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16 쿠바

카리브해의 열기와 음악 속으로, 쿠바여행 10(아바나-->인천)

코렐리 2016. 12. 9. 19:57

2016.9.18.(일)

다음날 아침 식당으로 가봤다. 이미 식사를 마친 카사 투숙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 명의 호주인과 1명의 캐나다인. 이들은 비냘레스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또 하나의 도시와 아바나 일케 3개 도시를 6일동안 자전거로 돌았다고 했다. 걸어 다니기도 힘 들 정도로 혹독하게 더운 이 곳을 자전거로 다녔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

그들은 나의 반응이 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대답은 힘들지만 할만 하더라는거다.

나는 한국의 4계절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곳의 기후는 한국의 여름과 똑같다고 했더니 이들은 근데 지금 이곳에선 왜 그리 지치고 힘들어하냐는 반응. 한국에선 여름에 난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ㅡ,.ㅡ; 

 

이 집의 아침 식사는 과일 위주여서 건강식이고 맛도 훌륭하다. 그들은 내가 아침식사를 마칠 때까지 앉아있어 주었다.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일요일인만큼 먼저 할 일은 성당에 가 미사를 보는 일.

 

 

미사를 보던 중 한국인으로 보이는 처자가 건너편에 앉아 얌전히 미사를 보고 있었다.

 

미사가 끝나는대로 가서 물었다. 한국인 맞다. 이상하게도 아바나의 첫날엔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을 만났지만 그 이후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일행은 세 명. 한 사람은 열심히 미사 보고 한사람은 비신자, 또 한사람은 냉담자였던듯. 어쨌든 기념 촬영 함께 하고 헤어졌다.

 

이 번 여행은 음악이 주된 목적이어서 굳이 볼거리를 찾아 다닐 생각도 아니었지만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다는 라 보데기따 데 메디오가 바로 이 곳에 있어 찾아 보았다.

    

 

아바나에 오는 사람 치고 이 곳에 들르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다.

 

미국으로 추방되기 전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던 카페 라 보데기따 데 메디오. 벽에는 방문자들의 낙서가 빼곡하다. 이 곳에선 명사들도 낙서질을 하는 타락의 명소. 여기서 마신 모히토는 다른 곳보다 2.5배나 비싸지만 맛은 다른 곳보다 2.5배나 형편없다. 감동? 그냥 함 가봤어 이거 왜이래. 나라고 나.

 

그래도 이 곳에서 모히토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봐두었다. 럼 한 병 사다 집에서 직접 해보려고. 이 집의 모히토가 맛이 별로였던 것은 애플민트의 알량한 양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듯하다. 향도 당연히 약해지고. 럼은 당연히 이들의 자부심인 아바나 클럽 제품. 이 집의 칵테일이 비싼 이유가 7년산을 쓰기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 있는데? 가이드북이었나? 웃기지 마시게. 3년산 쓰던걸? 그리고 7년산은 비치도 안했더구만 얼어죽을...

 

이들이 사용한 토닉워터. 본토산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뮤지션의 연주는 어김없이 이루어진다. 쿠바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연주자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 주인은 강도나 다름없다.

 

 

 

 

 

카페를 나와 기념품 가게들을 둘러봤다. 냉장고 자석과 체 게바라의 얼굴이 들어간 토트백. 토트백은 나와 같은 LP매니아 동지들과 나눌건데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기념품이 체 게바라 일색인데 이건 왜 일케 엄냐.

 

아이스크림이 묵고싶어 하나 사봤다.

 

날이 워낙 더워 받자마자 바로 먹어 치우는게 상책이다.

 

기념품으로 구입한 손목 장식.

 

쿠바 둘쨋날 찾았던 그 레스토랑을 다시 찾았다. 그 때 그 뮤지션들이 그립고 음식도 그립고. 아니나 다를까 그 때 그 뮤지션들 또 출연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돈이 없는 동네의 할머니. 이 레스토랑의 뮤지션 연주만 나오면 열정을 굳이 억제하지 않는 이 할머니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살사 춤을 춘다.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에도 봤던 그 할머니다. 당신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들 중 한 분이오. 아름답소.

 

10쿡짜리 세트 메뉴에 포함된 모히토.

 

버터로 구운 랍스터.

 

디저트 케익과

 

커피. 나는 마지막 남은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비에하 지역은 모두 다 돌아 보았으니 남은 지역 가장 중요한 곳들을 둘러보는데 다는 보지 못할 것 같고 가기에 용이하면서도 중요한 곳들을 선별해 가 볼 생각이었다. 점심으로 주문한 음식 다 먹고 나오는데 나도 참 정신 어지간히 없었나보다. 숙소를 향해 한참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Hey Boy!" 하며 누군가 다른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난 젊은 사람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 소리가 또 뒤에서 들려왔다. 아까보다 좀 더 가까운 위치인 것 같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궁금해 뒤돌아 봤다. 엥? 방금 내가 점심 먹었던 레스토랑의 직원인디? 허걱! 밥값 계산도 안하고 나왔네? 그 때는 정말로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어 아무 생각 없이 나온게다. 아마도 나의 느릿한 걸음과 의외 라는 표정, 놀라움의 표정, 그리고 나 자신을 자책하는 나의 표정에서 고의가 아닌 실수였다느 것은 알아챘을게다. 나는 백배 사죄하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느라 아무 생각없이 나온 사실을 설명하고는 음식값과 팁을 그제서야 내놓았다. ㅡ,.ㅡ; 그는 여기까지 달려오지 않고 걸어서 나를 쫓아 왔지만 총총걸음으로 왔는지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화가 났는지 돈을 받고는 휙 가버렸다. 아 젠장 가고 나니 그제서야 드는 생각이

'팁이나 더 줄걸.'

버스는 떠났다. ㅡ,.ㅡ;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슬슬 걸었다. 뾰족한 바카르디 건물이 보인다. 이 지역의 명물 중 하나다.

 

국립 미술관. 이 곳에 꼭 들러 보고자 했었다. 전술한 바 있지만 이 곳의 예술은 독창성과 예술성을 두루 겸비했다. 좀 더 깊숙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엥? 뭐야 이거. ㅡ,.ㅡ; 포기.

 

바까르디 건물의 외관.

 

 

아바나 시내를 누비는 중국산 버스.

 

 

혁명박물관. 난 혁명엔 관심 없다.

 

 

 

말레콘 쪽으로 나가봤다.

 

 

말레콘.

 

말레레콘의 끝자락이자 시작점.

 

 

물은 엄청 깨끗해 보인다.

 

파도가 둑을 넘어 행인과 차량을 덮치는 이 곳 말레콘의 영상을 봤다면 그 모습을 기대했을게다. 바람 한 점 없으니 파도도 없고 평온하기만 하다. 여기서 뭐했냐고? 쉴몽~

 

 

셀카 한 컷.

 

말레콘 해변가에 방치된 낡은 건물. 철거 보다는 리모델링을 기다리고 있을게다.

 

양코가 아닌 외국인을 보는게 마냥 신기한 아바나의 어린이들. 기꺼이 모델이 되어 준다. 형편없는 나의 카메라와 촬영기술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나와주는 것은 이들의 마음이 예쁘기 때문이었을게다.

 

이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쁘게 나온다.

 

다채롭게 입은 의상도 한 몫 하는듯.

 

 

이 곳은 관광객들은 잘 가지 않은 외진 골목. 이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은 여기에 있다.

 

가다 또 만난 어린이. 열렬한 FC바르셀로나 팬인듯.

 

이번에는 투어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으로 가다 보니 자동차를 손질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쿠바의 도시들을 달리는 멋진 40~50년대 근육질 자동차들은 이러한 손길 끝에 환골탈태를 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것도 큰 감격이고 감동이다.

 

 

프라도.

 

운치있는 공원이고 거리다. 거리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한껏 펼쳐 보이며 관광객의 주머니를 탐한다.

 

아 목마르다. 지친 다리도 좀 쉬어야겠고. 현지인들만 다니는 자그마한 카페에 들렀다.

 

주머니를 무겁게 하는 동전을 탈탈 털어

 

음료수 한 잔 했다. 이 곳의 음료수 맛은 수준급이다. 갈증은 채웠지만 쉬고싶다. 배도 출출하고. 잠깐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공원으로 가봤다.

 

마침 떠날 시간이 되었다. 16:30분 출발.

 

표를 사서(10쿡)... 아 젠장 지금 보니 표를 거꾸로 들었네.

 

2층에 오르니 무더운 바람이나마 더위에 지친 몸에 휴식을 불어넣어 준다.

 

달리며 셀카 한 컷.

 

버스 2층에서 내려다 본 멋진 자동차.

 

저멀리 보이는 모로성.

 

말레콘을 산책중인 현지의 젊은 청년들.

 

말레콘도 워낙 커서 다 보자면 이 투어버스가 제격이다.

 

베다도 지역으로 간다.

 

끝없이 펼쳐지는 말레콘.

 

 

말레콘에는 기암괴석 대신 기이한 건물이 많이 눈에 띤다. 지진 나면 톡 쓰러질 것 같은 건물. 모가지와 대가리가 있는 건물은 여기서 처음 봤다. 아 불안해. 

 

 

 

혁명광장. 호세 마르티 기념탑. 웬 맹금류들이 글케 많이 나는지.

 

체 게바라.

 

죽어서까지 관광상품이 되어 쿠바시민을 먹여 살리는 체 게바라. 무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서방세계에 풀리면서 졸지에 죽은채로 스타가 된 체 게바라는 혁명의 아이콘이 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의 나라 혁명에 목숨 걸고 뛰어든 전사이자 이상주의자. 이게 최첨단 오지랖이 아니면 뭐다냐. 쿠바 혁명으로는 실현되어야 할 이상이 멀었던지 볼리비아의 혁명에까지 뛰어들었다가 체포되어 처형까지 당했으니 더이상은 불가능한 경지가 아니더냐. 그의 물론 그의 이상주의와 순수함을 모욕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전세계적 열풍에는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와 함께 혁명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인물인데 그놈의 책을 워낙 읽어본 지가 오래되어 이름이 기억안난다. 기억이 날동말동...

 

 

 

 

1시간 30분정도 걸렸다. 볼거리가 워낙 띠엄띠엄 널려있는데다 구역도 널디넓은 베다도 지역은 한군데도 못갔었는데 투어버스를 타니 남김없이 다 돌아봐 준다. 완전 대박. 나머지 지역 중요 볼거리는 이미 볼건 다 봤다. 출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래 잉글레테라 호텔의 근처가 투어버스의 출발점이고 사진의 건물간 트인 거리가 재즈클럽이 바로 그너에 있는 호텔 아바나 리브레 방향으로 가는 합승택시 승차장이다.

 

아까 들렀던 카페에 다시 들렀다.

 

점심은 안먹었고, 허기는 지는데 먹고싶은 것은 없고. 군것질이 대세다.

 

 

낙서 치고는 감각적인 그림.

 

멋진 구식자동차.

 

속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한 커플(?) 이들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이들은 2회에 걸쳐 열렸던 WBC를 아직도 기억하고 한국 야구가 대단하다고 연신 치켜세웠다. 커플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남매란다. 나는 이 남자 보고 운이 없는 사내라고 말했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일케 미인이 여자친구인 줄 알았는데 여동생이니 복이 없는게 아니고 뭐냐."는 말에 박장대소 하며 즐거워 한다.

 

19:00쯤 숙소로 돌아왔다. 구입한 기념품을 늘어놓고 들여다 보니 흐믓하다. 이 곳의 기념품은 체 게바라 일색이다.

 

 

저녁 19:50이 되어 나는 다시 숙소를 나섰다. 재즈클럽으로 가기 위해. 재즈클럽은 멀지 않고 시간은 남는다. 카페돌리오에 면한 중앙공원에서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공원에 앉아있다 보니 화려하게 치장한 한 여인이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공원원 벤치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아이들을 좋아라는 나지만 선듯 아이에게 눈맞추기 놀이를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아무리 봐도 아이 엄마라고 보기엔 치장과 화장이 화려했다. 외모로 아무리 그렇게 봐주려고 해도 아이 엄마는 아닌 처녀 같았다. 분위기 이상하니 말걸기도, 아이와 눈 마주치며 놀기도 망설여진다. 나중에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알게 되었다. 이들에게 말을 걸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관심을 갖고 아이나 그녀에게 접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는 그 자리를 떴다.  

 

잉글레리아 호텔 옆으로 가 합승택시를 탔다. 항상 그렇듯이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도시에 익숙해졌다는 얘기는 역설적으로 그 도시를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밤은 꼭 재즈클럽에서 보내고 싶었다.

 

다시 찾은 라 조라 이 엘 퀘르보.

 

이 날의 출연진에 관한 정보는 바깥쪽 입구에 걸려 있다.

 

 

재즈클럽 앞에 앉아 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동안나는 별 하는 일 없이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그 곳의 주변 계단 턱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일부는 재즈클럽의 공연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일부는 상관도 없는 사람들. 한 예쁜 처자가 조카인지 아들인지 어린 아이 하나를 데리고 앉아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윙크를 보낸다. 뭐냐. 불안하게. 왠지 모르게 쫌아까하고비슷한 상황인 것도 같고. 그냥 눈인사에 대한 형식적인 응답만 하고 고개를 바로 돌렸다. 조금 후 아이를 데리고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여행객에게 묻는 뻔하고 식상한 질문들이 들어온다. 나는 그냥 산책 나온 이모이거나 미혼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묘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쿠바 아때요?"

"좋아요. 모두가 친절하고, 거리는 아름답고, 음악은 강렬하고. 근데 너무 더워요."

"시가는 피워 봤어요? 시가 필요하면 싸게 살 수 있어요."

나는 그녀가 시가 판매원으로 활동하는가보다 생각했다.

"나 담배 안피워요."

"그럼 섹스는 어때욧?"

헐. 결국 몸파는 처자였다. 순진하고 청순한 얼굴에서 그런 말이 나노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조금 아까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이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공원 벤치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시추에이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누구의 아이들일까. 자기 자식이라면 이런 일에 끼워 넣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아이와 가까워지나 보다 싶은 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하니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당신이 제시한 것을 원하지 않아요. 난 단지 재즈 음악을 들으러 왔을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곧 일어나 시간이 다 된 것 같다며 일어나 재즈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문전박대 당했다. 헐.

"아직 문안열었어요. 10시 부터 입장 가능!"

나는 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역시 공연 시작 전에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 젠장 지금 여기서 나가면 이들을 또 만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당혹스러웠다. 결국 밖으로 다시 나왔다. 나오자 그 때 까지 처자와 함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던 이 아기는 내가 다시 나왔다며 손가락질로 그 처자에게 알려 줬다. 나는 못본 척 하고 근처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아이는 나와 놀기 위해 반가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훈련받은 것일까. 마음이 약간은 아려온다. 그들은 내가 전혀 관심이 없음을 그제서야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

 

조금 지나니 10명 정도 되는 한 떼의 유럽인들(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이 재즈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에헹? 입장에도 순서가 있는뎅? 한참만에 그들도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나오자 입구 앞에 줄을 섰다. 그제서야 입장을 아까부터 기다리던 유럽인 커플이 입장순서가 있음을 알렸다. 10여명의 단체 여행객은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입장순서에 따라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늦으면 기둥이 가린 자리에 앉거나 입구 에서는 가깝고 무대에서는 먼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커플이 강하게 이야기 하자 단체여행객 중 한 명이 자신들보다 먼저 입장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커플은 자신들이 1번, 또 한 커플이 2번, 그리고 내가 3번임을 밝혔다. 그제서야 이들이 입장순서를 인정하고 먼저 온 사람들을 앞에 세우고 그 뒤에 섰다. 내 바로 뒤에 그들이 선 셈이다. 그 중 한 여성 여행객과 대화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럽인의 외모를 갖고 있엇지만 알고보니 터키인들이었다. 그들과 급친해졌다.

 

나는 무대 맨 앞 테이블을 차지했고 그 뒤로 스페인에서 거주하는 이탈리아인 커플(오른쪽)과 스페인에서 온 커플(왼쪽)과 합석해 자리 잡았다. 조금 있으니 자리가 다 찼다. 나는 이들과 잠깐 사이에 친해졌다. 내가 혼자 단독 테이블을 잡은 것을 보고 한 노부부가 합석을 청해왔다. 나는 그 노부부에게 자리를 내주고 이들과 합류했다.

 

두 여자의 영어가 놀랄 정도로 유창하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이들 두 남자는 멀뚱해진다. 에스파뇰로 대화가 바뀌면 내가 멀뚱해진다. 얘네들은 같이 멀뚱해지니 덜하지만 나 혼자 멀뚱해지면 난 뭐냐. 이 때 처음으로 여자 없이 혼자 다니면 외로울 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ㅡ,.ㅡ; 서로 통성명을 했지만 이름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ㅔ 즐기고 오자는 생각에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나가 수첩도, 필기구도 없고... 스페인 커플은 사진과 이곳에서 내가 찍은 동영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명함을 내주고 사진 필요하면 이메일 보내라 했지만 소식이 없다. --->???

 

이 곳에서 주문한 쿠바 칵테일 다이끼리.

 

공연 전 입장 순서를 놓고 실갱이하던 이들. 안친해질 줄 알았는데 터키인들이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서로 마음을 열고 급친해짐. 터키는 가본 중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돌궐 멸망 전에 이들이 고구려와 맺었던 혈맹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 건설 이후에도 그 혈맹을 잊지 않고 6.25 전쟁에서 세계 3번째로 많은 병사를 파병해 준 고마운 형제의 나라. 한국인들 대부분은 이를 잊고 있으나 이들은 아직도 한국을 형제의 국가로 기억하고 있으니 우리가 너무하는거 아닌가.

 

입장료 10쿡에는 기본으로 칵테일 두 잔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들과 함께 2부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함께 즐겼다.

 

이 날 공연도 입장료를 낸 이들에게 최고의 수준급 연주를 선사했다. 전형적인 아프로쿠반 재즈다. 눈앞에 아삼삼하다. 쿠바인들이 가진 음악적 열정 만큼이나 엄청난 음악적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1부 마무리 부분이 되자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분위기. 내 옆에 앉아 계시던 영감님이 지목되어 무대로 나감서 중얼거렸다. 나 이런거 못하는데... 그러더니 드럼에 앉아 음악에 맞춰 두드린다. 오홋? 나뿐 아니라 관객 모두가 놀라고 심지어 무대 연주인들도 놀라 드럼에 맞춰 연주하려던 그들이 이젠 합주를 한다. 완전 놀랠노짜. 박수 짝짝짝... 

 

2부 공연 막간이 되자 우리는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나는 잘난척 하느라 이곳의 아프로쿠반 재즈와 비밥, 그리고 웨스트코스트 재즈를 비교 분석해 가며 설명한 뒤 내 나름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얘기를 들어줬다. 여자친구들은 각기 자기 남자친구에게 내가 한 말을 자기네 말로 통역했다.

 

12:30이 되자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여성 뮤지션들이 추가로 출연했다. 1부에 출연했던 여성 보컬리스트 외에도 2부에서 여류 베이스 주자가 등장했다. 제법 실력이 출중하다. 2부 공연이 끝나고 나는 동석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먼저 일어났다. 숙소로 돌아가 2시간 자고 곧바로 공항으로 간다니까 놀라는 표정들이다. 만나서 반가웠다는 둥 서로 연락 하자는 둥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자 이탈리아녀가 내게 충고했다.

웬만하면 잠자지 말고 쉬면서 시간 보내다가 공항으로 가는게 좋겠다는 의견. ㅋㅋ 화장실 갔던 스페인녀가 오자 나는 마지막 남은 작별인사를 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스페인식 인사를 해줬다. 손을 맞잡고 양쪽 볼을 서로 한 번 씩 맞대고 입으로는 입맞추는 소리를 내는 그런 인사. 내 알기로 가까운 사람한테나 해 주는 인사인 줄 알고 있는데... 어쨌든 그만큼 마음을 열었단 것에 고맙기도 했지만 남자친구 눈치 잠깐 봤다. 그 정돈 문화적으로 가볍게 넘어가는 수준이겠지 뭐.  

 

숙소로 돌아와 짐 마저 다 싸놓고 샤워 한 뒤 진짜로 두시간 잤다. 휴대폰 시간을 두 번 울리도록 맞춰놓긴 했지만 자면서도 긴장된다. 설마 못들을리야 없지 않나 하면서도 비행기 놓치면 나까무라 되니까. 이 날 같은 카사에 묵는 호주 처자 수전 군과 함께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2016.9.19.(월)

맞춰 놓은 시간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04:00에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수전군이었다. 택시를 불렀단다. 아 젠장 30분 더 잘 수 있는 시간인데... 일어나 얼굴에 물만 뭍히고 양치질만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미 샤워는 했고, 어차피 모자 쓰고 나가니 굳이 머릴 감을 필요도 없었다. 곧이어 택시가 왔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수전군은 참 재주도 좋다. 공항과 아바나 시내간 택시 요금은 마치 정찰제처럼 굳어진 요금으로 25쿡이다. 용케 15쿡으로 얘기가 이루어졌단다. 가는 동안 수전군이 가진 돈을 다 써서 요금을 셰어할 수 없단다. 이미 요금 협상을 했으니 셰어한거나 다름없다고 말해주니 미소짓는다. 공항에서 약간 헤맸다. 부스가 열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구석진 부스에서 이미 발권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전군과 나는 어이가 없었다. 모니터에 아무 표시도 없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이 곳에 줄을 섰을까. 하긴 대부분 단체여행객으로 보인다.

 

표를 받았다.

 

출국수속 후 게이트를 찾아갔다. 수전군이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조식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주문했다. 우유 참 알량하게도 준다. 그지 같지만 비싸다.

 

나는 남은 돈으로 아바나클럽 럼주 한 병 샀다(20쿡). 모히토 제조방법을 확인했으니 나도 해봐야지. 그래도 남는 돈은 냉장고 자석을 더 사는데 다 썼다. 그래도 남는 잔돈은 처치 불가.

 

오전 8시가 조금 지나 토론토행 항공기가 이륙했다. 캐나다 트랫짓 공항에서 수전군과 헤어졌다. 참 쿨(?)하다. 내가 짐 속에서 무언가 찾는 동안 수전군은 휘적휘적 가더니 갈림길에 기다릴 줄 알았더니 이미 가버렸다. 호주식 작별이냐? ㅡ,.ㅡ; 잘가라 수전군. ㅋ

 

캐나다에서 조니 워커 블루 라벨 한 병 더 샀다. 남은 캐나다 달러(329 CAD)dhk dbfh(80 EU)를 소진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는 카드로 긁기로. 계산대 대기줄에 서 있다가 내 차례가 되어 계산하는데 내가 내민 위스키 바코드를 찍더니 뒤에 서 있던 일본인 소년들에게도 구입할 물건을 같이 계산해 줄테니 내 놓으란다. 일행인줄 알았나보다. 아이들이 멍해 있으니 내게 묻는다.

"당신 아들들 아니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얘들이 날 닮았나요?"

그녀도 웃었다.

"당신하고 똑같이 생겨서 아들들인줄 알았어요."

"헐. 닮긴 어디가 닮아. ㅡ,.ㅡ;"

 

토론토에서 대충 시간 때운 뒤 인천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매력적인 땅이다. 쿠바는 이제껏 다녀 본 중 가장 강렬한 문화를 가진 나라 중에서도 내게는 상위에 꼽힌다. 사람들이 가진 정열도 수수께끼다. 그 혹독하게 더운 곳이라면 사람들이 게을러질만도 하건만 그들이 가진 정열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지는 않지만 깨끗이 손질해서 입고 스스로를 가꾸고자 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고,

낡은 집이지만 청결상태를 유지하고 형형색색으로 칠해 관리하고 거리까지도 깨끗하게 유지해 환경을 가꾸어 가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고,

미국의 규제로 경제가 피폐되어 왔음에도 그 오래된 자동차들을 지금까지도 새 차처럼 보수하고 다듬는 곳에서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이 곳 쿠바 사람들은 친절하다. 사람들이 친절한 곳은 많이 다녀 봤지만 이 곳이 상위 중에서도 상위에 꼽힌다.

이들이 쏟는 정열은 음악에서 가장 강렬하다. 뜨겁고 뜨거운 이 곳 기후에 강렬한 시름의 손과 아프로쿠반 재즈, 그리고 격렬한 살사춤은 쿠바의 정열 그 자체로 보아도 좋다.

 

트리나다드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직도 잔상에 강렬하다.

말레콘에서 고요함만 보았고, 기대했던 강렬한 파도는 보지 못했지만 그 고요함 역시 아바나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쿠바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 하나하나가 모두 다 소중하다. 

카테드랄에서 참례한 미사도 추억이고.

 

끔찍한 더위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아바나와 트리니다드에서 각각 한 번 씩 경험했지만 그 찜찍한 더위 속에 열쇄를 잃어버리는 등 지니고 있지 않아 밖에서 고생한 기억은 지금에서야 추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쿠바로 떠나는 사름들이 있다면 다음의 충고를 하고싶다.

1. 옷차림은 패션에 신경쓰기 보다는 최대한 가볍고 최대한 하늘하늘 시원한 옷으로. 좋아하는 블랙진 입고 갔다가 쪄죽는 줄 알았다.

2. 숙소를 고를 때는 방이 크지 않은 곳으로 하고 에어 컨디션 성능부터 확인할 것. 의외로 시원찮은 성능때문에 짜증날 곳 많다. 밤에 잠을 못 잘 수도.

3. 숙소 체크인 첫 날 주인이 잠자리 들기 전 온수보일러가 켜져 있지 않은지 반드시 확인부터 할 것. 하루종일 더위에 시달리고 뜨거운물로 샤워해야 할 수도.

4. 어느 도시에 도착하든 다음 도시로 이동할 교통편은 그 도시 도착 즉시 미루지 말고 알아볼 것. 특히 트리니다드에서 또는 산티아고에서 이동하는 경우. 한 도시에서 필요 이상으로 제 때 떠나지 못해 머물게 될 가능성이 있음.

5. 가벼운 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수건은 빼도 좋다. 가는 곳마다 수건과 비누는 충분히 준다.

6.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 햇볕이 강렬해 눈이 부시고 모자 안쓰면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7. 가기 전 살사 스텝 만이라도 배워갈 것. 음악만 나오면 처음 보는 사람들 끼리도 서슴없이 손을 맞잡는다. 나처럼 숙기 없는 사람도 살사 안배운걸 어찌나 후회했던지. 걱정하지 마시라. 기본 스텝만 배워 현지에서 날아다니는 사람들 많이 봤다.

8. 트리나다드에서 숙소를 고를 때는 버스 터미널에 나와 호객하는 사람들 따라가지 말고 직접 찾아 다니되 대문이 큰 집을 위주로 방문할 것. 정원이 큰 곳일 가능성 높음.

9. 아바나 중앙공원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반드시 타 볼 것. 볼거리가 듬성듬성 떨어진데다 교통까지 불편한 베다도 지역의 주요 명물 위주로 다 돌아보게 된다. 그냥 그대로 버스를 탄 채 한 번에 돌아볼 수도 있지만 혹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 내려도 버스표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하차했다가 다음차를 탈 수도 있다. 이걸 타고 나면 모로성을 제외한 나머지 아바나의 볼거리들은 대부분 도보로 이동하며 여유있게 볼 수도록 밀집되어 있다.

10. 환전은 여러번 나누어서 하되 한 번 할 때 충분히 해라. 안그러면 환전을 원하는 사람들의 긴 줄에 섞여 뙤약볕에 장시간 노출된채 밖에서 기다리는 고문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