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여행/군바리시절

후보생의 추억(배변전쟁)

코렐리 2008. 5. 29. 14:15
후보생시절 아침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배변전쟁이었다.
내무실은 그렇게도 많은데 화장실공간 배려는 왜 그렇게도 인색하냐.
천지관(식당)에서 밥먹자마자 너도나도 충용관(후보생 숙소)으로 달려가 화장실 앞에 줄을 늘어선다.
오죽하면 변비가 있던 나도 맨날 동싸냐.
이유인 즉슨 엄청나게 먹어대기 때문이었다.
천지관에서 추레이에 밥과 반찬이 수북하도록 쌓아놓고 직각식사를 하면서도 엄청도 먹어댔다.
식사후에 가슴에 남는거라곤 젖은 국건더기와 반찬찌꺼기.
그런데도 밥먹고 돌아서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프냐.
그렇게 먹어대니 곱창이 빵빵해서 뒤로 덜어내지 않고 어찌 배길쏘냐.
화장실 앞에 늘어선 후보생들 중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고 과업정렬 하는 애들은 3/4 아니면 4/5정도나 되었을까.
나머지는 과업정렬이후 재주껏 해결해야 했다.
요령있는 친구들이야 조금 일찍일어나서 여유있게 일을 본다지만 머리만 침대에 대면 그담엔 죽여도 모르는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고 잠을 줄이고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어느날 나는 무용관(후보생 숙소)에 사는 해군애들이 충용관(역시 후보생 숙소) 화장실로 원정오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줄은 당근 더 밀렸다.
"! 너네 느그집에서 똥싸지 왜 울집까지 원정왔냐?" 했더니
한 애가 말한다.
"무용관 울내무실 가까운편 화장실에 물이 안나오기때문에 다른 곳으로 인파가 몰려 있다" 는것이었다.
아쭈 이것 봐라!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과업정렬 15분 전까지는 볼 일 제대로 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나는 서있던 줄을 포기하고 양동이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언넘이
"어이! 윤상철 후보생! 너 거기다 똥쌀 참이냐 하하하..." 하길래
"너 눈치 존나 빠르다. 안녕..." 했더니 모두들 날 이상한 놈 보듯했다.
과연 무용관 1층에 그녀석이 말한 화장실에 가보니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물양동이를 들고 들어가 바지를 까고 앉았다.
배변의 카타르시스...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뒤로도 나의 무용관 화장실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행복은 수도관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며칠동안 계속 맛 볼 수 있었다.
한 두명 정도가 더 그곳을 이용한 관계로 그곳에서 매일 만났지만 희안하게도 그 곳 화장실 사용자가 늘지는 않았다.
당시 배변전쟁을 톡톡히 치렀던 동기들이 이걸 알고 나면 지금도 뒤집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