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8(일)
이 날은 마사유키가 넘겨준 레코드샵 관련 자료를 들고 스스로 레코드 가게를 찾아 다닌 날이었다. 우선 시부야로 가 역을 나오니 가장 먼저 눈에 띠는 하치코상. 하치코는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개의 이름으로 주변 사람들이 이를 갸륵하게 여겨 세운 동상이라고 한다. 갑자기 14년전 떠나 보낸 나의 애견 메기 생각이 떠올라 13년을 키운 그녀석이 눈에 밟힌다. 그 녀석도 이녀석 만큼 충직한 개였는데... ㅡ,.ㅡ;
시부야의 한 백화점 외벽에는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가 돌며 음악소리를 내곤 한다. 신기해서 한 컷.
시부야에서 정보도 없이 아침겸 점심을 먹자니 마땅한 곳이 없었다. 아래 사진의 음식점은 일본의 중국 음식점. 그나마 사람이 많길래 함 들어가 봤다.
안에 들어가 보니 일단의 남녀 청년들이 시부야에서 밤새 술 마시고 자다 뒤늦게 나와 해장술을 하는지 아침부터 술과 음식을 시켜 먹고 다시 취한 것 같다. 서로 목소릴 키워가며 대화(?)를 한다. 원형 카운터 가운데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던 조리사들 중 가끔씩 눈길 흘기는 나이드신 분들의 얼굴 표정은 경멸에 가까웠다. 나는 이 상황이 신기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모습이 상반되게 그려져 오히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아래 사진은 기 곳에서 시켜 먹은 음식. 흥건한 기름에 야채를 볶고 그 위에 물을 부어 국물을 만든 뒤 면을 넣었다. 달고 느끼해서 아침식사로는 그만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시 주면 안먹는다. ㅡ,.ㅡ;
16th visiting: Disc Union in Shibuya
열 여섯 번째 방문지: 디스크 유니온 시부야점
레퍼토리: ★★★
가 격: ★★★★
※ 관심 분야가 아닌 헤비메틀관은 보지 않았으며, 락관을 주로 보았음. 고전락의 퍼토리는 의외로 풍부하지 않은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됨.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시원찮으나마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디스크 유니온 시부야점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꼭데기층부터 가봤다. 아주 일부를 제외하곤 나에겐 관심 밖인 헤비메틀관이었다. 락관으로 가봤다. 의외로 고전락 레퍼토리가 빈약한 편이었다.
이 곳에서 고전 락 중 사보이 브라운의 음반 중 하나가 영국 초반으로 눈에 띠었다. 내가 고른 여러 장 중 하나였는데 갖고 이리 저리 다니며 구경하다 이노무걸 어딘가 다른 앨범위에 세워 놓았다가 빠지 쑥 들어가 버린 모양이다. 아직도 그놈의 판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비지스 1집 미국 초반과 메리 홉킨 Post Card 미국초반을 저렴하게 건졌다. 여기선 그걸로 족한다.
17th visiting: RECOfan in Shibuya
열 일곱 번째 방문지: 레코팬 시부야점
레퍼토리: ★★★★★
가 격: ★★★
※ 너무 방대해서 재즈만 뒤지다 나온 관계로 다른 장르의 레퍼토리는 돌아 볼 겨를이 없었음. 재즈 레퍼토리는 다녀 본 중 최고였으나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음. 다만 연말 행사 기간이라 많은 음반을 집었던 곳으로 기억됨. 평가내용은 주관이 개입되었음을 밝혀 둠.
다음으로 들른 곳은 그 곳에서 멀지 않은 RECOfan 시부야점. 그리 멀지 앟은 곳이지만 대형건물의 한 층에 있는 곳이라 약간 헤맸다. 입간판 4층에 해당 간판을 확인하고 올라가 봤다.
우리는 레코팬 시부야점의 규모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엄청나게 넓은 한개 층을 전부 레코드와 CD로 가득 채웠다. 어디서부터 봐야할지 난감했다. 한 곳을 뒤지다 보니 많은 재즈 음반이 나왔다. 한참 정신없이 뒤지다가 다른 쪽으로 가보니 장르별로 코너가 다시 있었다. 구분 없던 얘들은 뭐여? 코너별로 구분된 곳으로 들어갈 자리가 없는 애들을 따로 모아 두었던 모양이다. 한참을 뒤지고 대충 다봤다고 판단(?) 했을때 발견한 재즈 전문 코너로 가서 뒤지다 보니 별 물건이 다나왔다. 이 날 이 곳이 마지막이 될 정도로 우리는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낼만큼 레퍼토리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물론 행복하게 말이지. 우리는 이동할 때마다 엄청 골라 놓은 음반들을 들고 이동하며 고르고 또 골랐다. 경비도 그렇지만 갖고 돌아갈 짐도 걱정되고 수량을 조절해야 했다.
이런 물건들이 여기서 막나온다. 아래 음반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반된 바 있는 블루노트의 음반이다. 이게 초반은 아니지만 60년대초의 재반으로 나왔다. 한국에서라면 얼마를 받았을까. 어쨌든 생각보단 저렴하게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그래서 이걸 덜컥 또샀다.
전반적으로 다른 매장에 비해 결코 가격이 착하진 않다. 하지만 연말 세일 기간중이어서 장당 무조건 200엔을 깍아준단다. 다른 곳에 비해 세일 폭이 약간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고가판을 살수록 손해나는 이상한 세일법이다. 좌우당간 여기서 엄청 샀다. 누군가 판을 고르는 우리의 눈을 봤다면 분명 우리의 상황은 정줄놓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지치기도 했지만 우리가 가진 가방과 한 사람이 운반할 수 있는 레코드의 수량을 감안해 절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원하면 한 곳 정도는 더 갈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정신 차리기로 했다.
흐믓해 하며 음반을 쓰다듬으며 호텔에서 잠시 쉰 뒤 기배군과의 약속 장소인 신주쿠 거리로 다시 나갔다. 기배군은 일본에 오면 항상 들르는 곳이라며 한 이자카야로 우릴 안내했다. 우린 모두 저녁을 아직 먹지 않은 상태였다. 분위기는 우리네 이자카야 그대로라 새로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안주의 다양함과 값에 있어선 차이가 컸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산토리 생맥주다. 따라 놓은 맥주를 앞에만 놓아도 향긋한 몰트와 호프의 조화된 향이 코끝을 사정없이 찔러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주문한 안주 중 생고등어를 불로 지져 만드는.... 뭐 그런거 있대면 있는줄 알어. 화상입은 생선살. 이거 아주 맛있다.
낙지를 다져 초양념한 안주. 이거 역시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이거 사실 잠실 쪽 어느 이자카야에서 먹어 본 적은 있다.
오둘뼈를 튀긴 안주. 이거 역시 우리 입에 잘 맞고
야끼도리. 일본 와서 이거 안먹어 보면 안온거나 다름없다... 말하면 안먹고 돌아간 사람한테 뒤통수 맞겠지? 칠테면 쳐라. 어쨌든 내생각이 그런데 뭐 으쩔라구?
호피. 이 것은 맥주도 아닌것이 맥주 맛을 낸다 해서 주머니가 얄팍한 일본의 대학생들이 즐겨 먹는 맥주 대용품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한 번 맛은 봤다. 개성이 약하다. 난 걍 산토리로 간다. 말리면 죽어.
화상입은 회와 화상 안입은 회, 날새우 기타 등등이 한접시에 예쁜 장식까지 달고 나왔다. 한국 같으면 이게 얼마였을까. 어쨌든 이것도 무척 싸다. 환율 덕이라지만 일본의 불황이 느껴질 정도다. 여기서 셋이서 저녁을 겸해 배터지게 먹었지만 정작 계산을 해보니 1만2천엔 조금 넘게 나왔다. 비행기 값만 아니면 주말마다 오고 싶을 지경이다.
일본은 가는 곳마다 슬롯머신 가게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전문적인 노름꾼은 아닌 모양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곳에서 노는데 한 번에 그다지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터지는 재미도 무척 쏠쏠하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속임수도 없고 오락의 하나로 자릴 잡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건전하다고 보긴 조금 그렇지 않을까 한다. 걍 내 생각이라고.
기배군은 모처럼 일본에서 나를 만났으니 우리와 함께 한잔 더 하고자 했지만 비지니스로 온 사람에겐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 쉬는게 상책 인듯해 먼저 들어가 쉴 것을 권하니 두말 않고 들어간다. ㅎㅎ 바람소리군과 나는 부족한 알콜을 더 섭취할 겸, 며칠동안 굶주린 음악적 욕구를 달래기 위해 재즈바를 찾기 시작했다.
개구리 뒷걸음질에 소 잡았다. 찾아 가려던 재즈바 DUG가 우연찮게 눈앞에 나타났다. 이 곳에 대한 정보를 마사유키군이 주고 갔지만 음반을 호텔에 두고 나오면서 이곳을 찾아오는 약도도 같이 두고 나온 탓에 약간의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분위기는 그런대로 즐길만한 곳이다. 하지만 이 곳은 맥주값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음향도 용량이 약해 음악을 즐기는데 있어서는 역부족이었다. 갑자기 진보초에서 마사유키군의 안내로 들렀던 재즈바의 사장님 내외분, 그리고 블루노트 초반의 따스한 음색, 섬세한 음향시설, 비싸지 않은 맥주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길 또 언제 가리.
아쉬우나마 여기서 몇 잔 마시며 음악을 즐겨 봤다. 만만치 않은 맥주값을 지불해 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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