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클래식음악

파바로티를 떠나 보내며

코렐리 2007. 9. 20. 15:35

세기의 테너로 일컬어지는 파바로티의 별세로 음악계에서는 큰 별이라도 떨어진양 그에 관한 기사로 떠들썩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 때는 나도 가장 좋아하는 테너였고 그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오페라의 전곡반을 마구 사들이던 시절도 있었다.

뛰어난 미성에 엄청난 성량도 그렇지만 노래를 너무나도 쉽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넋을 잃었었다.

혹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를 일컬어 1세기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전무후무한 테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것은 그만큼 그가 걸출한 테너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 최근 100년간 그만큼 훌륭한 가수가 없었다는 뜻은 아닐게다.

예를 들어 그를 마리오 델 모나코나 프랑코 코렐리같은 드라마티코 또는 볼프강 빈트가센같은 헬덴테너처럼 성향이 전혀 다른 가수와 비교하는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같은 리리코라고 해도 그렇지 티토 스키파나 페루치오 탈리아비니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만일 벨칸토 가수로서 그렇다고 한다면 전적으로 동감하고싶다. 벨칸토 가수로서 리리코로서 이만큼 아름다운 목소리는 이전에도 들어보지 못했고 이후에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가 노래하는 동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느껴보았을터다. 어쩌면 노래를 저렇게 힘도 들이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부를 수가 있을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치고는 표정이 무척 편안하고 몸이나 얼굴을 쥐어 짜는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게다가 엄청난 성량도 달리 찾기 쉽지 않다.

재즈와 블루스에 심취해 있다가 우연찮게 20대 중반부터 클래식을 듣기 시작하면서 파바로티가 부르는 푸치니의 라보엠 중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a)을 처음 듣고 온몸에 닭살이 돋으면서 눈물까지 쏟을 뻔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들었던 아름다운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에 다름아니었으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휘자였지만 카라얀의 극적 연출에 의한 반주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파바로티보다 좋아하는 테너는 얼마든지 있지만 이 아리아는 그 이후에도 많은 테너들의 것 을 들어 보았지만 그러한 감흥은 없거나 적다.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라 칭해지는 유시 비외를링의 노래를 들어 보아도 이러한 감흥까지는 끌어내지 못했다. 파바로티의 노래에 비하면 카를로 베르곤치의 열연도 밋밋할 정도니...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파바로티가 부르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역시 티토 스키파 이후 이만큼 잘 부르는 사람도 역시 없다. 이 곡을 이야기하면 그를 떠올릴 정도로 명창중의 명창이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이루고'(Nesum dorma)도 프랑코 코렐리가 아니라면 필적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람이 정말로 인간인지 괴물인지 분간이 안갈만큼 경악을 하게 만드는 곡은 따로 있는데 이상하게도 별로 인기가 없어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도니체티의 연대의 아가씨 중 '친구들이여 얼마나 즐거운 날인가!'(Ah! mesani quel jour de fete!)가 그 곡이다. 아리아 후반부에 가면 하이C를 무려 아홉번이나 쏟아내는데도 한 번도 흔들리가나 불안정한 느낌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아리아를 소화해 내는데 그가 부르는 이 곡이야 말로 세기의 절창이라 불러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그라나다'(Granada) 같이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노래를 불러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먹을만큼 미련한 구석도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라고 흔히 일컬어진다.

이런 소릴 들을때마다 느끼는 것은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뜨는 것은 오늘날 드라마티코가 매우 적고 현재 음악계에선 그를 빼고는 드라마티코에 대한 대안이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노래하는 팔리아치나 오텔로를 들으면 정말이지 하품만 나온다. 다른 배역은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1950년대에 활동하던 마리오 델 모나코나 프랑코 코렐리같은 드라마티코와 어찌 비교하겠나 싶다. 성량도 작고 밋밋한 목소리는 그렇다 치고 단언하건대 도밍고의 절창은 단 한곡도 없다. 바그너까지 하고 있는걸 보면 어이가 없다.

호세 카레라스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숨이 막힐듯 답답하다. 그는 전형적으로 쥐어 짜는 노래를 부른다. 얼굴에는 핏발이 서고 미간은 뭉그러져 쥐어 짜다 보면 입에서 굵은 파편까지 튀어 나오곤 한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 미성이라고 하는 소리는내겐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3대 테너중 하나라....쩝.

 

3대 테너를 운운하기에는 파바로티의 위치가 너무나도 걸출하다. 가장 좋아하는 테너는 아니지만 그가 두 번 다시 나오기 어려운 위대한 리리코인데다 이제 마지막 남은 성악계의 거장이 떠난만큼 그의 타계는 음악계의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탈세를 목적으로 리히텐슈타인의 시민권을 얻었다가 이탈리아로부터 추방령을 받을 만큼 무모한 파바로티. 무대로 나오면서 항상 하얀 손수건을 휘날리며 나오는 이유를 묻자 '뚱뚱한 몸으로부터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할 만큼 순수한 영혼을 가진 파바로티. 그가 떠났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것 같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악보가 지금까지 전해져 수많은 뮤지션들이 존경심을 갖고 연주하듯이 그가 남긴 노래들은 레코딩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후세에 두고두고 청자들의 전설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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