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0 카타르

카타르여행2

코렐리 2010. 2. 2. 12:56

 2010.1.16(토) 계속

 

아직은 휴일 오전 시간이라 주변에 다니는 차량들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조용했다. 해안 건너편으로 조각배 하나가 건너간다. 

 

이 곳에도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외국인들이었다. 열심들이다. 해외에서까지 이렇게들 뛰니 열정이 놀랍다.

 

낙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는데 그 중에는 할아버지를 따라 나온 귀여운 소년도 끼어 있었다. 제법 폼이 의젓하다. 한국에선 낚시만 하면 강태공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이었다면 어린 강태공이란 미사여구를 갖다 붙였겠지. 강태공의 프리미엄이 땅바닥에 떨어지니 그 역시 식상하다. 딴지 한 번 걍 걸어 봄.

 

근처에는 학꽁치 30여마리가 무리를 지어 떠다녔다. 초고추장과 와사비 생각부터 난다. ㅡ,.ㅡ; 자연을 보고 흐믓해하기 보다는 뱃속에 담아 보관하려는 욕망이 생기는걸 보면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인게벼. 

 

길 건너편 은색 건물군이 있는 곳으로 가려다

 

사람들에게 어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물었다. 가려던 방향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방향을 뒤집어 그 어시장이란델 가보기로 했다. 겨울 도하의 해변공원은 따뜻한 기후와 함께 햇살 받으며 걷기에 더 없이 쾌적하고 기분 좋다.

 

코니시 해변공원은 공원이란 말에 걸맞게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는데 잔디와 야자수, 그리고 보행자들을 위한 길로 꾸며져 있지만 과거엔 황량했을 이 곳에 쓰레기 하나 없고 꽃까지 심어 관리하는 걸 보면 대단한 공을 들였음을 알만하다.

 

공원 바깥쪽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공원 경관과 어울리는 깔끔한 모습이라 이 아름다운 공원이 부럽기만 하다.

 

작은 고깃배들과 보트들이 즐비한 작은 부두에 들어섰다.

 

몇 몇 어부들이 이 작은 부두에서 그물 손질들을 하고 있어 평화롭고 여유로운 생활터전이 엿보인다. 그들의 생긴 모습과 피부색으로 봐서는 이곳 아라비아 반도의 터줏대감들은 아닌듯하다. 하기는 이 곳의 아랍인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이렇게 힘든 일들은 외국인들의 차지일테니 그럴법도 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작은 고깃배 선원들이 그물을 매만지는 인공 부두에서 본 작은 어시장의 모습이다.

 

11:24

 

우리나라의 노량진 수산시장 정도의 규모와 재미를 기대했던 나는 어시장이라고 상설시장도 아닌 간이시장이라 적이 실망했지만 적응력 뛰어난 나는 곧 아기자기한 재미에 빠져 그들의 흥정하는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고기를 사려는 손님들은 일일이 아가미를 뒤집어 신선도를 확인한 뒤 값을 지불한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흐믓한게 푸짐하게 받아든 생선 값으로 주고 받는 돈은 단위가 크지 않았다. 지금 당장 어디선가 숫불만 피워준다면 당장이라도 큼직한 생선 한마리 구워 야자나무 아래 진이라도 쳐보고 싶었다. 아니, 어디선가 회칼과 간장만 구할 수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았다. 흐믓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 곳 자그마한 시장에서의 정감 넘치는 정경을 한동안 눈에 담아 두며 살짝 혹사시킨 다리를 쉬게 한 뒤 다시 반대편으로 길을 잡았다. 인간미 넘치는 자그마한 시장을 떠나 치열한 전쟁터인 대형 수산시장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당장 눈앞 해변 건너다 보이는 화려한 건물 밀집지역부터 가보고 싶었다.

 

공원의 규모는 크기 보다는 해변을 따라 무척 길게 조성되어 있었다. 가다 보면 정부청사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 곳에서 바닷가를 내다보며 하는 근무도 행복지수를 업시켜 줄 것 같다. 이 곳이 경제재정부(Ministry of Economy and Finance)

 

지방도시계획부(Ministry of Municipality and Urban Planning) 등이 눈에 띤다.

 

조금 더 가면

 

안쪽으로 회교사원이 보인다. 시리아에 흔히 보던 사원들과 달리 특별히 건축양식이 유별난 인상적인 사원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원이 그와 아주 흡사하다. 이 곳은 이제까지 본 사원의 모습들이 하나 같이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 사원이 특히 유별나다.

 

(12:00) 사원 가까이에서 사원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니 한 경비원이 제지한다. 아랍국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회교사원의 접근정도도 나라마다 다르니 이건 좀 햇갈린다. 외국인들에게 무제한으로 입장과 카메라를 허용하는 터키,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 등과 달리 후에 방문한 모로코는 외국인의 사원 입장을 철저히 배제했다. 이 곳은 아직도 어찌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는 이 곳 사원의 내부가 궁금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머리에 두건까지 둘렀으니 제지하면 회교도인 척이나 함 해보지 뭐.

 

들어가 보니 내부는 요르단 암만에서 본 그랜드 모스크와 별반차이 없는 무개성이었지만 천정에는 중앙의 큰 돔과 주변의 작은 돔 하나하나에 샹들리에를 설치해 두고 있는 스타일이 터키의 사원들과도 다른 것이 이제까지 내가 본 회교사원 중에는 비교적 독특한 형태였다.

 

마침 이 곳은 예배시간 중이어서 30여명의 노동자들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사원 한켠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충전기부터 꺼내 카메라에 쓸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사원의 콘센트를 찾았다. 보기 드문 세 꼭지 100볼트의 콘센트였다. 나는 미리 준비한 코드 어댑터 중 맞는 것을 골라 충전기 코드에 꽂은 뒤 콘센트에 다시 꽂아 사원의 전기를 빌어 썼다. 이 곳에서 만난 아흐메드란 친구는 에티오피아에서 돈벌이를 온 노동자였다. 동양인이 회교사원에 들어온 것이 신기했던지 이내 내가 앉은 곳으로 각국에서 온 다섯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무슬림인지 등을 묻는다. 아흐메드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내가 회교도가 아니라는 말에 별로 개의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온 한 친구는 무슬림도 아니면서 이 사원엔 뭐하러 들어왔느냐고 묻는다. 이교도지만 회교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다고 했더니 무슬림이 아니면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상관 없다고 한다. 어느 장단에 춤추리? 내가 여기에 들어 온 것이 언짢은지를 물었더니 그렇단다. 민감한 종교문제로 남을 불쾌하게 할 생각도 없고 난 여기 더 머물고싶지도 않았다. 나는 충전기를 뽑은 뒤 다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가려고 하자 내가 쓴 두건을 탐내는 노동자가 있었다. 내게 달라는 것을 거절하자 회교도도 아니면서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었다. 2006년도 두바이의 한 시장에서 전통의상과 함께 구입한 것 중 두건만 가져 온 것이다. 좋아서 산 물건을 필요도 없을테니 자기나 달라니 좀 우습다. 아래의 사진은 사원의 한켠에 단정하게 수납되어 있는 쿠란.

 

사원을 나와 계속 걸었다. 가다 보니 관공서로 보이는 건물 앞에 특이한 형태의 탑이 보인다. 아네 새겨진 문양은 단순해 보이지만 아라베스크의 전통문양인듯하다.

 

노부부의 모습이 이렇게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허락 안할 것 같아 멀리서 슬쩍 당겨서 찍었지만 똑딱이의 한계상 해상도와 생생함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배경과 인물이 좋다.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 곳도 중앙정부의 한 부처 건물이었다. 이 곳에선 바다가 확 트여보일게 틀림 없다.

 

사람들이 이 보트를 타고 해안 건너편 건물군으로 오갔다. 나는 이것이 두바이에서 타 본 적 있는 수상버스인가 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 교통은 아니고 탑승자가 드물어 관광객을 상대로 비싼 값에 태우고 다녔다. 100리얄을 달라고 하기에 어이가 없어 그냥 걷기로 했다. 가격이 50리얄로 내려갔지만 대중교통 정도의 요금을 생각했던 나는 20리얄에 태워 준다고 해도 타지 않을 판이었다. 그냥 지나쳐 버리자 바로 옆 다른 보트의 주인은 80리얄에 건너다 주겠단다. 젠장, 50리얄에도 안타는데 내가 총알 맞았냐?

 

걸어서 가자면 아직도 많이 걸어야 했다. 하지만 이 공원은 걷기에 기분이 좋아 나로 하여금 다른 곳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계속 걸었으니 다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지친 다리도 쉴 겸, 목도 마르고 길건너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공원 매점에서 물과 펩시콜라를 사서

 

 

놀이공원 그늘에 털푸덕 주저 앉아 아이들이 노는 양을 지켜봤다. 차도르를 쓴 채 아이를 데리고 나와 놀아주는 엄마도 있고 동남아계 가정부인지 이들과 다르게 생긴 젊은 여자들이 아랍계 아이들을 데려와 돌보고 있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이 하고 노는 양은 비슷하다. 눈이 크고 귀여운 아이들이 많다. 여기서 20분 정도를 쉬었다.

 

 유럽의 생활에 대한 내용의 다큐먼터리에서 본 적있는 신호등이다. 신호등이 보행자를 기다리게 하지 않고 보행자 우선주의에 따라 버튼을 누르면 신호등이 보행신호로 바뀐다. 신기해서 찍어봤다. 우리 나라는 지나치게 차량 위주로 교통정책을 하는 것 같아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조금 전 구입한 물.

 

오후 두시 가까이 되어가니 다리도 많이 아프고 배도 고팠다. 바닷가 눈 앞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 하나 있었다. 식당 앞에는 카타르항공의 상징인 귀여운 가젤상도 크게 세워 놓고 있었다. 식당 이름은 Al Mourjan Restaurant.

 

실내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늘진 바닷가 쪽으로 자리잡고 앉았다. 아랍인 가족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앉아서 식사들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앉은 자이에 직원이 메뉴판을 놓고 갔다. 펼쳐보니 아랍어 메뉴판이었다. 직원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영어로 된 메뉴판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아랍식 두건을 둘러썼길래 아랍어를 당연히 알줄 알고 준거라나? ㅡ,.ㅡ;

 

당연하다는 듯 물부터 한 통 들고 와서는 주랴고 묻는다. 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아까 산 물도 배낭속에 있고 어차피 음료수를 하나 시킬 요량이었으니 굳이 여기서 비싼 물을 주문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물 안시키는거하고 국적은 뭔 상관야? 고급 식당이라 다들 주문하는지 모르겠다만 필요 없어서 주문 안한다는데 별 지롤을 다하고 자빠졌다. 메뉴판을 펼쳤다. 값이 만만치 않았다. 주문을  했다. 메뉴를 보고 뭔지도 모르고 시켰다. 주문한 것이 Le Banese Oriented Salad(20리얄), Fried Calamari(60리얄), 펩시(10리얄: 코크가 없어 주문함) 샐러드는 아랍인들이 흔히 먹는 스타일인데 상추와 토마토를 주재료로 하고 올리브유와 소금 그리고 향신료로 간단하게 만 조리했다. 메인으로 해물요리란에서 골라봤는데 튀긴 칼라마리가 뭔가 했다. 나온걸 보니 결국 오징어 튀김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나는 카메라 배터리와 충전기를 꺼내 충전을 부탁했다. 곧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주요리에 야채를 곁들여 나오는 것을 보니 샐러드 주문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다 먹느라고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나는 천천히 음식을 즐겼지만 맥주가 없으니 보통 밋밋한게 아니었다. 거의 1시간 가까이 먹고 나자 시샤 생각이 났다. 사과향 시샤를 주문해 놓고(45리얄) 나니 그늘진 자리가 왠지 서늘하게 느껴져 볕이 드는 자리로 바꿔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여기서 또 어디서 왔느냐고 묻넹? 이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뭐가 조금 못마땅하다 싶으면 습관적으로 묻는 모양이었다. 매니저에 물어보겠다고 하더니 곧 자리를 바꿔 주었다. 치사한 소리 듣기 싫어 시샤를 들어다 옮긴 종업원에게 팁 1달러를 줬다. 태도가 좀 달라지는 것 같다.

 

30분 이상을 더 앉아 시샤를 즐겼다. 오랫동안 했더니 골이 다 띵해졌다. 담배도 안피우면서 이 해로운걸 뭐가 그리 좋다고 아랍권에만 오면 시샤를 피워대는지 몰라. 나오면서 충전을 맡긴 배터리를 받고 수고해 준 종업원에게 1달러를 주니 고마워 한다.

 

식당에서 봉사료(20리얄)까지 포함하면 155리얄(42달러)이나 되었다. 환전한 돈이 부족해 카드로 계산했다. 오후 4시가 거의 다 되어 식당을 나와 건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이었다.

 

건물들은 이제 막 완공을 앞두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고 근처에는 건설중인 건물들이 많았다.

 

해안 건너편에서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그 건물이다. 외부로 퍼즐조각같은 금속이 연결되어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큰 수산시장이 있는 엘마모라로 가기 위해 76번 버스(3리얄)를 타고 버스를 타고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21번 버스로 갈아탔다.(3리얄)

 

엘마모라에 도착한 시간은 17:20분 정도였다. 사실 엘마모라에 있는 수산시장은 아침에만 열린다고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구경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 봤지만 버스에서 내리고도 한참을 걸어가야 했고 여기서도 아는체 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헤맸다. 날도 저물기 시작했다.

 

나는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목금시장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시장의 제과점에 들어가 앉아 네스카페(2리얄)를 주문했다.

 

지친 다리를 쉬며 한쪽 구석에는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를 콘센트에 꽂았다. 오늘 저녁시간은 물론이고 내일 아침 8시경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뒤 곧바로 라바트로 갈 예정이다. 그러니 그날 저녁 호텔에 들어갈 때까지는 카메라 배터리 전기가 남아 있어야 했다. 외국인 여행자가 좀처럼 오지 않는 이 곳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니 주변의 눈들이 신기하다는 듯 내게로 쏠렸다. 점심을 늦게 먹은데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지만 밥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한동안 쉬다 나왔다.

 

바로 눈앞에는 자그마한 회교사원이 하나 있지만 들러볼 생각은 들이 않았다. 그냥 목적지 가서 가는 곳마다 사람이 뜸한 곳이라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 보기도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걸은데다 엘마모라에서 하차한 뒤로도 엄청 걷다 보니 어지간한 나도 지쳐갔다. 게다가 이 시간이면 시장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냥 포기하고 공항으로 돌아가 쉴까 하다가도 여기까지 온 것이 억울해 계속 찾아 보았다. 한참을 헤매고 헤매 수산시장을 찾았지만 생선 썪은내만 고약하고 사람도 조명도 아무것도 없었다. ㅡ,.ㅡ;

 

꿩대신 닭이라도 있어 위안이 되었다. 청과물 시장이 바로 그 옆에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도 거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랍식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동양인이 여기서도 무척 신기했던 모양이다.

 

상인 한 명이 내 두건을 매만져 주더니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내가 현지인들을 피사체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듯이 이 사람도 생긴 모습이 다른 내가 머리에 쓰고 있는 전통의상의 일부분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금새 상인들이 몰려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들의 사진을 한 컷 찍었다.

 

거래되는 야채의 신선도는 탐스러울 정도였다. 왠지 아랍식 샐러드의 주재료로 활용되는 상추에 눈이 간다.

 

가고자 했던 곳 중 하나인 낙타시장은 이미 문닫은지 오래일테고 그러면 시청과 왕궁이 남는다. 이젠 몸이 지쳐 다 귀찮아졌다. 나는 공항으로 가 쉬기로 했다. 버스정거장으로 찾아가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걸어 버스정거장을 찾으니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굴러다니는 보도블럭  경계석 쪼가리에 걸터앉아 배낭을 내려놓고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 노선버스가 아닌 자가용 버스가 서더니 먼저 와서 기다리던 사람에게 뭐라고 뭐라고 했다. 무언가 대화를 주고 받더니 먼저 기다리던 사람이 날더러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공항엘 간다고 하니 함께 타잔다. 운전기사는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는 질문에 주고싶은 만큼 주고 생각 없으면 그냥 내리간다.

 

 

그는 공항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택시를 타도 적잖이 나올 거리인데 편하게 왔으니 10리얄 정도를 주었다. 기사는 고맙다고 하더니 버스를 몰고 공항을 빠져 나갔다. 저녁 7시 40분 경이었다. 갈아탈 비행기가 새벽 1시 비행기이니 시간도 많이 남아 있어 실컷 구경하려던 계획을 결국 접었다. 공항에서 배터리를 마저 충전시켰다.

 

11시 50분부터 트리폴리 경유 카사블랑카행 항공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항공기에 올라타고 보니 대부분 트리폴리로 가는 노동자들이었다. 기내에서의 발냄새가 극심했다. 하긴 하루종일 도하에서 짤짤거리고 싸돌아 다닌 통에 나도 여기에 일조했다.

카타르에서는 도하 한 곳만 다녔고 그것도 다닌 곳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석유 부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본 것 같다.

특히 코니시 해변공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걸어다닌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느낌은 너무나도 좋았다. 해변공원 저쪽에서 본 자그마한 어시장은 지금도 인상에 아주 좋다. 엘라모라엣 제대로 된 수산시장을 보았다 해도 여기만큼 느낌이 좋지는 않았으 것 같다. 해변공원에서 본 어시장은 소매상인과 고객들뿐이라 인간미가 넘치지만 도매로 거래되는 수산시장은 그런 맛은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위안이 된다. 어쩌면 합리화인지도 모르겠지만 ㅡ,.ㅡ;

코니시 해변공원은 이제껏 보아온 공원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였다. 특히 해변공원에서는 최고였던듯하다. 하루종일 이 곳에만 머물러도 좋을듯 싶다. 깨끗한 옥빛바다 건너다 보이는 아름다운 빌딩군도 그렇고 잘 닦여져 쓰레기 한조각 보이지 않는 산책로도, 여유로움을 즐기는 낚시꾼들도, 화단의 새파란 잔디와 싱그러운 꽃들도, 길게 가로수와 화단에 심어진 야자수도 무척 감흥을 주던 풍경의 일부분이다.

이 곳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이제는 카사블랑카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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