느껴지는 지방의 고소함, 굵직한 입자를 머금어 아작거리며 매콤달콤하게 씹히는 생와사비와 코 끝을 자극하는 간장의 향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행복감을 안겨 준다. 사진을 다시 보니 미치기 직전으로 간다. 이걸 먹지 못한 뜀도령이 안쓰럽다.
함께 주문한 전복물회. 나도 어지간히 좋아해서 제주도에 가면 꼭 먹는 것이 물회다. 회를 물에 마는 통에 한동안 거부감을 느끼던 정서가 적응되자 맛을 잊지 못해 수시로 세종문회회관 뒤 한라의 집을 찾곤 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맛 본 물회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 나온 이 집의 물회 국물은 짙은 고추가루 국물로 인해 신선한 재료 고유의 맛이 감춰지고 분산될 것 같았지만 기우였다. 여기에 들어간 성게알과 멍게살이 강한 고추가루와 각종 양념의 맛에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낸다. 이것이 입 안으로 들어가 자극하던 혀와 코끝에서의 향연은 회상만 해도 환장이다. 마사유키군도 무척 만족해 하던 맛이다. 마사유키군은 이 식당 주인에게 일본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며 음식을 상찬한 뒤 향후 일본인들의 가이드북에 꼭 소개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데려온 보람이 있군. ㅎㅎ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한림공원. 들어가자마자 안데스음악인 폴클로레 부터 귀에 꽂힌다. 소리의 진원지는 입구 근처. 아예 원주민의 전통의상까지 입고 공연중인데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이들의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들이 휴식시간을 가질 때까지 지켜봤다.
척척 뻗은 열대수.
식물원을 둘러보는 마사유키군.
눈길을 사로잡는 큰 키의 선인장.
100년만에 단 한번 피운다는 선인장의 꽃. 운이 좋아 이 꽃을 본다만 생각보다 화려한 맛은 없넹.
나는 이 돌들을 볼 때마다 일본 에니메이션인 원령공주를 떠올리곤 하는데 정작 일본인인 마사유키군은 무엇을 떠올렸을까. 사진을 다시 보니 궁금해진다.
한림공원 내 동굴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마사유키군.
한림공원 내 민속촌.
현무함으로 만든 맷돌을 탑처럼 쌓고 형형색색의 호박으로 장식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제 멋대로 공원을 활보하는 공작. 한가롭게 거닐기에 불렀더니 내뺀다. 이상한 아찌다 ~ 무서버...
젊은날 제주에 오자마자 유명 해수욕장들과 달리 청정한 바닷물과 굵직하고 깨끗한 현무암의 모래에 반했던 곽지 해수욕장. 아는 사람만 가던 곳인데 이젠 너무 많이 알려져 옛날의 모습을 많이 잃었다. 얕은 물에서도 바위에 다닥다닥 새카맣게 붙어있던 성게는 다 어디로 갔을까.
예약했던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부린 뒤 뒤늦게 근처 식당을 찾았다. 제주도의 명물 중 하나라 할 수있는 돼지 두루치기. 두루치기의 새콤한 양념이 새롭다.
제주의 소주 한라산.
맥주집에 들러 간단히 한 잔 더 하고 잠자리에 든 제주에서의 첫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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