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6(금)
잘거 다 자고 나서 마사유키와의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기 위해 준비 다 마치고 나니 가장 중요한 카메라가 눈에 띠질 않았다. 그럴리가 없는데... 아뿔싸! 갖고 들어온 기억이 없다. 이거 도대체 어디다 흘린거냐. 마실물 샀던 편의점? 술과 안주를 산 주류전문점? 설마 지하철? 오모이데 요코초에서 마지막으로 나올 때 사진을 찍었으니 어디엔가 흘린 것이 그 이후인 것만은 틀림 없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주류전문점. 아 이거 젠장. 그거 거그 엄쓰면 멘붕인디. 아침에 서둘러 주류전문점부터 가봤다. 안내문엔 영업시간 시작시간이 10시. 마사유끼와의 약속은 신오쿠보역 다음역인 다카다노바바역에서 9시. 바람소리군과 함께 다카다노바바역으로 걸어가며 머릿속에 맴돈 것은 그저 카메라 생각 뿐이었다. 비싸게 준 카메라였던건 둘째치고 그 안의 칩 때문에 더 애가 탔다. 마사유키군은 늦지 않게 도착한 우리보다 더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마사유키군과 바람소리군의 첫 대면이 있은 후 사연을 이야기하고 먼저 그 주류점으로 같이 되돌아 가기로 했다. 다행이 카메라는 주류전문점에 보관이 되어 있었고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그 기념으로 한 컷. ㅡ,.ㅡ;
마사유키군은 우리를 진보초로 데리고 깄다. 지난 여름에 내가 처음 레코드 가게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가보라고 조언해 줬던 바로 그곳이다. 아래 사진은 레코드 가게와는 상관이 없고 그저 계단이 마음에 들어 한 컷 담아 봤다.
6th visiting: Fuji Record Branch in Jinbocho(재즈 및 클래식)
여섯 번째 방문지: 후지레코드 진보초 분점(재즈 및 클래식)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다음으로 들른 곳은 후지레코드 진보초 분점이다. 안에 들어가 클래식만 조금 보고 나왔다. 이 집은 가격이 적잖이있는 편이다. 지난 여름 들렀던 곳인데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34장이나 집어갔던 곳이기도 하다. 그 땐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흔치 않은 재즈음반이 나온다는 이유로 마구 집어 갔던 곳이다. 그러나 신주쿠를 들렀다 온 나는 전보다는 아주 쬐끔 신중해졌다. 바람소리군은 재즈를 열심히 보더니 가격이 안맞는다며 나왔다. 나는 그시간 이 곳에선 그냥 구경만 했다. 정경화 바흐 무반주를 영국 초반을 살까말까하다 내려놨다. 짝짝짝...! 참 잘했어요.
다음으로 들른 곳은 비교적 골목에 위치한 "레코드" 문을 아직 안열었다. 10시에 여는 곳도 있고 11시에 여는 곳도 있는데 이 집이 11시에 여는 집이었던 모양. 일단 다른 집부터 들르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라멘집은 길게 줄을 늘어서 장사진을 치곤 했다. 아래의 라멘집은 아주 작은 곳이라 줄 끝에 선 사람들은 엔제나 되야 먹을지 보기만 해도 심란하다. 어쨌든 여기선 안먹었다.
7th visiting: Fuji Record Main Store in Jinbocho
일곱 번째 방문지: 후지레코드 진보초 본관
레퍼토리: ★★★★
가 격: ★★☆
※ 재즈 위주로만 보았으며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이 곳은 좀 전에 들렀던 후지레코드 본점이다. 역시 진보초에 있지만 거리는 도보로 10 여분 거리였던 것 같다.
이 곳은 레퍼토리가 아주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방금 들렀던 분점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일본에서만 찍은 본토 미발매반 두 장이 완벽한 상태에 OBI까지 달고 나왔다. 게다가 견본반...?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그냥 집었다.
다음으로 들른 길건너의 토니레코드. 여기도 아직 안열었다. 다른 곳부터 들른 뒤 되돌아 오기로 하고
8th visiting: "Record" in Jinbocho
여덟 번째 방문지: "레코드"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그래서 다시 레코드로 가봤다.
문을 열었지만 레퍼토리는 우리가 찾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냥 나왔지만 바람소리군은 한 장 집었다. 가격은 우리가 찾는 물건이 없어서 그렇지 괜찮은 가격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마사유키군이 사전에 조사해 둔 우동집으로 갔다. 한동안 줄서서 기다리다 들어가니 안에서는 손님을 순서대로 긴 테이블에 수납(?)해 앉힌다.
면발은 쫄깃한데다 굵어 식감이 여간 좋은게 아니었다. 국물은 살짝 달콤하면서 새콤하고 깔끔하다. 의외로 함께 주문한 튀김은 별로다. 가지튀김과 양파튀김. 한국에선 그닥 인기있는 튀김재료는 아니다.
한참 손님 많은 여름엔 밖에 서서 먹을 수 있도록 간이 테이블도 내놨다. 나라면 일케 먹고싶진 않은디... ㅡ,.ㅡ;
9th visiting: Disc Union in Jinbocho
아홉 번째 방문지: 디스크 유니온 진보초점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점심 먹고 민생고가 해결되자 우리는 승냥이모냥 판가게를 찾아 다시 떠났다. 다음으로 들른 곳이 디스크 유니온 진보초점.
이 곳은 공간이 유독 좁다.
이 곳에선 재즈 뿐아니라 락도 정성껏 뒤져봤다. 열심히 뒤지다 보니 롤링 스톤스, Aftermath 영국 모노반이 나온다. 매트릭스 넘버 1과 4로 비교적 초기 프레스다. 그런데 값도 착하다. 망설입 없이 집었다. 값이 싼데는 이유가 있었다. 레코드를 플레이어에 얹으면서 중앙 레이블이 축에 긁힌 자국이 엄청 많았다. 그래도 착한 값때문에 망설임 없이 집었다.
블라인드 페이스 동명 타이틀의 영국 초반. 이것도 가격이 생각보다 착하다. 역시 집었다.
재즈도 적지 않게 집었지만 그 중 행크 모블리의 정규 음반과
같은 재킷의 본토 미공개 일본 프레스 61000번대 음반도 집었다. OBI는 없지만 상태는 완벽에 가깝다.
10th visiting: Nanakuli in Jinbocho
열 번째 방문지: 나나쿨리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 내용은 본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재즈, 락, 블루스 등을 위주로 보았으므로 다분히 사견임을 밝혀 둠.
이 곳은 우리가 원하는 레퍼토리는 전혀 없었다. 재즈도, 락도, 클래식도 원하는 레퍼토리는 없다.
이 곳에서 블루스 세션 음반 2장짜릴 집었는데 가격만 놓고 보자면 다녀본 중 최고였다.
11th vising: Tony Record in Jinbocho
열 한 번째 방문지: 토니레코드
레퍼토리: ★★★★
가 격: ★★★☆
※ 락과 재즈를 보았으며 재즈는 비교적 레퍼토리가 풍부하나 락과 팝은 그다지 많다고 보긴 어렵다고 봄. 사견임을 밝혀 둠.
이 번엔 토니레코드로 발길을 다시 돌렸다. 그새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도 적지 않은 재즈 음반을 집었다. 가격은 평균치 수준. 이 곳도 음반 상태는 아주 좋은 편이지만 일본에선 워낙 상태 좋은 음반만 내놓다 보니 이 집은 재킷이 조금 헐은 음반도 보이지만 이건 가끔씩이다.
12th visiting: Zebra in Jinbocho
열 두 번째 방문지 제브라
레퍼토리: ★★★
가 격: ★★★★★
※ 후미진 곳에 있고 레퍼토리는 클래식 락은 잘 보이지 않으나 재즈 음반은 비교적 많이 보임.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이런 후미진 골목까지 와보게 된 것은 순전히 마사유끼군의 섬세한 배려 덕이었다.
간판도 벽에서 돌출한 세로 간판만 있고 가로간판 없이 출입문에 상호명만 달랑 표기한 탓에 뭐하는덴지는 안을 들여다 봐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일어를 몰라서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제브라란다.
안에선 젊은 처자가 가게를 보고 있는데 사장이 네팔을 좋아해 그곳에서 사온 기념품도 같이 팔고 있었다. 기념품보다는판에 관심이 훨씬 더 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곳의 레퍼토리는 가게 규모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가격은 다녀본 중 최고였다. 여기서는 가격에 힘입어 마구 집었다. 좋은 재즈음반, 특히 갖고 있지 않은 블루노트만 나오면 기냥 집다시피 했다. 이 집 강추할만하다.
아침부터 엘피 가게들만을 돌아본 탓에 몸이 지쳤다. 어디엔가 앉아 쉬고 싶었다. 우리가 힘들어 하자 마사유끼가 갈만한 곳이 있다며 따라 오란다. 레코드 가게는 아니라나? 뭐하는 데냐니까 비밀이라며 따라 오기나 하란다. 웬 건물 바깥 외벽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4층건물이었던가? 올라가다 보니 종이박스에 담겨진 폐기물도 길을 막고 심지어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임시로 담은 박스로 보이는 물건들도 계단을 반 이상 차단했다. 이런델 왜 올라가지? 4층인가 꼭데기층에서 안으로 드는 문을 열었다. 엥? 또하나의 장애물. 작고 앙증맞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앞을 막고 버티고 있었다. 얘를 한 쪽으로 밀어 살짝 비켜 놓은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누군가 아니, 우리가 오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는 분위기 같았다. 이 곳이 자그마한 재즈음악 카페 입구였다.
알고 보니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는데 마사유끼는 우리가 심심할까 걱정스러워 그랬는지 장애물 경기를 하게 만들었지만 사실 마사유키군도 이 곳은 처음 방문이었다. 그저 인터넷상으로 뒤져 이런 명소가 있다는 것을 우릴 위해 조사해 둔 것이었다. 이 곳은 Adirondack Cafe 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이 곳엔 두 명의 주인과 두 명의 손님이 있었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들어오니 새로운 분위기에 신기한듯 우릴 봤다. 이 곳에서 한동안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보아하니 있어보이는 매니아 은퇴부부가 하시는 카페다. 사장님은 재즈 초반만 틀어 주신다. 우리는 재즈음반이 귀해서 일본반만 봐도 쩌는데 이 분들은 소리가 않좋다며 일본반을 개무시 하는 모습에 약간의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분들이 소장하신 초반들 도대체 얼마의 돈을 들였을까. 훌륭한 오디오에 미국 블루노트 초반의 섬세하고 따스한 음색. 음... 다시 가보고 싶군. 도시바 EMI의 음반을 꺼내며 오늘 돌아다니며 이런 것들을 주로 샀다고 하자 반가와할 줄 알았던 사장님과 손님의 표정이 오묘하다. 럭셔리 매니아들 앞에서 내가 너무 까불었나보다. 사모님은 외국인 재즈매니아의 방문이 신기하신지 이것저것 연신 물어보시곤 했다. 상당한 지식인들이신지 사모님 영어실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암튼 상당히 인상깊은 곳인 것만은 틀림없다. 다음에도 일본에 갈 일 있으면 꼭 다시 들르 곳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13th visiting: Turntable in Jinbocho
열 세 번째 방문지: 턴테이블
레퍼토리: ★★★
가 격: ★★★☆
※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역시 약간은 후미진 곳. 마사유키군의 조사 덕분에 올 수있었던 곳으로 턴테이블이라는 이름의 레코드샵이다.
이 곳도 가격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사장님은 한국계 일본인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김용남"으로 소개했다. 첫인상엔 전형적인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ㅎㅎ 레코드점 순례중이라니까 여기저기 추천 레코드점과 약도까지 친절하게 곁들여 추천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단 4박5일 일정이어서 그의 추천까지는 소화할 수 없었다.
14th visiting: ???? in Jinbocho
열 네 번째 방문지: ????
레퍼토리: ★★
가 격: ????
※ 본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재즈, 고전 락 등을 위주로 보았으며 그러한 레퍼토리는 별로 보이지 않음. 평가내용은 사견임을 밝혀 둠.
그 뒤로 찾아간 곳은 규모가 아주 작고 음반도 그리 많지 않은 한 집에 들어가봤다. 나도 클래식 깨나 듣고 재즈는 물론 고전락이나 포크도 남들 듣는 만큼은 듣는다. 그러나 이 곳에선 아는 레퍼토리가 거의 없었다. 이 곳은 아마도 특수 분야의 특화된 샵이 아닐까 나름 추측해 본다. 말을 좀 함부로 하자면 똥판밖에 없다. 하지만 가게를 내고 운영한다는 얘기는 내가 모르는 매니아들이 있단 얘기다. 어쨌든 나의 관심사와는 전혀 거리가 먼 곳이어서 15분만에 밖으로 나왔다.
이젠 지치기도 많이 지쳤지만 배도 고팠다. 마사유키군은 우리를 다시 다카다노바바로 데려가 유명한 돈가스전문점으로 데려갔다. 우리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몇 몇명이 밖에 줄을 서 있었다.
출입문에 붙은 상호명. '나이쿠라'인가보다.
돈가스는 우리처럼 바삭하게 튀기지 않아 표면이 부드럽다. 속을 보니 기름기 있는 부위를 쓰지 않는 우리와 달리 지방이 많이 낀 고기를 써서 만들었다. 육질 부드럽고 육즙 풍부하기가 장난이 아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간장이 아닌 소금을 찍어 먹으라고 내준다. 우잉? 머여 이건? 먹어보니 선입감과 달리 간장과 함께 먹는다면 고유의 맛이 사라질 것 같았다. 아마도 간장으로 인해 재료 고유의 맛이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육즙도 육즙이지만 고기 사이에 낀 지방은 부드러움과 돼지고기 특유의 앝은 맛이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우린 왜 이런 돈가스 전문점이 없는건지... 바람소리군은 딸려나온 쌀밥에 찬사를 보냈다. 아닌게 아니라 기름기 흐르는 쌀알 표면의 보는 즐거움에 더해 씹을 때의 식감과 혀끝에서 감도는 단맛, 그리고 풍부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저녁을 정말 맛나게 먹었다. 전날 오모이데 요코초에서의 술이 과한건지 오늘의 강행군이 우릴 그렇게 만들었는지 우리는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돌아가 일찍 잤다. 마사유키군도 우리와 함께 묵기 위해 내게 숙소를 함께 잡아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같은 호텔엔 방이 없어 다른 곳에 방을 잡아 주었다. 우릴 위해 일부러 외박하는 마사유키군에겐 미안했지만 이 날은 자는게 최선일 것 같았다. 그는 우리가 잡아 놓은 숙소로 갔고 우리는 신오쿠보의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캔 더 따고 담날을 위해 잤다.
'배낭여행 > 13 일본 the 5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레코드샵 순례기5(다카다노바바/우에노) (0) | 2013.12.18 |
---|---|
도쿄 레코드샵 순례기4(시부야) (0) | 2013.12.18 |
도쿄 레코드샵 순례기3(신주쿠 재방문/마사유키의 초대) (0) | 2013.12.18 |
도쿄 레코드샵 순례기1(신주쿠) (0) | 2013.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