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6(금)
막상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니 너무 일찍 도착해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마냥 기다리는게 두려워 일부러 느리적거리고 흐느적거렸다. 머리 감고 양치질만 한 뒤 천천히 숙소를 나섰다. 전 날 위치를 확인해 둔 덕에 헤매지 않고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날이 우중충하다.
이 곳 시장만 관통하면 바로 우측에 디스크유니온이 있다. 들어가다 보니 정장한 삐끼군들이 말을 걸어온다. 대충 손사래를 쳤지만 한 명이 계속 따라오며 뭐라고 뭐라고 했다.
"뭔소린지 모릅니다. 일본인이 아닙니다."
영어로 말하자 약간 당황해 하더니 다시 계속 따라 붙으며 말했다.
"캬바레 캬바레 나이스 서비스."
"ㅡ,.ㅡ;"
나처럼 늘근 제비도 봤냥. 판떼기들이 날 기다리는데 짐 캬바레나 가게 생겼냐. 게다가 지금 아침이다.
손사래를 치니 나중엔 사정한다.
"플리스"
두어번 더 손사래 치니 그제서 포기하고 떨어져 나간다. 아침 7시가 거의 되어가는 그 순간까지 캬바레 영업이 이루어지고 손님을 끄니 참으로 열정들 대단하다.
다시 돌아온 디스크유니온 오사카점 입구.
헉. 이미 9명이 나보다 먼저 와서 줄을 서 있었다. 입장정리표 나눠주기 30분 전이다. 맨 앞에 선 한 명은 극우단체의 일원인지 아니면 오늘의 득템의 의지인지 일장기가 그려지고 필승이라 쓰인 흰 수건을 이마 대신 눈에 가리고 선채로 부족한 잠을 자는 이상한 친구였다. 정확히 7시 30분이 되니 빠글빠글 심한 곱슬의 뽕을 넣은 헤어스타일의 직원이 디스크유니온 특유의 영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했다. 알아 들을 수가 있나. 그저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은 허리를 90도 꺾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뿐이었다. 입장정리표 10번을 받았다. 이제 어디 가서 밥먹고 시간 때우고 돌아오면 된다. 혹시 불안한 나는 직원에게 받은 표를 흔들며 물어봤다.
"9시죠?"
"8시 40분입니다."
아 젠장 이미 표에도 써있구만... ㅡ,.ㅡ;
표를 받고 나자 밥생각만 들었다. 아침식사를 위해 문을 여는 식당은 대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깔끔하긴 하지만 맛이 없다는게 문제다.
규동 하나 시켰다. 맛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감격스럽지는 더더욱 않다. 차라리 부타동을 먹을걸. 먹으며 후회하네~
남는 시간 광팔고 쉬면 뭐하냐. 싸돌아 다녔다. 일본은 골목이 재미있다. 젊은 시절 카페가 딸린 여행자호텔을 운영하고 싶었다. 그럴 돈이 없어서 월급쟁이 생활 시작한게 오늘까지 왔지만... 고릴라 간판을 보니 생각이 난다. 간판은 이런 식으로 건물에 캐릭터를 매달아 눈에 띠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누설을 내가 넘 마니 하고 다녔나... 몇 년 뒤 천안에서 그런 간판을 보았고 그 후로 여기저기서 보다가 이 곳에서도 본다.
하릴없이 싸돌아 다니다 맥주 자판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야 싼토리다. 싼토리다.
맥주를 빨며 계속 공목을 싸돌아 다니다 보니 자판기가 또 나온다. 무심결에 산토리 가격을 봤다. 같은 자판기에 적용하는 같은 제품의 가격이 업자마다 약간씩 다른 모양이다. 방금 130엔 주고 맥주를 뽑았는데 얘는 왜 140엔 달래냐? 10엔은 땅만 파면 기냥 나오더냐. ㅡ,.ㅡ;
08:40에 맞춰 다시 돌아왔다. 내 앞에 줄섰었던 낯익은 사람들도 모두 돌아와 있었다. 아니 여기에 계속 있었는지도. 직원은 그 때까지도 계속 표를 배부했다. 문 열 시간까지 표를 배부했고 9시가 거의 다 되자 줄은 계단을 올라서서 건물 2층까지 늘어섰다. 나는 뒤를 돌아다 보며 생각했다. 거기 서있다가 들어가서 사람들로 꽉차면 무슨 재주로 득템하냐. 언론사에서 취재팀까지 왔다. 문 열기 직전 취재팀이 맨 앞에 줄 선 필승 머리띠의 주인공과 인터뷰를 했다.
"맨 앞에 서섰군요. 몇시에 나오셨습니까. 어떻게 나오게 되셨습니까. 벼르고 있던 음반이 있습니까. 이 머리띠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겁니까...? 뭐 이런 내용이었겠지 뭐. 대답은 열심히도 해준다.
첫 날은 여성 재즈보컬 초반 행사가 있는 날이지만 최소 수만엔에서 수십만엔이나 하는 보컬재즈 초반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었다. 나는 락 부분 부터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롤링스톤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비틀스부터 봤다. 사보이 브라운도 은근 기대했지만 사보이 브라운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다.
비틀스는 대개 한국보다 많이 비싼 탓에 별 매리트 없다고 본다. 그런데 Please Please Me는 세번째 프레스라고 표기되어 있고 상태가 비교적 좋은데다 가격에 약간의 매리트가 있어 보이는 물건을 찾았다. 하지만 막판 구입 직전 허락 받고 카운터에서 레이블을 들여다 보니 세 번째 프레스는 일단 아니었다. 첫번째와 두 번째 프레스는 일단 레이블이 골드 팔로폰이고 세번째부터는 옐로 팔로폰이다. 매트릭스 넘버는 앞뒷면 모두 "1" 이었지만 첫번부터 5번째 프레스까지 전부 같은 매트릭스 번호를 가졌으니 몇 번째 프레스인지는 레이블을 봐야 한다. 이게 만일 진짜로 세번째 프레스라면 레이블 중앙 상단의 큼직한 노란색의 "팔로폰" 표기 좌측 하단에 "(XEX421)" 표기 옆에 "33 1/3" 표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내 판단엔 다섯번째 프레스였다. 포기. 사실 세번째 프레스로 보아도 무방한게... 프레스를 버전별로 보다 보면 저마다 기준을 갖고 그 범위를 정하는데, 이 앨범의 경우 매트릭스 앞뒤로 "1" 번호를 가진 옐로 팔로폰 모두를 세번째 프레스로 볼 수도 있으니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값 차이는 엄청 크다.
레드 제플린 영국초반은 한국엔 거의 없어 이 곳 일본을 노려볼 만 하지만 나온 물건들(3집과 4집이 나왔음)은 매트릭스 넘버를 확인해 보니 첫번째 스템퍼에서 나온 애들도 아닌데다가 도쿄보다 싸지도 않았다. 또 포기.
롤링스톤스는 2집 모노반이 나왔는데 매트릭스 넘버가 매우 앞선 2/2가 나왔다. 내가 알기론 이게 세 번째 프레스. 얼른 집어 들었다. 어차피 1/1은 엄청난 가격을 감수해야 하니 나와 줘도 부담스럽다.
핑크 플로이드는 영국반이 나오기는 했지만 초반이 아니었고 릴릭스 초반은 나도 있으니 눈에 당연히 안들어온다. 집에 이미 갖고 있는 물건들이지만 버전이 달라 핑크 플로이드는 두 장의 미국 초반을 집었다.
음반을 잔뜩 든 채 여기도 뒤져보고 저기도 뒤져보는 날 보더니 취재진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미소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일본 라이센스나 열장 안팎 집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나처럼 무식하게 집어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호기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음반가게나 벼룩시장, 그리고 공연장 다니다 보면 인터뷰 하자는 소리도 많이 하고 파워블로거도 아니건만 블로그에 인터뷰 하자는 글을 남기곤 한다. 그거 다 사양 내지는 거부했는데 일본까지 와서 하게 생겼냐. 직장에서 적지 않은 세월 홍보업무를 하다 보니 인터뷰는 더욱 하기 싫어진 탓이긷 했다. 영어 역시 청산유수로 떠들 정도도 아니고.
집어온 음반들을 전부 올려봤다.
제니스 조플린, Cheap Thrill 일본반
티-렉스, Tyrannosaurus Rex 일본반
트래픽, Mr. Fantasy 일본반.
롤링스톤스, Still Life, 일본반
데이빗 보위, Heroes, 일본반
데이빗 보위, Ziggy Strardust(The Motion Picture), 일본반.
데이빗 보위, The Same, 일본반.
비틀스, No.5, 일본반.
비틀스, Oldies(2LPs), 일본반
비틀스, Star Club Hamburg(2LPs), 일본반
핑크 플로이드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일본반.
핑크 플로이드, Ummagumma, 미국초반.
핑크 플로이드, Meddle, 미국초반.
핑크 플로이드, Wish You Were Here, 영국초반.
그레이트풀 데드, Anthem of the Sun, 미국반.
그레이트풀 데드, Aoxomoxoa, 영국 초반.
그레이트풀 데드, Live Dead(2LPs), 미국초반
도어스, The Same, 영국반.
도어스, Morrison Hotel, 영국반.
에릭 클랩튼, 461 Ocean Boulevard, 영국반.
롤링 스톤스, the 2nd, 영국 초기반(Mat 2/2)
레이블.
아트 블레이키, Meet You at the Jazz corner of the World vol.1, 일본 킹레코드.
아트 블레이키, Meet You at the Jazz corner of the World vol.2, 일본 킹레코드.
루 도널드슨, The Song and Soul, 일본 킹레코드반.
재즈반은 집에 가진게 나름 좀 있다 보니 여기에 나온 물건들은 찾는 품목이 아니거나 중복된다. 그래서 집은 음반은 고작 3장. 하지만 다음날 몇 장이 더 나왔다. 그래서 또 집었다.
가게 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치다 보니 계산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카운터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계산처리를 해주는 직원은 다섯 명이었던 것 같다. 상기의 음반들을 들고 가장 안쪽 줄 뒤에 섰더니 내 바로 앞사람이 뭐라고 묻는다. 알아 들을 수가 있나. 가끔은 중국어 말고 일어를 공부할 걸 잘못했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젠 중국어도 오래 공부 안하니 갈수록 말도 더듬거리게 된다. 일어 써먹을 일은 갈수록 늘어나고 중국어 쓸 일은 갈수록 줄어드니....
"저 일본인 아닌데요."
"아, 티켓 받았어요?"
"들어올 때 반납했는데요."
"아, 거 말고 계산하려면 표가 또 필요해요. 저 직원한테 가서 표부터 받으세요."
그가 오늘 처음 안내멘트를 한 뒤 입장 번호표를 배부했던 뽀글이 헤어스타일의 직원을 가리켰다.
표를 받아 오니 그가 다시 묻는다.
"몇 번예요?"
나는 표를 내밀어 보여줬다. 86번.
그는 자기가 가진 68번 번호를 내밀어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까지 30분 기다렸어요."
헐. 실제로 나도 40~50분은 기다린 것 같다. 어쩌면 기다리기 지루해 나의 뇌가 시간을 과장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순서가 되어 계산이 끝나자 계산 순서표 배부 및 안내 업무의 바통을 이어받은 빡빡머리 직원에게 86번 차례가 오면 내게 직접 말해 주기를 부탁하고 갔다.
이제 난바 지역의 레코드점들을 둘러보기 위해 이 곳을 떠나기 전 2층에 화장실에 들렀다 문득 내 눈이 이상한 곳이 눈에 띠었다. 넓고 넓은 사무실 공간에 테이블이 길게 이어져 잔뜩 놓여져 있고 그 위에는 박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들여다 보니 그 박스가 전부 엘피 박스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업중이었다. 들어가니 한 노인이 나서며 뭔가 물었다.
아마도 무슨일로 찾아왔느냐는 말이었겠지.
"영업중이세요?"
영어로 물으니 그제서 영어로 바꿔 말한다.
"세시에 오픈입니다."
그 넓은 공간에 몇 줄로 늘여세운 긴 테이블들 위에는 엘피 박스들이 빼곡해 놀라지 않을 수없었다. 태어나서 본 중 가장 많은 엘피를 한꺼번에 보는 순간이었다. 열한시 갓 넘은 시간이었다. 근처 어딘가에서 낮술이나 마시다가 세시에 다시 올까 아님 난바지역부터 가볼까.
세 명의 젊은 음악애호가들이 오픈행사에서 음반을 구입한 모양이다. 들고있는 봉지를 보니 엘피는 아니고 씨디를 산 것 같다. 외모는 안귀엽지만 개점날 방문해 부족할 용돈에도 음반을 골라 흐믓해하는 이들을 보니 나름 귀여운 생각이 든다.
우선 밥부터 먹기로 했다. 맛집인지 회전초밥집인데 전 날 저녁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걸 보고 다시 찾았다.
아직 11시 30분이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구는 탐스러운 초밥들이 컨베이어 시스템을 타고 이리저리 돌았다.
미소시루부터 포스가 넘친다. 진한 된장의 색깔을 띤데다 여기엔 미역 몇쪼가리만 들어간 게 아니라 사시미를 발라내고 난 생선뼈가 같이 들어가 살을 품고 들어가 있다. 한모금 후룩 입에 담고 미각을 자극하는 진한 국물의 향과 맛에 감동부터 몰려온다.
얹혀진 생새우가 감동적이다. 두통을 뽑아낸 뒤 등짝에 갖장을 뭍혀 입 안에 넣고 씹어봤다. 우익! 싱싱한 새우의 감칠맛과 풍부함, 씹히는대로 흩어져 밥과 바로 섞이는 오묘함. 맛이 거의 환장 수준이다.
무즙을 얹은 고등어 초밥? 아닌가 다른건가? 이것도 맛있다.
이건 먼생선이냐 이것도 맛있다.
접시를 집는 족족 맛이 좋아 아무거나 안먹어본거면 보이는대로 집었다. 어? 갈치초밥?. 이건 NG다. 오래 씹히는 갈치 살이 횟감으론 씹는 감촉이 좋지만 초밥으로 과연 옳은지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살은 혀를 자극하는 고유의 맛도 약하다. 밥은 밥대로 씹히고 살대로 씹히다가 생선살만 남아 아직도 씹히는 이 당혹감은 뭐임?
이 것도 좋다 뭔진 모르지만.
한국에선 문어초밥에 올리는 살은 삶은 문어의 살이다. 문어가 비싼만큼 신선도 높은 재료를 쓰기 어려운 때문일게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생문어초밥. 생각보다 비교적 씹힌 살이 밥과 잘 섞이는 편이다. 생문어에서 나오는 짭짤한 바다내음과 밥이 잘 어우러진다. 생문어살인 만큼 맛의 풍부함에는 부족함이 없다. 특히 문어살과 밥 사이에 넣은 이 풀은 뭘까. 향이 강한데 이게 기막힌 풍미를 낸다. 묘한 것은 이 향 강한 풀이 문어가 내는 바다의 풍미를 잡아먹긴 커녕 배가 시켜주며 비린내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삭여주는 놀라운 역할을 한다. 박수 짝짝짝. 이 외에도 맛 본 것은 총 10접시. 모두 접사에 실패하거나 먹느라 바빠 사진 찍기를 놓쳐 여기까지.
요쓰바시선을 타고 히고바시 역에 내려 어깨를 짓누르는 음반 백팩을 숙소에 내려놓고 다시 난바행 지하철을 탔다. 요쓰바시선 난바역에서 내려 도톤보리 입구를 지나 다리 건너 아메리카무라로 넘어갔다.
거 호텔 참 야시꾸리하네.
일본엔 한 층에 자그마한 방 하나인 이런 좁아터진 건물이 많다. 볼수록 신기하다. 이런 건물의 컨셉이. 나도 집을 일케 함 지어볼까 생각도 한다만...
처음엔 어디가 어딘지...
레코드점들 위치의 감을 잡은 순간 마음에 여유까지 생기면서 편의점 들러 에비수 맥주부터 한 캔. 에너지원 보충이다.
이 곳엔 가로등도 재미있게 생겼다.
난바지역에서 첫번째로 들른 복스레코드.
재발매반이 많고 내가 찾는 레퍼토리는 거의 없다. 통과!
어? 복스레코드가 또있네? 5층으로 올라가다 4층에서 한 사내를 만났다. 그는 건물을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여긴 왠일이세요?"
"5층 복스레코드를 찾아 올라가는 중인데요."
"거 문 닫고 이사 했어요. 따라 오세요"
1층으로 내려가자 안내하겠다며 따라 오란다.
"우측 골목에 있는 2층의 그 가게요? 거긴 이미 들렀어요."
이 사람 역시 친절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다시 다른 레코드 가게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옳커니 사쿠라레코드.
엥? 뭐야 이거? 이거 휴업이야 폐업이야?
바로 위층 각종 엽기 물건과 공포물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 물어봤다. 젊은 주인은 무스발에 머리털이 섰고 눈썹은 허옇게 밀은데다 얼굴에는 여기저기 피어싱을 했다. 쇠징과 뿔, 그리고 쇠사슬이 달린 가죽바지와 재킷을 입었고 손가락이 온전히 노출된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공포영화에 등장시키면 꼭알맞은 차림이요 복장이었다. 판매를 위해 전시된 물건들은 매니아들을 위한 것들로 쳐다보기 심난하고 기괴스러운 물건들 뿐이었다.
"사쿠라레코드는 문 닫았어요?"
"거 문 닫았어요. 한 2년 됐나?"
다음에 만난 뉴튼 레코드.
여긴 월드뮤직과 테크노, 신서사이저, 힙합 같은 내가 전혀 모르는 장르 일색이었다. 통과!
다음으로 들른 마루카 바추.
이 곳은 가게도 엄청 큰 편이고 음반 보유량이 무척 많아 레퍼토리도 좋지만 값이 높은 편이어서 집어들기에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이 집 제대로 보자면 도시락 싸들고 3박4일은 뒤져야 할 것 같지만 일단 가격이 부담스럽다. 특히 재즈 초기반이 굉장히 많다.
월드뮤직 코너도 작지 않아 혹시 몰라 이 곳에서 한국 음악이 있는지를 물었다. 김연자와 이성애 일본 프레스가 몇 장 있을 뿐 한국 락뮤직은 없었다. 그 중 하나 마음에 드는 음반이 나왔다. 권혜경의 박춘석 작편곡집. 산장의 여인, 호반의 벤취등 명곡이 수록되어 있는 음반. 오아시스 자켓에 성음 알판은 도대체 당시 두 회사가 어떤 관계였는지 무슨 연유인지 알 길 없지만 어쨌든 헐. 상태가 이렇게 깨끗할 수가. 게다가 이너슬리브 마저 따로 보관해 터지거나 해진 곳 없이 상태가 완벽하다. 감동적이다. 게다가 사인반이라니.
레드 제플린, Black Dog, 일본 싱글.
이시다 아유미,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재반.
이 곳을 나와 친절한 여사장에게 근방의 레코드가게 정보를 얻고자 했지만 내가 가진 정보와 동일한 정보자료를 내준다. 더 이상은 없는 모양이군. Night Beat Record는 찾아가 보니 흔적이 없다. 내가 잘 못 찾아 간 것 같지는 않고 이사했거나 문을 닫은 것 같다.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 마지막 방문지 킹콩레코드다. 마루카 바추의 여사장님은 이 곳과 자기네 가게가 유일한 락 취급점이란다. 하지만 킹콩레코드의 락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대부분 힙합 음반들로 가게를 그득 메우고 있었다.
입구로부터 가게로 들어가는 계단에는 300엔짜리 싸구려 엘피들을 잔뜩 내놓았다. 누군가 여기서 김민기 금관의 예수를 득템했다고 했다. 혹시나...
헐. 뒤져보니 한국의 해적반도 나오넹.
미끼상품인가 보다 폴매카트니의 Red Speed way도 나온다. 집에서 보니 반질은 그닥 좋진 앟다.
호기심에 들어보려고 집은 음반.
포커스 3집(2LPs), 일본반. 자켓 주둥이가 헐었고 레이블에는 낙서도 있고 반질은 완벽하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300엔이래. 허허...
슬리피 존 에스테스, 1935~1940, 미국반. 이것도 NG다 이게 왜 밖으로 나왔나 의아해 하면서 얼른 집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재킷 주둥이가 위아래 일부 튿어지고 재킷 속은 곰팡이가 잔뜩 슬었다. ㅡ,.ㅡ; 하지만 알판은 거의 완벽하다. 음악 하난 진짜로 쥐긴다. 걍 불만없이 들을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봤다.
윙스의 Wings over America(3LPs), 일본반. 값은 싸게 나왔지만 상태가 영 좀 별로다.
퀸, A Kind of Musuic, EU반. 이걸 라이센스로 구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게 EU반으로 나왔다. 싸지도 않고 값 다 줬는데 믿고 가져와 집에서 반질을 보니 ㅡ,.ㅡ;
어쨌든 이 날의 장보기는 끄읕! 부자도 먹다가 망한다는 오사카 땅이다. 안먹으면 뭐하리. 먹으러 가자~
일단 먹거리가 가장 풍부한 도톤보리로 갔다. 어라, 이집 사람도 많고 고기굽는 냄새가 제법일쎄.
들어가 봤다.
길게 카운터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여백의 자리에는 한국의 방처럼 벽 없이 책상다리로 앉게 했다. 이층도 있다. 두자리당 한 개씩 석쇠가 놓여져 있다. 아쉽지만 숯불이 아닌 개스불이다. 일어를 몰라 대충 찝어서 맛있어 보이는 고기를 주문하자 한국인 손님이 많은지 한국어 메뉴판을 다시 내준다. 맥주가 나왔다. 여기도 아사히냐. 이 집의 한가지 아쉬운 것은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대충 따라 대충 준다. 생맥주의 거품이 금방 꺼지고 죽어버린다. 생맥주를 뭐하러 먹나. 내가 좋아하는 교토 오코노미야키집과는 상반되는 맥주서비스. 이런 젠장.
놀라운 것은 식당 여기 저기에 김치를 먹는 일본인들이 눈에 띠고 메뉴에 김치를 적어 놓은 식당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는 점이었다. 내 옆의 한 젊은 커플도 포기김치, 석박지, 또하난 뭐였더라? 세가지 김치를 한 접시에 담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근데 생맥주가 맘에 안들지만 이 집 고기 맛 진짜 쥐긴다. 짭짤한 양념이 살짝 뿌려져 나온다.
먹어 본 고기 중 가장 맛있는 고기집의 하나로 내 기억에 당당히 자리매김 할 것 같다.
이 번엔 한국어 메뉴판 보고 주문했는데 같은건게벼...? 아니 갈비살인가? .ㅡ;
마지막 한 조각 까지 맛있다.
불판 하나에 한 사람의 직원이 주문을 받고 서비스 한다.
이번엔 소 위장. 우와 일케 부드럽고 맛있을 수가.
소 허파였던가.
우와 이것도 육질이 장난 아니네. 향긋한 양념과 어우러져 맛 기막히다.
이게 심장이었던가. 질긴 느낌은 전혀 없고 육질이 최고인데다 양념이 기막히다. 부위마다 각기 양념을 다르게 했는데 신선도를 눈가림하기 위해 양념을 한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부위마다 다른 소스를 각각 뿌려 내놓는다.
얼마나 맛이 좋던지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왔다. 맥주도 실컷 먹었지만 환율 덕에 한국보다 오히려 싸게 먹은 것 같다. 내일은 일본 희귀 라이선스 행사일이다. 일어를 몰라서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그건 다음 날 이야기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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