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목)
리스본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전 날 안내 받은 대로 주방 겸 식당으로 가 보았다. 자그맣고 둥근 바게뜨 빵과 시리얼, 커피, 우유, 주스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나니 이 곳의 직원이 팬케익을 만들기 시작했다. 좀 일찍 만들어 줬으면 먹고 나갔을텐데... 어쨌든 풍만해진 곱창을 쓰다듬으며 가방을 대충 꾸린 뒤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밖으로 나가 정거장이 있어 그리로 갔다. 조금 기다리니 곧 28번 트램이 도착했다. 이것을 타고 일단 로시우 광장으로 갔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트램은 그 가치 때문인지 요금이 2유로로 꽤나 비싼 편이었다.
트램 회귀점에는 많은 건물들이 아줄레주(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포르투갈은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까지도 아줄레주로 장식하길 선호하는데 왕궁같은 유적지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을 자주 접하게 된다.
로시우 광장에서 하차한 뒤 교통카드를 구입하기위해 피궤이라 광장에 있는 지하철 로시우 역으로 갔다. 자동판매기 앞에서 두 종류의 카드가 있어 어느걸 사야 좋을지 헤매느라 다른 사람들의 하는 양을 봤다. 많은 사람들이 녹색 카드를 꽂아 넣고 동전을 넣어 충전했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교통카드 사진은 이미 옛 것이 되었는지 컬러와 디자인이 달랐다. 지하철 티켓 판매원을 찾아 보았지만 이 곳엔 무인 자판기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하는 양을 보더니 큰 개를 데리고있던 노숙자가 내게 다가와 교통카드 구입 요령을 일러 주었고 그 덕에 쉽게 구입하고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그가 고마워 1유로나마 주려고 했지만 마침 동전도 없어 고맙단 인사만 하고 나오는데 어지간히 뒤통수가 따갑더라. 게다가 먹성 좋아 보이는 큰 개까지 데리고 구걸을 하고 있더구만... 하지만 눈치로는 그걸 바라고 도와준 것은 아닌듯했다. 그래도 영 미안하고 기분이 거시기한 건 어쩔수가 없더라 이거지.
어쨌든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가는 15번 트램으로 갈아탔다.
20분정도 가니 수도원이 나온다. 도착한 시간은 대략 10:00시정도.
외관에서 보듯이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 못지 않게 장식적이다.
특이한 모양새를 한 종탑
포르투갈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한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onimos)은 1502년 마누엘 1세가 짓기 시작해 약 170년에 걸쳐 건축되었다고 한다. 바스쿠다 가마의 인도항로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누엘 양식(영문표기 Manueline, 포르투갈어 표기 Manuelino)이란 리스본 시내 곳곳에서 발견되는 건축 양식의 하나로 16세기 초 포르투갈 고유의 화련한 건축장식을 말한다고 한다. 이름은 마누엘 1세에서 비롯되었다. 장식의 테마는 대부분 해상 패권을 상징이라도 하듯 대부분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라고 한다. 몰딩은 조개, 건물의 띠는 로프, 창에는 방패, 십자가, 항해 관련 도구나 부표 등이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이 수도원의 장식은 야자수를 그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중정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그 가운데에는 분수가 물을 뿜는다.
무척 장식적이면서도 투박한 인상을 주는 묘한 분위기다.
수도원 내부 산타마리아 성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2층을 통해 들어가니 거대 십자고상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유혈이 낭자하고 사실적이어서 느낌이 끔찍하기까지 하다.
2층 난간에서 내려다 본 성당의 내부. 지붕을 지지하는 팔각기둥에도 수많은 문양이 촘촘하게 세겨져 있고 제단의 배경에는 5점의 큼직한 성화가 걸려 있다.
2층의 뒷벽으로는 채광을 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큼직하고 벽에는 여러점의 성화가 걸려 있다.
측면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화려하고 셈세하다. 아래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예수의 승천을 표현한 듯하다.
다시 밖으로 나온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성당 안으로 다시 들어가 봤다.
대항해 시대의 영화를 과시하듯 금장식이 찬란한 부분도 눈에 띤다.
성당 안에는 바스쿠 다 가마와 시인 카몽이스의 석관이 있다고 하는데 이 것이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제단 배경으로 그려진 성화에는 십자가를 진 예수, 형틀에서 내려온 그리스도의 주검, 매맞는 모습 등이다. 특이하게도 좌우를 장식하느 기둥은 코린트식과 이오니아식이 혼재해 있다.
성가족의 형상에도 금치장 일색이다.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이념과는 상반되는 사치스러운 장식이 눈에 띤다.
소박한 파이프 오르간. 성당의 규모에 맞춘 규모인듯하다.
벨렘탑을 향해 도보로 이동하던 중 뒤돌아 찍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외관과 길 건너편으로 조성된 공원이 어우러져 한층 아름답게 보인다.
벨렘탑으로 가기 위해 다시 한 번 길을 건너야 하는데 그 길은 지하도를 통해 건넜다. 구걸을 하던 맹인이 부르는 이슬람 노래는 휑뎅그렁한 공간을 타고 구슬프고도 아름답게 퍼진다. 어지간한 나도 동전 한 닙 넣어주고 지나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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