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우리음악

ADD4, the First Album

코렐리 2010. 1. 6. 16:14

초창기 한국의 락뮤직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다루어져야 할 음반이라면 주한 미8군 부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신중현이 ADD4를 결성하고 1964년에 발표한 앨범 바로 The ADD4, First Album 를 빠뜨릴 수 없을 것 같다. 노란 바탕의 재킷에는 물감들인 흑백 사진인지 아니면 그림인지 모를 그리 세련되었다고 볼 수 없는 사진이 그려져 있고 타이틀 곡도 조잡한 글씨로 디자인 되어 있는 이 앨범은 재킷의 조잡함과 달리 한국의 락역사에 있어 크나큰 획을 그은 명반이다. 당시 네박자 쿵작이 일반적이던 가요계에 당시 한국으로선 전혀 낯선 락뮤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음반은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했는지 초반 발매 이후 1969년까지 총 네 번이나 발매했는데 재킷이 그 때 그 때 달랐다. 아래의 사진은 2006년에 비트볼이 재발매한 음반으로 재킷은 초반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다.

 

앞면(좌로부터 신중현, 한영현, 권순권, 서정길)

 

앞 뒤로 음반을 들여다 보면 보통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앞면을 보면 Add4 뒤에 어포스트로피(')를 표기했다. 소유격으로 표기하려다 만 것인지 모르겠지만 "s"자도 보이지 않는다. "빗속의 여인" 표기는 맞춤법도 맞지 않는다.

뒷면을 보면 더욱 재미가 있다.

ADD4 라는 그룹명 한극표기는 앞면에서는 "에드.훠"로 표기했지만 뒷면에서는 "에드.워"라는 얼토당토 않은 표기를 했다. 멤버 프로필을 보면 신중현(기타), 한영현(베이스), 서정길(기타), 권순권(드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원 네 명의 흑백사진 아래에 각 멤버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했는데 권순권의 마지막 "권"자만 달랑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웃음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사까지 따지고 들면 한도 끝도 없이 오류가 나오는데 이는 초창기 음반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오류들이다.

 

뒷면

 

음반 수록곡은 다음과 같다.

1면: 빗속의 여인, 우체통, 상처 입은 사랑, 소야 어서 가자, 늦으면 큰일 나요, 천사도 사랑을 할까요, 그리운 사람아

2면: 내 속을 태우는구려, 나도 같이 걷고 싶네, 고향길, 그대와 둘이 앉으면, 쓸쓸한 토요일 밤, 바닷가, 굿나잇 등불을 끕니다

 

이 음반은 매우 희귀한 음반으로 일단 나오기만 하면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고가임을 떠나 자료로서의 가치는 문화유산이라 칭해 손색이 없다. 전 곡 모두 신중현의 자작곡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로는 낯설었던 이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했는지, 게다가 작곡까지 한 것을 보면 신중현의 천재성만로써만이 설명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락의 리듬과 비트가 사용된 명백한 락뮤직 구사는 물론 리버풀의 스타일도 보이고 블루스적 감성도 내재된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락뮤직 속에 한국적 감성이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데 그 융합이 완벽하더라는 점이다. "빗속의 여인"에서 초반부 기타 사운드와 중반부 애들립은 지금 들어 보아도 세련된 연주와 사운드에 놀라움만 더한다. 이 곡을 부른 서정길은 70년대 대연각 호텔 화재 당시 호텔 밖에 있다가 나이트클럽 내에 집 한 채 값도 넘던 자신의 기타를 구하기 위해 호텔로 다시 뛰어 들어 갔다가 결국 기타와 운명을 함께 했다는 일화는 락매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우체통"과 "늦으면 큰일 나요" 같은 곡에서는 리버풀 사운드도 보이고 블루스락의 향취까지도 짙게 배어 있다. 한국적 감성은 도처에서 발견되지만 멜로디와 가사에서 한국적 감성이 가장 많이 전달되는 곡은 단연 "소야 어서 가자"다. "내 속을 태우는구려"는 후에 펄 시스터즈를 기용해 "커피 한 잔"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녹음하기도 했는데 역시 대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의 기록필름을 보면 신중현이 키웠던 펄 시스터즈는 특이한 자매가수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락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는 없이 즐겼던 것 같다. 하기는 80년대 가수 이경우가 "블루스맨"이라는 곡을 발표했을 때 순위에도 올랐던 적이 있지만 일반대중은 블루스라는 음악은 모르고 있었던 듯 하다. ADD4의 이 음반에는 젊은 날의 장미화씨를 기용해 녹음한 "천사도 사랑을 할까요"와 "굿바이 등불을 끕니다"도 수록되어 있는데 갠적으론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음반 전반적으로 버릴 곡은 없다고 생각된다.

 

재발매반과 함께 동봉된 포스터

 

내가 이 음반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도 여름이었는데, LP음악동호회 회원중 베테랑 수집가가 소개하였고 함께 들어 본 뒤로 이 음반을 손에 넣겠다고 다짐했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값은 상당했다. 그러던 중 재발매 음반으로 2006년도에 Merry-Go-Round 레코드라는 음반사에 의해 출시되었는데 히키신(당시 미8군에서 통용되던 신중현의 애칭)의 연주집과 함께 2장 들이 박스 세트로 담아냈다. 통산 다 섯번째로 재출반된 이 음반의 음원은 이미 유실되어 찾을 길이 없어 한 소장가로부터 음반을 빌어다 음원을 따내고 그 음원으로 음반을 제작했으니 음질이 좋을 턱이 없다. 하지만 기존에 같은 방법으로 김정미의 NOW 등을 재발매한 비트볼의 음질이 그런대로 들을만한 수준인 것을 보면 이 음반사의 기술수준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만큼 조악하다. 조금만 고음으로 올라가도 음이 갈라지고 뭉그러지는 정도이니 사실 감상에도 지장이 많다. 차라리 과거 빽판을 만들던 시대와 같은 방법으로 틀을 떠내 찍었다면 음질은 그나마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나의 단순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걸 알고도 구입한 이유는 간과할 수 없는 이 음반의 매력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