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4 중국 the 4th

상해로 개병대 모여라 3(상해1)

코렐리 2014. 5. 1. 09:59

2014.2.22(토)

3일째 되는 아침. 전날 항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상해(샹하이)의 호텔로 투숙했다. 첫 일정은 주가각으로 시작했다. 날이 찬데다 바람까지 스산하게 불어 몸이 잔뜩 웅크려지는 날이다.

 

이 곳에서 어부들에게 잡힌 고기가 팔려진다. 물을 보면 먹을만한 고기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이 곳에서 또 한 번 배를 탄다. 소주 항주 상해에서 한 번 씩은 타게 되는구만. 이 곳도 분위기 만만치 않다.

 

나와 한 배를 탄 동지들. 성대군의 각하가 찍어줬지 아마? 재혁군. 사진 찍을 때 손가락으로 브이질 하는건 20세기 방식이고 지금은 21세기다. 아직도 2차대전 다큐먼터리 보냐?

 

또 다른 배의 팀. 여행사 강사장님이 찍은 사진이다. 이야 여긴 젊은피가 들끓는 배였구만. 나 늙다리들하구 같이 타지 말고 여기 탈걸 잘못했다. 헌데, 을영군! 뱃사공이 너보구 웬 아덜을 일케 많이 낳았냐고 했겄다. 얼마나 바람을 피웠길래 자식들 얼굴이 전부다 다르냔 소리도 속으로 했겄는데? 뭐가 그리 즐거워 미소까지 짓냐. 뱃사공의 얼굴이 사진엔 안나오지만 너를 쳐다 보는 경멸에 가까운 표정은 내가 이미 다 봤다. 음하하 모임에 내가 한 번만 빠지면 을영군 그새 화가 가라 않겄지? 그 담번 모임에서 보세? 호호홍... 흠!

 

사공이 젓는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다니다 보면 많은 수의 옛집과 거리를 접하게 된다. 이 곳은 배를 타지 않아도 거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거리다. 기념품 가게나 카페 그리고 길거리 음식이 즐비하지만 이곳은 왠지 관광지 치고는 비교적 덜 상업적인 분위기다.

 

우리를 위해 배를 열심히 저어주던 뱃사공. 이목구비가 잘생긴 양반이다.

 

이 곳 수로에도 대형 교차로(?)가 있어 갑자기 넓어진다.

 

이 곳이 나룻배의 종점이다.

 

청대의 우체국이 고스란히 남아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이 자그마한 미니박물관 안에는 우체국에서 당시 사용하던 물건들과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그냥 갈 수 있나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가야지.

"낼와유. 지금은 업무시간 마감중이라 우편료가 따따블로 올라가는디유. 돈 있슈? 읍쓰면 가유."

 

 

배를 타고 지났던 길을 이번에는 걸어서 되돌아 간다. 아래 사진에는 우리를 태워 이동시킨 그 뱃사공이 다음 손님을 벌써 태우고 우리가 선 다리 아래를 지난다.

 

나는 이곳을 중국의 베니스라는 둥 식상한 이름 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유쾌하지 못한 부제목을 붙이곤 한다. 산토리니를 그리스의 동피랑마을이라고 하면 안되나? 안되긴 왜안돼. 오늘부터 산토리니는 그리스의 동피랑 마을이다. 알간? 여긴 상해의 운하. 이탈리아에 가면 거긴 이탈리아의 상해운하다. 난 내방식대로 살거야.

 

 어쨌든 한 컷.

 

되돌아 걷던 길에는 간이 음식점도 많고 기념품 가게도 많다. 맥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좋아하는 내 눈에도 흔치 않은 맥주들이 눈에 띤다. 허, 희귀맥주 깨나 찾아다니는 나지만  여기엔 모르는게 많다. 과즙이 섞인 람빅 맥주 린데만스의 크릭과 프롬브와즈, 리프만스의 프롬브와즈 말고는 전부 모르는 이름일쎄. 가만 보니 여성 고객을 주 타깃으로 연 카페인듯하다. 초컬릿을 함유한 스타우트와 과즙 함유의 크릭과 프람브와즈만 봐도 술 못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라는 표가 나고, 여기에 덧붙여 여자를 위한 제품이라는 암시의 그림이 그려진 레이블의 맥주가 두 가지나 되는걸 보면 그런 것 같다. 못보던 맥주만 보면 길가다 말고 들어가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선 그냥 지나치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런 카페 흔치 않은데. ㅋㅋ  ㅡ,.ㅡ; 

 

기다리던 점심시간. 여행가면 로컬 푸드에 집중하는 나지만 한국음식점에서의 식사는 여행사로선 최대의 배려인 셈이니 군소리 말고 먹자. 

 

우리네가 기르는 금붕어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의 관상어다. 못보던 애들이라 그런가 더 예쁜 것 같군.

 

된장찌개가 아닌 쌈장찌개지만 맛은 외국에서 먹는 한국음식 치고는 그래도 상당히 제맛을 낸다. 아무리 먹고 살기위해 하는거라지만 외국 나가면 할거 없으니 특별한 솜씨나 비법도 없이 개나쥐나 음식점 열어 한국음식 망신시키는게 문제다. 이 집 정도면 오케이.

 

이번엔 진주가게다. 줄 사람도 없는 진주가게 들어갈 일도 없고 나는 칭다오 맥주 한캔 사서 차안에서 마시고 남는 시간동안 차 안에서 낮잠을 즐기며 여행에 조금은 지친 몸뚱이에게 휴식을 줘가며 안에서 영업활동에 끌려다니던 일행을 속으로 놀려먹어 봤다. "재밌냐?" ㅎㅎ.

 

다음으로 들른 곳은 상해 최대의 볼거리 중 하나인 예원이다.

 

명과 청대의 대표적인 강남정원으로 소주의 4대 정원과 함께 강남 명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라 한다.

 

여기저기 삐죽삐죽한 용마루와 처마를 가진 건물들이 포진해 있어 그 안의 골목을 누비는 재미는 결코 작지 않다.

 

예원은 명대의 관료였던 반윤단이 부친 반은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18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한 것이 시초라 한다. 당시 점유면적은 5만제곱미터. 설계자는 당대의 명인 장남양이었다고 한다. 그 후 날던 새도 추락시키던 세도가 반씨 집안은 쇠퇴를 거듭해 일부가 성황묘 후원으로 사용되는 수모까지 겪었다고 한다. 그 뒤 아편전쟁 후 약탈을 당했고, 1860년대에는 태평천국군의 군사기지로까지 사용되었고, 이후 청나라 관군에 의해 폐허가 되었다. 이후 청나라 말기를 겪으며 서양인들에 의해 점령되었다. 중국의 혁명 후 중국정부에 의해 당초 부지의 40%인 2만 제곱미터의 원형을 복원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라고 한다. 과연 원형일까. 알수가 있나. 어쨌든 지금 남아있는 예원은 1961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한다.

 

이 곳은 예원에서도 랜드마크로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곳 중 하나인 구곡교. 이 곳에 놓여진 다리가 아홈번각도를 꺾었다 해서 구곡교라 불린단다. 아홉번 꺽으면서 아홉개의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랬다는 둥 당시 세도가였던 반씨 가문에 원한을 가진 원혼들이 찾아 오더라도 귀신의 침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그렇게 건설했다는 둥 말이 둘로 갈린다고 한다. 어쨌든 일케 만들어 놓은 사람은 이세상을 떠났으니 의도를 알 길은 없고... 구곡교래. 귀곡교라고 부르면 더 재밌잖아.

 

 

이 곳이 그나마 속살을 볼 수 있는 구역이지만 문을 이미 닫았다. 우리가 본 것은 결국 구곡교를 빼면 껍데기만 봤다는 얘기.

 

그래도 좋다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은 놈들과 함께한 아주 쬐금 좋은 여행이 아니던가.

 

여기서 성대군의 입심을 다시 논하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성대군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너스레를 떨고 있고, 주변인들은 성대군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이 아닌 성대군 자신을 보고 있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주변인들 다들 웃기까지... 도대체 무슨 야그를 했던건지 당시 사진을 찍고 있었던 나도 궁금하다.

 

이 번엔 여러 사람이 따라서 손가락질을 하지만 눈은 모두 성대군에게 쏠렸다.

 

엉? 이번엔 모두가 그 방향으로 눈길을 틀었다.

 

내가 찍어놓고도 도통 모르겠다. 도대체 화제가 뭐였지? 이제야 시들시들해져 가는구만...

 

예원에서의 단체 기념사진. 누가 누구인지는 2편에서 주구장창 설명했으니 패쓰!

 

저녁식사에는 대단한 감동은 없고 딤섬이 그나마 가장 먹을만했던 음식으로 기억된다.

 

식당에서 나오자 한 상인이 석환군에게 장난감 하나를 보여주자 신기한지 이리 해보고 저리해 보니 상인이 새걸로 한 개 내준다. 어린마음에 선물인 줄 알았는지 10위엔이라는 말에 무척 당황해 한다. 당황해하는 석환군과 그 당황한 표정을 읽으며 지쩍어하는 상인의 표정도 재미가 있다. 동심에 상처를 주다니. 허허... 참.

 

다음 코스는 유람선. 벌써 네번째 타는 배다. 상해, 소주, 항주 여행이 배로 시작해 배로 끝나는갑다. ㅎㅎ

 

강바람 차운 강 건너편 쪽으로는 와이탄의유명 건물들이 배타고 자나며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동방명주가 단연 눈에 띤다.

 

와인탄의 건물들.

 

3D 파노라마 사진.

 

 

단체 사진.

 

2세들의 단체사진. 왼쪽부터 인회(성대 주니어), 지원(승춘 주니어), 석환(을영 주니어), 지웅(종환 주니어1), 지혜(승춘 주니어) 이들은 초면일텐데도 금방 친해진다. 세대가 우리와 달라 그런건지 아님 아빠들이 워낙 친하니 자연스레 녹아든건지 어쨌든 보기엔 참으로 좋다.

 

각하들의 단체사진 역시 건너뛸 수 없지. 안희숙님(종환군의 각하), 노경희님(승춘군의 각하), 최정흔님(영표군의 각하), 김미림님(을영군의 각하), 조영이님(성대군의 각하).

 

한국의 광고 매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옛날 같았으면 신기했을 모습이다.

 

아마도 베네수엘라의 여행객이었던 것 같다. 그새 외국인과 가까워져 대화가 트인 2세들. 우리때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적극적인 모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생겨 이 친구도 좋은 모양.

 

싸카쓰도 똑같은거 맨날 보면 재미 없다는데 두 번이나 봤다. 전날 본 기예와는 다른 것들이 있으니 볼만은 하다만 어쨌든 중국 기예단의 서크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그 기술은 감탄할만하다. 이 날 일정이 종료된 뒤 성대군이 상해에서 선배를 만나기로 하면서 성대군 가족에겐 야시장 계획이 생겼다. 인회군이 함께 가자고 제안해서 함께 가려 했다가 날이 너무 늦어 안가는줄 알고 나머지 사람들의 맥주 파티에 합류했다. 새벽에 돌아온 인회군의 실망은 어지간히도 컸던 모양이다. 이곳엔 야시장이 없고(중국땅에 야시장이 없다면 이건 좀 이상한데...) 그저 양꼬치만 먹고 돌아왔단다. 날도 어지간히 찬 날인데 고생이 많았겠다. 어쨌든 3일째 밤도 이렇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