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페트라에서 만난 친구 마사유끼군은 이미 한국을 한 번 다녀간 바 있고 조만간 다시 들를 계획이라고 말한 적이있다. 그는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 3개월째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었고 드라마 대장금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가 일찍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마사요시라는 친구와 함께였는데 그는 내가 요르단에서 만났던 그 마사요시가 아니고 다른 친구였다. 학생때 내가 좋아하던 기타리스트 중 하나가 일본인으로 다카나카 마사요시였는데 일본에서는 흔한 이름인가 보다. 내가 요르단에서 페트라를 보고 암만으로 돌아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동안 마사유끼와 재승은 시리아로 넘어갔고 시리아에서 마사요시와 합류했었던 고로 재승이도 잘 아는 친구였지만 내게 있어서는 이날 처음보는 친구였다.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그들은 그곳에서 배를 타고 부산엘 들렀고 나의 권유대로 경주와 안동 하회마을을 들렀다가 서울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마침 나는 홍대 부근에서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방을 하나 내줄테니 호텔 예약을 하지 말고 오라고 했으니 일단 홍대로 오게 해서 동료들의 양해를 구한 뒤 그들을 회식에 합류하게 했다. 회식 후 집으로 이들을 데리고 온 나는 그들에게 방을 하나 내주었다. 열쇠를 한 개 내주고 담날 아침 출근한 나는 저녁때 퇴근하면서 그들과 만났다. 보신탕을 잘하는 집엘 데리고 가 달란다. 의외였다. 마사요시군은 개고기를 먹어보지 않고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겠단다. ㅡ,.ㅡ; 그날 저녁 그들은 보신탕을 먹고 나는 삼계탕을 먹었다. 그들이 보신탕을 먹다말고 양해를 구하고 나서 내가 먹던 삼계탕 국물을 떠먹어 보더니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 실수했다라는 눈치다. 삼계탕이 더 맛있더라나? 다음날인 토요일엔 그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뒤 이들을 데리고 남산 한옥마을을 찾았다.
마사요시군
마사유끼군
돌사진을 찍으러 온 아기와 엄마의 모습이 정감넘쳐 한 컷. 엄마만 안나왔으면 대갓집 막내도령님처럼 나왔을텐데. ㅋ 아깝다.
양반걸음을 가르쳐 줬더니 당장 따라해보는 마사유끼군과 이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마사요시군
한옥마을을 나오면서 셋이서 한 컷.
두컷이었군.
한국의 불량식품문화를 열심히 체험하는 마사요시군과 마사유끼군. 한국인 사이에서도 성공신화가 거의 없는 또뽑기에 열심도전. 그거 성공해 보려면 수억 갖다 바쳐야될텐데... 정성스럽게 도려내던 또뽑기판이 쩍! 하고 작업하던 부위가 나가버리자 히익~~~! 하고 경악을 하더니만 일본어로 뭐라고(히익! 기냥 나가버리넹?---아마도) 중얼거린다. 옆에서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마사유끼가 한마디 역시 일본어로 거든다(하나밖에 안남았잖아. 좀 잘해봐.---아마도) 이사람들 이렇게 진지한거 첨봤다. ㅡ,.ㅡ; 결국은 으헥! 하는 비명소리를 한 번 더 내면서 이들의 또뽑기 시도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엔 덕수궁으로 델꼬 가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 마마를 소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드신 위대한 분임을 그들도 알고 있더라는...
이게 얼마만의 경복궁 방문이더냐. 한국의 건축물을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무심할 수가... 이들이 아니었으면 언제 다시 들러볼 수나 있었을까.
한국건축의 백미는 기와 양끝의 아름다운 곡선이라고 말해주고는 직선뿐인 일본 건축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설명해 주고 나니 은근히 우쭐해지더라는...
이번엔 교보문고 뒤쪽 열차집에 데려가 녹두전과 막걸리를 선보였다. 나도 평소 좋아하긴 하지만 자주 들르지는 못하던 곳이다. 그들도 맛에 감동하더라는...
청와대를 구경하겠다고 여기까지 와본건 또 처음일쎄...
어머니가 느덜을 초대했다고 하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하기는 여행자에게 있어 현지인으로부터 초대받는 일보다 더 멋진 일은 없지 않은가.
마침 조카인 윤정이도 와 있고 함께 기념 촬영. 어머니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동안 몇 번을 고맙다고 했는지 모른다.
다음날 방문한 창덕궁. 가만 생각해 보니 창덕궁은 내게도 처음이었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그나마 들어가 볼 기회나 있었을까. 어디가서 한국 건축물을 좋아한다는 소리 쪼팔려서 못하겠다. 나보구 여기 몇번째 방문이냐고 물어보는데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처음이라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했더니 뭐 이런 이상한 넘이 다있냐는듯이 쳐다 보더라는... 아. 이거 체면 존장 안서네 이거... 어쨋든 카메라를 들이대고 Matt 흉내를 내보라고 했더니 처음엔 지쩍어 하더니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들이 내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정신나간 놈모냥 기냥 춰댔더니 나보고 크레이지 코리안하고 안논단다. ㅡ,.ㅡ;
표를 구입하는 마사요시군과 마사유끼군.
잊고 전날 충전을 안했더니 카메라 전원이 곧 나가버렸다. 창덕궁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꼼꼼히 담아오려 했는데 낭패로군. 매점에 가보니 밧데리는 없단다. 거의 다 돌고 나서 매점이 또 보이길래 또 물어보니 밧데리가 있단다. 제길. 이젠 나가야 하는데...
막춤에 재미들린 마사유끼군과
역시 재미들린 마사요시군.
경복궁 방문 후에 이강순실비집에 데리고 가 낙지의 매운 맛을 보여 줬다. 정신을 못차리면서도 '맛있어요' 소리를 연발하더라는... 점심식사 후 마사유끼군과 나는 클림트전을 보기 위해 예술의전당으로 갔고 마사요시군은 경복궁으로 갔다. 마사유끼군은 전에 한국에 왔을 때 이미 경복궁에 들러보았다고 했다. 경복궁은 학생때였지만 나도 몇 번을 가봤다. 마사유끼는 일본에는 전시 계획이 없고 한국에서만 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시회를 보기 위해 겸사겸사 온 것이었다. 사실 나도 가보겠다고 벼르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같이 가기로 했다. 마사유끼군이 처음 클림트 전시회를 언급했을 때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구리무뜨 익스히비션을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수 가 있나. 나는 구리무뜨(국립) 익스히비션(전시)이 국립박물관 전시를 의미하는건지 되물었다. 아니란다. 구스다쁘 구리무뜨 익스히비션(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란다. 뷁! ㅡ,.ㅡ;
저녁때 세 사람은 다시 모였다. 이들이 원하는 메뉴인 삼겹살을 대접하기 위해 떡삼시대를 찾아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 평소대로 나는 중국어학원 가서 공부한 뒤 출근하기 위해 아침 5시 10분에 일어났다. 월요일에 서울을 떠날 계획이던 그들과는 이미 전날 밤에 나와 작별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욕실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일부러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내게 다시 작별 인사를 했다. 마사요시군은 곧바로 부산으로 가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가고 마사유끼군은 전남 남원과 순창을 들렀다가 돌아가겠다고 했다. 월요일 저녁에 퇴근후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책상에 쪽지가 놓여 있었다. 내가 출근한 뒤 이들이 집을 나갈 때 쓴 것으로 보이는 짧지만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편지에 감동했다. 혼자 사는걸 즐기느라 외로움을 느껴볼 틈이 없던 내가 이날밤은 왜 그리도 허전하게 느껴지는지 어이가 없다. 그 친구들하고 그새 정이 들었나보다.
'국내여행 > 09 마사의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사유끼군과 마사요시군의 서울나들이 2 (0) | 2009.05.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