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3 일본 the 4th

친구 만나러 도쿄로 3(도쿄)

코렐리 2013. 7. 7. 22:08

2013.06.24(월)

짧은 이 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무대가 되었던 야외박물관을 가기는 시간이 너무 짧고 그렇다고 다른 곳도 딱히 땡기는 곳은 없었다.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엘피가게를 꼭 들러보고 싶었다. 뜀도령은 여기에 관심이 전혀 없으니 가자고 하기도 미안했다. 하지만 뜀도령은 얘기 나오기 무섭게 흔쾌히 함께 가 주기로 했다. 마사유끼가 조사해 준 진보초 지역의 중고서점 밀집지역에 위치한 레코드점들을 인터넷을 뒤져 확인해 주었고 정성스럽게 정리해 준 자료는 놀랍고 고마울 정도로 상세하고 정성이 깊게 배어 있었다. 마사유끼가 정리해 준 자료에는 3개의 레코드점 주소와 지도상의 위치, 영업시간까지 상세하고 찾아가는 교통편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찾아 가는 방법도 도쿄의 불편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고려해 아주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아사쿠사역에서 긴자센 지하철을 타고 칸다역에서 내려 진보초 중고서점 지역을 찾아갔다. 가던 도중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들른 한 프랜차이즈 식당. 사실 좀 좋은 식당을 찾고 싶었지만 우리가 가는 길목엔 좋은 식당은 거의 눈에 띠지 않는 듯했다. 좀 더 갔으면 좋은 식당을 발견했을텐데...

 

안으로 들어가 자판기에서 규동 티켓을 뽑아 직원에게 내밀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먹어보는 규동이다. 근데 으째 규동은 한국에서 먹던거하고 비교하자면 본토의 것이 으째 맛이 이리도 없냐. ㅡ,.ㅡ;

 

점심식사를 마친 뒤 20~30분 걸은 우리는 드디어 중고서점거리를 찾아냈다.

 

우리는 지도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보이는 "후지레코드"를 찾았다. 건물 9층에 있는 비교적 큰 샵이었다. 아래 사진은 클래식 코너. 벽에 붙은 음반들은 비교적 고가의 것들인데 환율이 내린 이유도 있지만 일본에서의 음반값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마사유끼가 준 자료에 의하면 이 집은 현재 세일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집 세일 기간은 26일부터였고 내가 간 날은 24일이었다. ㅡ,.ㅡ; 한국에선 세일기간 직전이라 해도 손님이 조르면 적용해 주곤 했다. 나는 세일중인 것으로 잘못 알고 왔고 오늘 당장 돌아가야 하는데 세일 가격을 적용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허, 이양반 짤이 없네 그래. 이런건 한국적 사고방식인가?

 

어쨌든 이 날 뒤진 곳은 재즈코너. 클래식은 한국에도 좋은 음반이 많이 있으니 굳이 여기서 뒤져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한국에선 재즈 음반 구하기가 수월치가 않다. 하지만 일본에선 찍지 않은 음반이 없을 정도로 재즈 음반이 풍부해 그중에도 특히 "블루노트" 레이블의 음반만 몇 장 집어올 작심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과 중복되는 음반을 제외하면 이 곳에서 나온 음반만 서른 두 장이나 되었다. 나는 할인을 요구했다.

할인해 주면 다 살게요. 좀 할인해 줄 수 있어요?

주인장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음반을 하나 들어 자르는 시늉을 해 보이며 의아해 한다.

"Would you give me a cut?" 할인해 달라는 내 말을 "음반 잘라주세요."로 들은 모양이다. ㅡ,.ㅡ;

"price cut" 으로 보충설명을 하자 그제서 손사래를 친다. 겨우 이틀 차이인데... 그래도 외국인이 찾아와 방문을 했다는 점이 씨가 먹혔는지 아주 조금 할인해 줬다. 결국 34장을 집어왔다. 갖고 올 때 무겁긴 어찌나 또 무겁던지.

 

우리는 깨끗하고 아담한데다 가격까지 착한 식당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산토리 생맥주가 있다는 사실과 150엔 밖에 하지 않는(한국에서도 볼 수 없는) 착한 가격때문이었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들어가

 

맥주와 안주 두 가지의 식권을 뽑아

 

주방으로 가 내밀었다. 일어를 모르니 밖에 나가 적힌 메뉴를 사진으로 찍어 식권 메뉴 버튼에서 똑같이 적힌 것을 찾았다. ㅡ,.ㅡ;

 

주방에선 내가 내민 것 중 국수 식권이 없음을 갸웃거리며 국수 없이는 사이드 메뉴가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엥? 우리 이미 밥 먹었는뎅. 우리는 모밀 국수 하나를 추가로 주문했다. 국수는 두 칸에 담겨져 있어 나눠 먹기에도 양이 많았다.

 

싼 값의 맥주는 국수 주문에 따른 봉사가격인 듯했다.

 

사이드 메뉴인 야채튀김과 생선튀김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 담에 가거든 꼭 다시 들러보고 싶은 집이다. 누군가 진보초의 중고서점 거리를 가게 되면 이 집이 눈에 뜨일텐데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권한다.

 

마셔도 마셔도 거품을 계속 머금고 있는 산토리 생맥주. 부드러운 거품과 혀끝에 닿는 맛, 그리고 코끝을 자극하는 향. 아 이거 감동적인 맛이다.

 

우리는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 갔다. 가다 보니 주류 도매점이 눈에 띠넹?

 

뜀도령과 나는 기념으로 캔맥주 몇 개 샀다. 먹을게 아니고 취미로 모으는 캔맥주 수를 늘릴 물건들이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엘피는 작지 않은 짐이었다. 뜀도령이 반을 거들어 줘 그나마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포장된 엘피 일부를 들고 행복해 하며 찍은 사진 한 컷.

 

우리는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대한항공편 탑승구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기다리기 지루해 마셔 본 일본의 맥주. 이 맥주는 나도 처음 먹어본 듯하다.

 

기내식에서는 맥스를 준다. 맛있는 맥주만 먹다가 맥스를 먹으려니 조금...

 

이 번 2박3일간의 일본여행은 무척 짧지만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친구 마사유끼를 만나는 일. 반가운 해후 뿐 아니라 마사유끼 덕에 우리는 기대 이상의 눈호강과 입호강을 누릴 수 있었다. 유바전문점에서 맛본 정식은 여행자로선 몰라서 맛보지 못할 음식들이었고 고급음식인 탓에 선택도 쉽지 않은 음식이기도 했다. 유자라멘과 교자전문점에서의 음식도, 그리고 일본인들이 즐기는 신주쿠의 낡은 이자카야 골목의 정겨운 풍경도 가슴속 가득 담아왔다. 전부터 마사유끼와 마사요시에게 제주도로 안내할테니 오라는 말은 계속 했지만 이들이 시간을 내기엔 그리 용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엔화가치의 폭락으로 지금은 더욱 한국을 방문하기에 부담스러운 시기다. 환율이 진정되거든 꼭 오라는 말은 했지만 기다리는 우리를 방문해 줄 날이 언제일지. 이 번 여행 뿐 아니라 지난 번 방문때에 그들이 베풀어 준 것 모두 그 이상으로 해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닛코의 유적을 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타이유우인"을 놓치고 온 것이 약간의 미련으로 남는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어르신이 인상깊어 다음에 도쿄에 방문하게 되면 요코하마에 거주중이신 그 분을 함 찾아뵐까 생각중이다.

 

뜀도령이나 나나 나름 맥주 매니아다. 국내에 수입된 맥주 웬만한 것들은 거의 다 맛 본 우리지만 희한하게도 함께 다니면서 맛보는 맥주의 선호도도 거의 동일하다. 일본 맥주 특히 산토리 맥주를 선호하는 우리로선 이 번에 입호강을 하고 돌아왔다. 일본에 가면 맥주 실컷 먹고 돌아오겠다고 별렀던 터다.

 

또 하나 내게 있어 의미있었던 일은 목말라하던 재즈 음반을 적지 않게 건져왔다는 사실. 더군다나 "블루노트" 레이블의 음반은 국내에선 특히 구하기 쉽지 않다는게 재즈애호가로서 겪는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냥 돌아왔으면 두고두고 서운할 뻔했다. 34장을 집어 8만6천엔을 지불했지만 주머니가 썰렁해진 대신 행복감만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건져온 음반 중 몇 장 올려봤다.

 

소니 롤린스의 "A Night at the Village Vanguard" 1500 시리즈의 미국반.

 

자니 그리핀의 "Introduction to Johnny Griffin" 1500시리즈의 일본 킹레코드반.

 

호레이스 실버의 "Horace Scope" 4000시리즈의 일본 도시바EMI반.

 

보비 허처슨의 "Happenings" 4000시리즈의 미국반

 

호레이스 실버의 10인치 5000시리즈 도시바EMI반.

 

블루노트 외에도 쳇 베이커(Pacific)와 쎌로니어스 몽크(Milestone)의 음반도 각각 한 장씩 챙겨왔다.

 

 

동호회 회원 중 또한명의 재즈매니아가 겨울에 음반 사러 한 번 더가자고 난리다. 겨울에 다시 함 가볼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