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2 페루·네덜란드 the 2nd

오락가락 페루 4-1(마추픽추)

코렐리 2012. 5. 4. 16:56

2012.2.2(목)

전 날 도시락 준비 대충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우리는 03:50경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전날 프론트에 부탁했던 차량은 04:30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준비를 마친 뒤 내려가 본 프론트에는 카를로스가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정시간이 넘어가면서도 소식이없자 초조한 생각이 들어 카를로스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5분 뒤에 도착한단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자 나는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열차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일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기차표, 셔틀버스 티켓, 입장권의 작지 않은 경비와 금쪽같은 우리의 시간을 책임져 줄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닐텐데 무슨 배짱인가 했다.

'아 스발. 도대체 이 씁쌔가 올껴 말껴. 오면 모강질 콱..."

20분이 가까와짐에 따라 초조함보다 더 앞서 은근 화가나기 시작한 나는 나가서 택시를 잡을테니 오지 말라 연락해 달라고 했다. 그러곤 나가려 하자 카를로스가 만류했다 3분 뒤에 온다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시간 개념이 없어도 한참 없다. 물론 3분이란 말은 믿지 않았다. 결국 예정시간으로부터 25분 뒤인 04:55분에야 도착했다. 화가 났다. 카를로스가 불안한지 나를 따라 나왔다.

"지금 당신이 약속한 시간에서 25분이나 지났는데 그걸 알고 있는거요? "

운전기사의 표정은 '이 아저씨 왜 이러시나' 뭐 이런 표정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카를로스가 에스파뇰로 통역했다.

이 아저씨 얼굴에는 왜 그러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휴... 생각해 보니 이 곳 원주민들도 시간 개념은 별로 없을거라는 생각이 미쳐 이해심 조또 없는 내가 걍 이해하기로 했다.

"이 시간에 출발하면 충분히 기차를 탈 수 있으니 염려 말아요."

카를로스가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카를로스의 배려에 나도 누그러져 군 말을 접고 차에 올라탔다.

 

오얀타이탐보행 코스는 다시 가는 길이였지만 그 길을 달려가는 지금 이 시간엔 칠흑같은 어둠 속이었다. 여명이 밝아오고 가까운 산으로 낀 구름이 인상적이다. 산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작지였다. 단정하게 정리된 경작지는  재배되는 농작물에 따라 초록 구획, 연두 구획, 노랑 구획, 붉은 구획까지 다채로운 모양새여서 보는 눈이 즐겁다. 여기에 흑벽돌로 지어진 스페인풍 갈색지붕의 농가와 키 큰 나무들이 대지를 장식하고 그 사이를 구불구불 S자형의 도로가 뚫려 있고 우리는 지금 그 위를 달리고 있다. 대지를 에워싼 높고 푸른 산들은 가슴에 구름을 걸친채 머리에는 만년설을 쓰고 있고 이들이 이고 있는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탓에 보다 보면 넋이 다 나갈 정도다. 무릉도원이 저 안에 있을까... 역시 날이 밝은 뒤로는 경치에 넋을 놓느라 단 한 순간도 졸거나 잘 수가 없었다. 지금 어찌 보면 실제로 가서 본 유적지 그 이상으로 경치가 잔상으로 아삼삼하다. 

 

그럭저럭 여유있게 도착은 할 수있었다. 우리가 탈 기차가 대기중이었다. 

 

기차에 올라타 좌석을 확인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경치를 내다 보기 좋게 양 옆으로 뚫린 창 외에 위쪽을 올려다 볼 수 있도록 천장에도 밀폐창을 냈다.

 

우리와 마주 앉은 사람들은 현지인 남자와 백인 여자 커플이 사진 촬영을 가는지 망원렌즈 같은 거창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수시로 하는 애정표현이 같이 같이 앉기 미안했다. 말걸기도 뭐해 불편했다. 이래서 한 방향으로만 앉았으면 좋겠구만 왜 모르는 사람들하구 마주보게 만들었는지 원. 하긴 혼자 오면 이런 좌석배치가 친구 사귀는데 많은 도움이 되긴 하지.

 

강과 밀림을 낀 철로를 1시간 30분 달려 08:10쯤 아구아스 칼리 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기차에서 내려 역을 나서면 마추픽추행 셔틀버스가 줄지어 대기중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탔던 버스다.

 

경치를 보기 위해 우리는 맨 앞좌석에 앉았다. 서로 그다지 친하지 않은 탓에 나는 좌측 앞좌석 뜀군은 우측 앞좌석에 따로 앉았다. 내 옆에는 한국인 처자가 앉았다. 시치미 따고 모른척했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게 한국인인데 뭐.

 

생각보다 적지 않은 시간에 걸쳐 버스는 뱀처름 굽은 산길 도로를 이리빙빙 저리빙빙 도는동안 눈에 들어오는 경치와 올라갈수록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이는 강줄기와 밀림은 전엔 보지 못한 모양새의 절경이었다.

 

밀림 속의 산꼭데기인 셈이다.

 

입구에서 검표한 뒤 들어 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유적의 모습이다.

 

겨울에 비하면 여름은 비수기지만 비수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에 유적지 입구로 몰려들어 둘러보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꾸불꾸불 수풀 사이로 나 있는데 이는 마추픽추 유적 내에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대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을 오르다 보면 약간은 숨이 차지만 내려다 볼 유적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헥헥 거리며 오르는 이 길의 노고가 결코 수고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게다가 그 산아래 우루밤바 강을 낀 절경을 내려다 보는 것은 덤으로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장엄한 자연이었다.

 

드디어 마추픽추를 유적 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대에 올랐다. 아래의 사진이 바로 그 고지대다.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부터 하며 적지 않은 시간동안 내려다 보며 머문다.

 

뜀군의 글이다.

(누군가의 글에서 본 내용을 기억해보자면 마추픽추는 잉카문명의 작품이 아니라 기워넌 5~6세기에 형성 됐지만 마추픽추를 그 시대 건축물로 보기엔 너무 조악했기 때문이고 해발 2,00m높이에 그렇게 건축물을 지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받을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조물이어서 기원전에 지어졌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설이 있는데 여러 가지 나온 이야기들 중에 나에겐 가장 동의하고픈 이야기다.)

 

잠깐사이에 구름이 몰려와 유적을 덮고 나면 희미하게 보이는 유적의 모습은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가미된다. 아래 사진은 뜀도령이 찍은 사진으로 내가 찍은 사진과는 색감이 좀 다르다. 나는 이 곳에서 그다지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이 곳에서 머물 시간은 충분했고 와이나픽추부터 올라가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구조를 파악한 뒤 내려와 하나씩 뜯어 볼 참이었다. 그래서 덮어놓고 유적 반대편 끝에 있는 와이나픽추 입구부터 찾아 갔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중앙의 높은 봉우리 꼭데기에 와이나픽추가 있고 마추픽추 유적 보이는 끝에 와이나픽추 입구가 있다.

 

마추픽추는  중앙수로를 중심으로 남부 지역은 경지, 북부 지역은 주거지로 이루어져있다. 이 주거지는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하류층 거주지인 동부 지역과 상류층 거주지인 서부 지역으로 나누어 진다는데 이 높은곳에서도 계층의 구분이 있는것을 보면 권력의 맛이 궁금해지긴 하지만...

고대 도시의 실질적 관문이 아래 사진의 문이다. 

 

이 유적은 공중도시 또는 잃어버린 도시라고도 일컬어지데, 마추픽추는 본래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 군대를 피해 이 곳을 건설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실제로 이 곳 건축물들은 쿠스코 시내에 남아있는 잉카시대 유적들에 비하면 돌과 돌 사이의 이음새가 엉성하고 조악하기 짝이 없다. 이런 근거로 보자면 잉카시대의 유적이 아닌 그 이전의 건축물로 보는 시각에 대하여도 설득력이 있다. 스페인 군대를 피해 급조한 도시라면 쿠스코의 잉카유적처럼 섬세한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곳을 건설하는데 쓰여진 돌들은 이 곳에서 구한 것이 아니고 어딘가로부터 이동해 온 것이란 생각을 해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론이 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무 생각 없음. 

 

이 곳 마추픽추는 저 아래에서 내려다 보면 이런 도시가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뽀족하고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의 표고는 2,280미터라 한다. 이 곳 주변의 산들은 깎아지르는 각도로 솟아 있다. 묘한 모양새다.

 

피사로가 이끄는 200명도 안되는 스페인 군대가 쿠스코를 침략해 왕까지 체포되자 잉카인들이 비밀기지 빌카밤바를 건설했다는 오랜 기록에 의거해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렘 빙엄이 1911년 잡풀로 뒤덮인 이 유적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 기록이라는 것이

"매우 높은 산 위에 있으며 정교한 기술로 건조된 장대한 건물이 우뚝 솓아 있다"

는 정도였다고 한다. 

 

마추픽추를 발견함으로써 빌카밤바를 찾아냈다고 믿었지만 잉카인들이 지니고 있었다는 황금이 발견되지 않아 빌카밤바는 이보다 더 오지에 있는 것으로 결론내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황금을 가지고 올라올 수 있었다면 갖고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누가 황금을 흘리며 이사를 가겠어? 에이... 아닌거 같애. ㅡ,.ㅡ;  

 

이 계단식 밭(안데네스)은 이 곳이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건설된 시설이다.

 

가이드북에 나온 얘기를 빌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마추픽추를 떠날 결심을 한 잉카인들은 '태양의 처녀들'과 걷지 못하는 노인들은 마추픽추 일각에 있는 묘지에 묻었다고 한다. 이는 공중도시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산을 내려가 스페인인들의 손이 닿지 않는 2ㅔ 2의 잉카제국을 찾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레 짐작으로 하는 이야기 치곤 넘 리얼하지 않나? ㅡ,.ㅡ;   

 

어쨌든 우리는 유적을 지나며 대충 눈으로 보고 와이나픽추 입구부터 가봤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 한 명씩 허가를 받아 입장하고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적지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 곳에서 우리가 보낼 시간은 충분하기에(사실은 남아돈다고 해야 솔직한 얘기지) 초조할 일도 없었다.

 

드디어 와이나픽추 입구에서 티켓을 내밀고 명부에 이름을 적은 뒤 오르기 시작했다. 이 곳은 마추픽추 입장권 외에 와이나픽추 입장권을 포함해 구입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이고 명부에 이름을 적는 것은 조난자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 물론 와이나픽추 등반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찾아 내려온 시각을 스스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와이나픽추를 오르는 관광객들이 내려다 보인다.

 

등산을 자주한 사람들에게도 오르기에 그리 용이하지 않은 급경사가 계속 이어졌다. 날까지도 더웠다.

 

2/3 정도 오르다 마추픽추를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

 

올라와서 내려다 보니 계단식 밭이 2/3는 차지하는 것 같다. 저 정도면 우림지역인 만큼 다모작이 가능했을테고 그러면 자급자족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다.

 

정상에 도달할수록 급경사는 더 심해져만 갔다. 발을 잘 못 디디면 본전도 뽑지 못할만한 곳의 연속이기도 했다.

 

마추픽추로 연결되는 지그재그형 도로도 인상적이다. 관광객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지그재그 내려갈 때 원주민 소년이 계속 버스를 앞질러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인사했던 시절이 있었다.

 

유적지를 나와 버스를 타고 떠나는 관광객들을 향해 "굳 바이!" 하고 한 소년이 인사한다. 버스가 그 소년의 앞을 지나치고 시야에서 저 뒤로 사라져 간다. 그런데 계속 가다 보니 방금 인사했던 그 소년이 또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그 소년이 그 소년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소년은 다시 버스 승객들을 향해 소리쳐 인사한다. "아디오스!" 버스 승객들은 저 위에서 인사한 소년이 날아왔는지 축지법을 썼는지 아님 귀신인지 헷갈려 한다. 버스가 계속 저지대를 향해 내려 간다. 어라? 그 소년이 또 버스를 앞질러 다른 언어로 인사한다. 이 것은 여러번 반복되고 각국어로 인사하는 언어에는 한국어(안녕)와 일본어(사고나라)도 섞여 있다. 이 것은 몇 년 전 TV에서 본 모습이다. 소년이 인사한 뒤 버스가 지나가면 지름길로 발바닥이 안보이게 냅다 달려 다음 장소에서 버스 오기를 기다린다. 사실 달리는 모습을 보면 소년은 사력을 다한다. 먼저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이 소년의 잠시 휴식시간인 셈. 그야말로 조뼁이 친다. 그땐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여기서 도로를 내려다 보고 그 생김새를 보니 이해가 간다.

마추픽추의 명물 중 하나로 떠오른 인사하는 소년은 선발되기만 하면 수입이 워낙 좋아 경쟁이 치열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소년의 인사 서비스를 없앴다고 하는데 비교육적인 측면으로 인해 소년들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후문었다. 귀여운 소년의 쉼없는 인사를 못보는 것이 섭섭하기 보다는 잘한 일이라는 생각부터 든다.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한 컷 찍고

 

내려다 본 마추픽추와 그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산 절벽과 우루밤바강의 누런 줄기도 보인다.

 

구름 자락이 쉼없이 마추픽추를 가렸다가 다시 드러내 보이곤 했다. 우리는 여기서 전날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 산을 오르며 헥헥거리며 마셨던 물이 아끼고 아낀 보람도 없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빵과 과일로 점심을 대충 때웠는데 호기심에 샀던 과일 중 망고 모양의 녹색 과일은 속까지도 녹색이었고 맛과 향이 형편없기로는 그 쌍벽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에이 젠장. 단맛은 전혀 없고 썪은 냄새만 풍겼지만 푸르딩딩 싱싱한게 분명 썪은 건 아니었다. ㅡ,.ㅡ;

 

한동안 내려다 보고 있자니 구름이 산을 가득 덮었다. 볼거 다 봤다고 생각한 우리가 슬슬 내려오는 동안 조금씩 비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우기라고는 하지만 리마에서부터 쿠스코에 도착해 지금까지 지내는 동안 비 한방울 만나지 못한 우리는 방심하고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설마가 나중에 젠장 부르스 효과를 낳았다. 와이나픽추로부터 내려와 쉴겸 비도 피할 겸 휴게소를 찾았다. 휴게소에서 마추픽추의 모습이 빗속에 내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