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1 일본 the 3rd

간사이 또왔냐 4-1(나라)

코렐리 2011. 7. 28. 15:45

2011.7.18(월)

목적지가 약간은 원거리에 있었던 탓에 이 날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나라(奈良)에서 생각보다 일찍 교토로 돌아오게 된다면 전날 보지 못한 곳을 더 방문해 보겠다는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이었다. 나라도 그리 만만하게 작은 곳은 아닌 탓이다. 숙소를 나서며 왠지 하늘이 우중충한게 울먹울먹 당장이라도 서러운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주인장에게 이 날의 일기예보에 관해 질문을 했더니 이 분의 대답은 "그리 많지 않은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처음 도착한 이 곳 간사이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내가 떠나던 서울은 비가 왔던 탓에 우리는 우산을 이미 갖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우산을 챙길까 하다가 왠지 하루종일 쓸 일도 없이 가방 무게만 늘리게 될 것 같았다. 이 것도 틀린 생각이었다. ㅡ,.ㅡ; 정류장에서 교토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일본의 집은 너무 작아 살기에 답답하겠다는 둥 뭐가 어떻다는 둥 떠들다 말고 길 건너편 눈 앞에 있는 건물이 한 집 가정일까 아님 다세대 주택일까 아님 독신자들을 위한 원룸주택일까 궁금해 하며 오지랖 넓은 호기심을 애써 잠재우며 버스에 올라탔다.

 

교토역으로 가서 나라로 가는 교통편부터 알아 봤다. 우리가 탈 교통편은 JR선임을 확인하고 탑승구까지 확인한 뒤 아침부터 먹기 위해 깔끔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일본식 조식 메뉴가 있어 함 시켜봤다. 뭔지 모를 건더기를 넣고 한 밥에 계란말이, 연어구이, 다쾅, 생나물 무침, 고기볶음, 미소시루가 나왔다. 감동할 맛은 아니지만 저렴하고 무난했다.(500엔)

 

나라행 급행 열차를 탔다. 1시간 정도 걸려 나라에 도착한 시간은 10:45.

 

유적지로 향하는 출구로 나가니 조금 오다 만다던 비의 실제 양은 적지 않았다. 길 건너편 출구에 편의점이 있어 지하도를 다시 내려가 그리로 가 우산을 하나씩 샀다(525엔). 근처 100엔 샵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 안맞게 편의점이라도 바로 나와준게 어디냐 생각했다. 이 것 역시 틀린 생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하루 종일 틀린 생각만 골라서 하고 다녔군. ㅡ,.ㅡ; 우산 두 개 구입하자 1,000엔 넘으면 추첨권을 주는 행사라도 하는건지 추첨함에 손을 넣고 뭘 하나 꺼내란다. 뜀도령이 꽝을 면하고 집어온 건강드링크 한 병. 맛은 찝찌름한게... 그래도 이거 아마 사먹자면 값이 만만치는 않을게다.   

 

다시 길 건너자 눈에 들어오는 작은 승려동상. 우리나라의 원효대사쯤 될라는가?

 

유적지 밀집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아케이드 사장이 나온다. 이 곳이 바로 히가시무키도오리(東向通)다. 나라역으로부터 일단 여기까지라면 우산 없어도 되는 구간이다.

 

근데 이게 모야? 설마설마했더니 100엔샵이 여기 있었잖아. 이런 젠장. 나만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었는지 뜀도령이 가게 앞에 내 놓은 우산 값을 확인해 본다. 물론 품질 차이와 크기의 차이가 있지만 250엔이라던가 뭐라던가... ㅡ,.ㅡ;

 

시장 안에도 일본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엥? 이게 모야. 아케이드 시장 한가운데 자동차 몸뚱이가... 이건 아이스크림 테이크아웃점. 협소하기 짝이 없는 아주 작은 공간에서도 나봐라며 눈길을 잡아끄는 아이디어가 좋다.

 

아케이드를 나오자 동전 넣고 뽑는 복골복 뽑기 자판기가 있어 들여다 보더니 뜀도령이 곧 동전을 넣고 돌렸다. 내용물은 기념뱃지. 나도 곧 동참해 한 개를 뽑은 이유는 값이 생각보다 싸기 때문이었다. 유럽 같은 곳에서 뱃지 한 개 사자면 보통 5,000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 곳에선 개당 200엔. 종류는 아홉가지. 뱃지 디자인도 예쁜 편이었다. 하나씩 뽑아보기로 했고 뜀도령이 동전을 넣어줄 때 나는 전통 건축물(아마도 도다이지東大寺인 것 같다)을 형상화한 뱃지를 가리키며

"이게 제일 낫다. 이게 나오면 좋겠는데..."  하자 뜀도령이 평소 하던대로 말꼬리를 걸고 넘어졌다.

"평소에 덕을 쌓았어 보쇼. 그게 왜 안나오겠수?"

1/9의 확률이라 안나올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왠지 그게 나올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제품이 나오는 출구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꺼내 본 결과 손아귀에 들어온 물건은 도다이지였다.

"이 것 보라구. 뜀씨! 원하던대로 나왔잖아. 평소에 덕을 쌓은게 결과로 이렇게 나타난거라구. 안그래? 댁은 뭐나왔어?"

뜀도령은 들은 척도 안하고 우산을 쓴 채 총총히 앞장서 갔다. 인정하기 싫었겠지. 암. ^------------^

 

이 곳을 지나 유적지 밀집지역으로 가는데 평소 나의 습관대로 방문 순서를 가장 먼 곳부터 잡았다. 가스다이샤(春日大社) → 도다이지(東向通)와 니가쓰도(二月堂) 및 산가쓰도(三月堂) → 나라코엔(奈良公園)→ 고후쿠지(興福寺) →  사루사와이케(猿沢池) → 산조도오리(三条通) 혹시 시간 남으면 박물관까지. 하지만 이게 그리 바람직한 코스도 아니었음은 한참 헤맨 뒤에야 알게 되었다. 반대로 갔다면 아주 편리하고 헤매지도 않았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래도 만족하는 이유는 고색창연한 나라를 거의 다 훑고 다녔으니 그 또한 나쁘진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라? 이건 또 뭔데 이렇게 운치가 있냐? 연못에 바위하고 썪은 나무줄기 자빠뜨려 놓고...

 

   

연못 저 끝에는 뭔가 누각 같은 것이 있는데 분위기가 그만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누각은 아니고 가게방이다. 가게방 주인은 명당에 자리잡았으니 완전 대박.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게 바로 사루사와이케(猿沢池)였넹?

 

사루사와이케(猿沢池)는 고후쿠지(興福寺)의 방생지로 활용된다고 한다. 이 곳에도 나름 7대 불가사의가 있단다(이거 왠지 나라현으로 관광객 끌어들이기 위한 장사속 냄새가 난다)

그 내용인 즉슨, 연못물이

1. 맑지도 않지만

2. 탁하지도 않으며(괜스리 갯수 늘리냐? 1,2항 합쳐 1개 아닌가?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게 뭐가 신기해? 맑으면서 동시에 탁해야 이상한거지)

3. 흘러나가는 곳도 없고

4. 유입되는 물길도 없으며(3,4항 합쳐 역시 한개군. 그건 또 왜 신기한 거지? 그런곳 많은데? 그럼 백두산 천지는 세계 10대 불가사의 보다 한 두 수 위겠군)

5. 물반 고기반(아, 방생지라메?)

6. 개구리가 없고(가재 없으면 그것도 이상한거네?)

7. 수초는 자라지 않는다.(미역이라도 심던가)

이게 7대 불가사의? 깜두 안돼는거 가지고 관광사업에 써먹으면 이건 막 하자는거져? 이 모든 딴지에도 불구하고 사실 내가 나라(奈良)에서 받은 인상은 온천지가 다 볼거리란 점이다.

 

조금 가면 그보다는 조금 운치는 덜하지만 멋진 연못이 하나 더 나온다. 연못 이름은 아라이케(荒池).

 

건너편엔 고후쿠지(興福寺:흥복사)의 탑쪼가리가 보인다.

 

 

아라이케 바로 앞은 고급 요리집 주차장인지 축대를 쌓고 자갈을 깔아 그 위에 자그마한 석등을 놓았다. 녹지로 조성된 주변과 전통가옥들이 무척 운치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도 그렇다.

 

이 방향으로 가면 유적지는 죄 다 몰려 있고, 방향을 잘 못 잡은 우리는

 

 

그 반대방향인 이 길로 갔다. 도로 자체의 운치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게 좋다. 오른쪽 나무 가로수 너머가 바로 아라이케다.

 

아라이케에는 주변 약도도 나와 있었다. 이 약도대로라면 갈림길에서 우회전도 좌회전도 아닌 직진을 했어야 했다. 이 때까지도 나는 아라이케와 사루사와이케를 혼동하고 바꿔 알았다. 그러니 지도를 보고도 이해를 못한거지. 꼴에 그지같이 그려놨다고 욕까지 했으니... ㅡ,.ㅡ;

 

이 곳 이정표에 모든 방향 표시가 다 있다. 근데 왜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는 없는겨? 엉뚱한 방향으로 가 이미 적잖은 거리로 떨어졌으니 나올리 만무하다. 길가던 할머니께 여쭈니 욜케 가서 졸케 꺽어 글케 가라고 일러 주신다.

 

할머니이! 왜 글케 이상하게 갤차 주신거여요? ㅡ,.ㅡ; 하지만 그 덕에 구석구석 운치있는 이 곳을 거의 다 쓸고 다녔잖은감? 이 곳은 게다를 만들어 파는 곳인가 보다. 여자는 3,800엔, 남자는 4,800엔. 이 곳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차별받고 사는구만.

 

이 곳 신사 이름은 이름은 모르겠지만 쬐끄맣고 운치는 있다. 여기거 거근가 해서 함 들러봤다. 일케 작을 텍이 읎지.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의 안동처럼 오래되고 정감있는 곳이 많이 나온다.

 

드물게 보는 기와에는 용머리를 가진 괴물생선이 거꾸로 박힌채 미소를 머금고 있기도 하고 ---> 디즈니 만화 Little Mermaid에 나오는 못된 갈치같이 생겼다.

 

이 곳에 오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기쿠치로의 여름' 한 장면이 생각난다. 소년이 돈벌러 떠났다는 엄마를 할머니 몰래 우여곡절까지 겪으며 먼 길을 찾아가 보니 앞치마를 두른 엄마가 낮선 남자의 출근길을 낯선 아이와 함께 배웅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소년은 엄마를 보고도 나서지 못한 채 먼 발치서 말없이 좌절한다. 그 배경이 바로 이 나라(奈良)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슴을 조심하라는 노란색 도로표지판이 나라에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 길을 걸어 적잖은 길을 가야 목적지가 나옴을 알고 갔지만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먼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를 갔다가 나오면서 방향을 잘 못 잡아 이 곳을 다시 보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어쨌든 이는 나중 일이다.

 

길 건너편에 잔디 깔린 나라코엔이 보이고 그 안에 수많은 사슴떼가 풀을 뜯는 모습이 별천지같다.

 

도로도 엄청 운치가 있고 사슴주의 표지판은 지천에 깔렸다.

 

나라코엔을 지나며 가장 먼저 목전에서 만난 자그마한 아기사슴. "얌마, 일루 와 봐!" 올 줄 알았는데 안온다. 먹을 것만 있으면 금방 따라 온다는 사실은 후에 알게 되었다. 어쨌든 듣던대로 함 쓰다듬어 주려고 따라 갔더니 이상한 아찌(?)가 온다고 생각했는지 기냥 내뺀다.

 

어딜가나 그렇듯이 가끔씩 또라이 사슴이 한 두마리 있어 깡패질을 하는지 조심하라는 경고문과 공격사례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지폐를 들고 있으면 낚아채 물고 내빼 먹어 버린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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