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갈까 이 것 저것 따져본 뒤 나는 고대 로마유적이 가장 온전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한 리비아를 고려했다. 이상하게도 회교권 문화에 마음이 끌리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관광지로는 그닥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더욱 끌리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비자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부터 조사해 봤다. 조사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상용비자나 단체관광비자를 얻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배낭여행객을 위한 비자는 불가능했다. 여행사를 통하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대답은 No였다. 외부와의 단절을 지향하는 국가인 탓인것 같다. 나라를 바꾸는 것 보단 내가 포기하는게 빠르겠다는 판단이 섰다. 차선책으로 바로 옆 동네인 튀니지를 알아보았다. 배낭여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보름동안 다니기엔 소국이라 바로 옆동네 알제리를 묶어서 가기 위해 알제리 비자 문제도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는 리비아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알제리의 옆동네 북아프리카의 최서북단 모로코로 일단 눈을 돌려보았다. 나 같은 노땅세대라면 한 번 쯤 보았을법한 잉그리드 버그만과 험프리 보거트 주연의 카사블랑카가 오버랩되는 나라. 북단으로 올라가면 바다건너 스페인 남부가 훤이 보이는 나라. 시간이 남으면 스페인 남부 도시도 들러 볼 생각이었다. 유럽은 본래 내게 있어서는 식상한 땅이지만 스페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남부의 정열을 맛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하지만 스페인 들를 시간은 없겠다. 710,850㎢의 국토 크기에 비해 가 봐야 할 도시의 수가 자그마치 34개. 꺼~~~이! 보름동안 어림도 없겠다. 골라서 가야지 ㅡ,.ㅡ;
행선지가 결정되었으니 항공권부터 알아보았다. 전에는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발품을 엄청 팔아댔다. 지금은 모 사이트에서 구입한다. 물론 혹시 다른 곳에 더 싸게 나온 항공권이 있는지 반드시 뒤져보긴 하지만 역시 답은 그 곳 뿐이다. 직장에서의 업무관계를 고려하다 보니 이 번엔 예년에 비해 상당히 늦은 2010.1.15(금) 늦은 오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고 2009.1.31(일) 오후에 인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카타르항공편으로 구입했다. 항공권 구입은 이른 시기일수록 더욱 값싼 것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한 이유였다. 보통 3개월 전이면 가장 싼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직장 동료들과 상사에 미리 협의를 구한 뒤 11월 2일자로 구입한 항공권 가격은 697,500원, TAX는 283,500원으로 도합 981,000원을 지불했다. 19,000원 빠지는 1,000,000원이다. 이 정도면 그런대로 잘 구입했다. 코스는 우선 2009년 1월 15일 퇴근 뒤 곧바로 공항으로 가 20:50에 인천을 떠나 일본 오사카를 들러 승객을 더 태운 뒤 중간기착지인 카타르 도하에 도착하는 시간은 1월 16일 오전 05:40분. 소요시간 13시간 50분이다. 다시 도하를 떠나 모로코를 행해 출발하는 시간은 다음날인 17일 01:00다. 20시간 가까이 체류한다. 경사났다. 이게 왠 쾌냐. 도하 시내를 둘러 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게다가 도하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거리가 무척 가깝다.
도하 시내를 돌아본 뒤 도하공항을 이륙해 오사카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곳을 들러 승객을 더 태우는데 그 곳이 내가 지금도 미련을 가지는 땅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다. 다시 이 곳을 떠나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도착하는 시간은 1월 17일 08:30분이다. 구간 소요시간은 9시간 30분. 가는데만 2박3일 48시간이 소요된다. 그래도 용서가 되는 것은 그 중 20시간은 카타르 도하에서 구경하고 있을테고 나머지 28시간도 카타르항공의 훌륭한 기내식과 서비스가 있으니 별 불만 없다. 다만 한가지... 기내식 먹기도 지겨워질 것 같다.
카타르에서의 20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료 수집을 시도해 보았다. 자료 구하기가 예상대로 만만치 않다. 우선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빌려다 보았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라는 부제를 달고 카타르 대사관에서 출간한 개괄적인 소개책자였다. 책 두께가 알팍하고, 그 얄팍한만큼이나 내용도 간략하고 개략적인 소개에 그쳐 정보를 얻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부분적이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카타르 도하에 내가 머물 날은 토요일로 국립박물관을 가 볼 수 없다는 고약한 문제가 있었다. 사이트 몇 군데를 뒤지고 여행사 일정을 참고해 가 볼 곳 몇군데를 정해보았다.
낙타시장, 청과물시장, 시청, 코니쉬 해변공원, 왕궁, 수산시장, 올드수크 가 그곳이다. 만일 시간이 남는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골목 구석구석을 더 뒤져볼 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상세지도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선 대충의 지도를 본 뒤 현지 INFORMATION CENTER의 자료 제공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데 역시 당일은 휴일이라 관광 지도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더욱 고약한 문제다. 어떻게 되겠지 젠장. 아래의 지도는 인터넷에서 찾아낸 도하 시내의 지도. 공항이 가까와서 다행이다.
이 번에는 13박 14일간 싸돌아다닐 모로코 여행 계획을 짤 차례다. 가고자 하는 나라의 문화적 이해를 돕기 위해 항상 읽곤 하는 Curious 시리즈의 모로코 편을 빌려다 보았다. 책 내용보다도 표지 모델의 사진을 더 많이 들여다 본 책이다. 회교권 사회에 대하여 내가 가진 지식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복되었지만 나름 모로코만의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인터넷 여행기로는 그다지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지 않았다.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이 하나 더 있다. "모로코, 낯선여행"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방랑벽(?)이 있는 대학 여강사의 여행수기다. 이 책을 쓴 시점은 이미 모로코 땅에 두 번 발을 딛고 난 뒤였다. 이 땅에 대하여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서비스로 여행지 리스트와 그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 나는 이 책에서 모로코 전도를 참조해 여행지들의 위지를 확인해 봤다.
론니 플래닛도 한 권 샀다. 책이 부담스럽게 크고 책값도 53,980이다. 인터넷 회원가 43,180원에 샀다. 포인트가 남아 있어 좀 더 싸게 샀다. 이 책이 여행지에서의 참고자료로서 가장 중심이 될 것 같다.
책들을 갖고 다니자면 짐도 많아지고 수시로 보기에도 불편하기 때문에 상기 세 권의 책에서 여행지에 관한 정보만 따로 복사를 해 두었다. 일단 세 권의 책에서 여행지로 소개된 도시 수를 모두 합하니 34개나 된다. 이걸 14일동안 모두 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터이니 그 중에서 선정하고 볼 일이다. 나는 3권의 책이 모두 추천하는 여행지는 일단 전부 가 보기로 했다. 세 권의 책 속에서 가 볼만한 여행지로 소개된 곳들은 카사블랑카(Casablanca), 라바트(Rabat), 탕헤르(Tangier), 페스(Fes), 메크네스(Meknes), 마라케슈(Marakech), 아가디르(Agadir)다.
다음 도시로 넘어 가면서 들러 잠깐 들러 볼 작은 곳부터 이틀 이상 머물러야 할 곳도 있을테니 14일동안 여기만 다니자면 시간 엄청 남을 것 같다. 두 권의 책에서 거론된 여행지를 추가로 다니자면 살레(Sale), 아실라(Asilah), 세우타(Ceuta), 샤프샤오엥(Cafchaoene), 와자자트(Quazazatee: Ait Benhadou 포함), 자고라(Zagora), 타로단트(Taroudant), 에싸웨라(Essaouira), 메르조가 사막(Merzouga)이 그 대안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곳을 다니자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사막에도 가보고 싶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해서 이들 도시 위주로 다니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부터 잘라내는 방식으로 하되 일단 도착 후 첫 몇 코스는 모두 다녀 보기로 했다.
평소 습관대로 지도에서 여행지를 확인하고 그 위에 루트를 그려 보기 위해 적당한 지도를 찾아 보았다. 책에서 확대해 쓰면 되지만 많은 낙서를 하고도 한 눈에 보자면 평면에 도시만 표기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 직접 그려 보았다. 도시간 거리 소요시간도 함께 표시했다. 중복되는 루트 없이 원을 그려 출발지로 되돌아 오는 전형적인 "O"자형 코스가 나온다. 우선 카사블랑카에 도착하는 시간은 아침 08:30. 카사블랑카는 항공기 도착지인 동시에 회귀 탑승지다. 따라서 마지막 날은 공항에 가까운 곳을 다니는 것이 좋을테니 카사블랑카는 마지막 날로 미루고 공항 도착 즉시 30분 거리인 라바트로 가서 이 곳부터 시작한다. 정리하면
인천--->도하--->카사블랑카(경유)-->라바트-->살레-->아실라-->탕헤르-->세우타-->테투안-->샤프샤오엥-->페스-->메크네스-->마라케슈-->메르조가 사막-->자고르-->와자자트(아이트 벤하도 포함)-->타로단트-->아가디르-->에싸웨라-->카사블랑카-->도하(경유)-->인천
이렇게 되면 방문도시가 절반인 17개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이 기간중에 모두 다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 표시된 곳은 반드시 방문하고 ** 표시가 된 곳들은 선택방문한다. 선택은 자료를 토대로 하되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와자자트)과 근접의 용이성, 가진 자료에서 특히 끌리는 곳, 현지 여행중 호텔에 구비된 게스트북, 도미토리 룸에서 만나는 여행자들과의 정보교환 등을 통해 하고자 한다. 평소 하던대로 장거리 이동은 밤차를 이용하여 낮시간을 최대한 절약해 볼까 한다. 이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만 남았지만 사실 그 남은 일이 가장 크다. ㅡ,.ㅡ;