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2 페루·네덜란드 the 2nd

야시꾸리 암스테르담 2

코렐리 2012. 2. 15. 17:46

2011.1.29(일)

급작스레 여정을 바꿔 오다 보니 이미 한 번 다녀간 암스테르담이었지만 자료를 미처 준비 못하니 뭘 어찌해야 하는지 좀 막막했다. 4년전 들렀을 때 가 보지 않은 곳 중 꽃시장을 들를 참인데 지도도 없고 암것두 없다. 만일 아침시간에 이 곳에 도착했다면 하이네캔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갔을텐데 아쉽게도 저녁때 도착했고 늦어도 오전 11시까지는 스키폴 공항으로 돌아가야 했다. 생각 같아선 진품들을 또 한 번 감상하기 위해 고흐박물관에 다시 가 보고도 싶었다. 조용히 짐을 싸고 대충 씻은 뒤 08:40쯤 체크아웃 하고 길을 나섰다. 그냥 길을 물어 꽃시장으로 가기로 했고 대충 기억에 중앙역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감 밖에 없었다. 길을 나서자 마자 숏다리 꺽새 한마리가 도도하게 서 어딘가를 응시하며 우리의 눈길을 유혹했다. 우리는 혹여 놀라 달아날까 싶어 조심스레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댔다. 짜식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 같던데.

 

여기엔 물새 바닷새 촉새 온갖 잡새가 다 꼬이는 곳이었다. 전에 다른 곳을 방문했을때도 이렇게 많은 새는 없었는데 왜 유독 여기만 이렇게 많이 노니는거지? 혹시 이눔 시키들 죄 다 수컷 아녀?

 

이 곳이 성당인 모양이다. 카톨릭 교도인 나로선 이 날이 미사에 참례해야 할 날이지만 뜀도령과 함께 하고 있으니 다른 날 참례하는 방법도 있고 대체 방법도 있다. 사실 외국에서 미사에 참례했던 기억은 내게 있어 굉장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레바논의 중세십자군 성당에서 참례했던 미사, 스페인 코르도바의 메스키타에서 참례했던 미사는 지금도 강하게 머릿 속에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종교적인 의미보다 문화체험적 의미가 더 컸었던 것 같다. 하긴 나같은 헐렝이 신자가 왈가왈가 하기도 좀 그렇다.

 

이른 아침 기념품 가게의 현란한 기념품들은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음에도 밝은 조명을 받아 야리꾸리한 자태를 저마다 뽐낸다.

 

얘는 한 술 더 떠요. 일본 냄새가 강하게 나는데...

 

아침에 다시 가 본 담광장 맞은 편의 왕궁. 이른 아침의 겨울이라 우중충하고 스산하다.

 

담광장의 위령탑.

 

오른쪽 건물은 암스테르담 최고의 명품백화점이다. 건물만 고전적이지 디스플레이나 실내장식은 우리 한국의 백화점의 그것에는 따라오지 못한다. 창고형 마트에 비견하면 딱이다.

 

식당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내다 본 담광장의 모습 스산하고 우중충한 모습. 쓰레기 봉지가 바람에 휘날려 굴러 다니면 황량한 느낌 마저 든다.

 

드디어 나온 아침 식사. 두야지고기 스테이크와 계란. 아침이라 소박하게 나왔지만 양 많은 나로선 20% 부족하다. 맛은 좋다.(13.9유로) 음료수는 전날 물인줄 알고 샀던 소다수로 대체. 그렇다고 매너 없이 식당 안에서 마시지는 않았고 나와서 마셨다.

 

허전한 뱃살을 문지르며 걸어서 물어물어 찾아간 꽃시장. 전엔 전차를 타고 지나며 얼핏 보고 지나가기만 했던 곳이다.

 

뭐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오진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도 규모가 작다. 하긴 규모 커봐야 이런 것들만 즐비하게 쫙 있겠지. 이런 소박한 곳이 관광명소가 될 수 있는 곳도 그저 선진국이라는 프리미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면 한국은 얼마나 갈 곳이 많은 곳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파는 것은 꽃과 꽃씨, 뿌리다.

 

한국도 갖가지 형형색색의 다양한 장미를 개발해 수출국으로 변모해 가고 로열티까지 받는다니 네덜란드 꽃시장의 영화도 위협받고 있는게 아니신지.

 

이 곳에서 기념품 몇 개 샀다. 예쁜 가방이 15유로에 나왔다. 하나 샀다. 한국보다 싸다. 고흐의 그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 안사고는 못배길 물건 몇 개 샀다. 자화상 위스키잔 각 5유로(고흐 맥주잔은 이미 몇 개 있다), 냉장고 자석 6개 9유로. 고흐 그림 들어간 다른게 더 있었으면 더 샀을게다. 우리는 이 곳 한 군데만을 둘러 본 뒤 다시 중앙역으로 걸어가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아침 식사가 20% 부족했기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거 열차 안에서 우물거리며 부족한 아침을 때우는데 어찌나 흐믓하던지...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샌드위치지만 배가 고팠는지 무척 맛이 있더라는...

 

암스테르담에서는 20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머물렀다. 처음 항공권을 발권받을 때는 고흐박물관도 다시 함 가고, 4년전 못들렀던 하이네캔 공장도 가고 어쩌고 저쩌고 살짝 들떠 있었다. 이런 젠장. 대부분 시간이 밤시간이넹? 하긴 그 덕에 우연한 발걸음 끝에 닿았지만 말로만 듣던 암스테르담 홍등가 구석구석을 다 누비고 다녔으니 이 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낮문화만 보고 돌아온 4년전과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른 암스테르담의 보습을 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밤문화가 전부 이렇다고 생각하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정식으로 상품화된 성문화와 그 분위기는 낯설다고 해야 할지 충격적이라고 해야 할지. 하지만 새로운 문화였던 것만은 틀림없다.

아침에 남은 시간을 감안해 꽃시장 한군데 더 들렀지만 고흐와 하이네캔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려 조금은 아쉽다. 이제 나는 잉카문명의 요람 페루로 넘어간다. 쓔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