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5
소르본느 대학에 입학한 두 조카들이 묵을 집을 수배하기 위해 파리로 갔던 형수가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큰조카와 함께 급거 서울로 왔다. 마다가스카르의 집으로 돌아가면 의료여건도 시원찮고 전문용어가 왔다갔다 하는 병원상담 문제 때문에 서울로 잠깐 들른 것이라 반갑다 해야 할지 아님 안반갑다 해야할지... 형수와의 두 번째 외식을 위해 을왕리로 이동했다. 나는 집에서 해골 굴리다 동생의 전화를 받고 김포공항에서 동생 차에 합류했다. 뒷좌석에 타자마자 조카 준상군이 우유를 문채 날 보더니 슬쩍 제 엄마 곁으로 다가가며 불만의 신음을 한다. 이이잉!
"지지난주에 나 야단쳤잖아"라는 원망 섞인 눈으로 빨고 있던 우유병을 경계물 삼아 나를 가로막는다. 녀석 지난번 형수와 동생들 가족이 모여 형수 왔다고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갈 때 운전하는 제 엄마에게로 가겠다고 심하게 징징거리던걸 내가 야단쳤던게 어지간히 섭섭하고 예의 야단친 놈이 미웠던 모양이다. 제수씨가 민망해 준상군을 나무라지만 어린애 섭섭한 마음이 어디 가겠나.
원래 계획은 을왕리에서 유명한 우렁쌈밥을 먹고 해수욕장에 텐트치고 커피마시고 노닥거리다가 돌아가는거였다. 그놈의 우렁쌈밥집 오후 세시가 거의 다되어 도착했는데 자리도 없고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ㅡ,.ㅡ;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래서 해수욕장으로 직행해 조개구이집을 찾았다. 이녀석 집에서만 놀다가 바닷가에 나오니 신났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이야!" 하는 나지막한 비명을 내뱉으며 손뼉까지 치는 준상군의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하다. 호기심이 드는 것마다 만지면 안되는 물건들 투성이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투성이인데 얼마나 가슴이 트였을까.
모래부터 만진다. 흙장난이 위생에는 않좋을지 몰라도 정서 함양에 그렇게도 좋다고 하니 그대로 내버려 뒀다. 한 줌 집어 축대 아래 바닷가를 향해 던지지만 역풍을 타고 그대로 제 몸으로 먼지가 돌아온다.
손에 뭍은 먼지를 가슴으로 터는 준상군.
축대 아래로 데리고 내려가 모래사장 끝 물가로 데려가 봤다. 보통 신나는게 아니다. 돌을 집어 바다를 향해 던지며 일어나는 파동을 즐기는 녀석. 물에 젖을까 물을 발지 못하게 하니 거리가 있어서인지 반은 물에 도달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물론 그러면 실망스러울테지...
이 번엔 돌을 주워 가슴에 모아 쥐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
감질이 나던지 가슴에 모아쥔 돌을 하나씩 들어 던진다.
어쭈! 포즈 하나는 최동원 찜쪄먹는군.
에 그러니까.. 이번엔 좀 더 큰 파동을 만들기 위해 좀 더 큰 돌을... 기저귀까지 보여줘 가며 섹시한 척은 혼자 다한다. 여긴 여자 아기가 없다 인석아.
낑! 낑! 바윗덩이 나간다. 이야아...앗!
큼직한 돌을 주우러 돌아 다니다 손에 뭍은 모래를 잊고 있었는지 얼물을 비비더니 제스스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놔둬 봤다.
이정도 투혼이면 배ㅐ전 100승의 투수다. 문제는 그 넓은 바다에도 스트라이크를 시키지 못하고 태반은 볼이니 노력에 비해 먹는게 넘 없어 안쓰럽다.
난 이미 집에서 전어를 구워 아점을 먹은게 아직 덜내려 간 김에 외식을 해도 맨날 애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제수씨 식사도 편하게 하도록 할 겸, 조카의 모처럼의 나들이에 비위도 맞춰 일허버린 인심도 만회할 겸 나는 늦은 식사를 했다. 그 덕에 이 녀석이 태도가 달라져 나와 신나게 논다. 대충 씻기고 갈아입은 옷이 뽀송뽀송해지자 준상군 이 번엔 식당 주인집 아이들 놀이에 참견하느라고 바쁘다. 형수가 다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통에 생각보다 일찍 돌아 오느라 모처럼의 이녀석 외출이 짧아졌다. 담에 또 데려 오마. ㅋ 구여운 넘. 내새끼 아니니까 난 이런 소리 아무리 해도 푼수소린 안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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