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8(월) 계속
메드라사를 한참이나 뜯어 본 뒤 밖으로 나오자 귀찮게 굴던 사이비 가이드는 내게 그저 차 한잔 값이면 된다며 또 다시 들러 붙기 시작했다. 얼마나 주랴고 물으면 찻갑을 뛰어넘는 금액을 요구할 것이 뻔했다. 여행 다니며 한 두 번 겪는 일도 아니다. 그냥 무시했더니 뭐 저따위 인간이 다있느냐는 듯 쳐다보며 "당신같은 한국인이란..." 하며 비웃는다. 저소릴 한국인인 나만 들었겠나 상대를 안하면 그만이지. ㅡ,.ㅡ;
나는 사원 주변을 마저 돌아 본 뒤 메디나의 매력인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다.
이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학교가 아닐까. 오지랖 넓은 나는 들여다 보다가 제지당했다. ㅡ,.ㅡ;
모스크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봐도 골목 자체가 운치가 있다. 헐리고 폐허가 된 곳도 운치가 있을 정도니...
들어갈 수 없는 모스크 외곽만 둘러 보다가 미련을 버리고 수크 중 보지 못한 곳을 마저 둘러보기 위해 다시 돌아가 보았다. 골목 개인집의 문도 나름 운치를 담고 있다.
시장은 역시 활기가 넘치는 삶의 현장이면서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형색색의 올리브 가게에 전시된 올리브도 먹음직 하고
각종 과일과 야채 등 모든 것들이 싱싱한게 먹음직해 보인다. 닭날개를 좋아하는 내 눈에 칠면조 날개만 따로 파는 것이 들어오니 순간 구워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하지만 칠면조 날게를 구워서 파는 곳은 없었다.
가구 공예 공장도 지나가다 들러 보았다. 가구를 살 리가 없는 여행객이 걸리적 거릴만도 하건만 공장장 쯤 되어 보이는 양반이 친절하게 데리고 다니며 제작 공정까지 구경시켜 준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공정이 인상적이다.
모로코의 전통 신발가게는 가는 곳마다 있지만 값들은 만만치 않다. 천연 염료로 염색한 가죽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신발들이 가지런히 전시된 이러한 가게들은 모로코의 도시 어딜 가나 있었지만 참으로 볼만하다.
여자들의 옷만을 파는 가게에 히잡을 둘러쓰고 돌아선 젊은(?) 가게 주인의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이제 와서 사진을 보니 TV를 보고 있었군. 장사 안하시나?
살레(Sale)로부터 라바트의 아지트로 돌아가기 위해 메디나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어디에서 버스가 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로코에는 버스 정거장 표시가 명확하게 표시된 곳은 없는 듯 하다. 그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기다리고 있으면 그 곳이 버스정류장이겠거니 한다. 이 곳 살레에 오면서 내렸던 그 정류장 길 건너편이면 버스 정류장이 있으려니 했다. 막상 가서 보니 아무런 표식도 없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버스 정거장 찾기 위해 라바트 시내 방향으로 슬슬 걷다 보니 버스 서는 곳이 보인다. 돌아올 버스를 잡기 위한 정류장을 찾는데 15분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호텔 쪽으로 가면서 잠깐 고민했다. 로마 유적이 남아 있는 셀라에 가서 마지막으로 그걸 보고 이 라바트를 떠날 것이냐 아님 걍 건너 뛸 것이냐. 바알벡에서 어마어마한 로마유적을 이미 보고 난 뒤라 어지간히 온전히 남은 유적이 아니고선 나를 감동시키기 어려울 터다. 단지 폐허의 터만 달랑 남은 곳을 보기 위해 샤프샤오엥(Chefcheouen)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 일을 감수한다면 볼 것 다 본 이 도시에 하루를 더 머물러야 했다. 나중 결정이었지만 셀라는 포기하고 다음 도시로 떠났다.
점심시간이 지나갔으니 밥부터 먹자는 생각에 호텔 앞 식당 앞으로 가기로 했다. 걸어 다니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멀리 가기도 귀찮고 호텔 앞에 봐 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이름(샌드위치 알 알람)을 보고 패스트푸드점인가도 했는데 전통음식인 타진도 팔았다.
이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이 곳도 전통문양의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테이블까지도. 하지만 그 섬세한 조각 타일은 아니고 무늬가 그려진 사각 타일을 붙인 것이었다.
빵이 덤으로 나왔다. 이 곳 역시 어딜 가나 빵은 부록으로 따라 나온다. 둥글 넙적한 빵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게뜨 빵이었다. 처음으로 접해보는 타진의 맛은 아주 좋았다. 가격도 29디람으로 무척 저렴한 편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타진이라는 음식에는 사프란이라는 노란 색의 향신료를 쓴다. 내가 이 곳에서 먹은 타진은 샤프란이 별로 사용되지 않았는지 치킨에 노란 빛깔이 별로 없었다. 치킨 위로 폭삭 익은 감자와 당근, 콩 등이 얹혀져 있고 뚝배기처럼 생긴 그릇 바닥에는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지글거렸다. 우리나라의 전기구이통닭처럼 가스불로 구운 치킨도 주요 메뉴 중 하나였는데 구워진 치킨을 이용해 타진을 요리했다. 이 집의 나름 비법인지 모르겠지만 이후 이런 타진 조리법은 보지 못했다. 이 음식 자주 먹게 될 것 같았다. 실제로도 자주 먹었고...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쪽 방향으로는 우다이야 카스바가 자리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반드시 보고 가야할 곳이었다. 북쪽으로 콜라 한 병 사서 마시며 경사진 길을 따라 슬슬 올라가 보았다. 곧 카스바가 나왔다. 카스바는 거의 모든 도시에 있는 요새인데 과거 성이 함락되었을 때 농성하던 마지막 보루였던지 항상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로 건설되어 있었다.
요새 입구의 문부터가 인상적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작은 마을이 나온다.
흰색과 청색이 주된 색으로 치장된 마을인데 산토리니보다는 통영에 있는 동피랑 마을이 먼저 연상되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집안은 어떻게 꾸몄는지 몰라도 바깥쪽에도 치장에 무척 공을 들인 집들이 많았다.
한 골목에서 포즈 한 번 취해 봤다.
감각적인 창문과 환기구.
마을 안의 회교사원 안으로 드는 문도
코너를 도는 구석에 심어진 나무도
담벼락 위에 놓여진 난간과 형형색색의 화분도
보기만 해도 청량감마저 드는 대문도
집앞을 수놓은 화초들도
골목 한켠에 심어진 야자수와 그 아래 기념품을 파는 상인도 모두가 눈을 떼기 어려운 정겨움과 푸근함이 있어 골목을 누비는 내내 별천지의 감흥을 주었다. 사이비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또 들러붙었다. "가이드 필요없다."고 했더니 자신은 그냥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안내하고 싶다고 수작을 붙이려 했다. 혼자 다닐거라고 이야기 했더니 의외로 쉽게 떨어져 나갔다.
카스바 안에는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스페인 정원과 박물관도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안달루시아 정원.
박물관은 정원 안에 있었다. 10디람을 내고 박물관 안에 들어가 봤다. 전시물은 국가나 도시에 대한 역사나 배경을 알 수 있는 유물은 거의 없고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수공예품들이나 생활전시물들이 전부여서 전시물을 보자면 괜한 시간낭비로까지 느껴졌지만 건물 자체가 내겐 오히려 볼거리였다.
박물관에서 다시 나오면 눈앞에 보이는 안달루시아 정원.
정원 한 켠에는 양 손에 헤나를 그린 여인이 안료가 피부에 고착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양 손을 들어 올리고 있어 한 장 찍어 보았다. 이 곳 여인은 아닌 것 같고 관광객인듯 하다. 헤나의 고향은 인도인 것으로 알고만 있었는데 이 곳 모로코의 여인들도 특별한 날에는 헤나 문신을 그리는 모양이다. 과거 이 곳이 인도와의 교류가 있기라도 한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헤나문신을 그리는 스타일은 인도와 많이 달라 보였다. 인도의 헤나는 손등과 손바닥에 여백없이 문양과 그림을 빽빽하게 그려 넣었지만 이 곳 모로코의 헤나는 여백의 미를 인정하는 것 같다. 여백없이 새겨 넣는 모로코의 문양과는 또다른 형태의 예술(?)인듯.. 손목까지 그리는 인도 방식과 달리 손바닥과 손등에만 그리는 것도 달라 보인다.
주변에는 절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야외 찻집이 있어 나도 함 앉아 보았다. 이 곳에 15분정도 쉬면서 종업원이 나를 발견하고 와서 주문을 받으면 차 한잔 마시고 아니면 공짜로 쉬고 갈 참이었다. 셀프였는지 누구 하나 찝쩍거리지 않는다. 여기에 앉아 성 아래을 내려다 보며 20분정도 쉬었다. 요새 전면은 견고하고 후면은 강물인지 바다인지 물이 있으니 지키기에 용이했을 듯 하다.
카스바와 그 안의 마을과 박물관 그리고 안달루시아 정원을 마저 본 나는 호텔로 돌아와 샤프샤오엥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14:35경 이 곳을 나왔다.
메디나에서 다시 30번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짚었다. 처음 버스를 탔던 5거리로 되돌아와 이 번엔 로컬버스 터미널로 가서 버스편을 알아 보았다. 매표소로 가는데 버스회사 직원이 어디로 가냔다. 샤프샤오엥으로 간다고 했더니 19:00 표밖에 없다고 했다. CTM은 어떤지 알아 볼까 하다가 매표소로 가봤다.
아래의 매표소에서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16:00 버스가 있었다. 역시나 남의 말 들으면 안되고 직접 확인해 봐야 된다니깐...
20분 정도를 기다리자 매표소에서 사람이 나와 터미널 내 샤프샤오엥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생각과 달리 로컬버스 터미널의 버스들도 대부분 상태가 아주 좋았다. 늘어서서 출발 대기중인 버스들 중 가장 먼 곳에 있는 버스 하나가 유독 다른 버스들에 비해 낡았다. 설마 아니겠지 했더니 가장 낡은 버서가 샤프샤오엥으로 가는 버스였다.
라바트를 떠나 샤프샤오엥으로 가는 길도 역시 녹지와 경작된 밭들이 대부분이었다.
낮에는 바깥을 내다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밤이 되자 잠이나 자는 일 외에는 다른 할 일도 없었다. 밤 9시가 다 되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승객 전부 다 내리니 이 곳이 샤프샤오엥인줄 알았다.
엉뚱한 이곳에서 샤프샤오엥의 지도를 들고 메디나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 보았지만 이 곳엔 메디나가 없다고 했다. 아주 작은 마을인 것 같았다. 이상해서 이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이상하다는 듯이 한 번 쳐다 보더니 뭐라고 이야기 하는데 분명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아니었다. 이거 무쉰 개망신인고... ㅡ,.ㅡ; 다시 터미널로 가보니 내가 타고 왔던 버스는 이미 떠났고 다음 차는 다행이 9시 45분에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이 곳에서 하는 일 없이 기다리자니 보통 지루한 것이 아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버스가 떠나자 안내원이 버스비를 내라고 했다. 나는 바로 앞 버스를 놓쳤다는 상황을 대충 설명했지만 그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나마 승객중에 영어하는 이를 데리고 왔지만 그도 간단한 표현에 간단한 말만 알아 들었다. 실갱이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상대편이 포기했다. 버스회사가 다른건가?
어쨋든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45분이었다. 호텔을 찾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담날 메크네스로 떠날 버스 시각표 확인도 못했다.
샤프샤오엥 가는길을 물어물어 메디나에 들어서자마자 세 청년에게 길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직접 데려다 주고 갔다. 묵으려던 펜션 모리타니아에 도착한 시간은 00시였다.
프론트와
실내
그리고 객실이 예쁘게 설치되어 있었다.
독실(100디람) 하나에 대형 침대가 방을 거의 다 차지한다. 욕실과 화장실은 공용인데 내 방 바로 옆에 있어 편리했다. 나 외에 한국인 숙박자가 더 있는지 물었더니 같은 층에 한 명 더 있다고 했다. 담날 정보 공유나 해야겠다. 이 날도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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