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사람들에 의해 굳이 뜻을 새김이 없이 습관적으로 통용되는 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은 이제까지 들어본 그러한 말들 중 가장 정감넘치게 들린다.
왜냐하면 이 말 안에는 타인을 배려한다는 뉘앙스가 아주 강하게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배려는 고사하고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에 의한 남을 존중하지 않는 고약한 풍조는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그 문제는 정치문제와 종교문제에서 매우 극심하다.
나는 사상적 자유와 종교적 자유를 국가가 아닌 내 이웃으로부터 종종 침해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기서는 정치적 측면을 적어보고싶다.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과의 정치얘기는 끝도 없는 소모전이다.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소원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과 정치 얘기 하기가 싫다.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만큼 투표는 꼬박꼬박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물론 나 나름대로 그나물에 그밥인 가운데서도 인물을 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단 나는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것 자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관심도 없는 분야에 대하여 상대편의 얘기를 듣는 것도 지루하지만 자기가 가진 사상을 공유하도록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피곤해지지 않겠나.
1. 남이 무슨 신문을 보든 그걸 간섭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지 않나.
남이 보는 신문을 두고 감놔라 콩놔라 하는 것은 주제넘는 언행이라고 생각한다. 참견하고자 하는 대상은 걱정해 주어야할 만큼 아둔한 사람들이 아니란 점은 항상 간과하는 모양이다. 김일성이나 북한체제를 찬양한다든지 일제 강점기의 침탈은 침탈이 아닌 아닌 혜택를 입었다는 상식 밖의 사상을 가졌다면 물론 이 땅에 살 자격을 박탈해야할 비난의 대상이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이사회에 혼란을 야기시키는 사상이 아니고선 남의 생각이 틀려먹었다고 말하거나 한심하게 그런 신문을 보느냐는 말로 남을 비하하거나 모욕감을 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편협된 시각을 갖지 않으려고 두 개의 상반되는 신문을 보던 나는 그런 사람들 한테서 그런 공격을 몇 번 받고 열을 받으면서 반사적으로 그들이 즐겨보며 강요하는 바로 그 신문 읽기를 중단했다. 이젠 그 신문 이름 듣기도 지긋지긋해졌다. 좋은 신문이라?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놀고들 있네.
2. 내가 추종하는 대통령이 훌륭하니 너도 추종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과거 대통령 선거시 투표했던 대상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그렇게도 생각이 없느냐'는 식의 비아냥을 들은 것이 여러 번 있다. 그들은 나를 무슨 과거 독재자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호의적 견해를 가진 사람 정도로 보는 모양이다. 그들은 나를 근거도 없이 자기네와 반대되는 극단 사상파로 몰아붙인다. 그 자체만으로도 모욕이다. 그들이야말로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겠나. 그들이 추종하는 수장의 무능과 무자질에 학을 띠고 눈이 빠지게 임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들과 똑같이 추종하라고 하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하다 못해 돌멩이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보는 각도가 달라 모양을 다르게 보게 마련인데 어찌 그렇게 큰 문제를 단순 이분법적으로 보는가. 특정 정치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극단적 추종을 보면 어떤 때는 무슨 사이비 종교로조차 보이기도 한다. 최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당내에서도 서로 뒤만 캐고 그 지지자들까지도 서로 적대시하는 것을 보면 정말 봐주기 쉽지 않다. 그런 얘기를 이젠 더 이상 듣고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지금도 당을 떠나 도덕성도 중요하지만(도덕성은 사실 안믿는다) 능력있고 정확한 비전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기가 끝나고 나면 그런 소리 좀 안듣고 살 수 있으려나.
3. 지지당은 없다. 그러나 싫은 당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거짓말이 "깨끗한 정치"를 운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무슨당은 더럽고 무슨당은 깨끗하니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단순한 사람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무슨 전체주의적 발상도 아니고 고치기 어려운 심각한 고질병이라고 본다.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양당체제로 정치가 이루어진다. 그들은 대립하면서도 상생을 모색한다. 만일 하나의 당으로 몰린다면 그 것은 전체주나 사회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내게 토론을 청해 온다 그러나 내 견해를 이야기 하고 나면 '내 생각은 당신의 생각과 이런 면에서 같고 이런 면에서 다르오'라는 말은 없다. 그 다음부터는 피곤할 정도로 내 생각이 틀렸음을 각인시키고 자기 자신의 지지당을 함께 지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감내해야 한다. 학생운동이 극심하던 80년대 학번인 나도 지금까지 당시의 군부독재에 치를 떠는 사람이지만 이 땅이 민주화된 뒤로 나도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있다. 그 것은 누구의 강요로도 바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그들 덕분에 나에겐 지지당은 없어도 혐오당은 하나 생겼다. 나는 친한 사람들하고 정치 얘기와 종교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내가 아끼는 동호회 동생 하나가 곧잘 정치문제로 집요하게 나를 피곤하게 하곤 했다. '나는 너를 오랫동안 친구로서 보고싶다. 그러니 서로 감정 상할 이런 얘기는 앞으로는 제발 하지 말자'고 간곡히 제안했다. 그는 그 것을 받아 들였고 지금까지 나는 그 아우를 변함없이 사랑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이제는 이골이 들어 한 쪽 귀로 흘려듣고 무시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이 '당신의 종교는 이단이고 내 종교만이 구원의 길이니 그 종교를 버리고 우리 종교를 믿으시오'라는 교만하기 짝이없는 무슨무슨 종교 맹신도들의 언행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이건 모순이 아니겠나. 정치사상과 종교사상은 극단적인 경우 목숨조차도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저마다의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이젠 제발 남도 좀 존중하면서 사는 풍토 좀 만들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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